[시로 읽는 책 166] 말 한 마디



  말 한 마디로 웃고

  눈짓 하나로 노래하니

  오늘 하루 즐겁지.



  텔레비전을 보다가 웃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텔레비전을 끄고 서로 얼굴을 마주보면서 주고받는 말 한 마디로 웃을 수 있습니다. 책을 펼쳐 읽다가 기쁜 노래가 터져나올 수 있습니다. 그런데, 책을 덮고 밭자락에 앉아 나물을 뜯다가 저절로 기쁜 노래가 샘솟을 수 있습니다. 오늘 하루를 즐겁게 이끄는 힘은 어디에서 자랄까 생각해 봅니다. 오늘 하루 함께 즐거운 웃음과 노래를 나눌 동무는 어디에 있는지 헤아려 봅니다. 4347.9.21.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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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커피 3
기선 지음 / 애니북스 / 2013년 12월
평점 :
품절





만화책 즐겨읽기 383



즐겁게 커피 한 잔

― 오늘의 커피 3

 기선 글·그림

 애니북스 펴냄, 2013.12.6.



  즐겁게 먹는 밥이 맛있습니다. 밥상 가득 무엇을 차렸더라도 즐겁게 먹지 않을 적에는 맛이 나지 않습니다. 밥상에 간장이랑 국이랑 밥만 있어도, 서로 하하 웃으면서 이야기꽃을 피운다면, 밥이 맛있어요. 밥맛이란 즐거움이고, 이야기이며, 사랑스러운 기운입니다.


  커피 한 잔이 맛있다면, 커피를 잘 내리니 맛있기도 할 테지만, 즐겁게 타서 즐겁게 마실 수 있기에 맛있다고 느낍니다. 원두를 그 자리에서 바로 갈아서 마셔야 가장 맛있는 커피가 되지 않습니다. 자판기에서 뽑든, 설탕과 프림과 커피가루가 섞인 봉지를 뜯어서 뜨거운 물만 부어서 마시든, 마음을 즐겁게 가누면서 이웃과 도란도란 이야기를 주고받는 자리라면 언제나 맛있는 커피가 되지 싶어요.



- “손님들이 좋아하고, 나도 만족하면 된 거잖아요. 그 이상으로 잘할 필요 있나?” “굳이 따지자면, 그럴 필요는 없지. 지금의 너는 커피숍 직원으로서 충분히 잘하고 있어. 이 이상의 뭔가를 추구하지 않는다고 해서 널 비난할 이유 같은 건 없다구.” (89쪽)

- ‘형이 커피 사업에 손을 댄다. 안 어울려. 카페는 그저 음료를 파는 데서 그쳐서는 안 돼. 커피만이 주는 온기, 편안한 느낌. 이것만큼은 빼앗기고 싶지 않아.’ (117∼118쪽)




  기선 님이 그린 만화책 《오늘의 커피》(애니북스)는 세 권으로 마무리를 짓습니다. 오늘 하루를 즐겁게 누리도록 돕는 커피 한 잔을 이야기하는 만화책입니다. 오늘날 한국 사회를 보면 커피를 마시는 사람이 아주 많은 만큼, 이 만화책으로 새롭거나 새삼스러운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으리라 느낍니다. 기선 님다운 맛깔스러움과 아기자기한 그림결은 재미를 한결 북돋웁니다.


  다만, 이야기 흐름이 너무 빠르고, 무엇보다 ‘즐거운 커피 한 잔이란 무엇일까’ 하는 대목을 더 짚지 못했구나 싶어 아쉽습니다. 《오늘의 커피》는 1권과 2권이 2009년에 나왔으나 3권은 2013년에 나왔습니다. 게다가 2013년에 나온 3권이 마지막입니다. 오랫동안 끊어진 이야기를 힘내어 마무리짓기는 했지만, 차근차근 흐를 이야기를 서둘러 끝냈구나 싶어요.


