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햇살 쬐는 마음



  가을이 깊을수록 해가 짧습니다. 가을이 무르익어 겨울로 접어들면 그야말로 해는 더 짧습니다. 아침이 늦고 저녁이 짧습니다. 바야흐로 일을 쉬고 몸을 포근히 눕히는 철입니다. 한두 달 앞서까지만 해도 느즈막한 낮이라고 할 만한 때이지만, 이제는 이슥한 저녁입니다. 저녁해는 늦가을일수록 더 짧고, 짧은 저녁해가 기울어 멧자락 너머로 사라지면 벌써 쌀쌀한 바람이 마당 가득 돌아다닙니다.


  멧자락 끝에 아슬아슬하게 걸린 저녁해를 보면서 빨래를 걷습니다. 밥을 끓이고 국을 덥힙니다. 마루에서 햇살조각 받으면서 노는 아이는 마룻바닥을 콩콩 굴리면서 웃습니다.


  우리는 모두 해와 함께 움직입니다. 해가 뜨면 일어나고, 해가 지면 눕습니다. 해가 쨍쨍 내리쬘 적에 까르르 노래하면서 뛰고, 해가 아스라히 사라지면 조용히 눈을 감고는 꿈을 꿉니다. 우리 몸과 마음은 해님 기운이 가득합니다. 해님과 같이 따스하고, 해님과 같이 고르며, 해님과 같이 사랑스럽습니다. 저녁햇살을 쬐면서 저녁밥을 짓다가, 저녁놀이를 즐기는 저녁아이 몸짓을 물끄러미 바라봅니다. 4347.11.5.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삶과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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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글 읽기

2014.11.4. 큰아이―‘가’ 만들기



  글순이가 그림종이를 긴네모로 자른다. 가위를 쓰지 않고 손으로 접은 뒤 꾹꾹 눌러서 천천히 자른다. 이러고 나서 다시 반듯네모 꼴로 접더니, 작은 반듯네모 종이가 되도록 자른다. 한참 뒤 글순이는 반듯네모 종이를 모아 ‘가’라는 글씨를 꾸민다. 작게 자른 그림종이에 그림을 그리기 앞서 글놀이를 살짝 즐긴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글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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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놀이



  우리 집 아이들이 책놀이를 즐기는 모습을 물끄러미 지켜보다가 생각한다. 나도 어릴 적에 이 아이들처럼 책놀이를 즐긴 적 있던가? 없구나. 없어. 없네. 집에서도 학교에서도 동네에서도 책놀이를 즐긴 적 없다. 그저 온몸을 굴리면서 논 적은 많다. 굳이 책까지 써서 논 적이 없고, 책이 퍽 드물던 때이기도 해서 책을 함부로 갖고 놀지 않았다. 우리 집에도 책은 그리 안 많았고, 이웃 동무 집에도 책은 얼마 찾아볼 수 없었다. 아무래도 나는 ‘책 있는 집’ 동무를 거의 못 사귀었다.


  글을 써서 책을 지은 이들은 어떤 마음일까 헤아린다. 삶을 즐겁게 노래하는 마음일까. 어떤 지식을 이웃한테 두루 알리고 싶은 마음일까. 이녁이 오랜 나날 파헤쳐서 깨달은 슬기를 아낌없이 나누고 싶은 마음일까.


  즐겁게 노래하면서 일할 수 있는 사람은 삶이 놀이로 거듭난다. 즐겁지 못하고 노래를 부르지 못하면서 일하는 사람은 삶이 고단한 굴레에 갇힌다. 우리가 손에 쥐는 책은 어떤 책인가. 우리가 아이들한테 건네는 책은 어떤 책인가. 어른들부터 책을 즐거운 삶넋으로 맞아들이는가. 아이들한테 학습이나 교양이나 교육이나 보조교재 따위 이름을 떠올리면서 억지로 안기지는 않는가.


  놀이가 될 때에 책이 책다우리라 느낀다. 놀면서 읽고, 마음으로 사랑하면서 읽을 때에 책이 꽃처럼 피어나리라 느낀다. 온누리 모든 아이들이 책놀이도 하고 온갖 다른 놀이도 실컷 누릴 수 있기를 빈다. 4347.11.5.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책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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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 도깨비 오니타 베틀북 그림책 39
이와사키 치히로 그림, 아만 키미코 글, 김석희 옮김 / 베틀북 / 2002년 11월
평점 :
절판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454



이웃을 아끼는 바람 한 줄기

― 꼬마 도깨비 오니타

 이와사키 치히로 그림

 아만 키미코 글

 김석희 옮김

 베틀북 펴냄, 2002.11.20.



