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아이들을 재우다가



  어제 아이들을 재우는데 작은아이는 곧 곯아떨어지고 큰아이는 숨소리 없이 조용하다. 문득 무엇인가 느끼고 두 아이 이마를 쓰다듬고 머리카락을 쓸어넘긴다. 노래를 한 가락 부른다. 이마 쓰다듬기와 머리 쓸어넘기기를 그대로 한다. 작은아이는 깊이 꿈나라로 갔다. 그러나 큰아이는 아직 아니다. 큰아이가 깊이 꿈나라로 갈 적에는 으레 몸을 살짝 비틀어 옆으로 눕는다. 가만히 있는 모양새로 보아 하니, 아버지가 머리카락을 쓸어넘기는 손길을 즐기는 듯하다. 한참 머리카락을 쓸어넘기다가 살며시 입김을 얼굴에 호 분다. 실눈을 뜨고 곁눈을 보던 큰아이가 “에그!” 하고 놀라면서 웃는다. “자, 이제는 자야지. 몸이 힘드니까. 꿈에서 더 신나게 놀고 아침에 즐겁게 일어나자.” 큰아이는 이윽고 몸을 옆으로 돌려누운 뒤 깊이 잠든다. 4347.10.2.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아버지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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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을 읽을 적에



  사람은 사람을 만납니다. 사람은 사람을 낳습니다. 사람은 사람을 돌봅니다. 사람은 사람을 사랑합니다. 사람은 사람을 생각합니다. 사람살이는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곰곰이 헤아립니다. 겉으로 보는 사람이 그 사람을 오롯이 드러내거나 말한다 할 만한지, 속으로 볼 수 있을 때에 그 사람을 제대로 밝히거나 마주할 수 있다 할 만한지 돌아봅니다.


  우리한테는 누구나 빛과 그림자가 있다고 느낍니다. 빛이 있어 그림자가 있을 텐데, 빛이나 그림자는 겉으로 보는 모습이지 싶어요. 왜냐하면, 눈을 감으면 빛도 그림자도 느끼지 않기 때문입니다.


  우리한테는 눈이 있으니 빛과 그림자를 모른 척할 수 없다고 느껴요. 그러나, 우리한테 눈이 있어도, 오직 눈으로만 바라본다면, 내 앞에 있는 사람한테서 ‘빛·그림자’ 두 가지에만 얽매이고 마는구나 싶어요.


  사람이라면 누구한테나 몸이 있습니다. 그러나, 몸만 있지 않아요. 사람을 읽을 때에 몸만 읽는대서 제대로 모두 읽었다고 할 수 있을까요? 이를테면, 은행계좌나 졸업장을 읽었으니 그이를 다 읽은 셈일까요? 어떤 작가가 내놓은 책이나 작품이나 사진이나 노래나 춤이나 공연을 다 갖추어서 읽었으면 그이를 다 안다고 할 만할까요?


  작가 한 사람이 쓴 책이나 글은 고작 그이가 보여주는 겉모습 가운데 하나일 뿐입니다. 어느 책이나 글이든 마음을 기울여서 씁니다. 그러나, 책 한 권이나 글 한 줄은 모든 마음이 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말이나 글을 빌어 마음 한 자락을 담아서 보여줄 뿐이기 때문입니다.


  마음을 읽으려면 마음을 보아야 합니다. 숲을 보려면 숲을 보아야 합니다. 숲 가운데 어느 한 곳을 찍은 사진을 본대서 숲을 보았다고 할 수 없습니다. 숲을 담은 그림이나 글을 보았으니 숲을 안다고 할 수 있을까요? 참새 한 마리를 동영상으로 찍는들 참새를 안다고 할 수 없습니다. 참새 한해살이를 모두 보아야지요. 게다가 참새 한해살이를 본다 하더라도 한살이를 모두 보지 않는다면 참새를 안다고 할 수 없어요.


  내 이웃이 어떤 마음을 품고 어떤 생각을 지으며 어떤 삶을 가꾸는가 하고 알고 싶다면, 그야말로 마음을 열어야 합니다. 내 마음부터 열어서 이웃한테 다가서야 합니다. 마음을 열어 다가서지 않으면 아무것도 못 봅니다. 겉모습을 조금 훑을 수 있겠지만, 겉모습조차 제대로 못 훑기 일쑤입니다. 겉모습이나마 얼마나 훑고 나서 내 이웃한테서 무엇을 보고 느껴서 얼마나 안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몸을 이루는 두 가지가 빛과 그림자라면, 마음을 이루는 두 가지는 숨결과 넋입니다. 마음을 열 때에 비로소 숨결을 느끼고 넋을 만납니다. 내 숨결을 이웃한테 건네면서 서로 사귑니다. 내 넋을 이웃한테 보내면서 서로 알지요.


  다만, 사람들 가운데에는 이웃을 ‘몸’으로만 사귀고플 수 있습니다. 겉으로만 사귀고플 수 있습니다. 빛과 그림자를 보기만 해도 대단하다고 여길 만합니다.