  작은 커피집을 꾸리는 젊은 사장을 둘러싸는 이야기를 보면, 젊은 사장네 형이 뒤에서 검은 속셈을 피우는 대목이 있고, 젊은 사장과 커피집 일꾼 사이에 샘솟는 사랑이 있으며, 커피 솜씨 겨루는 대회가 또 있는데, 여러 가지 이야기가 실타래로만 엮인 채 제대로 맺거나 풀리지 못합니다. 절집에 들어가 크게 깨달아 커피 끓이기를 새롭게 읽는다고 보여주는 대목조차 너무 짤막하게 너무 빠르게 깨달았다고 보여주고, 무엇보다도 너무 어린 나이에 갑자기 ‘커피 도인’이 된 젊은이 모습은 여러모로 아쉽습니다.


  이를테면, “어째서 사람들은 특별해지고 싶어하죠? 왜 저렇게 필사적으로 남들과 다른 것, 평소와 다른 걸 원하나요(162쪽)?” 하고 말하는 대목이 나오는데, 이렇게 물은 말에 이 만화책은 아무런 대꾸를 내놓지 못합니다.





- “뭐, 형에겐 돈 버는 게 삶의 의미라면 할 말 없지만, 적어도 지금 형이 구둣발로 들어와서 망쳐 놓으려는 게 어떤 건진 알고 있었으면 해서.” (155쪽)



  사람들은 왜 커피를 마실까요? 사람들은 왜 죽기살기로 남과 다른 것을 바랄까요? 잘 생각해야 합니다. 이 대목을 스쳐서 지나가면 아무것도 되지 않습니다. 만화책 《오늘의 커피》는 이 대목 하나를 풀려고 여러 권에 걸쳐서 차근차근 실마리를 풀 수 있어야 합니다. 제대로 실마리를 풀지 않고 서둘러 ‘연재 끝!’ 하고 펜을 내려놓는다면, 두루뭉술한 작품이 하나 더 나올 뿐입니다.


  온누리에는 똑같은 사람이 아무도 없습니다. 참말 똑같은 사람이 없는데, 똑같을 수 있는 사람조차 없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모두 다릅니다. 게다가, 꽃이나 나무도 모두 달라요. 숲이나 들에서 스스로 씨앗을 퍼뜨려서 자라는 꽃과 나무는 모두 다릅니다. 민들레꽃이든 장미꽃이든 모두 모양새와 빛깔과 무늬와 크기가 다릅니다.


  다 다른 사람이지만, 오늘날 사회에서는 모두 똑같은 틀에 갇힙니다. 학교와 회사와 사회와 군대 어디에서나 ‘다 다른 사람’을 ‘다 같은 틀’에 끼워맞추려고 내몰아요. 다 다른 사람들은 늘 고단합니다. 다 같은 틀로 내몰리니 얼마나 고단할까요. 다 다른 사람이고 다 다른 삶인데, 다 같은 틀로 얽매이거나 옥죄이다 보니, 무엇 한 가지라도 ‘좀 다른 모습’을 찾아려고 안간힘을 씁니다. 옷차림이든 자가용이든 커피 한 잔이든, 어딘가 좀 달라야겠다고 용을 쓰지요.





- “사실 저는 눈앞에 나온 커피를 보기만 해도 이미 기분이 편안해지는 것 같아요. 그런 기대감을 최대한 현실적으로 표현해 보고 싶었습니다.” (169쪽)

- “뭐야, 생각보다 썰렁하잔아.” “무슨 소리야?” “난 네가 하도 칭찬하기에 뭔가 좀 굉장한 분위기일 줄 알았구만. 그냥 평범한 카페잖아.” (182쪽)



  차림새나 모양새를 다르게 꾸며서 보이려 한다고 하더라도 달라질 수 없습니다. 다 다른 삶이란 겉모습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마음을 느긋하면서 너그럽게 다스리는 커피 한 잔이란 무엇이 될까요? 겉모습으로 커피를 끓일 수 없습니다. 마음으로 끓일 노릇입니다. ‘텅 비우는 마음’이 아니라, ‘즐거움으로 채우는 마음’이 될 때에 비로소 맛있는 커피가 됩니다. ‘오늘 즐겁게 마실 커피’가 될 때에, 비로소 우리 사회에서 매몰차게 내몰리면서 고단한 사람들이 ‘내 삶’과 ‘내 길’을 차분히 돌아보면서 즐겁고 씩씩하게 다시 기운을 내자고 여길 수 있습니다.


