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어디에서나 책읽기



  언제 어디에서나 책을 읽는다. 아이들 눈망울을 바라볼 적에도 책을 읽는다. 개미가 볼볼 기어가는 모습을 보면서도 책을 읽는다. 아이 눈망울을 바라보면서 삶을 읽고 사람을 읽으며 사랑을 읽는다. 개미가 볼볼 기어가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지구별을 읽고 숲을 읽으며 이웃을 읽는다.


  지구 환경을 다루는 책을 넘겨야 ‘책을 읽지’ 않는다. 스스로 하늘을 올려다보면서 지구를 읽고, 스스로 흙과 풀과 나무를 바라보거나 마주하거나 보살피면서 숲을 읽는다. 자기계발책을 읽어야 책읽기가 될까? 내 삶을 손수 가꾸거나 일구면서 하루하루 아름답게 누릴 적에는 책읽기가 안 될까?


  요리책을 읽어야 밥을 잘 짓지 않는다. 어떤 밥을 지으면 함께 맛나게 먹을 수 있을까 하고 생각하면서 온 사랑을 그득 담아 밥을 지을 때에 ‘밥을 잘 짓’고 ‘밥책을 읽는’ 셈이다. ‘역사 인문책’에도 역사가 있을 테지만,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 손과 이마에도 역사가 있다. 내 발과 몸뚱이에도 역사가 있다.


  온 하루에 걸쳐 책이 흐른다. 언제나 책이 감돈다. 너와 내가 일구는 삶에서 함께 어깨동무하는 사랑스러운 책이 태어난다. 4347.10.26.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삶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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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량한 말 바로잡기

 (1150) 최고 1


저 닭 이름은 비행기다. 최고로 잘 난다

《이영득-할머니 집에서》(보림,2006) 48쪽


 최고로 잘 난다

→ 억수로 잘 난다

→ 아주 잘 난다

→ 가장 잘 난다

→ 어느 닭보다도 잘 난다

 …



  이 보기글은 경상도 아이들이 주고받는 말이라고 합니다. 제가 어릴 적에 쓰던 말을 떠올려 봅니다. 저도 “최고로 무엇무엇이다” 하는 말을 썼는데, ‘최고’가 한자로 어떻게 쓰는지는 몰랐으나 ‘가장’ 어떠하다는 뜻인 줄 알기는 했습니다. 같은 뜻으로 ‘제일(第一)’이라는 말도 썼어요.


  한국말사전을 살피면, 한자말 ‘최고’는 세 가지 있습니다. 한글로만 써 놓으면 헷갈릴 텐데, 말뜻 그대로 “가장 오래된”과 “가장 높은”으로 다듬을 때가 더 낫지 싶어요. 때와 곳에 따라 ‘으뜸’과 ‘첫째’를 넣어 손볼 수 있고요. “세계 최고의 고산 도시”는 토씨 ‘-의’까지 붙이는데, “세계에서 가장 높은 도시”로 다듬으면 돼요.


  아이들도 흔히 쓰는 말이라면, ‘최고’이든 ‘제일’이든 얼마든지 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으뜸·가장·첫째’ 같은 한국말이 있으니, 이런 말을 아이들이 어릴 적부터 배워서 쓸 수 있으면 한결 나으리라 생각해요. 또한, ‘억수’라는 말이 있어요. 도시사람은 잘 안 쓰지만 시골사람이 흔히 쓰는 말이고, 또 고장말로도 흔히 써요. 보기글이 실린 책은 경상도 시골아이가 쓴 말을 옮겼으니, 이때에는 “최고로 잘 난다”보다 “억수로 잘 난다”가 훨씬 잘 어울리지 싶어요. 그리고 닭 이야기를 하니까, “다른 어느 닭보다 잘 난다”처럼 말할 수 있습니다. 4339.9.27.물/4347.10.26.해.ㅎㄲㅅㄱ



최고(最古) : 가장 오래됨

    - 세계 최고의 금속 활자

최고(最高)

1. 가장 높음

    - 최고 높이 / 최고 속도 / 최고 점수 / 최고 책임자 /

      세계 최고의 고산 도시

2. 으뜸인 것. 또는 으뜸이 될 만한 것

    - 최고 미덕 / 최고 부자 / 자기 분야에 대해서 국내 최고라고 자부한다

최고(催告)

1. 재촉하는 뜻을 알림

2. 상대편에게 일정한 행위를 하도록 독촉하는 통지를 하는 일


..


