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은 어떻게 낮은 곳에 있는가. 풍경을 이루는 우리 삶이 낮은 곳에 있기 때문이다. 우리 삶은 어떻게 낮은 곳에 있는가. 우리를 다스린다고 하는 저들은 우리를 밟고 높이 올라서려고 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우리를 다스린다고 하면서 정작 밟고 올라선 저들은 높은 곳에 있는가? 지구별에서 높은 곳과 낮은 곳이 있을까? 풍경을 이루는 우리들은 이 땅을 밟고 섰는데, 이 땅이 아닌 사람을 밟고 선 높은 자리에서는 무엇을 보거나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땅에 발을 디딘 사람은 이야기를 낳고, 땅이 아닌 사람을 밟고 선 사람은 권력을 낳는다. 땅에 발을 디딘 사람은 사랑을 낳고, 땅이 아닌 사람을 밟고 선 사람은 이름값을 낳는다. 땅에 발을 디딘 사람은 꿈을 낳고, 땅이 아닌 사람을 밟고 선 사람은 돈을 낳는다. 이희재 님이 그림으로 들려주는 《낮은 풍경》이라는 이야기책은 ‘땅을 밟고 삶을 가꾸는 사람’이 이룬 아름다운 숨결을 찬찬히 보여준다. 4347.10.10.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한 줄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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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풍경- 이희재의 스케치여행
이희재 지음 / 애니북스 / 2013년 7월
17,000원 → 15,300원(10%할인) / 마일리지 8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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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아이 98. 가을내음 책숨 (2014.9.30.)



  여름에는 나무그늘에 평상을 놓아도 더웠지만, 가을에는 햇볕을 고스란히 쬐는 데에 평상을 놓아도 아침저녁으로는 선선하다. 외려 햇볕이 반가우면서 포근하기도 하다. 겨울에도 햇볕을 고스란히 쬐는 평상을 한껏 누릴 수 있겠지. 가을내음을 찬찬히 마시는 책숨을 누린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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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들보라 짝맞추기 놀이



  산들보라는 누나 곁에서 논다. 누나가 조금만 다른 데로 가도 우는 소리를 내면서 누나 곁에 붙는다. 산들보라한테 누나가 없었으면 어머니나 아버지한테 찰싹 달라붙었을 테지. 큰아이 사름벼리가 지난날에 으레 어머니나 아버지한테 찰싹 달라붙으면서 놀던 모습이 얼핏설핏 떠오른다. 산들보라는 누나가 함께 놀지 않아도 그저 누나가 곁에 있으면 된다. 솜사탕을 먹을 때에 쓰던 작대기를 둘 서로 맞대면서 논다. 4347.10.9.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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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길 책읽기



  가을에 걷는 길은 가을길이다. 봄에는 봄길이고, 여름에는 여름길이며, 겨울에는 겨울길이다. 철마다 길이 다르다. 철마다 길빛이 다르고, 길에서 흐르는 냄새가 다르다. 아이와 함께 걷는 길이라면, 가을에는 가을길이 되고 봄에는 봄길이 되는 길일 때에 서로 즐거우면서 사랑스러우리라 느낀다. 겨울인데 겨울길인 줄 느낄 수 없거나 여름인데 여름길인 줄 헤아릴 수 없다면, 우리는 어디에서 어떻게 삶을 꾸리는 셈일까.


  시골에서이든 도시에서이든 누구나 가을이면 가을길을 저벅저벅 또박또박 씩씩하게 걸을 수 있기를 빈다. 가을길에는 가을빛을 보고 가을내음을 맡을 수 있기를 빈다. 가을에 흐르는 멧새와 풀벌레 노랫소리를 듣고, 아직 겨울잠에 들지 않은 개구리가 마지막으로 베푸는 노랫소리를 들으며 길을 걸을 수 있기를 빈다. 자동차로 싱싱 달리는 길이 아니라, 아이들은 달리고 어른들은 걸을 수 있는 길을 모든 사람이 누리기를 빈다. 4347.10.9.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삶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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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희 11
강경옥 글.그림 / 팝툰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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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 즐겨읽기 393



삶과 죽음 사이

― 설희 11

 강경옥 글

 팝툰 펴냄, 2014.9.29.



  사람들은 살아갑니다. 죽지 않았으니 살아갑니다. 사람들은 죽습니다. 살지 않으니 죽습니다. 그런데, 산 목숨으로 오늘을 맞이하지만, 산 목숨답게 하루를 누리지 못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이제 막 숨을 거두었으나 모든 것을 홀가분하게 내려놓고 즐겁게 새로운 곳으로 가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리저리 휘둘리면서 산 목숨일 때에 얼마나 즐거운 산 목숨일까 궁금합니다. 휘둘릴 것도 붙잡을 것도 없이 홀가분하게 새로운 곳으로 넋이 날아갈 수 있다면, 이때에는 어떤 이야기가 될는지 궁금합니다.