  만화책 《오늘의 커피》는 1권 처음을 열면서 ‘자판기 커피’ 이야기를 재미있게 집어넣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이야기는 1권 첫머리로 끝입니다. 2권이 지나고 3권이 되어도 재미있는 이야기를 더 끌어내지 못합니다. 대결 얼거리와 교훈 줄거리로 서둘로 끝막음을 하고 말았습니다.


  커피 이야기를 만화로 그린다면 그릴 이야기가 아주 많을 텐데, 왜 더 건드리지 못하고 끝냈는지 자못 아쉽고 안타깝습니다. 어쩐지 싱거운 커피맛이 나는 커피 만화인 《오늘의 커피》로구나 싶습니다. 4347.9.21.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에서 만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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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745) 오늘의 2


모든 사람들은 자신이 쌓아온 행위의 결과에 의해 점점 변화되어 오늘의 모습을 갖게 된 것이지

《폴카르스/이계숙 옮김-열반》(불일출판사,1988) 17쪽


 오늘의 모습을

→ 오늘날 모습을

→ 오늘 이 모습을

→ 오늘 같은 모습을

→ 이러한 모습을

→ 이 모습을

 …



  “오늘의 모습”을 말한다면 “내일의 모습”이나 “어제의 모습”도 말할 수 있겠지요. “내년의 모습”이나 “지난해의 모습”처럼 쓸 수도 있을 테니, ‘-의’를 붙이면 참으로 수월하게 온갖 말을 마음껏 펼칠 수 있다고 생각할 만합니다. 그래서 많은 분들이 토씨 ‘-의’를 스스럼없이 붙이거나 딱히 잘못되었다고 안 느끼는구나 싶어요.


  그러면 이런 말도 생각해 보셔요. “오늘 모습, 어제 모습, 내일 모습, 다음해 모습, 지난해 모습”을요. 토씨 ‘-의’만 덜어낸 말을 가만히 곱씹어요. 다음으로 “오늘 같은 모습, 어제 같은 모습, 내일 같은 모습, 다음해 같은 모습, 지난해 같은 모습”을 생각해요. 어떤가요?


  ‘-의’를 붙이니 손쉽게 온갖 말을 쓸 수 있다고 볼 수 있는 한편, 딱히 ‘-의’를 안 붙여도 되는 자리인데 그냥 ‘-의’를 붙이지는 않나 헤아려 봅니다. ‘-의’가 아닌 다른 말을 붙여야 알맞을 자리에 무턱대고 ‘-의’를 붙이지는 않나 싶습니다.


  사람들이 널리 쓰는 말이니, 그냥 쓸는지 모릅니다. 모두들 그냥저냥 쓰는 말이니, 나도 그냥 쓸 수 있겠지요. 이렇게 쓰든 저렇게 쓰든 뜻은 다 알아들을 수 있는 말이니, 깊이 안 살피며 쓸 만합니다. 내가 쓰는 말이나 이웃이 쓰는 말을 굳이 잘못이라고 안 느끼거나 바로잡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는구나 싶어요. 어느새 잘못된 말씨에 길들거나 익숙한 탓에, 올바르게 쓸 말이 무엇인가는 깨닫지 못할 수 있습니다.


  좋은 버릇도 몸에 배이기 마련이지만, 얄궂은 버릇도 몸에 배이기 마련입니다. 좋은 말버릇뿐 아니라 얄궂은 말버릇도 몸에 배이기 마련이라, 한 번 배인 버릇은 오래오래 우리 몸속 깊숙이 파고들어서 좀처럼 안 떨어집니다. 4339.9.28.나무/4347.9.20.흙.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모든 사람들은 저마다 쌓은 일에 따라 차츰 달라져서 오늘 같은 모습을 갖추지


“자신(自身)이 쌓아온 행위(行爲)의 결과(結果)에 의(依)해”는 “스스로 쌓은 일에 따라”나 “저마다 한 일에 따라”라든지 “스스로 무엇을 했는가에 따라”로 다듬습니다. ‘점점(漸漸)’은 ‘차츰’이나 ‘조금씩’으로 손보고, ‘변화(變化)되어’는 ‘바뀌어’나 ‘달라져서’로 손봅니다. “갖추게 된 것이지”는 “갖추지”로 손질합니다.