 알량한 말 바로잡기

 (1633) 최고 2


더울 땐 / 소나기가 최고다

《유희윤-참, 엄마도 참》(문학과지성사,2007) 18쪽


 소나기가 최고다

→ 소나기가 가장 낫다

→ 소나기가 참 좋다

→ 소나기가 으뜸이다

→ 소나기가 반갑다

 …



  어린이가 읽을 글에서 나타나는 ‘최고’입니다. 어른이라면 이런 한자말을 잘 알 수 있을 텐데, 너덧 살이나 대여섯 살이나 예닐곱 살 어린이도 이런 한자말을 잘 알 만한지 궁금해요. 아이한테 읽히려는 동시에 이 같은 낱말을 굳이 써야 할는지 궁금합니다.


  아이들은 어릴 적부터 듣거나 읽는 말을 천천히 받아들입니다. 아이들한테는 ‘익숙한 말’이 아직 따로 없습니다. 둘레 어른이 여느 때에 어떤 말을 쓰느냐에 따라 아이들이 배우는 말이 달라집니다.


  “소나기가 으뜸이다”나 “소나기가 첫째이다”처럼 말하는 어른이 둘레에 있으면, 아이는 ‘으뜸’과 ‘첫째’를 마음에 담아, 아이 스스로 언제나 ‘으뜸’과 ‘첫째’를 말합니다. “소나가기 가장 좋다”나 “소나기가 가장 낫다”처럼 말하는 어른이 옆에 있으면, 아이는 ‘가장 좋다’와 ‘가장 낫다’를 마음에 실어, 아이 스스로 늘 ‘가장 좋다’와 ‘가장 낫다’를 말해요.


  더울 때에는 소나기가 반갑습니다. 네, “소나기가 반갑습”니다. 더울 때에는 소나기가 고맙습니다. 네, “소나기가 고맙습”니다. 아이와 함께 읽을 동시라면, 아이가 말을 한껏 북돋울 수 있도록 더 마음을 기울이기를 바라요. 4347.10.26.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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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랑 놀자 83] 풀빵



  일곱 살 어린이가 ‘풀빵’을 만듭니다. 밀반죽을 틀에 넣고 굽는 풀빵이 아니라, 네모난 빵조각에 풀을 얹어서 ‘풀빵’을 만듭니다. 일곱 살 어린이가 네 살 동생하고 빵을 먹고 싶다 하기에, 네모난 빵과 풀버무리를 밥상에 올려놓습니다. 일곱 살 어린이는 잼도 바르고 풀도 척척 얹어서 ‘풀빵’을 만들어 동생하고 맛나게 먹습니다. 게다가 아버지한테도 ‘풀빵’을 하나 만들어서 건넵니다. 풀을 넉넉히 즐기면서 먹기에 ‘풀밥’이고, 풀을 맛나게 누리면서 먹으니 ‘풀빵’입니다. 4347.10.26.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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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엄마도 참 문지아이들 84
유희윤 지음, 조미자 그림 / 문학과지성사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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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사랑하는 시 40



빨래터 물놀이 하며 시읽기

― 참, 엄마도 참

 유희윤 글

 조미자 그림

 문학과지성사 펴냄, 2007.3.30.



  대나무를 베어 마당에 놓으니, 아이들이 이 대나무를 ‘출렁다리’로 삼으면서 오르락내리락 놉니다. 대나무를 베면서 잔가지를 몇 건사했더니, 대나무 잔가지는 잔가지대로 아이들이 휘휘 휘두르면서 노는 놀잇감이 됩니다.


  출렁다리 대나무 놀이를 하던 아이들은 어느새 평상에 앉아 인형놀이를 합니다. 아이들 놀이는 천천히 달라집니다. 이 놀이를 하다가 저 놀이로 가고, 저 놀이를 하다가 이 놀이로 오며, 다시금 새 놀이로 건너뜁니다.


