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말도 익혀야지

 (1006) 가끔씩 3


가끔씩 내가 왜 글을 쓰는지 나 자신에게 묻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 가끔은 정말 불쌍한 처지에 놓이기도 했죠

《폴 오스터/심혜경 옮김-글쓰기를 말하다》(인간사랑,2014) 37, 53쪽


 가끔씩 내가 왜

→ 가끔 내가 왜

→ 가끔 보면 내가 왜

→ 가끔 느끼는데 내가 왜

→ 가끔은 내가 왜

 …



  보기글을 보면 앞쪽에는 ‘가끔씩’이라 적으나, 뒤쪽에는 ‘가끔은’이라 적습니다. 뒤쪽에서는 올바로 적었는데, 앞쪽에서는 잘못 적었어요. 외국책을 한국말로 옮긴 분은 이 대목을 느끼거나 알아챘을까요? 이 책을 펴낸 출판사 일꾼은 이 대목을 알아보았거나 깨달았을까요?


  ‘가끔’이라는 낱말에는 ‘-씩’을 못 붙입니다. ‘-은’은 붙일 수 있어요. 꾸밈말을 달아 “가끔 보면”이나 “가끔 느끼는데”처럼 적어도 잘 어울립니다. “가끔 말이지요”라든지 “가끔 생각하는데”처럼 적을 수도 있습니다. 4347.9.27.흙.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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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보면 내가 왜 글을 쓰는지 나 스스로 묻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 가끔은 참말 불쌍해지기도 했지요


“나 자신(自身)에게”는 “나 스스로”로 다듬고, ‘정(正)말’은 ‘참말로’ 다듬습니다. “불쌍한 처지(處地)에 놓이기도”는 “불쌍해지기도”로 손봅니다. ‘했죠’는 ‘했지요’로 바로잡아 줍니다.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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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말도 익혀야지

 (1005) 가장 4


그 책은 현존 작가의 작품들 가운데 내가 가장 좋아하는 소설의 하나죠

《폴 오스터/심혜경 옮김-글쓰기를 말하다》(인간사랑,2014) 286쪽


 가장 좋아하는 소설의 하나

→ 참 좋아하는 소설 가운데 하나

→ 아주 좋아하는 소설 가운데 하나

→ 무척 좋아하는 소설 가운데 하나

→ 손꼽을 만큼 좋아하는 소설 가운데 하나

 …



  꼭 한 권만 꼽아야 할 때에 ‘가장’을 씁니다. ‘첫째가는’을 가리키는 자리에서 쓰는 ‘가장’입니다. 딱 하나만 있는 ‘으뜸’을 고르는 자리에서 쓰는 ‘가장’이에요.


  손으로 꼽을 만큼 아주 좋아하는 소설은 ‘가장’이라는 낱말을 써서 가리킬 수 없습니다. 많이 좋아한다면 많이 좋아한다고 말해야 알맞습니다. 4347.9.27.흙.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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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책은 오늘날 작가가 쓴 작품들 가운데 내가 무척 좋아하는 소설 가운데 하나이죠


“현존(現存) 작가의 작품들”은 “오늘날 작가가 쓴 작품들”이나 “요즈음 작품들”로 손봅니다. “소설의 하나죠”는 “소설 가운데 하나이죠”로 바로잡습니다.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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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말도 익혀야지

 (504) 아래 4


그 당시, 우리 민족은 일본의 지배 아래서 식민지의 서러움을 당하며 살고 있었습니다

《김별아-김순남》(사계절,1994) 12쪽


 일본의 지배 아래서

→ 일본한테 지배를 받으며

→ 일본한테 짓눌리며(억눌리며/짓밟히며)

→ 일본한테 눌리며(밟히며)

 …



  “지배 下에”라 안 하고 “지배 아래서”라 적으니 한결 낫지 않습니다. 일본사람이 쓰는 말투에서 한자 ‘下’만 ‘아래’로 고친다 한들 얄궂은 말투는 사라지지 않습니다. 한국사람이 쓸 알맞고 바른 말투를 찾아야 합니다. 그러니까, “지배 아래서”가 아니라 “지배를 받으며”입니다.


  한자말 ‘지배(支配)하다’는 ‘다스리다’를 뜻합니다. 이 보기글은 “일본이 다스리는 식민지”처럼 고쳐써야 올바릅니다. 그런데, 글흐름을 살피면, 식민지라는 곳에서 우리 겨레가 서러움을 겪으면서 산다고 나와요. 서럽게 살아야 하는 식민지라 할 때에는 “일본이 다스리는 식민지”로 적을 때보다는 “일본한테 짓눌리는 식민지”나 “일본한테 짓밟히는 식민지”로 적을 때에 느낌이 제대로 살아나지 싶습니다. 4339.2.13.달/4347.9.27.흙.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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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무렵, 우리 겨레는 일본한테 짓눌리는 식민지가 되어 서러움을 겪으며 살았습니다


“그 당시(當時)”는 “그무렵”이나 “그때”로 손보고, ‘민족(民族)’은 ‘겨레’로 손보며, “식민지의 서러움을 당(當)하며”는 “식민지라는 서러움을 겪으며”나 “식민지가 되어 서럽게”로 손봅니다. “살고 있었습니다”는 “살았습니다”로 손질합니다.