..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1729) 오늘의 3


“‘아, 고맙다’가 아니야! 오늘의 면접은 어떻게 할 거야? 지금 도쿄행 공석을 기다린다 해도, 절대로 시간 안에 가지 못할 거라구!”

《다카하시 신/박연 옮김-좋은 사람 1》(세주문화,1998) 8쪽


 오늘의 면접은

→ 오늘 면접은

→ 오늘 치를 면접은

→ 오늘 볼 면접은

→ 오늘 하는 면접은

 …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지 말라”는 말이 있습니다. 아직까지는 사람들이 이렇게 말하는데, 어쩌면 오래지 않아 이 말이 사라지고 “오늘의 일을 내일로 미루지 말라”로 뒤바뀌지 않을까 걱정스럽습니다. 사람들 말매무새를 들여다보면, 바로 오늘부터 이처럼 바뀔 수 있습니다.


 오늘 할 일 . 내일 할 일 . 어제 한 일 (o)

 오늘의 일 . 내일의 일 . 어제의 일 (x)


  우리는 예부터 ‘-의’를 넣지 않으면서 생각과 느낌을 나누었습니다. ‘오늘 할’이나 ‘오늘 맞이할’이나 ‘오늘 보는’이나 ‘오늘 치른’처럼 조금씩 다른 생각과 느낌을 말마디에 담았습니다.


  “오늘의 일정”이 아닌 “오늘 할 일”이며, “오늘의 날씨”가 아닌 “오늘 날씨”입니다. “오늘의 수업”이 아닌 “오늘 수업”이나 “오늘 할 수업”이고, “오늘의 경기”가 아닌 “오늘 경기”나 “오늘 있는 경기”나 “오늘 하는 경기”입니다. 4342.4.6.달/4347.9.20.흙.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아, 고맙다’가 아니야! 오늘 면접은 어떻게 해? 바로 도쿄 가는 빈자리를 기다린다 해도, 도무지 제때에 가지 못한다구!”


“어떻게 할 거야”는 “어떻게 할 생각이야”나 “어떻게 할 셈이야”로 다듬으면 낫지만, ‘것’이 아주 자주 온갖 곳에 쓰이는 오늘날에는 이 같은 말씀씀이를 다듬기란 몹시 어렵다고 느낍니다. 그러나 “어떻게 해”라든지 “어떻게 하려구”로 손볼 수 있어요. 입으로 하는 말씨를 헤아리면, 알맞고 예쁘게 다듬을 만합니다. ‘지금(只今)’은 ‘바로’로 손보고, “도쿄행(-行) 공석(空)을”은 “도쿄 가는 빈자리를”로 손보며, ‘절대(絶對)로’는 ‘어떻게든’이나 ‘무슨 수를 써도’나 ‘도무지’로 손봅니다. “시간(時間) 안에”는 “제때에”로 손질합니다. ‘시간’은 한자말이더라도 쓸 만하지만 “시간 안에”는 일본 말투입니다. “가지 못할 거라구”는 “가지 못한다구”로 손봅니다.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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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623) 오늘의 1


오늘의 어린이들은 어떻게 살고 있는가? 오늘의 어린이들은 TV에 나오는 어린이들, 교과서에 나오는 어린이들이 아니다

《이오덕-삶·문학·교육》(종로서적,1987) 87쪽


 오늘의 어린이들

→ 오늘날 어린이들

→ 요즘 어린이들

→ 요즈음 어린이들

→ 요새 어린이들

→ 요사이 어린이들

 …



  “오늘 할 일”이라 하면 될 말을 “오늘의 할 일”이라 말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오늘날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이라 하면 될 말을 “오늘날의 우리의 살아가는 모습”이라 말하는 사람도 있어요.


