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순이 4. 누나가 피리 불어 줄게



  동생이 피리를 불려고 하는데 잘 안 된다고 꽁알거린다. 이때 누나가 나서서 “자, 누나가 피리 불어 줄게.” 하면서 후후 분다. 어머니가 알려준 대로 구멍을 단단히 틀어막은 뒤 입김을 힘껏 불어넣는다. 동생은 누나 옆으로 다가와서 앉는다. 누나가 피리 부는 모습을 지켜본다. 누나는 동생한테 더없이 믿음직한 길동무가 된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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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순이 3. 바이올린 깔고 앉아 피리



  노래돌이가 되는 산들보라가 바이올린 가방을 깔고 앉아서 피리를 불겠노라 한다. 바이올린 가방은 산들보라한테 걸상으로 알맞춤한 듯하다. 높이도 알맞춤하고, 크기도 알맞춤하다. 조그마한 네 살 어린이 산들보라이니 바이올린 가방을 깔고 앉겠지. 네 살 어린이인 터라 이렇게 할 수 있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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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먹으려고 열매를 딴다



  집에서 얻는 열매를 딴다. 한집에서 함께 사는 고운 숨결들과 나누려고 열매를 딴다. 집에서 따는 열매는 얼마나 사랑스러운가. 먹음직스러울 때에 톡 따면 된다. 입에 군침이 돌 적에 톡 따면 된다. 조금 맺혔으면 조금 따고, 넉넉히 맺혔으면 넉넉히 딴다. 신나게 딴다. 웃으면서 딴다. 노래하면서 헹구고, 흥얼흥얼 부엌으로 불러 밥상맡에 둘러앉아 한 점씩 날름날름 집어서 먹는다. 아, 더 먹고 싶다, 하는 소리가 나오면 더 따도 되고, 더 익어야 한다면 이튿날에 따든 며칠 뒤에 따면 된다.


  집집마다 나무 몇 그루씩 건사할 수 있으면 좋겠다. 시골에서뿐 아니라 도시에서도 집집마다 ‘우리 집 열매나무’를 건사하면서, 이 가울에 열매 하나 톡 따서 오순도순 나누어 먹는 즐거움과 사랑을 누릴 수 있기를 빈다. 스스로 나무를 아끼고 스스로 나무를 돌볼 적에 삶이 새롭게 거듭나리라 느낀다. 4347.10.10.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아버지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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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피나무 초피알은 붉게



  열매가 익는 흐름을 지켜본다. 여러 해 물끄러미 지켜본다. 마당 한켠에 나무가 있으니 날마다 새삼스레 들여다보고, 날마다 찬찬히 들여다보면서 열매란 얼마나 천천히 단단하면서 야무지게 익는가 하고 헤아린다.


  하루아침에 반짝 익는 열매는 없다. 감도 무화과도 여러 날 지긋이 기다린다. 아니, 여러 날이 아니라 한 달을 기다리고 달포를 기다린다. 처음 알이 맺힌 뒤 푸른 빛깔이 가시고 붉은 빛이 감돌기까지 한참 기다린다. 이동안 우리는 입이 아닌 눈으로 열매를 먹는다. 손이 닿으면 살며시 쓰다듬고, 손이 안 닿으면 나무 둘레에 서서 눈을 감은 뒤에 코로 냄새를 맡는다.


  감나무 곁에 서서 감알 냄새를 맡는다. 모과나무 곁에 서서 모과알 냄새를 맡는다. 초피나무 곁에 서서 초피알 냄새를 맡는다. 나무마다 냄새가 다르고, 열매마다 냄새가 새롭다. 4347.10.10.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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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호박이 뽕나무에



  우리 집 호박이 뽕나무에 대롱대롱 달렸다. 뽕나무 가지가 휘겠구나. 이렇게 크고 단단한 녀석이 달렸으니. 뒤늦게 알아채고는 폴짝 뛰어서 낫으로 석둑 끊는다. 풀밭으로 턱 떨어진 호박은 다치지 않는다. 스스로 싹을 틔우고 덩굴을 뻗은 호박은 곳곳에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다. 지난해에는 꽃만 실컷 피우더니 올해에는 열매를 여럿 내준다. 고마운 아이들이다. 그나저나 뽕나무 우듬지 언저리에 호박꽃이 하나 더 있으나, 나무가 고되겠구나 싶어 호박덩굴을 낫으로 다 자른다. 4347.10.10.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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