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말을 죽이는 외마디 한자말

 (278) -맹盲 1


대다수 사람들이 문맹이던 시대였기 때문에, 우리글 강습회는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고 문맹 타파를 목적으로 한다는 점에서

《최경봉-우리말의 탄생》(책과함께,2005) 64쪽


 대다수 사람들이 문맹이던 시대

→ 거의 모든 사람이 글을 모르던 때

→ 거의 모두 글장님이던 때

→ 거의 모두 까막눈이던 때

 …



  한국말사전에서 ‘색맹(色盲)’을 살피면 “색채를 식별하는 감각이 불완전하여 빛깔을 가리지 못하거나 다른 빛깔로 잘못 보는 사람”을 뜻한다고 나옵니다. ‘컴맹(computer盲)’은 “컴퓨터를 다룰 줄을 모르는 사람”을 뜻한다고 나옵니다. ‘문맹(文盲)’은 “배우지 못하여 글을 읽거나 쓸 줄을 모르는 사람”을 뜻합니다. 잘 모른다고 할 적에 ‘-盲’을 으레 붙입니다.


  그런데, 한국말 ‘까막눈’이나 ‘까막눈이’를 한국말사전에서 찾아보면 “글을 읽을 줄 모르는 무식한 사람”을 뜻한다고 나옵니다. 그냥 ‘글을 모르는 사람’이라고만 뜻풀이를 붙이지 않고 ‘무식(無識)한’을 덧붙입니다.


  왜 한국말에는 ‘무식한’을 덧붙이는지 아리송합니다. 한국말사전에서 한국말은 이렇게 다루기에, 사람들이 ‘까막눈’이나 ‘까막눈이’ 같은 한국말은 안 좋아하거나 안 쓰려 하지 싶기도 합니다. 글을 모르는 사람은 글을 모를 뿐, ‘무식’한 사람이 아닙니다. 글을 아는 사람은 글을 알 뿐, ‘유식’한 사람이 아닙니다. 한국말사전 말풀이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느낍니다.


  한편, 북녘에서는 ‘글장님’이라는 낱말을 쓴다고 합니다. 이 낱말은 남녘에서도 함께 쓸 수 있으리라 봅니다.


 문맹에서 벗어나다

→ 글장님에서 벗어나다

→ 까막눈에서 벗어나다

→ 글을 깨치다

→ 글을 배우다

 문맹을 퇴치하는 데 힘을 쏟다

→ 글장님을 없애는 데 힘을 쏟다

→ 까막눈을 없애는 데 힘을 쏟다

→ 글을 가르치는 데 힘을 쏟다


  ‘문맹에서 벗어나’는 일이란, 이제부터 ‘글을 아는’ 일입니다. 그러니, “문맹에서 벗어나다”는 “글을 깨치다”나 “글을 배우다”나 “글에 눈 뜨다”로 손볼 수 있습니다. ‘문맹 퇴치’는 글을 가르치는 일을 가리키니, “글을 가르치다”나 “글을 일깨우다”나 “글에 눈을 뜨게 하다”처럼 손보면 됩니다. 4338.10.17.달/4347.11.8.흙.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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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모든 사람이 글을 모르던 때였기 때문에, 우리글 배움모임은 널리 눈길을 끌었고 글 모르는 사람을 없애려 한다는 대목에서


“대다수(大多數) 사람들이”는 “거의 모든 사람이”나 “거의 모두”로 손보고, ‘시대(時代)’는 ‘때’로 손봅니다. ‘강습회(講習會)’는 ‘강습모임’이나 ‘배움모임’으로 손질하고, “사람들의 관심(關心)을 끌었고”는 “문맹 타파(打破)를 목적(目的)으로 한다는 점(點)에서”는 “문맹을 없애려 한다는 대목에서”나 “글 모르는 사람을 없애려 한다는 대목에서”로 손질합니다.



문맹(文盲) : 배우지 못하여 글을 읽거나 쓸 줄을 모름

   - 문맹에서 벗어나다 / 문맹을 퇴치하는 데 힘을 쏟다


..



 우리 말을 죽이는 외마디 한자말

 (1339) -맹盲 2


기계맹인 아내로서는 잘 상상이 되지 않았지만

《김소연-수작사계, 자급자족의 즐거움》(모요사 펴냄,2014) 204쪽


 기계맹인

→ 기계바보

→ 기계를 모르는

→ 기계는 못 다루는

→ 기계는 어수룩한

→ 기계는 낯선

 …



  ‘기계맹’이라는 말보다 ‘기계치(-痴)’라는 말을 더 널리 쓰지 싶습니다. 이런 말은 기계를 잘 모르는 사람을 얕보거나 깔보는 말이 아닙니다. 그저 기계를 잘 모르거나 잘 못 다루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기계바보’ 같은 낱말을 새롭게 지어서 쓸 수 있습니다.