  《우리 글 바로쓰기》를 써낸 이오덕 님 또한 지난날에는 이와 같이 글을 썼습니다. 나중에는 이러한 말투를 안 쓰셨지만, 1980년대 끝무렵에 펴낸 책에까지만 하더라도, “오늘날 어린이”가 아닌 “오늘의 어린이”로 적으셨고, 이처럼 적은 이녁 말투를 가다듬어야겠다고 생각하지 못하셨습니다.


  그래도 이오덕 님은 이녁 스스로 애쓰고 힘써서 토씨 ‘-의’를 거의 모두 털어냈습니다. 이오덕 님이 1950년대에 쓴 글과 1960년대에 쓴 글, 그리고 1970년대와 1980년대까지 쓴 글하고 1990년대에 쓴 글을 견주면 사뭇 다릅니다. 2000년대에 쓴 글과 견주면 더욱 달라요.


  다만, 퍽 늦은 나이에 한국말을 옳게 써야 한다는 생각을 깨우쳤기에 모두 걸러내거나 털어내지는 못했습니다. 이오덕 님은 이오덕 님이 하실 만큼 하셨고, 이오덕 님이 못했거나 마무리짓지 못한 몫은 우리한테 남겨 주었습니다. 맞춤법과 띄어쓰기 지식이라는 틀을 넘어서며 ‘삶을 담는 말하기와 글쓰기’를 펼쳐 보였습니다. 우리가 어떻게 마음을 쏟아 추스르느냐에 따라서 우리 넋과 얼을 싱그러우면서 넉넉히 담아낼 길이란 얼마든지 환하게 열렸다고 알려주었습니다.


  아쉽다면, 이런 땀방울을 오늘날 이곳에서 살아가는 우리들이 제대로 알아채지 못합니다. 조금 더 마음을 기울이지 못하는 우리들이요, 차근차근 마음을 바치지 못하는 우리들입니다. 말이 살아날 때에 생각이 살아나는 줄 느끼지 못하는 우리들이고, 생각이 살아나는 동안 넋과 얼이 살아날 뿐 아니라, 우리가 하는 일과 즐기는 놀이는 한결 싱그럽고 맑아지는 줄 깨닫지 못합니다.


 오늘을 살아가는 어린이들은 어떻게 있는가?

 오늘을 사는 어린이들은 어디에 있는가?


  오늘이 아름답지 못하다 하더라도 다음날을 아름다이 맞이할 수 있습니다. 오늘은 벅차거나 고달프더라도 조금씩 애쓰고 힘쓰면서 이튿날을 홀가분하거나 뿌듯하게 마주할 수 있습니다. 오늘 하루 온통 슬프거나 괴롭더라도 꾸준히 보듬거나 어루만지면서 새 하루를 반갑고 벅차게 누릴 수 있습니다.


  하루아침에 아름답게 가꾸는 말은 아닙니다. 하루아침에 아름다이 북돋우는 일놀이는 아닙니다. 하루아침에 일으키는 삶은 아닙니다. 언제나 하루하루 조금씩 갈고닦는 말이요 일놀이요 삶입니다. 오늘은 아직 많이 모자라다 하지만, 새로 찾아올 하루를 내다보면서 살포시 가꾸는 말이요 일놀이요 삶입니다. 오늘은 턱없이 모자라다 하더라도, 이튿날부터 조금씩이나마 새롭게 가꾸거나 어루만지는 말이요 일놀이요 삶입니다.


  말과 글을 차근차근 다스리면서 생각과 마음을 차근차근 다스릴 수 있습니다. 생각과 마음을 차근차근 다스리는 동안 온누리를 보는 눈을 넓히고 키웁니다. 내 눈길을 넓히거나 키우면서 삶자락을 알뜰히 다스릴 수 있습니다. 한꺼번에 훌륭해지는 말과 글이 아닌, 날마다 한 마디 두 마디 곱씹고 되씹는 말과 글이 되면서, 생각과 마음을 비롯해서, 삶자리 어느 곳에나 넉넉함과 따스함과 살가움을 담아낼 수 있습니다. 4339.6.6.불/4342.5.27.물/4347.9.20.흙.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오늘날 어린이들은 어떻게 사는가? 오늘날 어린이들은 TV에 나오는 어린이들, 교과서에 나오는 어린이들이 아니다


“살고 있는가”는 “사는가”로 다듬습니다.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2167) 오늘의 4


“오늘의 ‘오늘의 커피’는 뭔가요?” “오늘은 날씨가 더워서 인디아 몬순으로 준비했습니다. 강한 맛의 커피를 마시면서 습한 기후의 인도를 상상하는 재미도 있을 것 같아서요.”

