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래도



  아무래도 그냥 바깥마실을 할 수 없어서, 아침에 부랴부랴 이것저것 꾸린다. 아무래도 나로서는 바깥일도 바깥일이지만, 집일에 마음을 함께 쓰고 싶은 터라, 빠듯하게 나가서 군내버스를 타야 하지만, 이웃마을까지 달려서 가기로 하고, 신나게 아침을 차린다. 이제 다 끝냈으니 얼른 달려가자. 4347.10.19.해.ㅎㄲㅅㄱ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찻삯만 들고 부산마실



  2014년에도 어김없이 부산 보수동에서 ‘책방골목 책잔치’를 연다. 첫 해부터 지난해까지 해마다 ‘사진잔치’를 보수동에서 했다. 올해에는 ‘사진을 만들 돈’이 그야말로 한푼도 없어 처음으로 사진잔치를 거른다. 둘레에서 돈을 빌려 사진잔치를 할까 싶기도 했으나 그만둔다. 보수동 책방골목에서 벌이는 책잔치도 어느 만큼 자리를 잡았으니, 굳이 빚을 지면서 ‘보수동 책방골목 사진’을 만들지는 말자는 생각이 든다.


  올해부터는 굳이 가지 말자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 그렇다고 안 가자니 여러모로 서운하다. 무엇보다 나 스스로 하고픈 일이 한 가지 있기 때문에 어떻게든 보수동에 갈 찻삯만큼은 마련하자고 생각한다. 그래서 참말 찻삯은 이럭저럭 여러 가지 바깥일을 해서 벌었다. 다만, 보수동에 가더라도 책을 살 돈은 없다.


  애써 책방골목까지 가는데 책 살 돈이 없으면 너무 허전할까. 새벽바람으로 고흥을 떠나 순천을 거쳐 부산으로 가는 길에, 누군가 아름다운 손길을 뻗어 나한테 ‘책 살 돈’을 살포시 선물로 흩뿌려 줄까. 십이월 이십오일에 찾아오는 산타클로스가 아닌 시월 가을 한복판에 찾아오는 산타클로스가 되어.


  곁님과 아이들 먹을 밥은 지었다. 이제 나물무침 하나를 뚝딱 썰어서 하자. 그러고는 짐을 꾸려 길을 나서자. 아이들이 오늘도 새벽 일찍 일어난다면 아이들한테 인사를 하고 길을 나서야지. 4347.10.19.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손으로 인형 만드는 마음



  곁님이 손뜨개로 인형을 짓습니다. 여러 해 만입니다. 여러 해 앞서 손으로 지은 인형은 천을 기우고 솜을 채운 인형이었고, 올해에 짓는 인형은 처음부터 실로 모양을 잡아서 뜬 다음 솜을 채우는 인형입니다.


  실을 한 땀 두 땀 엮어서 짓는 인형은 실이 퍽 많이 듭니다. 뜨개를 마치고 빨래를 한 뒤 빨랫줄에 널 때에, 빨랫줄이 출렁합니다. 물을 먹은 뜨개인형은 퍽 무겁습니다.


  온누리 인형이 어떻게 태어났을까 가만히 헤아립니다. 처음 인형을 지은 사람은 어떤 마음이었을까 하고 헤아립니다. 먼먼 옛날 인형을 한 올 두 올 떠서 아이한테 선물한 사람은 어떤 사랑이었을까 하고 곰곰이 그립니다.


  예나 이제나 손뜨개 인형을 선물받는 아이들은 신납니다. 기쁨을 환하게 드러내면서 활짝 웃습니다. 곁님이 빨랫줄에 넌 손뜨개 인형(아직 솜을 안 채운)이 볕을 잘 받도록 이리저리 빨랫줄 자리를 옮길 적에, 두 아이가 마당으로 쪼르르 달려나오더니, 빨래집게를 하나씩 척척 떼어서 아버지한테 건넵니다. “자요!”