..



 우리 말도 익혀야지

 (511) 아래 5


우리 어린이 지도자들은 그 자세가 진지하고 참으로 순수한 종교적 열의로써 어려운 여건하에서도 어린이 법회의 바른 모델을 정립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헬무트 클라르/각묵 스님 옮김-어린이들에게 불교를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고요한소리,1989) 39쪽


 어려운 여건하에서도

→ 어려운 여건에서도

→ 어려운 터전에서도

→ 어려운데에도

→ 어렵지만

 …



  “주어진 조건”을 뜻하는 한자말 ‘여건(與件)’을 살려서 “어려운 여건에서도”처럼 적어도 괜찮습니다. 그런데, “주어진 조건”이란 ‘터전’을 가리킵니다. “어려운 터전에서도”로 손볼 만합니다.


  적잖은 사람들은 이런 자리에 “여건 하에”뿐 아니라 “여건 속에”처럼 쓰기도 합니다. “여건인 가운데”처럼 쓰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 모두 알맞지 않습니다. 한자말 ‘여건’을 한국말 ‘터전’으로 바로잡았어도 “어려운 터전 아래”라든지 “어려운 터전 속”이라든지 “어려운 터전 가운데”처럼 적어도 알맞지 않아요. 낱말 하나하나는 알맞으나 말투가 올바르지 않습니다.


  이를테면 이렇습니다. 영어로는 “in Seoul”일 텐데, 이를 한국말로 옮기면 “서울 안에서”가 아닌 “서울에서”로 적어야 올바릅니다. ‘안’도 한국말이지만, “서울 안에서”라 적으면 한국 말투가 아니에요. 4339.2.28.불/4347.9.27.흙.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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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어린이 지도자들은 어려운 터전에서도 몸가짐이 차분하고 종교를 맑게 사랑하는 마음으로 어린이 법회를 바르게 세우려고 힘쓰고


“그 자세(姿勢)가 진지(眞摯)하고”는 “몸가짐이 차분하고”나 “매무새가 참되고”로 손질하고, “순수(純粹)한 종교적(-的) 열의(熱意)로써”는 “종교를 맑게 사랑하는 마음으로”나 “종교를 사랑하는 깨끗한 마음으로”로 손질합니다. “바른 모델(model)을 정립(正立/定立)하기 위(爲)해”에서 ‘正立’이라는 한자말을 썼다면 ‘바른’이라는 앞말과 겹칩니다. ‘定立’이라는 한자말로 썼더라도 ‘세우다’로 다듬어야 알맞습니다. 이 대목은 “바른 틀을 세우고자”나 “바른 길을 찾고자”나 “바른 모습을 지키고자”로 다듬습니다. “노력(努力)하고 있고”는 “애쓰고”나 “힘쓰고”로 손봅니다.


..



 우리 말도 익혀야지

 (1004) 아래 14


엄마랑 장을 보러 나왔다가 가로수 그늘 아래서 잠깐 쉬어 가기로 했어

《김순한·정승희-푸릇파릇 가로수를 심어 봐》(대교북스주니어,2010) 25쪽


 가로수 그늘 아래서

→ 가로수 그늘에서

→ 가로수 그늘 밑에서

→ 가로수 밑에서

→ 가로수 밑 그늘에서

 …



  한국말사전을 보면 ‘밑’을 “물체의 아래나 아래쪽”으로 풀이합니다. 여러모로 엉뚱합니다. ‘아래’는 “어떤 기준보다 낮은 위치”로 풀이합니다. 이런 뜻풀이로만 보면 ‘밑’과 ‘아래’는 똑같은 낱말로 여길밖에 없습니다. 한국말사전은 두 낱말을 이렇게 다루기만 할 뿐입니다. 두 낱말을 어떻게 갈라서 다른 자리에 써야 알맞는가 하는 대목을 못 밝히거나 안 밝히곤 합니다.


  ‘밑’은 바닥과 가까운 자리를 가리킵니다. ‘아래’는 ‘위’와 맞물려서 씁니다. “그 집 아래”라 하면, 땅속을 가리키지요. ‘아래층·위층’처럼 ‘아래’와 ‘위’라는 낱말은 어느 집에서 한 층 높거나 낮은 자리를 가리킵니다. 그러니, 이 보기글에 나오듯이 “가로수 그늘 아래”처럼 쓸 수 없습니다. 그늘에서 아래란 어디일까요? 그늘에서 위란 어디일까요? 그늘을 위와 아래로 가를 수 있을까 궁금합니다. 그늘에서 위와 아래를 가른다 하더라도, “그늘 아래”라면 땅속을 가리킵니다.