《기선-오늘의 커피 3》(애니북스,2013) 183쪽


 오늘의 ‘오늘의 커피’는 뭔가요

→ 오늘은 ‘오늘 커피’는 뭔가요

→ 오늘은 ‘오늘 커피’가 뭔가요

→ 오늘 내린 ‘오늘 커피’는 뭔가요

→ 오늘 선보일 ‘오늘 커피’는 뭔가요

 …



  오늘 커피집에 찾아온 손님이 ‘오늘의 커피’를 묻습니다. 그래서, 보기글에 나오듯이 “오늘의 오늘의 커피”가 됩니다.


  ‘오늘 + 의’과 같은 말투가 입에 붙으면 이렇게 말하리라 느낍니다. 이렇게 하는 말이 재미있다고 여길 수 있고, 이렇게 말하면서 말느낌이 새롭다고 여길 수 있어요.


  나는 아이들과 살아가며 아이들이 하는 말을 가만히 귀여겨듣습니다. 아이들은 ‘-의’를 붙여서 말하지 않습니다. 아이들은 으레 ‘이름씨 + 이름씨’로 말합니다. 이를테면, 일곱 살 어린이는 나한테 이렇게 묻습니다. “아버지, 오늘 밥은 무슨 밥?” 아이들은 “오늘의 밥”이라 묻지 않습니다. “오늘 밥”이라 묻습니다.


  어른들도 그렇지요. “우리, 오늘 어디 갈까?” 하고 묻습니다. “오늘은 홍차를 마실까, 녹차를 마실까?” 하고 말하지요. 그런데, 이런 말투를 한자말을 섞어 “오늘의 행선지”라든지 “오늘의 차”처럼 말하려 한다면 어느새 ‘-의’가 달라붙어요.


  커피집에서는 “오늘 커피”입니다. 찻집에서는 “오늘 차”입니다. 빵집에서는 “오늘 빵”이고, 밥집에서는 “오늘 밥”입니다. 4347.9.20.흙.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오늘은 ‘오늘 커피’가 뭔가요?” “오늘은 날씨가 더워서 인디아 몬순으로 했습니다. 맛이 짙은 커피를 마시면서 날씨가 축축한 인도를 떠올리는 재미도 있을 듯해서요.”


‘준비(準備)했습니다’는 그대로 두어도 되지만, 이 자리에서는 ‘했습니다’로 손질해도 됩니다. “강(强)한 맛의 커피”는 “맛이 짙은 커피”로 손보고, “습(濕)한 기후(氣候)의 인도”는 “날씨가 축축한 인도”로 손봅니다. ‘상상(想像)하는’은 ‘그리는’이나 ‘떠올리는’으로 손질하고, “있을 것 같아서요”는 “있을 듯해서요”로 손질합니다.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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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좀 안 될까요 2
아소우 미코토 지음 / 시리얼(학산문화사)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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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만화책 즐겨읽기 375



안 되기는 뭐가 안 되니

― 어떻게 좀 안 될까요 2

 아소우 미코토 글·그림

 최윤정 옮김

 시리얼 펴냄, 2010.12.25.



  아소우 미코토 님 만화책 《어떻게 좀 안 될까요》(시리얼,2010) 둘째 권을 읽다가 문득 생각합니다. 내가 왜 이 만화책을 읽는가 했더니, 나는 이 만화책에 붙은 이름 ‘어떻게 좀 안 될까요’와 같은 말을 몹시 싫어하거나 못마땅하게 여기면서 살았습니다.



