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아이 225. 2014.7.12. 여름 산타 순이



  일산 할머니와 할아버지 계신 곳에 마실을 가던 여름날, 할머니가 챙기신 산타 머리띠를 즐겁게 꽂고 할아버지 침대에 엎드려 그림책을 펼친다. 할머니 할아버지 들으시라고 그림책을 큰소리로 읽는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책순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아버지 그림놀이] 사름벼리 웃네 (2014.9.2.)



  그림순이가 그림종이를 조그맣게 오려서 쪽그림을 그리는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한참 바라보다가 그림종이 하나를 살며시 든다. 그림순이가 알아챈다. ‘응?’ 하면서 고개를 들다가 빈 종이를 든 줄 깨닫고는 다시 그림놀이에 빠져든다. 나는 그림순이 곁에서 ‘그림어버이’가 되자고 생각하면서, 그림순이 모습을 가만히 떠올리면서 작게 그림 하나를 그린다. 내가 아이를 바라볼 적에 가장 기쁘다고 느끼는 모습을 그린다. 단출하게 석석 그린다. 그림순이가 아주 좋아하는 빛깔로 그린다. 그림을 마친 뒤 “사름벼리 웃네” 여섯 글자를 넣는다. 웃는 아이 가슴에 별과 사랑을 하나씩 붙인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아빠가 좋아 비룡소의 그림동화 102
사노 요코 글 그림, 김난주 옮김 / 비룡소 / 2003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455



나도 네가 좋단다

― 아빠가 좋아

 사노 요코 글·그림

 김난주 옮김

 비룡소 펴냄, 2003.7.18.



  낮에 두 아이를 자전거에 태우고 면소재지 우체국에 다녀옵니다. 모처럼 면소재지 빵집에 들릅니다. 아이들은 저마다 빵을 한 조각씩 고르고, 어머니 몫으로 하나 더 고릅니다. 두 아이는 자전거에 앉아 신나게 노래를 부릅니다. 이제 집으로 돌아가서 맛나게 빵을 먹을 수 있을 테니까요.


  그런데 나는 집에 닿은 뒤 빵을 곧바로 내주지 않습니다. 밥을 먹고 나서 빵을 주겠노라 말합니다. 작은아이는 “밥 먹고 빵 먹어요? 알았어요.” 하고 말하더니 놀면서 기다리기로 합니다. 아니, 작은아이는 놀이에 빠져들어 밥도 빵도 잊습니다. 이와 달리 큰아이는 배가 퍽 고픈 듯합니다. 마룻바닥에 엎드려 손으로 가리면서 한참 무엇인가 쓰더니 종이를 척척 접어서 나한테 건넵니다. “자, 편지예요. 보세요.” 저녁밥을 짓느라 부산을 떨다가 살짝 겨를을 내어 큰아이 편지를 엽니다. 큰아이는 그림편지를 썼습니다. 큰아이는 ‘빵 먹고 싶다’는 이야기를 커다란 종이에 가득가득 쓰면서 온갖 빵 그림을 신나게 그렸습니다. 그렇구나, 참말 먹고 싶구나. 기다리렴, 오늘 저녁은 아주 맛나게 차릴 테니까.




.. 아기 곰이 물었어요. “엄마, 아빠는 언제 돌아오세요?” 엄마 곰이 대답했지요. “머지않았단다. 목련꽃이 필 때쯤이면 돌아오실 거야.” ..  (6쪽)



  보글보글 밥이 끓습니다. 알맞게 물을 맞춘 뒤 냄비에 불을 넣으면, 냄비에 담긴 물은 천천히 끓으면서 쌀알을 익힙니다. 딱딱한 쌀알은 천천히 익으면서 살살 풀어집니다. 보드라운 밥이 됩니다. 밥이 익을 무렵 아이들은 밥내음을 맡습니다. 마루에서 놀다가 밥내음을 킁킁 맡으면서 까르르 웃습니다. 놀다가 웃는 아이들은 어느새 노래를 부릅니다. 곧 배불리 밥을 먹을 수 있구나 하고 생각하면서 즐겁습니다. 아이들이 밥내음을 맡으면서 웃고 노래하는 소리를 들으니, 밥을 짓는 어버이 손길은 한결 부산하고 정갈합니다. 웃음소리와 노랫소리로 밥을 짓습니다.


