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리빵 1
토리노 난코 지음, 이혁진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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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 즐겨읽기 400



나무 한 그루와 새

― 토리빵 1

 토리노 난코 글·그림

 이혁진 옮김

 AK커뮤니케이션즈 펴냄, 2011.2.10.



  아침에 일어나서 뒤꼍 감나무를 살핍니다. 박새 한 마리 살포시 내려앉아서 이리저리 가지를 건너뜁니다. 작은 박새는 이쪽저쪽으로 날렵하게 옮겨 앉습니다. 감을 쪼아먹으려나, 애벌레를 찾으려나. 새빨갛게 익은 우리 집 감알은 건드리지 않고, 이리저리 건너다니며 놀다가 뽀로롱 다른 곳으로 날아갑니다.


  한참 박새를 올려다보다가 집으로 돌아갑니다. 감알을 하나 딸까 하다가 어제 딴 감알이 남았다고 떠오릅니다. 아이들도 곁님도 우리 집에서 딴 감알을 그 어느 감알보다 맛나게 먹습니다. 오늘은 어제 딴 감알을 먹고, 이튿날 새 감알을 따서 먹자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감알은 내가 손수 딸 수 있지만, 감에서 톡 떨어지기도 합니다. 우리 집에서 자라는 나무는 나뭇줄기 둘레로 풀밭이면서 가랑잎밭입니다. 풀을 따로 베거나 뽑지 않아서 땅바닥이 폭신합니다. 그래서 감나무에서 감알이 툭툭 떨어져도 풀바닥에서 감알이 터지지 않아요. 새빨갛게 잘 익은 감도 모양이 반듯합니다.


  아침저녁으로 감나무 둘레를 살피면서 그새 떨어진 감알이 있는가 살핍니다. 모과나무 둘레에서도 모과알이 떨어졌는지 살핍니다. 사다리나 장대를 쓸까 싶다가 그만두었는데, 감알은 스스로 익어서 알맞게 떨어집니다. 때때로 바람이 불어 고맙게 손길을 덥니다.





- ‘여름에는 정원석의 작은 홈에 언제나 물을 채워 둔다. 참새들의 물놀이터가 되기 때문이다. 더 큰 접시에 물을 채워 놓아도 사용하지 않는다. 저 정도가 참새에겐 딱 맞는 크기인 것 같다.’ (8쪽)

- ‘우리 동네 주택가 뒤편에는 반짝이는 은색 잎이 나고 빨간 열매가 맺히는 멋진 덤불이 있다. 이곳은 작은 새들의 주택가가 됐다.’ (10쪽)



  낮에 마당에서 이불과 깔개를 텁니다. 대문 위로 드리운 전깃줄에 통통한 새가 앉습니다. 까치도 까마귀도 아닌 저 새는 어떤 새일까 헤아려 봅니다. 직박구리일까, 뻐꾸기일까 갸웃갸웃하지만 잘 모르겠습니다. 통통한 배만 아래에서 올려다보니 좀처럼 모르겠습니다.


  볕이 좋은 날 이불을 말리거나 털면, 이런 새 저런 새가 전깃줄에 앉아서 우리 집을 들여다보곤 합니다. 새한테는 이불이 없을 테니 재미난 구경거리일 수 있습니다. 이불 터는 사람이 전깃줄에 앉은 새를 해코지할 일도 없을 테니 서로 모여 앉아 재재거리며 구경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나는 이불을 털면서 새를 올려다봅니다. 저 새들은 어떤 몸짓으로 춤을 추면서 노래를 하는가 하고 살펴봅니다. 새는 그저 저희끼리 이야기를 나눌는지 모르는데, 나는 새들이 우리 집 둘레에서 노래를 베푼다고 여깁니다.




- ‘햄 3장으로 살아났으니 이름은 햄코. 햄코는 추위로 약해져 있는 것 같았다. 따뜻해지니까 조는 모습은 사람이나 새나 비슷하구나.’ (25쪽)

- ‘따뜻해질수록 입맛이 까다로워지는 새들이지만, 겨울에는 말 그대로 필사적으로 먹는다. 그 작은 몸의 얼마 안 되는 털로 영하의 기온을 버텼다고 생각하면.’ (29쪽)



  아이들과 대나무밭에서 대나무를 베는데, 큰아이가 깃털을 하나 줍더니 보여줍니다. 어느 새 깃털이었을까요. 깃털 크기로 보건대 아주 작은 새 깃털 같았어요. 아마 대나무밭 사이사이 난 찔레알을 먹으려고 찾아왔을 수 있어요.


  지지난해에는 제비 깃털을 몇 얻었어요. 제비를 잡아서 뽑는다든지, 제비집에서 줍지는 않았습니다. 자동차에 치여 죽은 제비를 풀밭으로 옮기면서 깃털이 셋 빠져서, 이 깃털을 건사했어요.


  지지난해에는 제비를 처음으로 손에 안기도 했습니다. 사람 손을 섣불리 타면 안 되는 줄 알지만, 막 날갯짓을 익히려던 어린 제비가 그만 구석진 데에 빠져서 헤어나지 못하기에 살살 달래서 손으로 안아서 올려 주었습니다.


