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를 받고



  일산 할머니가 보내신 김치꾸러미를 오늘 받는다. 어제는 고구마꾸러미를 받았다. 어제오늘 일산 할머니는 ‘산타 할머니’가 되셨다. 김치를 김치냉장고에 넣은 뒤, 우리 집 뒤꼍으로 통을 들고 간다. 가을볕 먹고 잘 익기 기다리던 유자를 딴다. 가위로 꼭지를 톡 잘라서 사름벼리한테 건네면, 걸상에 올라선 사름벼리는 아래에 있는 산들보라한테 다시 건네고, 산들보라는 누나한테서 받은 유자를 통에 담는다. 유자만 보내기에 상자가 조금 빈다. 그래서 모과나무에서 모과를 두 알 딴다. 며칠 앞서 떨어진 모과가 두 알 있기에, 모과도 두 알씩 나누어, 일산으로 한 꾸러미, 음성으로 한 꾸러미 보내기로 한다. 이제 자전거를 몰아 면소재지 우체국에 가면 된다. 몸살이 다 나은 아이들 데리고 마실을 가야지. 4347.10.29.물.ㅎㄲㅅ


(최종규 . 2014 - 아버지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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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말을 죽이는 외마디 한자말

 (1336) 통하다通 70


생의 소중한 기억들이 바느질을 통해 오롯이 손끝에 집중됐다

《김소연-수작사계, 자급자족의 즐거움》(모요사 펴냄,2014) 94쪽


 바느질을 통해

→ 바느질을 거쳐

→ 바느질을 하는 동안에

→ 바느질을 하는 사이에

→ 바느질을 하면서

 …



  어떤 이야기가 손끝으로 모이는 길에 바느질을 ‘거칩’니다. 그러니까, 바느질을 ‘거쳐’ 어떤 이야기가 손끝으로 모입니다. 한편, 바느질을 ‘하는 동안’ 이야기가 손끝으로 모여요. 바느질을 ‘하는 사이’에 이야기가 손끝으로 모입니다. 4347.10.29.물.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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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서 살뜰한 이야기들이 바느질을 하면서 오롯이 손끝에 모였다


“생(生)의 소중(所重)한 기억(記憶)”이란 무엇일까 궁금합니다. 먼저, ‘소중’이라는 한자말은 “매우 귀중하다”를 뜻합니다. ‘귀중(貴重)’은 “귀하고 중요하다”를 뜻하고, ‘중요(重要)’는 “귀중하고 요긴함”을 뜻합니다. 다른 한자말을 더 찾아보아도 돌림풀이일 뿐, ‘소중’이 무엇인지 알 길이 없어요. 그러나, 이 보기글을 가만히 헤아린다면, 살아가면서 애틋하거나 즐겁거나 기쁘거나 반갑거나 아름다운 이야기를 되새긴다고 하는 뜻이지 싶어요. 그러면, 이러한 뜻대로 “삶에서 살뜰한 이야기”나 “삶에서 아름다운 이야기”나 “내 삶에서 살뜰한 이야기”나 “아름다운 이야기”로 손볼 수 있어요. ‘집중(集中)됐다’는 ‘모였다’로 손질합니다.


..



 우리 말을 죽이는 외마디 한자말

 (1337) 통하다通 71


편식 같은 건 우리 집에서 통하지 않았다

《사노 요코/윤성원 옮김-나의 엄마 시즈코상》(이레,2010) 88쪽


 우리 집에서 통하지 않았다

→ 우리 집에서 받아들이지 않았다

→ 우리 집에서 할 수 없었다

→ 우리 집에 없었다

 …



  밥을 먹을 적에 이것만 먹거나 저것만 골라서 먹는 일을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해요. 골라먹기나 가려먹기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하니, 이런 밥버릇은 ‘곱게 보아넘기지’ 않은 셈입니다. 따끔하게 나무랐다든지, 모질게 꾸짖었다고 할 만합니다. 이를 단출하게 가리킨다면, “우리 집에는 골라먹기 따위는 없었다”쯤 될 테지요. 4347.10.29.물.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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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라먹기 따위는 우리 집에 없었다


‘편식(偏食)’은 ‘골라먹기’나 ‘가려먹기’로 손질하면서 새 낱말을 빚을 수 있습니다. “같은 건”은 “따위는”이나 “같은 일은”으로 손봅니다.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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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름벼리 가을에도 맨치마차림



  사름벼리는 가을이 깊은 날에도 맨치마만 걸치는 차림이 한결 즐겁다. 바람이 제법 쌀쌀하더라도 땀을 흘리면서 달리면 덥다면서 맨치마만 걸치려 한다. 얘야, 한낮에는 그렇게 놀더라도 아침저녁으로는 안에 웃옷 한 벌은 받쳐서 입으렴. 4347.10.29.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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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찍는 눈빛 75. 너는 어디에



  사진을 찍는 나는 어디에 있을까 하고 생각합니다. 한국에 있을까요, 한국에서 서울에 있을까요, 한국에서 시골에 있을까요, 한국에서 서울 종로에 있을까요, 한국에서 시골마을 작은 집에 있을까요, 한국에서 서울 종로 뒷골목에 있을까요, 한국에서 시골마을 작은 집 텃밭에 있을까요. 내가 선 곳을 가만히 생각합니다. 나는 내가 선 이곳에서 어떤 사진을 찍는지 생각합니다. 나는 내가 선 이곳에서 어떤 사진을 왜 찍는지 생각합니다.


