ㄹ 책빛 먹기

28. 어른 되면 어린이책 안 읽어도 되나



  어린이책을 읽는 어른이 매우 드뭅니다. 청소년책을 읽는 어른도 몹시 드뭅니다. 아이를 낳아 돌보는 어버이가 아니라면 어린이책을 좀처럼 안 읽습니다. 이녁 아이가 자라 푸름이가 되지 않고서야 청소년책을 손에 쥘 일이 거의 없는 어른입니다. 그러면, 어린이책은 어린이만 읽는 책인 셈일까요? 청소년책은 푸름이일 때에만 읽는 책인가요?


  만화책은 ‘아이들이나 읽는 책’인 줄 잘못 아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림책도 ‘아이들이나 읽는 책’으로 여기는 사람이 많습니다. 동화책을 읽자고 이야기를 나누는 어른은 참 드뭅니다. 소설책이 아닌 동화책을 읽어 보라고 건네면 이녁을 마치 깔보는 줄 여기는 사람까지 있습니다.


  문학을 하는 어른 가운데 동시를 읽거나 쓰는 이는 무척 드뭅니다. 문학을 한다면 ‘어른 시’만 읽고 써야 하는 줄 여기곤 합니다. ‘동시’나 ‘청소년 시’는 아예 생각조차 안 하는 어른이 많습니다. 문학평론을 하는 이들도 ‘어른 시’만 다룰 뿐입니다. 더러 동시나 청소년 시를 다루는 문학평론가가 있지만, 어린이나 청소년이 읽을 만하도록 평론을 쓰는 사람은 아주 드뭅니다. 어른이 읽어도 알아듣기 어려운 말로 평론을 할 뿐입니다.


  테드 랜드 님 그림에 빌 마틴 주니어 님과 존 아캠볼트 님이 글을 넣은 그림책 《손, 손, 내 손은》(열린어린이 펴냄,2005)이 있습니다. 나는 이 그림책을 처음 만나던 날 아주 깜짝 놀랐습니다. 처음에는 손이나 발이나 귀나 눈이나 몸을 놓고 아이들 눈높이에서 잘 살피거나 헤아리도록 돕는 책인가 하고 생각했는데, 막상 이 책을 장만해서 아이와 함께 읽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그림책 《손, 손, 내 손은》을 읽으면, 다음처럼 아주 짤막한 말만 잇달아 나옵니다. “발, 발, 내 발은 또박또박 걷고 우뚝 멈춰요(4쪽).”라든지 “코, 코, 내 코는 흠흠 냄새 맡고 쌕쌕 숨쉬어요(8쪽).”라든지 “눈, 눈, 내 눈은 또랑또랑 쳐다보고 뚝뚝 눈물 흘려요(10∼11쪽).”라든지 “뺨, 뺨, 내 뺨은 쪽 뽀뽀해 주면 발그레 빨개져요(19쪽).” 같은 말이 찬찬히 흐릅니다.


  이 그림책을 엮은 세 어른은 짤막한 한 줄로 우리 몸을 슬기롭게 알려줍니다. 그리고, 우리 몸을 보여줄 적에 지구별 여러 겨레 여러 어린이를 보여줍니다. 유럽과 아시아와 북극과 아프리카와 중남미 여러 어린이가 차근차근 나오면서 몸 한쪽을 살그마니 가리키면서 빙그레 웃습니다.


  그림책 《손, 손, 내 손은》은 아무것도 외치지 않습니다. 그저 손과 발과 코와 눈과 뺨 이야기를 한 줄로 들려줍니다. 그러나, 오직 한 줄로 들려주는 글과 오직 한 칸으로 보여주는 그림은 지구별 이웃과 동무를 새롭게 바라보도록 이끕니다. 교훈이나 감동을 내세우지 않는 작은 그림책인데, 오래도록 다시 읽고 또 보면서 생각에 잠기도록 이끕니다. 그렇지요. 지구별이 평화를 이루는 길은 하나입니다. 둘이 아닌 하나입니다. 나라마다 온갖 전쟁무기를 갖춘대서 평화롭지 않습니다. 모든 나라에 핵무기가 있을 때에 평화롭지 않습니다. 그러면, 어느 때에 평화일까요? 모든 전쟁무기를 없애서 낫과 쟁기로 바꾸고, 모든 핵무기를 없애면서 ‘지역 자가 발전’을 이루면 평화입니다.


  전쟁무기가 있는 곳에는 전쟁이 있습니다. 전쟁무기가 없는 곳에는 전쟁이 없습니다. 아주 마땅합니다. 자동차가 있는 곳에는 자동차가 달립니다. 자동차가 없는 곳에는 자동차가 안 달립니다. 아주 마땅해요. 꽃이 있는 곳에 꽃이 피고, 숲이 있는 곳에 푸른 바람이 붑니다. 그럼요. 아주 마땅하다 마다요.


