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그림 읽기

2014.10.10. 큰아이―날마다 선물순이



  큰 그림종이를 작게 오린다. 가위질을 하고 싶었네. 작게 오린 종이에 글을 넣거나 그림을 넣는다. 그림놀이를 하고 싶었네. 알록달록 조그마한 그림이 태어난다. 아기자기한 글쪽이 태어난다. 그림순이는 “사랑해요”라는 말을 참 자주 쓴다. 아니, 늘 쓴다. 이 아이들이 어릴 적부터 이 낱말을 어머니와 아버지가 언제나 들려주었으니, 아이로서도 다른 어느 낱말보다 이 낱말을 일찌감치 익혀서 언제나 또박또박 쓸 수 있지 싶다. 내가 어버이로서 아이한테 물려주는 사랑을 아이는 언제나 고운 그림으로 다시 돌려준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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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름벼리야 꼭 숨기면서 그려야겠니



  그림순이가 그림을 그리다가 곧잘 숨긴다. 문득 생각해 보니, 큰아이더러 ‘만화책에서 본 그림을 똑같이 베껴서 그리지는 말자’ 하고 얘기한 적이 있다. 아마, 그림순이는 만화책에 본 그림을 똑같이 베껴서 그릴 적에 숨기는구나 싶다. 그렇지만, 너는 다 그리고 나서 방바닥이나 마룻바닥에 그대로 펼쳐 놓잖니. 나중에 다 보이는걸. 너는 네 그림을 그릴 때에 가장 아름답단다. 다른 사람이 그린 그림을 굳이 따라서 그릴 까닭은 없어. 그러나, 네 그림을 그리는 길에 네 마음에 드는 그림을 살짝 따라 그릴 수 있겠지. 어느 모로 본다면, 우리가 나무나 꽃을 그림을 그릴 적이든, 만화책에 나오는 그림을 그릴 적이든, 똑같이 우리 마음이 우러나오면서 그리는 그림이 되겠구나. 4347.10.11.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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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들보라야 밥 먹자



  밥을 차린다. 밥과 국을 올린다. 아이들을 부른다. 두 아이는 배고프면서도 노느라 바쁘다. “갈게요!” 하고 외친 뒤에도 한참 동안 마루에 앉아서 논다. 수저도 안 놓고 그저 놀기만 한다. 나는 밥상맡에 앉아서 아이들을 기다린다. 이 예쁜 아이들이 얼른 밥상맡으로 달려오기를 기다린다. 4347.10.11.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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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밥 먹자 100. 2014.10.10. 만두 말고 부침개



  곁님이 손만두를 먹고 싶다 말한다. 뱃속에 셋째가 있고 없고를 떠나, 손만두를 노래한 지 꽤 되었는데, 아직 집에서 손만두를 할 생각을 하지 않았다고 깨닫는다. 이래서야 우리 아이들이 ‘만두는 처음부터 집에서 빚어서 먹는 밥’인 줄 모르겠구나 싶다. 머릿속으로 가만히 헤아린다. 우리 집에 만두 빚을 때에 쓸 여러 가지가 얼마나 되는가 돌아본 뒤, 두 아이를 자전거에 태워 면소재지 가게에 다녀온다. 이튿날 아침, 만두를 빚을까 하고 생각하면서 만두속을 먼저 만든다. 밥을 끓이고, 미리 불린 미역을 살살 볶은 뒤 끓이면서, 콩나물을 삶은 뒤 이 뜨거운 물에 당면과 고기를 살짝 익힌다. 미역국이 살살 끓을 무렵 버섯과 두부를 넣어 살짝 익혀 둔다. 당근을 잘게 썬다. 고구마도 잘게 썬다. 깻잎과 시금치를 잘게 썬다. 간장으로만 간을 내자 하면서 달걀을 다섯 알 푼다. 콩나물과 당면과 고기를 먼저 가위로 잘게 자른 뒤 당근과 고구마와 깻잎과 시금치 잘게 썬 것을 달걀을 풀어서 섞는다. 조금 섞은 뒤 버섯을 또 잘게 썰어서 섞고, 익힌 두부를 으깨어 함께 마저 섞는다. 자, 이제 만두껍질을 반죽해야겠네. 그런데, 두 아이가 배고프다고 칭얼거리는 소리를 듣는다. 어떻게 할까. 아이들한테는 밥과 국만 먼저 주고 만두는 나중에 마무리해서 줄까. 10초 남짓 망설인다. 이러다가 밀반죽을 해서 만두껍질 만들기는 다음으로 미루기로 한다. 다음에는 낮에 만두속을 미리 만든 뒤, 저녁에 밀반죽을 해서, 잠자리에 들기 앞서 만두를 빚고, 이튿날 아침에 먹는 얼거리로 해야겠다고 생각한다. 그러면, 이 만두속으로는 무엇을 하지? 불판을 달군 뒤 기름을 두른다. 조금씩 덩이를 덜어서 부친다. ‘만두속부침’이라고 할까. 접시에 수북하게 담길 만큼 부친다. ‘만두속부침’을 하는 냄새가 퍼지니, 칭얼거리던 두 아이가 조용하다. 자꾸 부엌을 드나들면서 군침을 삼키는 티가 난다. 만두속부침을 밥상 한복판에 놓고는, 오이를 썰어 접시에 담고, 양배추를 잘게 썰어 접시에 담으며, 깻잎과 시금치를 알맞게 썰어 다른 접시에 담는다. 두부 반 모는 뜨거운 미역국에 넣어 따뜻하게 한 뒤 접시에 담는다. 자, 오늘은 이대로 맛있게 먹자.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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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4-10-12 10:59   좋아요 0 | URL
저도 손만두 좋아하는데..흑흑,
어렸을 때, 엄마가 데친 배추 잘게 썰어 만들어주신 만두도
부추 많이 넣은, 담백한 부추만두도 먹고 싶네요.
저도 일간, 만두 한번 만들어야겠어요~
나중에 손만두 사진도, 꽃밥상도~ 보여주세욤~*^^*