- “우린 늘 랏코의 도움을 받고 있다 보니, 랏코가 이상한 남자에게 걸리는 건 싫거든요.” (13쪽)

- “생각 없이 덜컥 수임하고는 후회 중인가?” “아니요, 전혀! 그런 비겁자는 내가 꽁꽁 묶어서라도 끌고 와, 책임지게 해 주겠어요!” “책임이 있는 건 남자만이 아니잖아. ‘낳지 않는 것’도 하나의 선택인데.” “그 남자 입에 발린 소리만 하고 도망쳤잖아요? 그녀는 그 사람 입장까지 그렇게 신경써 주는데.” “그야, 남자에게 양육비를 지불할 능력이 없어지면 손해잖아?” (24쪽)




  곰곰이 돌아봅니다. 나는 내 이웃이나 동무한테 ‘어떻게 좀 안 될까?’ 하고 말한 적이 없습니다. 한 차례도 이런 말을 안 썼습니다. 같이 하기를 바라면 ‘같이 하자!’ 하고 말하지, ‘어떻게 좀 안 될까?’ 하고 말하지 않습니다. 안 될 줄 뻔히 아는 일이면 처음부터 안 바랍니다. 나 스스로 그런 일이 안 내키기 때문입니다.


  ‘어떻게 좀 안 될까요?’ 하고 말하면서 묻는 사람은 거의 똑같은 모습입니다. 잘못을 했거나 올바르지 않은 길을 그대로 이으려고 할 적에 으레 이런 말을 씁니다.


  잘못을 했으면 뉘우치면 됩니다. 잘못을 했으니 뉘우칠 노릇입니다. 올바르지 않은 길을 여태 걸었으면, 이제부터 올바른 길을 찾아서 씩씩하게 걸어가면 됩니다.


  사람들은 똑바로 알아야 합니다. 자그마치 예순 해에 걸쳐 엉터리로 살았다 하더라도 예순한 해째부터 지난 잘못을 말끔히 씻어서 아름답게 살아간다면, 이녁 삶은 아름다움으로 가득합니다. 잘 생각해 보셔요. 예순 해나 엉터리로 살았지만, 예순한 해째에 크게 깨우쳐서 지난 모든 잘못을 씻으면서 아름답게 거듭나는 사람이 있다면, 이 사람은 얼마나 대단하면서 멋질까요?


  처음부터 아름답게 살아도 아름답지요. 그러나, 잘못을 스스로 씻으면서 아름답게 살려고 해도 아름답습니다. 예순 해씩이나 잘못된 길을 걸었으니 앞으로도 그냥 잘못된 길을 가겠다고 하는 사람은 참으로 안쓰럽고 바보스럽습니다. 그리고, 하나 더 생각해 봐요. 예순 해를 아름답게 살았다가 예순한 해째부터 바보스럽게 산다면? 이때에는 이런 사람을 바라보며 모두들 안타깝게 여깁니다. 어떤 사람은 ‘변절’이라는 낱말을 쓰기도 합니다. 민주와 자유를 지키는 일에 오래도록 몸바치다가 마지막에 가서 수구 기득권 세력에 빌붙는 사람을 보면 얼마나 안타깝겠습니까.





- “엄청 노력했을 거야, 그녀. 그런 식으로 비자를 따서 전문직에서 일하고 있다니, 아주 진지하게, 열심히 살아왔을 거라고.” (30쪽)

- “인지를 청구해 주세요. 그 사람에게 버림받은 이상 내게 소중한 건 이 아이뿐. 내가 부인에게 고소를 당하는 한이 있어도 상관없고, 배상금을 지불해야 한다면 몇 년이 걸리더라도 돈을 내겠어요. 이 아이의 권리를 찾기 위해서라면 뭐든 다 하겠어요.” (36쪽)



  아소우 미코토 님 만화책 《어떻게 좀 안 될까요》는 무슨 이야기를 들려줄까 헤아려 봅니다. 법을 다루는 만화책입니다만, 이야기를 법으로 풀지는 않습니다. 법 이야기를 살살 곁들입니다만, 법으로 삶을 풀지는 않아요. 삶은 삶으로 풀 수밖에 없기에, 법정에서만 법을 따질 뿐, 법정을 벗어난 삶자리에서는 언제나 삶으로 삶을 바라봅니다.