  처마 밑에서 바라볼 적에도 어미이든 새끼이든 참으로 작은 줄 알기는 했지만, 손으로 안으니 그야말로 작아요. 어미 제비가 낳은 알이 한 번 깨진 적 있어서 제비알을 본 적도 있는데, 제비알은 메추리알과 대면 반토막보다 훨씬 작아요. 아이들 새끼손톱만 한 크기인 제비알이에요.





- ‘늦봄에서 여름이 끝날 때까지 창문을 열고 밤공기를 맞으며 자는 것을 좋아한다. 한밤중 두견새와 물총새의 울음소리를 듣고 새벽녘 산비둘기와 뻐꾸기 울음소리를 듣는데, 차가운 풀냄새가 들어올 때쯤, 나는 이런 꿈을 꾸고 있다.’ (54쪽)

- ‘아침부터 함석지붕 위를 초등학생들이 뛰어다니고 있는 것 같은 이 소리는 까마귀의 짓이다. 작게 두드리는 소리는 참새. 종종걸음으로 뛰어다니는 녀석, 누군지 확실치 않음.’ (67쪽)



  토리노 난코 님이 빚은 만화책 《토리빵》(AK커뮤니케이션즈,2011) 첫째 권을 한참 읽었습니다. 우리 집 일곱 살 큰아이도 함께 읽습니다. 시골마을 조그마한 집에서 늘 만나는 여러 새를 떠올리면서 읽습니다. 우리 집은 굳이 새한테 먹이를 주지 않습니다만, 새한테 먹이를 챙기려는 마음을 알 만합니다. 얼마나 사랑스러운데요. 얼마나 즐겁고 환한데요.




- ‘어느새 벌레 울음소리가 이렇게 많아졌다. 밤의 그림자는 희미하고 길다.’ (94쪽)

- ‘별의 반짝임을 보는 건, 지구를 둘러싼 바람을 보는 것이기도 하구나.’ (98쪽)

- ‘재작년에 이 근처에서 가장 큰 나무를 베어냈다. 오래된 나무라 위험하기 때문이라는 것 같다. 나무가 사라진 하늘은 왠지 처량해 보였다. 그해 겨울에는 폰짱도 쇠딱따구리도 오지 않았다. 참새조차 여기까지 한 번에 날아오는 게 아니라, 여기저기 중계점을 거쳐서 온다.’ (125쪽)



  우리 집에 풀밭을 이루어 풀벌레와 애벌레를 키우는 일도 어느 모로 본다면 새를 부르는 일입니다. 우리 집 나무 열매를 많이 남기는 일도 어느 모로 살피면 새를 맞이하려는 일입니다.


  나무 한 그루가 있어 새가 깃듭니다. 새는 아주 조금만 먹어도 배가 찹니다. 새는 나무에 둥지를 틀거나 이냥저냥 풀숲에 살며시 내려앉아 새근새근 잡니다. 때로는 나뭇가지를 단단히 붙잡고 잠들어요.


  사람과 새는 오랜 나날 가까운 벗으로 지냈습니다. 새와 사람은 오래도록 살가운 이웃으로 살았습니다. 이러다가 고작 쉰 해도 안 된 요즈막에 사람들 스스로 새를 그악스럽게 괴롭힙니다. 새가 살 만한 오래된 나무를 뭉텅뭉텅 베지요. 도시에서는 나무가 좀 자랐다 싶을 무렵 동네 재개발을 한다면서 와장창 무너뜨리지요.


  도시에서는 사람들이 고향이 없다고 할 텐데, 도시에서는 새 또한 고향이 없다고 할 터입니다. 새가 깃들 만한 데가 없으니까요.