  사람들이 널리 부르는 대중노래 가운데 〈가로수 그늘 아래 서면〉이라는 이름이 붙은 작품이 있습니다. 이 대중노래는 이름을 잘못 붙였습니다. 노래를 지은 사람이나 부르는 사람이나 엉뚱한 말을 쓰고 말았습니다. 이 노래를 듣는 사람도 엉뚱한 말을 따라서 쓰고 맙니다.


  대중노래도 문학이라 할 만합니다. 그러니, 문학이라 할 대중노래가 사람들한테 엉뚱한 말을 가르치는 셈입니다. 노래만 좋대서 다 좋은 일이 아니라, 노래가 좋으려면 가락뿐 아니라 노랫말도 좋으면서 알맞고 올발라야 합니다. 아이들이 부를 노래도 이와 같아요. 아이들은 노래만 부르지 않고 말을 배웁니다. 어린이 노래에 붙이는 노랫말을 아무렇게나 붙일 수 없겠지요.


  그늘은 “그늘 밑”이라고 적어야 합니다. 보기글에서는 “가로수 밑”이나 “가로수 밑 그늘”이나 “가로수 그늘”이라고 적을 수 있습니다. 4347.9.27.흙.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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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랑 장을 보러 나왔다가 가로수 그늘에서 잠깐 쉬어 가기로 했어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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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에 어렴풋하게 본



  어릴 적에 어머니 모습이 어떠했는지 가만히 떠올린다. 날마다 끼니를 챙겨서 차리는 어머니는 아침이나 낮이나 저녁에 어떻게 쉬셨는지 가만히 헤아린다. 어머니는 두 다리 뻗고 등허리를 바닥에 붙일 때까지 쉬는 일이 없이 지내신다. 어머니가 이렇게 일하면 참 힘드시겠네 하고 생각하기는 했지만, 몸이 얼마나 힘든 노릇인지 헤아리거나 짚지는 못했다.


  오늘 나는 어머니가 예전에 서던 그 자리에 서서 밥을 짓는다. 졸립건 힘들건 고단하건 바쁘건 아무튼 밥을 짓는다. 밥을 짓는 동안 온힘을 기울여서 짓는다. 밥상에 밥을 다 차리고 나서 아이들과 함께 먹으면 참으로 좋을 텐데, 밥상에 밥을 다 차리고 나면 내 마음은 슬그머니 조용히 눕고 싶다. 날마다 문득문득 돌아본다. 어릴 적에 본 어머니 모습은 이런 느낌이었구나. 아마 그무렵 어머니는 오늘 나보다 훨씬 고단하면서 등허리가 결렸을 테지.


  어머니가 일하실 적에 뒤에서 어깨를 곧잘 주무르곤 했는데, 어머니 어깨는 늘 딱딱했다. 내 어깨는 어떠한가. 내 어깨도 딱딱한가.


  밥상에 모두 다 차려도 수저는 잘 안 놓는다. 아마 어머니한테서 물려받은 버릇이지 싶다. 어머니는 이것저것 혼자 다 차리셔도 수저만큼은 안 놓으시곤 했다. 아버지가 물으면 “깜빡했지요.” 하고 말씀하시곤 했는데, 일부러 그러시지는 않았을까. 함께 밥 먹는 한집 사람이라면 수저쯤은 스스로 놓으라는 뜻은 아니었을까. 우리 아이들은 스스로 수저 놓기를 좋아하기는 하지만 늘 알뜰히 챙겨서 올리지는 않는다. 아이들이 밥상에 수저를 안 놓으면 나도 수저를 안 놓고 가만히 지켜본다. 오늘 아침에 큰아이가 나한테 묻는다. “수저 어디 있어요?” “수저는 네가 좀 놓으면 안 될까?” “네.” 큰아이한테 말하고 나서 조금 더 부드러우면서 재미나게 말하면 한결 나았을 텐데 하고 깨닫는다. ‘밥은 아버지가 차렸으니 수저는 네가 놓으렴’이라든지 ‘응, 네가 수저를 놓으면 되겠네’쯤 말한다면 내 마음도 훨씬 따사로울 수 있으리라. 4347.9.26.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아버지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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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천막걸리 쌀 10%



  포천막걸리는 참 재미있다. 모든 포천막걸리가 다 그러할는지 모르나, 얼마 앞서 만난 이웃이 마시는 포천막걸리를 가만히 들여다보니, ‘쌀 10%(국내산), 밀 90%(수입산)’ 이렇게 적히더라. 쌀을 고작 10%만 써도 ‘막걸리’라 할 수 있을까? 나라밖에서 사들인 밀을 90%나 쓴 막걸리를 ‘우리 겨레 술’이라 할 수 있을까? 웃음조차 나오지 않는다. 그런데 이런 막걸리가 맛있다면서 사다 먹는 사람이 많다. 한국이라는 나라는 참으로 할 말이 없다. 할 말이 없고 말고. 4347.9.26.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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