  책 한 권을 손에 쥐면서 가만히 눈을 감습니다. 책을 펼칠 적에는 눈을 뜨지만, 책을 덮을 적에는 눈을 감습니다. 책 한 권에 서린 몸을 눈으로 살펴서 빛과 그림자를 받아들이고, 책 한 권에 감도는 마음을 넋과 숨결로 맞아들이려고 합니다. 4347.10.2.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삶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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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상놀이 1 - 책상에 배를 깔고



  산들보라가 새로운 놀이를 하나 알아낸다. 조그마한 몸 조그마한 아이이기에 할 수 있는 놀이이다. 네 살 아이가 책상놀이를 하는 모습을 보고는, 옳거니 나도 이 아이만 할 적에 이런 비슷한 놀이를 했고, 국민학교에 들어간 뒤에 학교에서 곧잘 이런 놀이를 했다고 떠올린다. 배를 책상에 깔고 손발을 뗀다. 이렇게 놀다가 가끔 책상이 엎어지거나 몸이 바닥에 꽈당 하고 떨어지곤 했다. 엄청나게 아프다. 그러나 책상놀이는 꽤 재미나기에 떨어지거나 엎어지더라도 다시 놀고 또 놀았다. 4347.10.2.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놀이하는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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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봉사’란 없다. 학교나 사회에서 이런 말을 흔히 쓰지만, 참말 ‘봉사’란 없다. ‘이웃돕기’란 없다. 학교이든 사회이든 이런 말을 함부로 쓰지만, 참으로 ‘이웃돕기’란 없다. 돈이 있기에 돈이 없는 사람한테 봉사를 하거나 이웃돕기를 하는가? 이는 더없이 말이 될 수 없다. 돈이 있으니까 돈이 없는 사람을 돕는다고? 아니다. 조금도 아니다. 돈이 있는 사람은 다른 것이 없다. 돈이 없는 사람은 다른 것이 있다. 그래서 서로 만날 수 있다. 돈이 있는 사람은 이 돈을 혼자 건사하고 싶지 않으니, 누군가한테 이 돈을 주고 싶어서 길을 나서기 마련이다. 돈이 아닌 다른 것이 있는 사람은 누군가한테 쉬 찾아가기 어려우니 늘 제 보금자리를 곱게 지키면서 사는데, 언제 어디에서 누가 찾아오더라도 이녁이 품고 지키며 건사한 ‘아름다운 사랑’을 나누어 준다. 《여행하는 카메라》를 읽는다. 사진기 하나로 여러 나라를 넘나들면서 ‘봉사’하는 이야기가 흐른다. 이러한 봉사를 꾀한 김정화 님은 아마 처음에는 ‘봉사’를 그리거나 생각했으리라. 그렇지만, 이 너머에 무엇이 있으리라 믿는 마음도 함께 있었으리라 느낀다. 그러지 않고서야, 지구별 여러 나라 따스한 아이들을 만날 수는 없었을 테고, 따스한 아이들이 나누어 주는 사랑이 어떤 숨결인지를 글이나 사진으로 엮을 수 없었을 테니까. 이 다음에는 조촐하게 찾아가는 이웃이 되어, 한결 홀가분하고 예쁘게 ‘이야기잔치’를 누릴 수 있으면 좋겠다. 지구별 여러 나라 아이들과 ‘놀이’를 즐기는 ‘이야기잔치’를 꽃피울 수 있다면 더없이 좋겠다. 4347.10.2.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한 줄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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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하는 카메라- 카메라 우체부 김정화의 해피 프로젝트, 2014년 대한출판문화협회 올해의 청소년 도서
김정화 지음 / 샨티 / 2014년 9월
16,000원 → 14,400원(10%할인) / 마일리지 800원(5% 적립)
*지금 주문하면 "4월 21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2014년 10월 02일에 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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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스레 아끼는 것을 팔 수 없다. 사랑스레 아끼기에 언제나 품에 꼬옥 안으면서 살고 싶다. 그런데, 사랑스레 아끼는 것이기에 팔밖에 없다. 생각해 보라. 남이 가져가서 쓰거나 아끼려 한다면, 아무것이나 내어줄 수 없다. 남이 값을 치러서 사려고 한다면, 나한테 애틋하면서 사랑스러운 것을 팔지, 헐거나 다치거나 망가진 것을 팔 수 없다. 그림책 《코뿔소 한 마리 싸게 사세요》를 읽는다. 그림책에 나오는 아이는 참말 코뿔소를 팔 생각일까? 팔고 싶을까? 언제나 웃음과 노래를 불러일으키는 코뿔소를 다른 사람한테 넘겨도 괜찮을까? 마음 한편으로는 안 괜찮을 테지만, 마음 한편으로는 괜찮으리라 느낀다. 아이 마음 한쪽은 텅 빌 테지만, 믿음직하고 사랑스러운 코뿔소이니, 어디를 가든 다른 이웃한테도 즐거운 삶을 짓도록 이끌리라 생각하겠지. 아이가 코뿔소를 떠나 보낸다면, 아이는 앞으로 새로운 벗님을 곁에 두고 사귀면서 새로운 꿈을 지을 테고. 스스로 아름답게 짓는 삶이다. 4347.10.2.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한 줄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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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뿔소 한 마리 싸게 사세요!
셸 실버스타인 지음, 지혜연 옮김 / 시공주니어 / 200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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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0월 02일에 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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