  고향을 잊거나 잃은 사람은 즐거움이나 사랑과 차츰 멀어지고, 즐거움이나 사랑과 차츰 멀어지는 사람은 이웃을 아끼는 마음이 천천히 옅어집니다. 나무 한 그루가 사라질 때마다 사람들은 메마르면서 쓸쓸한 마음으로 나아갑니다. 4347.10.18.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에서 만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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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 노래는 마음으로 부른다. 마음이 없으면 노래를 부르지 못한다. 마음이 없이 노래를 부르려 한다면, 부르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 모두 고단하거나 괴롭다. 그러니, 얕은 마음으로 노래를 부르면 얕은 기운이 둘레에 퍼진다. 깊은 마음으로 노래를 부르면 깊은 기운이 둘레로 퍼진다. 사랑스러운 마음으로 노래를 부르면 사랑이 퍼질 테고, 미움이나 슬픔으로 노래를 부르면 미움이나 슬픔이 둘레에 퍼진다. 마리모 라가와 님 만화책 《순백의 소리》 일곱째 권을 읽는다. 샤미센을 켜는 사람에 따라 노랫결이 달라진다. ‘연주 경연’에 매기는 점수는 대수롭지 않다. 연주에 어떤 마음을 실어서 함께 나누려 하느냐를 볼 뿐이다. 빼어난 손놀림을 보여주면서 1등을 거머쥔다고 아름다운 노래가 될까? 아니다. 아름다운 노래는 손놀림이나 입놀림이나 몸놀림으로 빚지 못한다. 아름다운 노래는 오직 아름다운 마음으로만 들려줄 수 있다. 4347.10.18.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한 줄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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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백의 소리 7
라가와 마리모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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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구나 스스로 살아가고 싶은 대로 산다. 좋은 삶과 나쁜 삶은 따로 없다. 스스로 짓는 대로 살아가는 나날이기에, 스스로 지은 삶을 어떻게 바라보면서 어떻게 느끼느냐에 따라, 날마다 새로운 모습이 될 수 있지만, 언제나 똑같은 틀에 사로잡힐 수 있다. 어느 쪽으로 갈는지 누구도 모른다. 이쪽으로 간다면 이 사람을 만난다는 뜻이고, 저쪽으로 간다면 저 사람을 만난다는 뜻이다. 타카하시 루미코 님 만화책 《경계의 린네》 열넷째 권을 읽으며 곰곰이 생각해 본다. 이러한 삶을 지은 사람과 저러한 삶을 지은 사람은 저마다 어떤 마음일는지 생각해 본다. 오늘 하루가 재미있을까? 오늘 하루뿐 아니라 어제도 모레도 그저 재미없다고 여길까? 왜 재미있고 왜 재미없을까? 라면 한 그릇을 먹어도 웃는 사람이 있으나, 요리사가 차린 밥상을 앞에 놓고도 웃지 않는 사람이 있다. 4347.10.18.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한 줄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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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의 린네 14
다카하시 루미코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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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에 반가운 갈퀴덩굴 아이들



  해마다 이월 첫무렵에 만나서 싱그러운 봄나물이 되어 주는 갈퀴덩굴이다. 얼마나 반가우면서 이쁜지 모른다. 추위가 꽤 모진 이월에 우리 집 밥상을 푸르게 밝히는 갈퀴덩굴은 ‘이제부터 봄이니 기지개를 켜고 힘차게 새해를 누려요’ 하고 방긋방긋 웃는구나 싶다.


  이 귀엽고 어여쁜 갈퀴덩굴 아이들을 시월 한복판에 만난다. 두근두근 설렌다. 이월뿐 아니라 시월에도 우리를 먹여살리는구나. 이월에도 시월에도 이 귀여운 아이들은 우리한테 곱다시 노래하면서 찾아오는구나.


  조그마한 잎사귀를 내미는 갈퀴덩굴 둘레에는 툭툭 떨어진 가랑잎과 가을 첫머리까지 말라죽은 여러 가지 풀줄기와 풀잎이 어우러진다. 하나는 흙으로 돌아가면서 새 흙이 되고, 하나는 흙에서 깨어나며 새로운 숨결이 된다. 4347.10.18.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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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봄까지꽃 만나기



  추위가 가시면서 따순 볕이 들 적에 거의 맨 처음으로 돋는 풀이 ‘봄까지꽃’이다. 이 아이 곁에서 코딱지나물꽃이랑 별꽃이 함께 돋는다. 냉이와 씀바귀도 뒤를 잇고, 꽃다지와 꽃마리가 나란히 고개를 내민다. 이른바 봄꽃잔치인데, 이 귀여운 아이들은 가을날에도 한 차례 돋곤 한다. 왜냐하면, 가을은 겨울 문턱인 터라 새벽과 밤에는 퍽 쌀쌀하다. 아침에 해가 돋으면서 썰렁한 기운이 차츰 가시면서 낮에는 볕이 꽤 뜨겁다. 겨울이 끝나고 찾아오는 봄이 이런 날씨인 터라, 가을에도 봄풀이 돋는다.


  겨울이 지나고 봄에 처음 돋는 풀은 추위에 잎 끝자락에 조금 누런 기운이 돌곤 한다. 이와 달리 가을이 깊으면서 겨울을 앞둔 무렵에 돋는 풀은 추위보다는 따순 기운이 아직 더 많기 때문인지, 아니면 따순 기운을 듬뿍 머금은 흙에서 씨앗이 터지면서 돋기 때문인지, 잎 끝자락에 누런 기운이 하나도 없다. 온통 푸른 빛깔 잎사귀를 내놓는다.


  가을풀을 뜯어서 먹으면 봄풀보다 한결 보드라우면서 싱싱하구나 싶다. 추운 고장에서는 가을풀을 만나거나 먹기 힘들 테지만, 따스한 고장에서는 겨울을 앞두고 새삼스레 맛난 나물을 얻는구나 싶다.


  가을 봄까지꽃은 한창 잎사귀를 이쁘장하게 내놓는다. 며칠 뒤에 꽃송이가 올라올까. 십일월에 꽃봉오리를 터뜨릴까. 날마다 찬찬히 지켜보아야겠다. 4347.10.18.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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