  웃음소리와 노랫소리로 밥을 지으니, 이 밥을 먹는 아이들은 새삼스레 웃음과 노래를 받아먹습니다. 아이들한테 밥을 차려서 내주는 어버이도 아이와 함께 밥을 먹는 동안 어느새 새롭게 웃음과 밥을 온몸으로 받아들입니다.


  함께 먹을 밥을 차리니 즐겁습니다. 함께 먹을 밥을 지을 수 있으니 기쁩니다. 어버이 자리에 서서 아이들이 무럭무럭 자라도록 북돋울 밥 한 그릇 내놓을 수 있으니 반갑습니다. 어버이로서 날마다 밥을 지어 오순도순 하루를 열 수 있으니 고맙습니다. 목숨을 잇는 밥을 손수 짓는 하루는 사랑을 짓는 삶입니다.





.. 아기 곰이 말했어요. “아빠, 산책하러 가요.” “좋지” ..  (12쪽)



  사노 요코 님이 빚은 그림책 《아빠가 좋아》(비룡소,2003)를 읽습니다. 이 그림책에서도 ‘가시내(어머니, 여자, 암컷)’가 집일을 도맡고, 집에서 밥을 짓습니다. 사노 요코 님은 《하지만 하지만 할머니》라든지 《산타클로스는 할머니》 같은 그림책을 그리기도 했는데, 《아빠가 좋아》라는 그림책에서는 ‘어버이 구실’을 조금 더 넓게 헤아리면서 담지는 못합니다. 아무래도 한국 사회이든 일본 사회이든, 밥짓기나 집살림은 ‘사내(아버지, 남자, 수컷)’가 거의 안 하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오늘날 여러 나라와 사회에서 사내가 집일도 집살림도 밥짓기도 거의 안 한다 할지라도, 어린이책과 그림책에서 이 대목을 한결 슬기롭고 아름답게 다룰 수 있기를 바랍니다. 함께 밥을 짓고, 함께 살림을 가꾸며, 함께 아이랑 놀며 사랑을 보여주는 착한 어버이가 나올 수 있기를 바라요.





.. 아기 곰이 말했어요. “아빠, 다리가 떠내려갔어요.” “그럼, 이렇게 하면 되지.” 아빠 곰은 길죽한 나뭇가지를 뚝 꺾어 ..  (20쪽)



  저녁을 새로 지어 두 아이와 곁님을 먹입니다. 두 아이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신나게 밥을 먹고 샛밥을 먹고 주전부리를 먹고 나서 새근새근 곯아떨어집니다. 낮에 면소재지 빵집에서 장만한 빵은 두 아이가 모두 먹었습니다. 큰아이는 아주 작은 조각을 아버지한테 나누어 주었으나, 큰 조각과 큰 덩이는 두 아이가 나누어 먹었습니다. 그래, 너희가 참으로 쑥쑥 크려고 이렇게 많이 먹는구나 하고 새삼스레 생각합니다. 나도 어버이 자리 아닌 아이 자리에 있던 지난날에 이렇게 배 똥똥 나오도록 밥을 먹고 샛밥이랑 주전부리까지 알뜰히 먹었습니다.


  평화는 무엇일까 하고 곰곰이 생각합니다. 사랑은 어디에 있는가 하고 가만히 헤아립니다. 밥 한 그릇에 평화가 있고, 빵 한 조각에 사랑이 있습니다. 웃음에 평화가 있고, 노래에 사랑이 있습니다. 아버지는 평화를 낳고, 어머니는 사랑을 낳습니다. 아이들은 평화와 사랑을 골고루 물려받습니다.


  얘들아, 너희는 아버지도 어머니도 좋지? 아버지와 어머니도 너희가 좋단다. 4347.11.6.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말이랑 놀자 91] 살림지기