  바느질은 하지 못하고, 아버지만큼 키가 자라지 못해 빨랫줄에서 옆으로 옮기지 못하지만, 손이 닿는 데에 있는 빨래집게는 떼어서 건넬 수 있습니다. 그래, 너희도 이 손뜨개 인형을 짓는 길에 한몫 하는구나. 해님이 우리 모두한테 아주 고운 숨결을 나누어 줄 테니, 저녁나절에 어머니하고 인형에 솜을 채워서 예쁘게 놀자. 4347.10.19.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삶과 마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코뿔소 한 마리 싸게 사세요! 생각하는 숲 5
셸 실버스타인 지음, 지혜연 옮김 / 시공주니어 / 2001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445



생각하며 자라는 어린이

― 코뿔소 한 마리 싸게 사세요

 쉘 실버스타인 글·그림

 지혜연 옮김

 시공주니어 펴냄, 2001.1.30.



  아이들은 언제나 무엇이든 스스로 지으면서 놉니다. 어떤 아이라도 마음으로 온갖 이야기를 스스로 지으면서 놉니다. 아무것도 짓지 못하는 아이가 있다면, 이 아이는 어버이한테 무엇인가 얽매였거나, 집 둘레에서 이 아이를 억누르는 무엇이 있다는 뜻입니다.


  아이는 나뭇가지 하나로 무엇이든 짓습니다. 아이는 손가락 하나를 놀리면서 무엇이든 짓습니다. 아이는 말 한 마디로 무엇이든 짓습니다.


  그러니까, 아이를 낳아 돌보는 어른이라면 아이들이 생각힘을 키우도록 북돋울 수 있어야 합니다. 아이를 보살피거나 가르치려는 어른이라면 아이들이 씩씩하게 생각하고 사랑하도록 이끌 수 있어야 합니다.



.. 코뿔소 한 마리 싸게 사지 않을래요? 싸게 파는 코뿔소가 한 마리 있어요. 팔랑이는 두 귀에 엉금엉금 걷는 네 발, 반갑다고 살랑대는 꼬리가 그만이에요 ..  (3쪽)





  생각하지 못하는 아이는 슬픕니다. 생각이 막힌 아이는 괴롭습니다. 생각을 열지 못하는 아이는 고단합니다.


  장난감을 많이 갖추어야 잘 놀지 않습니다. 즐거워야 잘 놉니다. 여러 학원을 뛰어야 잘 놀지 않습니다. 홀가분해야 잘 놉니다. 학교를 다녀야 동무를 사귀면서 잘 놀지 않습니다. 어버이부터 아이한테 사랑을 물려주어야 잘 놉니다.


  너무 많은 어른들은 아이한테 ‘사회를 알려준다’면서 학교에 넣습니다. 이는 참 잘못된 짓입니다. 우리가 있는 곳은 어느 곳이든 사회입니다. 도시이기에 사회가 아니고, 학교이기에 사회가 아닙니다. 우리가 사는 집은 어디나 사회입니다. 시골도 사회요 조그마한 마을도 사회입니다. 아이들은 언제나 사회에 있으니, ‘사회 때문에’ 아이를 학교에 넣는다고 여긴다면 큰 잘못입니다.



.. 아무런 잘못도 하지 않았는데 엄마가 때리려고 하면 코뿔소가 말려 줄 수도 있답니다 ..  (28쪽)





  아이를 학교에 넣을 생각이라면, 아이가 무엇을 배워야 하기 때문입니다. 학교는 배우러 가는 곳입니다. 사회를 겪으려고 가는 곳이 아닙니다. 어버이도 교사도 생각을 잘못하기 때문에 아이들이 학교에서 괴롭습니다. 왜냐하면, 학교에 온 아이들은 서로 아끼고 사랑하면서 즐겁게 노는 하루를 누려야 합니다. 즐겁게 놀면서 스스로 생각을 지을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 학교는 무슨 짓을 하는가요? 우리 사회에서 학교는 입시지옥과 시험공부 아니고는 아무것도 안 합니다. 학교에서 사랑을 가르치는 일이 없고, 학교에서 사랑을 나누거나 보여주는 일도 없습니다. 교사 가운데 학교에서 아이한테 참사랑을 들려주거나 알려주거나 보여주는 사람은 몇이나 있는지요? 교과서 수업이 아닌 사랑나눔을 헤아리는 어른은 몇이나 있는지요?