- “사람이 자꾸 닳거든요. 일을 하다 보면. 매일 거친 사람들을 상대하다 보니. 부끄러운 건 오히려 저예요. ‘선량’이란 미덕을 성가시게 여기다니.” (81쪽)

- “‘지금’보다 더 중요한 게 어디 있냔 말이야.” (130쪽)

- “상처가 아물어도 돈으로 보상한다 해도, 결코 돌이킬 수 없는 소중한 것.” (145쪽)




  법은 사람을 지키지 않습니다. 거짓말이 아닙니다. 법은 사람을 지키지 않습니다. 사람을 지키는 것은 오직 하나입니다. 무엇인가 하면, 사랑입니다. 오직 사랑이 사람을 지킵니다.


  법은 그저 법입니다. 사회나 정치나 제도라는 얼거리를 지키려고 만드는 법입니다. 사람을 지키려고 법을 만들지 않습니다.


  누구나 조금만 생각하면 알 수 있어요. 아름다운 마을에는 법이 없습니다. 아름다운 보금자리에는 법이 없습니다. 오직 사랑이 있고, 언제나 삶이 흐릅니다.


  아버지가 먼저 밥술을 들어야 다른 사람이 밥술을 들어야 하지 않아요. 갓난쟁이 아기가 먼저 밥술을 들 만합니다. 게다가, 배고픈 아이한테 먼저 밥을 주어야지요. 우는 아기한테 먼저 젖을 물리고 나서 어른들은 나중에 밥을 먹어야지요.


  아이가 물에 빠져 허우적거리면 무엇을 하겠습니까. 집에 불이 나면 어떻게 하겠습니까. 그리고, 이런 생각을 해 보셔요. 우리가 숲에 깃들어 바람을 마신다고 할 적에, 어버이가 먼저 마신 뒤 아이가 나중에 마시지 않습니다. 함께 바람을 마십니다. 햇볕은 할머니와 할아버지를 먼저 내리쬐지 않습니다. 햇볕은 할머니와 할아버지뿐 아니라 아이들한테 똑같이 내리쬘 뿐 아니라, 풀과 나무한테도 똑같이 내리쬡니다.





- “할머님께 들었는데, 그들은 대학에 들어가고 나서 사귄 친구들이라고요.” “네.” “당신 집에서 거의 살다시피 했다고, 당신이 운전하는 차로 자주 드라이브도 하고, 함께 놀면서 비용도 거의 당신이 댔고요.” “그게 뭐 어떻다고.” “실례지만, 그게 친구인가요?” (183쪽)

- “말끝마다 돈, 돈. 뭐, 좋아요, 그것도. 그런데, 변호사 비용에 재판 비용에 합의금, 거기에 BMW 몇 백만 엔? 겨우 라면 한 그릇 먹는데, 왕복 택시비 3000엔이면 끝날 것을. 왜 그런 간단한 계산은 못 하나 몰라.” (200∼201쪽)



  어지러운 사회이기 때문에 법이 섭니다. 아름다운 마을에는 법이 없습니다. 지저분하고 퀴퀴하며 슬픈 사회이기 때문에 법을 놓고 다툽니다. 사랑스러운 마을에는 법이 없습니다. 서로를 아끼지 않고, 서로 믿음직하지 않으니, 자꾸 법을 내세워 툭탁거리고야 맙니다. 어깨동무를 하고, 두레와 품앗이를 하며, 오순도순 마을잔치를 여는 곳에서는 법이라는 낱말을 아무도 모르겠지요.


  안 되기는 뭐가 안 될까요. 법으로 사회를 옥죄려 한다면 법으로 구멍을 만듭니다. 사랑으로 삶을 가꾸는 곳이라면 언제나 사랑으로 웃고 노래하면서 즐겁습니다. 잘못된 길을 바로잡을 마음이 없으면 법에서 구멍을 자꾸 파내어 요리조리 빠져나가면서 스스로 삶을 등지고 맙니다. 아름답게 살아가고 싶은 사람은, 법 따위는 말끔히 잊거나 모르면서 언제나 사랑을 생각하고 꿈을 짓습니다. 4347.9.20.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에서 만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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