  그림책 《꼬마 도깨비 오니타》(베틀북,2002)를 읽습니다. 이와사키 치히로 그림과 아만 키미코 님 글이 어우러진 그림책입니다. 한국말로 옮긴 책에는 ‘도깨비’로 적지만, 이 그림책에 나오는 아이는 ‘도깨비’가 아닌 ‘오니’입니다. 일본 오니와 한국 도깨비는 사뭇 달라요. 다만, 서로 사뭇 다르지만 한국 어린이가 알아보기 쉽도록 도깨비로 고쳐서 옮겼을 텐데, 책이름도 한국말로 옮기면서 바꾸었습니다. 일본에서 나온 그림책은 《おにたのぼうし》입니다. ‘おにた’는 그림책에 나오는 오니 이름이고, ‘ぼうし’는 일본말로 ‘모자’를 가리킵니다. 그러니까, “밀짚모자 오니타”나 “모자 쓴 오니타”나 “오니 모자”나 “오니가 쓴 모자”가 일본책 이름입니다.


  이 그림책에서 모자는 무척 큰 자리를 차지합니다. 오니타라는 오니 아이는 가난한 집 이웃을 사귀고 싶어 해요. 가난한 집으로 조용히 깃들어 몰래 이것저것 도우면서 삶을 즐깁니다. 여느 때에는 사람 눈에 안 뜨이는 데에서 숨어서 지내지만, 때때로 사람 앞에 나타나야 할 때가 있어요. 이때에는 ‘머리에 돋은 뿔’을 숨기려고 모자를 써요. 챙이 넓은 밀짚모자를 씁니다. 오니타는 이웃과 동무를 사귀고 싶기에 ‘제 모습을 감추면서 사람 앞에 나서면서 꼭 모자를 챙깁’니다.


  그림책 흐름을 보면, 마지막 고빗사위에서 오니타는 그만 몸이 사라져요. 어린 가시내가 던지려는 콩 때문에 오니타는 사람들 사이에서 더는 깃들 수 없습니다. 이때, 오니타는 사라지지만 모자는 남지요. 사라진 오니타가 남긴 모자를 손에 쥔 어린 가시내는 ‘오니타’가 ‘하늘에서 찾아온 신령’이라든지 ‘하늘에서 찾아온 천사’쯤으로 생각합니다.



.. 오니타는 마음씨 착한 도깨비였습니다. 어제도 마코토가 잃어버린 유리 구슬을 주워서 몰래 마코토 방에 갖다 두었지요. 며칠 전 소나기가 내렸을 때는 빨래를 걷어서 안방에 던져 두었고요 ..  (6쪽)





  그런데, 오니타는 왜 사라져야 했을까요. 왜 가난한 집 사람들은 오니타를 제대로 알아보지 못했을까요. 밀짚모자로 뿔을 가렸기에 오니타를 못 알아보았을까요. 오니타처럼 착한 아이가 곁에 있어도 ‘귀신이니까 그저 싫기’만 할까요.


  어린 오니타는 아주 착한 아이입니다. 마음도 착하고 몸가짐도 착합니다. 그런데 오니타한테는 늘 한 가지가 못마땅해요. 사람들은 ‘착한 귀신’도 ‘안 착한 귀신’도 알아보지 않아요. 사람들은 ‘귀신이면 모두 싫어합’니다. 가난한 이웃이나 어려운 동무를 도와주면서도 오니타는 늘 못마땅해 하는 마음이 도사려요. 처음에는 이웃돕기나 동무사랑이 무척 즐거워서 이 길을 걸었을 텐데, 차츰차츰 아쉬움이 불거져요. 아마 나중에는 이 아쉬움이 커다란 미움이 되었을는지 몰라요.


  오니타는 아쉬움이 미움으로 커지기 앞서 몸을 잃습니다. 그만 마음을 너무 놓다가 콩 한 줌에 아지랑이처럼 사라지고 맙니다.


  이웃을 사귀지 못하고 사라져야 한 오니타는 어떤 마음이 되었을까요. 동무와 어울려 놀지 못한 채 몸뚱이를 잃어야 한 오니타는 어떤 마음일까요. 도깨비이든 오니이든 귀신이든, 이 아이들이 몸을 잃으면 이제 어떻게 될까요.