.. 고함을 쳐도 가만히 있어요. 아마 모두들 코뿔소에게 홀딱 반할 거예요 ..  (52∼54쪽)



  쉘 실버스타인 님이 빚은 그림책 《코뿔소 한 마리 싸게 사세요》(시공주니어,2001)를 읽습니다. 코뿔소를 왜 사야 하는지, 또는 왜 싸게 사야 하는지 알 턱이 없습니다. 그러나, 그냥 코뿔소이고 그냥 싸게 살 뿐입니다. 왜 그러느냐 하면, 그예 놀이이기 때문입니다. 놀이요 삶이며 웃음이고 노래이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은 놀고 싶습니다. 아이들은 저를 낳은 어버이를 비롯해서 둘레 어른들이 함께 놀기를 바랍니다. 돈벌이에 그만 매이고, 텔레비전은 제발 끄고, 책은 좀 덮고, 자가용에서는 부디 내려서, 아이들과 손을 맞잡고 춤을 추면서 놀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코뿔소를 싸게 사라고 살며시 말을 겁니다. 어른들은 그저 ‘돈으로 뭔가를 사’려는 생각뿐이고, 게다가 ‘돈도 많으면서 더 싸게 사’려는 마음뿐이니까요.


  이제, 모든 실마리를 풉니다. 어른들은 아이처럼 돈을 벌어서 쓸 노릇입니다. 어른들은 아이처럼 생각을 짓고 삶을 가꿀 노릇입니다. 어른들은 아이처럼 놀이하듯이 일을 할 노릇입니다.


  손을 뻗어서 나무를 쓰다듬어요. 손을 내밀어 풀잎을 어루만져요. 그리고, 이 손으로 아이들 볼을 살살 문지르다가 까르르 웃고 달려요. 4347.10.19.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림을 낳는 사진책



  사진책을 하나 읽다가 문득 그림이 떠오른다. 그래서 그림을 그린다. 그림을 다 그리고 보니, 사진이란 무엇인가를 놓고 그림으로 빚었구나 하고 느낀다. 그렇다. 사진이란 노래이다. 곱게 흐르는 결이 온누리를 따사로이 감돌면서 우리한테 찾아오는 노래가, 곧 사진이다.


  그러면 글과 그림은 무엇일까? 글과 그림도 노래일 테지. 영화나 책은 무엇일까? 영화나 책도 노래일 테지. 우리 삶은 무엇일까? 우리 삶도 노래일 테지.


  학교와 마을도 노래이다. 정치와 경제와 문화와 예술도 노래이다. 무엇이든 다 노래이다. 노래가 아니라면 어느 것이든 아무것도 되지 않는다. 노래일 때에 모든 것이 되고, 노래일 때에 싱그러운 숨결로 거듭난다.


  사진책을 가만히 되읽으면서 생각한다. 노래를 불러일으키지 않는다면 우리한테 어떤 책이 될는지 생각한다. 노래를 불러일으키지 못하는 사진이나 글이나 그림이나 책이라 한다면, 이러한 책이 여러모로 이름이 높거나 잘 팔린다고 할 적에 얼마나 뜻이 있을까 생각한다.


  예부터 어느 겨레 어느 나라에서든, 말은 늘 노래였다. 사람들이 주고받는 모든 말은 언제나 노래처럼 흘렀다. 새가 지저귀는 소리가 언제나 노래이듯, 사람이 주고받는 말도 언제나 노래였다. 그러나, 이제 사람들이 주고받는 말은 노래가 아니기 일쑤이다.


  노래가 아니라면 읊지 말아야 한다. 노래가 아니라면 노래가 되도록 가다듬어야 한다. 노래가 아닌 사진이나 책이라면 그예 덮으면 된다. 노래가 흐르는 사진이나 책일 때에 활짝 웃으면서 기쁘게 펼치면 된다. 4347.10.19.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책 언저리)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