  이밖에 ‘책바보’라든지 ‘글바보’라든지 ‘축구바보’라든지 ‘사진바보’라든지 여러 곳에 ‘-바보’를 뒷가지 삼아 붙일 만합니다. 이때에 ‘바보’는 두 가지를 가리킵니다. 첫째, 어떤 일을 잘 모르는 사람을 가리킵니다. 둘째, 어느 한 가지에 푹 빠진 채 다른 일을 헤아리지 않는 사람을 가리킵니다. 요즈음은 두 가지 가운데 뒤엣것을 퍽 널리 씁니다. 아직 한국말사전에는 이러한 쓰임새로 말풀이를 더 붙이지 못하지만, 앞으로는 이 쓰임새대로 한국말사전 말풀이를 늘려야 한다고 느껴요.


  이 보기글에서는 “기계를 모르는”이나 “기계를 못 다루는”으로 손보면 됩니다. “기계는 어수룩한”이나 “기계는 낯선”이나 “기계는 어려운”으로 손볼 수 있어요. 4347.11.8.흙.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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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를 모르는 아내로서는 잘 헤아릴 수 없지만


“상상(想像)이 되지 않았지만”은 “헤아릴 수 없지만”이나 “생각할 수 없지만”이나 “그릴 수 없지만”으로 손질합니다.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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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사는 늘 우리 곁에 있다. 아니, 우리가 스스로 역사이다. 대통령이나 임금이나 지식인이나 권력자가 역사가 아니라, 바로 우리가 스스로 역사이다. 커다란 건물이나 궁궐이나 전쟁이 역사가 아니다. 우리가 먹는 밥과 우리가 입는 옷이 역사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이야기가 역사이고, 우리가 짓는 하루가 역사이다. 남이 만드는 역사가 아니라, 우리가 스스로 일구는 역사이다. 《10대와 통하는 문화로 읽는 한국 현대사》라는 책을 읽는다. ‘남’이 만들거나 ‘위’에서 짜는 역사가 아닌, ‘우리’가 스스로 가꾸는 길에서 역사가 태어나는 흐름을 가만히 살핀다. 조금 더 ‘수수한 사람 곁’으로 스며들어서 역사를 읽고 말하면 훨씬 아름다운 책이 되었으리라 느끼는데, 이만큼 몸을 낮추어 역사를 들려주려고 한 책도 드물다고 느낀다. 정부 성명서나 신문 기사도 역사 가운데 하나로 들어갈 수 있지만, 우리가 제대로 살피면서 알아야 할 역사, 다시 말하자면 ‘우리가 걸어온 길’과 ‘우리가 남긴 발자국’은 너와 내가 어우러져 이룬 삶과 사랑과 꿈이어야지 싶다. ‘문화’, 그러니까 ‘삶’을 바탕으로 읽을 때에, 역사나 사회나 정치나 경제 모두 슬기롭게 헤아릴 수 있다. 4347.11.8.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한 줄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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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와 통하는 문화로 읽는 한국 현대사
이임하 지음 / 철수와영희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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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삶에서 우러나오는 이야기를 수수하게 담은 시집 《아기가 살짝 엿들은 말》을 읽으며 곰곰이 생각한다. 참말 우리는 우리 삶을 가만히 바라보면서 살며시 글로 옮기면 모두 시가 되고 노래가 된다. 머리를 짜야 시가 나오지 않는다. 머리를 볶아야 노래가 되지 않는다. 우리 삶은 언제나 시이고 노래이다. 내 손으로 내 삶을 짓고, 내 눈으로 내 삶을 볼 때에, 우리 삶은 환하게 빛나는 즐거운 이야기로 거듭난다. 4347.11.8.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한 줄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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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가 살짝 엿들은 말
양정자 지음 / 실천문학사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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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가 살짝 엿들은 말 실천문학 시집선(실천시선) 218
양정자 지음 / 실천문학사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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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말하는 시 83



아기와 함께 사랑을 속삭입니다

― 아기가 살짝 엿들은 말

 양정자 글

 실천문학사 펴냄, 2014.4.30.



  할머니 시인 양정자 님은 《아기가 살짝 엿들은 말》(실천문학사,2014)을 선보이면서, 책이름 그대로 아기가 이 땅에 태어나 어버이한테서 들은 말을 새로운 노래로 들려줍니다.


  참말 아기는 온갖 말을 듣습니다. 따로 엿듣는다기보다, 언제나 귀를 기울이면서 온갖 말을 듣습니다. 아기는 어머니가 들려주는 말을 듣고, 아버지가 읊는 말을 듣습니다. 아기는 할머니가 알려주는 말을 듣고, 할아버지가 속삭이는 말을 듣습니다. 아기는 저를 둘러싼 온갖 말을 들으면서 무럭무럭 자랍니다. 아기는 제 둘레에서 피어나는 갖가지 말을 귀여겨들으면서 생각을 키우고 마음을 살찌웁니다.