파란놀 2014-10-12 12:32   좋아요 0 | URL
다음에 제대로 잘 해 보아야겠다고 생각해요~
아이들이 물려받을 맛을
차근차근 가다듬어야지요~ 고맙습니다 ^^
 

‘홀로코스트 상업화’?



  ‘홀로코스트 상업화’를 말하는 사람이 있어 깜짝 놀란다. 그러나 이런 말을 하는 사람이 들려주려는 이야기를 살피니 고개를 끄덕일 만하다. 얕은 생각으로 ‘홀로코스트 상업화’를 들먹이기 때문이다. 전쟁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고, 평화가 무엇인지 생각하지 못하는 사람이기에, ‘홀로코스트 상업화’를 말할밖에 없다.


  ‘홀로코스트’란 무엇인가? 몇 사람이 죽었는가? ‘유대인이 겪은 아픔’만을 되풀이해서 말하는 문학이나 영화일까? 아니다. 전쟁 때문에 겪은 끔찍한 아픔을 들려주려는 문학이고 영화이다. 제국주의와 파시즘과 전쟁선동과 국가주의 따위로 똘똘 뭉친 사람들이 이웃을 짓밟거나 죽였다. 이 때문에 수백만에 이르는 목숨이 사라졌고, 수천만에 이르는 ‘생채기 입은 이웃’이 생겼다.


  죽은 수백만에 이르는 사람들 이야기가 모두 문학이나 영화로 나오지 않았다. 무슨 소리인가 하면, 앞으로도 ‘홀로코스트’와 얽힌 문학이나 영화는 더 나온다는 뜻이다.


  일제강점기에 겪은 숱한 아픔과 생채기를 놓고 꾸준하게 문학이나 영화가 나온다. 미국과 한국이 베트남에서 저지른 끔찍한 짓을 놓고 문학이나 영화가 틈틈이 나온다. 오늘날 중국이 티벳에서 저지르는 끔찍한 짓을 놓고 책과 다큐사진이 꾸준히 나온다. 새마을운동과 유신독재를 앞세워 한국 사회를 끔찍하게 짓밟은 박정희를 나무라는 문학과 영화가 꾸준히 나온다. 이명박이 저지른 잘잘못과 세월호 사고를 놓고 여러 가지 문학과 책이 꾸준히 나온다. 이러한 문학이나 영화는 어느 한 가지도 ‘상업주의’가 아니다. 아프기 때문에 ‘말을 털어놓’는다. 슬프기 때문에 ‘눈물과 함께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죽은 사람을 앞에 놓고서 ‘상업화’를 들먹이는 지식인은 어떤 마음일까. 이녁한테는 ‘죽은 이웃’이 없을까. 먼 나라에서 아프거나 슬픈 이웃은 아랑곳할 까닭이 없는 셈일까. 4347.10.11.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책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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