  사진역사에 이름을 남기는 사람들은 ‘이름을 남기려고’ 사진을 찍었을까요, 아니면 이름을 안 남기려고 사진을 찍었을까요? 누군가는 이름을 남기려고 사진을 찍었을는지 모릅니다. 누군가는 그저 즐겁게 사진을 찍었을는지 모릅니다.


  사진역사를 찬찬히 읽다 보면, 적잖은 이들은 ‘역사에 남길 만한 사진’을 찾아서 사진을 찍기도 했습니다. 그러니까, 처음부터 역사에 남길 만하다 싶은 이야기를 찾아다니면서 사진을 찍은 셈입니다. 이리하여 오늘날에도 ‘역사에 남길 만한 이야기’를 찾아서 돌아다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예술이 될 만한 이야기’라든지 ‘문화가 될 만한 이야기’라든지 ‘사회 문제로 크게 불거질 만한 이야기’를 찾아서 돌아다니는 사람들이 있어요. 이들은 참말 역사와 예술과 문화와 사회 문제가 될 만한 사진을 찍습니다.


  그렇다면, 사진이란 무엇일까 생각해 봅니다. 역사가 되어야 사진일까요? 예술이 되지 않으면 사진이 아닐까요? 문화로 피어나지 않으면 사진이 아닌가요? 사회 문제를 터뜨리거나 건드리지 못하면 사진이 되지 못할까요?


  예나 이제나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찍는 사진은 ‘내가 가장 사랑하거나 아끼거나 좋아하는 사람이나 숲이나 물건’입니다. 예나 이제나 거의 모든 사람들은 역사나 예술이나 문화나 사회 문제는 헤아리지 않으면서 사진을 찍습니다. 예나 이제나 거의 모든 사람들은 ‘꿈·사랑·믿음·웃음·노래·이야기·삶’을 생각하면서 사진을 찍어요.


  곰곰이 살피면, 시(동시)나 소설(동화)이나 수필이나 그림책 같은 문학을 보면, 거의 모든 작품이 ‘꿈·사랑·믿음·웃음·노래·이야기·삶’을 생각하면서 태어납니다. 예술·문화·역사·사회 문제를 건드리거나 다루거나 생각하는 문학도 제법 많지만, 사람들한테 널리 읽히거나 오랫동안 읽히는 문학은 으레 ‘꿈·사랑·믿음·웃음·노래·이야기·삶’을 들려주는구나 싶어요.


  우리는 어디에 있는가요. 나는 어디에 있는가요. 너는 어디에 있는가요. 우리는 무엇을 바라보면서 사진을 찍는가요. 나는 무엇을 마주하면서 사진을 찍는가요. 너는 무엇과 어깨동무를 하면서 사진을 찍는가요. 4347.10.29.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사진책 읽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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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찍는 눈빛 74. 문득 뒤를 돌아보면



  사진을 찍다가 문득 뒤를 돌아봅니다. 내 뒤에서 나를 쳐다보는 누군가 있는지 궁금해서 살며시 돌아봅니다. 누가 있을까요? 아무도 없을까요?


  사진을 찍는 사람은 누군가를 앞에 둡니다. 앞에서 마주합니다. 앞에서 마주하기에 비로소 바라볼 수 있습니다. 때로는 등을 보며 마주합니다. 등을 보며 마주하더라도 이녁과 함께 있기에 가만히 들여다볼 수 있습니다.


  사람을 찍든 숲을 찍든 물건을 찍든, 꼭 앞모습만 사진으로 찍어야 하지 않습니다. 뒷모습도 얼마든지 찍을 만합니다. 왜냐하면, 어느 한 사람을 보여주는 모습은 ‘앞모습’에서만 드러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뒷모습에서도 어느 한 사람을 보여주는 모습이 드러납니다. 옆모습에서도 드러나고, 이녁이 없는 자리에서도 드러나요.


  1미터 더 가까이 다가와서 찍으면 더 다가와서 찍는 사진입니다. 1미터 뒤로 물러나서 찍으면 더 물러나서 찍는 사진입니다. 10미터쯤 뒤로 물러나서 사진을 찍을 수 있고, 100미터나 1킬로미터쯤 떨어져서 사진을 찍을 수 있어요. 자로 잴 만한 거리로 따져서 더 다가서기에 ‘더 가깝구나 싶은’ 사진을 찍지는 않습니다. 왜냐하면, 사진을 찍는 마음은 ‘사진에 담기는 사람과 사랑으로 사귀는 이야기’를 담아서 들려주고 싶은 마음이기 때문입니다.


  얼마나 더 다가서느냐는 그리 대수롭지 않습니다. 마음을 읽고 생각을 나누며 사랑을 북돋울 수 있으면 됩니다. 마음을 읽지 못한 채 가까이에 달라붙는 대서 살가운 사진을 찍지는 못해요. 생각을 나누지 못한 채 늘 옆에 있더라도 아름다운 사진을 찍지는 못해요. 사랑을 북돋우지 못한 채 자주 만나더라도 따사로운 사진을 찍지는 못합니다.


  문득 뒤를 돌아봅니다. 누군가 내 뒤에서 나를 지켜보는가 궁금해서 뒤를 돌아보았다가, 내가 ‘내 앞에 마주하는 사람과 얼마나 마음으로 가까이 사귀면서 사진을 찍는지’ 헤아리려고 뒤를 돌아봅니다. 사진을 한 장 찍기 앞서, 나는 내 마음과 생각과 사랑을 ‘사진에 찍힐 사람’한테 얼마나 찬찬히 도란도란 소근소근 올망졸망 들려주었는지 되새깁니다. 4347.10.29.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사진책 읽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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