  나는 집에서 집일을 도맡습니다. 집일과 집살림을 모두 합니다. 내가 가시내였으면, 아마 내 둘레에서는 나를 두고 ‘주부(主婦)’나 ‘가정주부(家庭主婦)’라 가리켰으리라 느낍니다. 나처럼 집일과 집살림을 맡는 사람은 ‘직업’으로 ‘주부’나 ‘가정주부’라고 할 만합니다. 그런데, 한겨레는 예부터 가시내만 집일이나 집살림을 맡지 않았습니다. 가시내와 사내가 함께 집일과 집살림을 나누어 했습니다. 임금이나 양반이나 사대부는 종과 밥어미와 일꾼과 머슴을 두었으나, 여느 시골마을 수수한 시골집에서는 사내와 가시내가 다 같이 온갖 집일과 집살림을 맡아서 했습니다. 시골지기는 흙지기이면서 살림지기였어요. 시골사람은 흙사람이면서 살림꾼이었습니다. 이러던 우리 삶터인데, 다른 물질문명이 쏟아지듯이 파고들면서 삶과 문화와 말이 많이 바뀌었어요. 사회가 바뀌었으니 말도 바꾸어서 쓸 만하다 여길 수 있는데, 그러면 ‘주부’나 ‘가정주부’라는 이름은 얼마나 알맞거나 아름다울는지 궁금합니다. 이 같은 말을 우리가 굳이 써야 할는지, 아니면 예부터 우리 스스로 살림을 가꾸고 사랑하면서 보살피던 손길을 헤아리면서 ‘살림꾼’이나 ‘살림지기’라는 이름을 새롭게 바라보아야 할는지, 찬찬히 두 가지 말을 견주며 생각합니다. 나는 살림지기요 시골지기요 아이지기요 사랑지기요 숲지기요 책지기요 꿈지기요 이야기지기요 놀이지기로 내 삶을 가꾸고 싶습니다. 그러니까, 나는 삶지기로 내 마음과 몸을 가꾸고 싶습니다. 4347.11.6.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새말 짓는 애틋한 틀

 (316) 짓기 : 삶짓기


  한국말사전에 어떤 ‘짓다(짓기)’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먼저, ‘집짓기’가 있습니다. 다음으로 ‘짝짓기’와 ‘글짓기’가 있습니다. 이밖에 ‘눈물짓다’와 ‘한숨짓다’를 찾을 수 있습니다.


  한참 한국말사전을 뒤지다가 여러모로 궁금합니다. ‘집짓기’는 올림말로 다루면서 왜 ‘밥짓기·옷짓기’는 올림말로 안 다룰까요? 삶을 이루는 바탕은 밥과 옷과 집입니다. ‘밥하다’까지는 올림말로 다루는데, 왜 ‘밥짓다’는 올림말로 못 다룰까요? 이 같은 낱말조차 한국말사전에 없다면, 우리는 우리 삶을 어떻게 읽어야 할까 아리송합니다.


  한편, ‘눈물짓다’는 올림말이면서, 왜 ‘웃음짓다’는 올림말이 아닐까요? ‘글짓기’는 올림말이 되는데, 왜 ‘말짓기’는 올림말이 안 될까요? 글보다 말이 먼저요, 말이 있은 뒤 글이 태어났는데, 어떻게 ‘말짓기’를 올림말로 못 다룰까요?


  곰곰이 생각을 기울이면서 여러 가지 ‘짓기’를 하나씩 그립니다.


 밥짓기 옷짓기 집짓기 

 흙짓기 논밭짓기 숲짓기

 이름짓기 글짓기 말짓기 이야기짓기 그림짓기

 노래짓기 영화짓기 춤짓기 책짓기

 웃음짓기 눈물짓기 한숨짓기 

 생각짓기 마음짓기 사랑짓기 꿈짓기

 넋짓기 얼짓기 짝짓기 사람짓기

 삶짓기 하루짓기 살림짓기


  사랑짓기를 하는 사람이라면 ‘평화짓기’도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꿈짓기를 하는 사람이라면 ‘놀이짓기’도 즐길 만하리라 생각합니다. ‘생각짓기’를 하는 사람이라면 ‘마음짓기’뿐 아니라 ‘하루짓기’와 ‘삶짓기’를 할 수 있을 테고, ‘마을짓기’와 ‘나라짓기’까지 아름다이 하리라 느껴요.


  살림을 짓고 흙을 짓습니다. 이야기를 짓고 숲을 짓습니다. 영화도 노래도 춤도 모두 스스로 짓습니다. 즐겁게 가꾸는 삶을 찬찬히 담아 책을 짓습니다. 서로 아끼고 보살필 넋을 짓습니다. 넋을 튼튼히 건사하도록 얼을 짓습니다. 마음과 생각을 한껏 여는 우리들은 ‘별짓기’, 그러니까 ‘지구짓기(지구별짓기)’를 할 수 있습니다. 4347.11.6.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