  지구별에서 우리가 사이좋게 어깨동무를 하는 길이란 무엇일까요? 천 쪽이나 만 쪽에 이르는 두툼한 인문책을 쓰거나 논문을 쓰면 이 길을 밝힐까요? 아닙니다. 인문책으로는 십만 쪽이나 백만 쪽을 써도 못 밝힙니다. 그러나, 그림책으로는 오직 한 줄로도 지구별 평화를 밝힙니다. 내 몸을 사랑하고 내 이웃과 동무 몸을 사랑하며 서로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이 되자, 하는 한 마디면 지구별 평화를 밝힙니다. 더욱이, 그림책 《손, 손, 내 손은》은 우리가 함께 지키고 가꿀 ‘인권’을 살며시 밝힙니다. 모든 나라 모든 겨레 모든 인종은 하나입니다. 모두 사랑스럽고 모두 아름답습니다. 모두 착하고 모두 참답습니다.


  어른이기에 어린이책을 더 읽을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어린이 마음을 헤아리고 어린이와 함께 즐겁게 가꿀 삶터를 그리도록 도우니, 어른이라면 어린이책을 읽을 만합니다. 어른으로 살기에 어린이책을 더 신나게 읽을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어린이를 사랑하고 아낄 때에 우리 삶자락을 사랑스레 돌보는 길을 여는 슬기를 얻을 테니 어른이라면 어린이책을 읽어야지 싶습니다.


  어린이책은 어린이부터 읽는 책입니다. 청소년책은 청소년부터 읽는 책입니다. 동시는 어린이도 알아듣고 즐길 수 있는 아름다운 시입니다. 청소년 시는 청소년도 가슴으로 느끼면서 기쁘게 나눌 수 있는 시입니다.


  우리 어른들이 어린이와 함께 누릴 만한 시를 짓고 글을 쓴다면 아주 아름다우리라 생각합니다. 아이를 낳은 어버이로 살든 아이를 낳지 않고 혼자 살든, 저마다 제 보금자리에서 사랑을 길어올리는 이야기를 따사롭고 넉넉하게 지을 수 있으면 아주 아름다우리라 생각합니다. 4347.10.10.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푸른 책과 함께 살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산들보라 누나 그림 구경하기



  누나가 평상에 앉아서 그림을 그린다. 산들보라는 누나 앞에 척 서서 그림을 구경한다. “누나 그림 그려?” “응.” “누나 그림 잘 그려?” “응.” “보라 그림 못 그려.” “아니야. 너도 잘 그린다고 생각하면 잘 그릴 수 있어.” “그래?” “응. 아버지가 그랬어.” 그림을 그리고 그림을 구경하면서 둘은 조곤조곤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4347.10.10.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나카야 미와 님이 들려주는 ‘도토리 마을’ 그림책 가운데 《도토리 마을의 유치원》을 읽는다. 숲에서 살아가는 도토리가 마을을 이루어 지내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숲속 도토리 마을인 만큼, 도토리 유치원은 ‘숲 유치원’이다. 도토리 마을 숲 유치원은 ‘사람 마을 숲 유치원’하고 얼거리가 비슷하다. 숲에서 놀고, 숲에서 어울리며, 숲에서 하루를 누린다. 도토리뿐 아니라 모든 아이들이 이처럼 숲에서 태어나 숲에서 자라고 숲에서 놀 수 있으면 얼마나 아름다울까. 우리 삶터가 모두 푸르게 우거진 숲이 되어 서로 아끼고 사랑할 수 있으면 얼마나 멋질까. 아름다운 마을에는 군인이나 경찰이 없다. 아름다운 삶터에는 전쟁도 경쟁도 없다. 아름다운 지구별에는 쓰레기나 거짓이 없다. 그림책에서만 환하게 눈부신 마을이 아닌, 우리 둘레 어디에서나 마주할 수 있는 즐거운 마을이 될 수 있기를 빈다. 4347.10.10.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한 줄 책읽기)


1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도토리 마을의 유치원
나카야 미와 글.그림, 김난주 옮김 / 웅진주니어 / 2014년 9월
12,000원 → 10,800원(10%할인) / 마일리지 600원(5% 적립)
양탄자배송
4월 20일 (월) 아침 7시 출근전 배송
2014년 10월 10일에 저장



1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아이 그림 읽기

2014.10.9. 큰아이―물감그림 넷



  물감 연장을 챙겨서 평상에 앉는다. 손수 물을 풀고 물감을 묻혀서 하얀 종이에 척척 그림을 그린다. 오늘은 놀이순이가 신나게 뛰노는 모습을 맨 먼저 그린다. 놀이순이 둘레에 고양이가 함께 뛰논다. 다음으로 네 식구를 그리고, 셋째 그림은 그리다가 만다. 넷째 그림을 파란 빛깔이 보드라운 그림이다. 네 식구는 네 가지 빛깔을 바탕으로 다르게 그렸다면, 넷째 그림은 파란 빛깔로만 그리면서 새로운 느낌이 짙다. 곱구나.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사진순이 7. 피리 부는 사진순이 (2014.9.30.)



  사진순이로 놀려던 아이가 문득 피리를 쥔다. 동생이 바이올린을 켜다가 피리를 불기 때문이다. 사진순이는 “나도! 나도!” 하면서 제 피리를 찾아서 손에 쥔다. 사진기는 털실로 꿰어 목에 걸었다. 사진순이와 피리순이가 하나로 된다. 이제 피리를 다 불고 나면 노래순이와 춤순이로 거듭나겠지.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