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락물결 사이에 억새



  나락이 물결을 친다. 한겨레가 퍽 먼 옛날부터 먹던 나락이 물결을 친다. 억새도 언제나 나락물결 사이에서 함께 춤을 추었겠지. 단단하고 굵은 억새 줄기는 지붕도 되고 바구니도 되었을 테니까. 오늘날은 나락 유전자를 건드려서 키 작은 나락밖에 안 보이지만, 지난날에는 나락도 키가 크고 줄기가 굵었다. 억새만큼 크지는 않았어도 억새 못지않게 나락물결도 높다란 키를 뽐내면서 훨씬 곱게 출렁거렸으리라 느낀다. 그렇잖은가. 오직 낫으로 나락을 베던 지난날에는 논에서 서걱서걱 볏포기를 베면 낫질하는 사람을 볼 수 없었다. 높다라니 자란 나락물결에 폭 잠겨서 볏포기 베는 소리만 들었다. 4347.10.11.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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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흥 군내버스 018. 오고 가는 가을길



  면소재지에서 우리 마을 쪽으로 가는 군내버스를 본다. 저녁 다섯 시로구나. 누런 가을들을 달리는 군내버스가 예뻐 보인다. 사진 한 장 찍고 사진기를 내리려는데 맞은편에서 달리는 군내버스를 본다. 아, 다섯 시이니까 군내버스 서로 겹치는 때였네. 다시 사진기를 들어 면소재지 쪽으로 가는 군내버스를 찍는다. 오고 가는 군내버스를 만난다. 두 버스가 더 가까이 만나는 모습이었으면 한결 예뻤을는지 모르는데, 오늘 나는 이곳에서 못 보았지만 다른 날에는 둘이 가을들 한복판에서 스쳐 지나가면서 방긋방긋 인사를 나누리라.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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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순이 43. 피를 가리키며 (2014.10.6.)



  누렇게 익은 들판에 바람 따라 흐르는 물결을 보라고 했더니, 자전거순이는 누런 물결이 아닌 피를 가리킨다. “여기에 얘는 뭐야?” 하고 묻는다. 그 아이는 피네. 똑같은 나락만 가득 있는 논에 군데군데 돋은 피가 아이 눈에 한결 도드라질까. 논 둘레에는 피뿐 아니라 여뀌도 있고 유채도 있다. 여러 가지 풀이 논에서도 씩씩하게 돋는다. 자전거순이는 자전거마실을 하면서 여러 가지 풀을 함께 본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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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쪽지 2014.10.6.

 : 가을들 샛노랗게 물들어



- 여름에는 비가 자주 오더니 가을로 접어든 뒤로는 빗방울이 거의 안 듣는다. 들마다 나락이 알알이 여문다. 나락 익는 내음이 마을마다 퍼진다. 일찍 심은 나락은 일찍 베고, 조금 늦게 심은 나락은 햇볕을 더 머금으면서 샛노랗게 빛난다. 이 가을은 볕이 좋고 바람이 상큼하니, 아이들과 자전거마실을 하기에 아주 좋다.


- 누렇게 물결치는 들판 한복판을 달린다. 들빛과 하늘빛을 함께 본다. 아이들더러 들과 하늘을 보러고 얘기하는데, 샛자전거에 앉은 큰아이는 새롭게 흔들리는 이를 만지면서 더 흔드느라 바쁘다. 그래, 너한테는 흔들리는 이를 더 흔들어 빼는 일이 훨씬 대수롭겠구나.


- 천천히 달린다. 천천히 바라본다. 가을에 맞이하는 시골내음을 마신다. 저녁 군내버스가 지나간다. 이제 군내버스는 누런 물결을 가르면서 온 마을을 구비구비 돌겠네.


(최종규 . 2014 - 시골에서 자전거와 함께 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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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를 마친 아이들



  공차기와 공던지기를 실컷 한 아이들이 땀을 식히면서 평상에 눕는다. 누나가 먼저 눕는다. 동생이 누나 옆으로 달라붙어 함께 눕는다. 둘은 평상에서 조잘조잘 떠들면서 땀을 식히고 하늘바라기를 한다. 바람이 상큼하게 분다. 4347.10.10.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놀이하는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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