  어디에서나 놀고, 무엇으로든 놉니다. 언제나 놀고, 하루 내내 뛰놉니다.



.. 밟지 말랬는데 / 고양이가 밟았다 // 발자국은 / 꽃 모양 ..  (고양이 발자국)



  아이들더러 ‘뛰지 말라’거나 ‘달리지 말라’거나 ‘소리치지 말라’고 다그칠 수 없습니다. 아이들은 기운차게 뛰면서 놀고, 씩씩하게 달리면서 놀며, 큰소리로 노래를 부르면서 놀기 때문입니다.


  오늘날 우리 사회를 돌아봅니다. 학교에서나 집에서나 동네에서나, 아이들은 마음껏 뛰거나 달리거나 소리치기 어렵습니다. 학교이든 집이든 동네이든, 아이들이 뛰거나 달리거나 소리치면 어른들은 어떻게 할까요? 어른들은 아이들한테 무슨 말을 할까요?


  아이들한테 놀이터를 마련해 준 뒤, 집이나 동네나 학교에서 뛰지 말거나 달리지 말거나 소리치지 말라고 하나요? 아이들이 마음껏 조잘조잘 이야기꽃을 피워서 가슴이 후련하게 하고 나서야 비로소 얌전히 있거나 조용히 있으라고 말하나요?



.. 왼쪽에 한 개 / 오른쪽에 한 개 // 주머니에 귤 넣고 / 만지작만지작 학교에 가며 ..  (귤)



  어제 낮에는 마을 빨래터를 치웁니다. 막대솔을 어깨에 짊어지고 셋이 빨래터로 갑니다. 아버지는 신나게 빨래터를 치우고, 두 아이는 하염없이 물놀이를 합니다. 먼저 샘터를 치우는데, 샘터를 치우면 두 아이는 작은 샘터에 둘이 함께 들어가서 놀아요. 아버지가 땀을 흘리면서 빨래터를 거의 다 치울 무렵, 슬슬 두 아이가 다가와서 “아버지 도와줘야지!” 하면서 거드는 시늉을 합니다.


  빨래터를 드디어 다 치우면, 두 아이는 가을에도 옷을 적시면서 물장구를 칩니다. 물을 서로 끼얹고 스스로 물바닥에 드러눕습니다. 추워서 몸이 덜덜 떨릴 때까지 놀던 아이들을 햇볕 잘 드는 곳에 서서 몸을 말리도록 합니다. 젖은 옷을 벗고 해바라기를 하면 추운 몸에는 어느새 따순 기운이 감돕니다. 알몸이 된 아이들은 시골마을 빨래터에서 마음껏 더 놉니다.



.. 옆자리 병구가 / 내 손 펴게 하고 / 올려놓았다, 꼭 쥔 제 주먹 // 주먹을 풀어 / 사탕 한 개 내려놓고 / 내 손 꼬옥 오므려 주었다 ..  (병구의 손)



  유희윤 님이 빚은 동시집 《참, 엄마도 참》(문학과지성사,2007)을 읽습니다. 어른들은 아이들 앞에서 ‘엄마’와 ‘아빠’라는 낱말을 참 아무렇지 않게 씁니다. 이 낱말 ‘엄마·아빠’는 아이들이 아기일 적에만 쓰고는 너덧 살이나 예닐곱 살부터는 ‘어머니·아버지’로 고쳐서 알려주어야 하는데, 아이들이 열 살을 넘고 스무 살을 넘기도록 말을 고쳐 주지 못해요.


  아기한테 ‘맘마’ 먹자고 하던 어버이가 열 살 어린이한테도 ‘맘마’ 먹자고 말하지 않습니다. 스무 살 젊은이더러 ‘맘마’ 먹으라 하면 스무 살 젊은이는 무엇을 느낄까요? 나를 언제까지 아기로 여기느냐고 투덜거릴 테지요. 아이가 열 살이 되기 앞서 예닐곱 살부터 ‘어머니·아버지’라는 낱말을 쓰면서 ‘아기에서 벗어나 아이가 된 삶’을 깨닫도록 돕고, 열 살 뒤부터는 ‘오롯한 사람’으로 마주하도록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아이한테 말다운 말을 가르치는 일이란, 삶다운 삶을 가르치는 일입니다. ‘아기 말’에서 ‘아이 말’을 거쳐 ‘어른 말’을 들려주는 일이란, 아이가 앞으로 손수 삶을 가꾸도록 이끌면서 가르치는 일입니다.