  강경옥 님 만화책 《설희》(팝툰,2014) 열첫째 권을 읽으며 생각합니다. 어느 연속극과 벌여야 한 실랑이 탓인지 모르나, 만화책 《설희》를 이루는 뼈대는 일찌감치 드러나야 했습니다. 이제 만화책 《설희》에 나오는 여러 사람들은 ‘설희가 어떤 삶’인지 거의 알아챕니다. 오백 살 가까이 죽지 않고 살아온 나날을 어렴풋하게 읽습니다.





- ‘말이 힘을 가진다는 느낌. 정말로 죽을 수 있다는 순간 내가 정말 죽고 싶은 것인지 의심이 갈 정도였지.’ (10쪽)

- “너에겐 과거만 중요한 거 같아. 마치 과거만이 해결해야 할 문제인 것처럼. 그래서 그 과거가 다 밝혀지고 해결되면?” (18쪽)



  스스로 오백 살 즈음 살지 않고서야 오백 해 동안 살아온 사람이 어떤 마음일는지 알기는 어려우리라 느낍니다. 그리고, 스스로 쉰 해나 백 해쯤 살다가 죽지 않고서야 쉰 해나 백 해 만에 숨을 거두어 사라지는 사람이 어떤 마음일는지 알기 어렵겠지요.


  오백 살을 살아온 사람은 쉰 해를 살다 죽을 사람이 어떤 마음일는지 읽기 어렵습니다. 쉰 해를 살다 죽을 사람은 오백 살을 살았을 뿐 아니라, 앞으로 오백 살을 더 살 만한 사람이 어떤 마음일는지 읽기 어렵습니다.


  둘은 어떻게 만날까요. 둘은 서로 어떻게 사랑을 속삭일 수 있을까요. 둘은 어떻게 동무나 이웃이 될까요. 둘은 서로 어떻게 꿈을 키울 수 있을까요.





- “어쩌면 너는 기억하고 싶지 않은 게 아닐까? 기억하려고는 하고 있어?” (35쪽)

- “세계까지 전쟁으로 들어갔어. 세상은 언제나 변해. 이 전쟁이 끝나도 또 언젠가 전쟁이 나겠지.” (109쪽)

- ‘작은 농담과 일상의 대화. 눈발이 날리는 강원도에서 난 행복감을 느끼고 있었다.’ (161쪽)



  삶과 죽음 사이에 무엇이 있는지 알려면, 나 스스로 삶과 죽음 사이에 가야지 싶습니다. 꽃내음을 알려면 나 스스로 꽃내음을 맡아야 하고, 시냇물이 얼마나 싱그럽고 맛난지 알려면 맑게 흐르는 시냇물을 찾아서 두 손으로 떠서 마셔야 합니다.


  아이와 누리는 삶을 알려면 아이를 낳거나 아이를 가까이 두고 돌봐야 합니다. 어느 책을 알거나 말하려면 어느 책을 읽어야 합니다. 어떤 사람이 어떤 말을 하는 까닭을 알자면 어떤 사람이 어제와 오늘 어떻게 살았는가를 찬찬히 헤아려야 합니다.


  그저 바라보기만 한대서 알지 않습니다. 그저 바라보기만 한다면 겉모습은 훑겠으나 속내는 살피지 못해요. 살아야 압니다. 삶도 살아야 알고, 죽음도 살아야 알아요. 그러니까, 만화책 《설희》에 나오는 설희와 다른 아이들은 서로서로 눈앞에 마주하면서도 아주 딴 곳에서 동떨어진 채 사는 듯한 느낌이 될밖에 없습니다. 서로서로 손을 뻗어 살갗을 쓰다듬거나 입을 맞출 수도 있지만, 마음과 넋은 아주 다른 곳에 따로 있습니다.





- ‘누군가를 계속 미워하기에도 너무 오랜 시간이 흘렀다는걸. 이건 그저 되새김일 뿐.’ (187쪽)

- ‘내가 처음 죽었던 것은 언제였지?’ (194쪽)



  만화책 《설희》는 앞으로 열둘째 권에서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을까요? 열둘째 권에 이르면 ‘앳된 스물 언저리 젊은이’가 삶과 죽음을 깊이 헤아리거나 돌아볼 수 있을까요?


  별에서 온 어떤 숨결이 설희라는 아이한테 ‘죽지 않는 삶’을 주었습니다. 그러면, 지구별에서 살아가는 우리들은 ‘다른 별 숨결’한테 무엇을 줄 만할까요. 우리 지구별에서는 공해와 매연과 전쟁과 폭력과 입시지옥 따위를 다른 별에 퍼뜨릴 만할까요. 이 지구별에서 우리들은 서로 어떻게 어우러지면서 살아갈는지요. 앞으로 얼마나 더 살고, 앞으로 어떤 일을 얼마나 더 겪어야, 우리는 슬기롭거나 사랑스러운 넋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을는지요. 4347.10.9.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에서 만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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