.. 콩 뿌리는 소리를 들으면서 오니타는 생각했습니다. ‘사람들은 참 이상해. 왜 귀신은 무조건 나쁘다고 생각하지?’ ..  (9쪽)





  그림책을 읽는 내내 가만히 생각을 기울입니다. 나 스스로 오니타 마음이 되어 봅니다. 아니, 나 스스로 오니타가 됩니다. 나는 내 나름대로 ‘착하게’ 이웃과 마주하려고 애써 봅니다. 나는 내 나름대로 ‘아름답게’ 동무를 돕거나 보살피려고 애써 봅니다. 그런데, 이웃이나 동무 누구도 ‘나를 알아보지’ 못할 뿐 아니라 ‘고맙다’고 여기지 않습니다. 이때 나는 어떤 마음일까요. 서운할까요? 섭섭할까요? 미울까요? 싫을까요?


  대가를 바랄 적에는 사랑이 아닙니다. 내 이름값을 알아주기 바랄 적에는 사랑이 아닙니다. 나한테 고맙다고 인사하기를 바랄 적에는 사랑이 아닙니다. 오니타라는 아이는 이제껏 틀림없이 멋지고 놀라우며 예쁜 일을 수없이 했어요. 그러나, 오니타가 이제껏 했던 수없이 많은 멋지고 놀라우며 예쁜 일은 ‘즐겁거나 따스하거나 넉넉한 마음’으로 하지 못했어요.





.. 오니타는 왠지 등이 근질거리는 것 같아서, 잠자코 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살며시 대들보를 따라 부엌으로 가 보았습니다. 이런! 부엌은 물기 하나 없이 바싹 말라 있습니다. 쌀 한 톨도 없고, 무 한 토막도 없었습니다 ..  (21쪽)



  오니타는 몸을 잃습니다. 그러나 넋은 잃지 않으리라 생각해요. 오니타는 몸을 고이 내려놓고는, 이제 조용히 바람이 되었으리라 생각해요. 오니타는 참으로 착한 아이인 터라, 따사롭고 포근한 바람이 되어, 가난하고 어려운 이웃과 동무 곁에서 늘 살랑살랑 불리라 생각해요. 게다가, 이제는 바람이 되었으니, 돈이 많은 이웃한테도 가고, 바보짓을 하는 동무한테도 가며, 전쟁을 일으키는 멍청한 어른한테도 갑니다. 그저 햇볕처럼 그저 바람이 됩니다. 햇볕이 온누리 골골샅샅 골고루 내리쬐면서 누구한테나 따스한 숨결이 되듯이, 바람이 되는 오니타는 온누리 골골샅샅 골고루 퍼지면서 누구한테나 싱그러운 숨결이 되리라 생각해요.


  바람이 된 오니타는 흐뭇하게 웃으리라 믿어요. 나뭇가지를 살살 흔들면서 멋진 가을노래와 여름노래를 들려주리라 믿어요. 무더운 여름에는 우리 이마를 가볍게 건드리면서 더위를 잊도록 도와주겠지요. 겨우내 싱싱 찬바람으로 불면서 들과 숲이 고즈넉히 잠들도록 이끌겠지요. 이러다가 새봄에는 다시 포근한 기운을 실어나르면서 들과 숲에서 온갖 꽃이 피어나도록 할 테고요.


  나도 바람 한 줄기가 되고 싶습니다. 나도 이웃과 동무를 아끼는 싱그러운 바람 한 줄기가 되고 싶습니다. 나를 참답게 사랑하면서 삶을 즐겁게 짓는 고운 바람 한 줄기가 되어 온누리를 보드랍게 어루만지고 싶습니다. 4347.11.4.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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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형놀이 11 - 인형 뒷머리 묶었어



  놀이순이가 한참 인형을 붙안고 꼼지락꼼지락하더니 환하게 웃으면서 인형을 번쩍 치켜든다. “아버지, 나, 인형 머리 묶었어!” “그래, 잘 묶었네. 예쁘다.” “나도 이제 내 머리 묶을 수 있어?” “그럼, 앞으로 묶을 수 있지.” 그런데 놀이순이가 머리를 나비매듭이 아니라 옥매듭으로 묶었다. 놀이순이는 머리끈을 풀려고 하지만 다시 풀기가 몹시 어렵다. 머리를 묶은 뒤 풀려고 하지만 좀처럼 안 풀린다. 조그마한 손으로 조그마한 인형에 묶은 머리끈을 아주 단단히 조였구나. 4347.11.4.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놀이하는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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