.. ‘안경아, / 너도 쉬렴.’ // ‘아빠 깰 때까지 / 조용히 쉬렴.’ ..  (눈길 한 번 더 주고)



  아이한테 무엇을 보여주어야 할까요. 귀여운 것을 보여주어야 할까요? 아이한테 무엇을 가르쳐야 할까요. 학습이나 교훈이나 시험공부나 대학입시로 달달 볶아야 할까요? 아이들은 무엇을 받아야 할까요. 입시교육과 학원교육을 받아야 할까요?



.. 시골집엔 / 콩을 좋아하는 콩쥐가 / 할머니랑 살지요 ..  (할머니 댁 콩쥐)



  아이들은 사랑을 받아야 합니다. 어른들은 사랑을 주어야 합니다. 아이한테 읽히는 동시에는 사랑을 실어야 합니다. 아이와 함께 즐길 동시에는 어른 스스로 짓고 가꾸며 보살핀 사랑을 실을 수 있어야 합니다.


  어린이문학이 아름다운 까닭은 어린이와 어른이 서로 어깨동무를 하면서 즐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어린이문학이 사랑스러운 까닭은 어린이와 어른이 서로 아끼고 보살피는 따사로운 숨결이 흐르기 때문입니다.


  이쁘장한 말을 쓴대서 동시가 되지 않습니다. 사랑스러운 삶을 아이와 즐겁게 나누려고 하기에 동시가 됩니다. 짧게 쓰거나 가락을 맞추어 쓰기에 동시가 되지 않습니다. 어른 스스로 삶을 노래하면서 사랑을 가꾸는 하루를 찬찬히 담아서 짓기에 동시가 됩니다.



.. 바람 부는 밤 / 함석지붕에 풋감 떨어진다 // 쿵. 쿵. / 잠들만 하면 또 쿵그르 // 할머니도 / 그러려니 / 할아버지도 / 그러려니 // 외양간의 누렁소도 / 멍멍이도 꼬꼬닭도 / 그러려니 ..  (산골의 밤)



  동시집 《참, 엄마도 참》은 살짝 아쉽습니다. 더 깊이 들여다보는 눈길이 된다면, 아이와 함께 가꿀 삶과 마을과 지구별을 더 넓게 살피는 마음결이 된다면, 한결 따사로운 이야기가 되었으리라 느껴요.


  어른이 어른 스스로 사랑하고 아낄 때에 동시를 씁니다. 아이만 사랑할 수 없습니다. 어른 누구나 어른 스스로 사랑하고 아끼는 마음을 가꾸어야 동시를 쓸 수 있어요. 유희윤 님은 이러한 ‘사랑’을 잘 건사하리라 느낍니다. 다만, 이 사랑을 아이와 어디에서 어떻게 나누면서 꽃으로 피울 때에 아름다울까 하는 대목까지는 아직 못 짚지 싶어요.


  빨래터에서 아이들과 물놀이를 하다가 손을 말린 뒤 동시집 《참, 엄마도 참》을 읽었습니다. 이 동시집에 이어 선보일 다른 동시집에는 ‘즐거운 놀이’와 ‘기쁜 노래’와 ‘맑은 사랑’과 ‘따스한 꿈’이 골고루 깃들 수 있기를 빕니다. 4347.10.26.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동시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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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아이 219. 2014.10.08.ㄴ 마룻바닥 놀이



  마룻바닥이 있는 집은 가을이나 겨울에도 볕이 곱다라니 들어오면서 시원하고 포근하다. 천천히 따순 기운이 올라오는 마룻바닥은 아침과 낮에 놀기에 아주 알맞다. 마룻바닥에 엎드리거나 드러누워서 읽는 책이란, 바람과 볕과 나무를 함께 온몸으로 받아들이는 놀이가 된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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