.. 해 긴긴 봄날 우리 엄마가 온몸이 노곤한 채 / 햇빛 바른 마루에 앉아 조속조속 졸고 앉아 있는데 / 꿈에 노랑나비 한 마리가 꽃처럼 활짝 핀 엄마 몸속으로 ..  (태몽)



  글을 모르는 아이는 오직 말로 삶을 배웁니다. 글을 알지 못하는 아이는 오로지 말을 받아들여 사랑을 익힙니다. 어버이가 깊이 생각하지 않고 짧게 내뱉는 말조차, 아이한테는 아주 크게 울리면서 스며드는 말입니다. 어버이 아닌 다른 어른이 아무렇지 않게 함부로 내뱉는 말마저, 아이한테는 매우 크게 부딪히면서 젖어드는 말입니다.


  아이를 낳아 돌보는 어버이라면, 아이를 데리고 시끄러운 곳에 가려 하지 않습니다. 사람이 주고받는 말소리뿐 아니라, 자동차가 흐르는 소리라든지 기계가 움직이는 소리 가운데 아이한테 들려주고 싶지 않은 소리가 있기 때문입니다. 너무 시끄러운 곳에서는 어른도 몹시 고달프기 때문입니다.


  우리 집 큰아이는 기찻길 옆 옥탑집에서 태어나 자랐습니다. 우리 집 큰아이는 언제나 기찻소리 때문에 고단해야 했습니다. 기찻소리는 아이한테뿐 아니라 어른한테도 늘 고단했습니다. 새벽부터 밤까지 끊이지 않는 기찻소리를 들을 뿐 아니라, 기차가 지나갈 때마다 땅이 덜덜 떨리니 집도 흔들립니다. 기차를 타면 먼 곳까지 빠르게 갈 수 있으나, 기찻길을 집 옆에 두어야 하는 사람은 날마다 귀를 찢는 소리와 웅웅거리면서 집이 흔들리는 일까지 겪어야 합니다.



.. 유치원생 내 손자가 제 강아지 끌어안고 / 무심히 혼자 하는 말 / “복실아, 너는 좋겠다, 유치원에도 안 가구. / 영어도 피아노도 안 배우고, 넌 정말 정말 좋겠다.” ..  (부러운 강아지)



  작은아이를 낳을 무렵 시골로 옮겼습니다. 작은아이는 갓 태어난 뒤부터 골짝물 흐르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그렇지만, 작은아이는 오토바이 소리라든지 짐차 소리라든지 경운기 소리도 함께 들었습니다. 골짝물 흐르는 소리를 들으면 곧장 새근새근 깊이 잠드는 작은아이인데, 오토바이가 지나간다든지 짐차나 경운기가 지나가면 화들짝 놀라기 일쑤였어요. 그렇다고, ‘여기에 갓난쟁이가 있으니’ 오토바이도 짐차도 경운기도 이 둘레로 지나다니지 말라 할 수 없는 노릇입니다.


  오토바이를 모는 분은 오토바이 지나가는 소리 때문에 아기가 깨는 줄 몰랐으리라 생각해요. 안다고 해서 오토바이를 안 몰 수 없기도 했을 테고요. 시골 할배는 으레 경운기를 몹니다. 이녁 집안에 이녁 손자가 있다면 경운기를 안 몰거나 덜 몰는지 모르지만, 이녁 집안에 이녁 손자가 없으면 그리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이런저런 자동차 소리를 덜 듣거나 안 들을 만한 다른 시골로 옮기면서 생각에 잠겼어요. 자동차가 없던 지난날에는 이러한 소리 때문에 고단한 어버이는 없었어요. 지난날에는 아기가 있는 이웃집을 헤아려 함부로 시끄러운 소리를 안 냈어요. 아기가 있는 이웃집 앞이나 옆을 지날 적에는 말소리를 낮추었지요.


  자동차를 몰 적에도 그렇지요. 아기가 탔다고 커다랗게 써 붙인 자동차가 있으면, 이런 자동차 둘레에서 함부로 빵빵거리는 소리를 내지 말라는 뜻입니다. 아기가 화들짝 놀라니까요. 내 아기 아닌 다른 집 아기라도 놀래키지 않을 노릇이거든요.



.. 이웃집 두 살, 세 살짜리 연년생 언니 오빠 놀러오면 / 갑자기 무거웠던 눈꺼풀 싹 올라가고 / 두 눈이 별처럼 반짝반짝 빛납니다 / 아직 같이 놀 처지 못 되지만 / 서로 밀고 당기며 싸우며 놀기도 하는 언니 오빠를 / 쓱쓱쓱 배밀이하며 열심히 쫓아다니며 구경하기 바쁩니다 ..  (아기는 아기끼리)



  양정자 님이 쓴 《아기가 살짝 엿들은 말》을 찬찬히 읽습니다. 이녁 곁님인 소설가 할배는 어느 날 술을 입에 안 대었다고 합니다. 그렇다고 술을 끊지는 못한다고 하는데, 김치를 담그느라 바쁠 날을 앞두고, 이날은 이녁 곁님이 아기를 오롯이 보아야 할 테니, 아기가 싫어하는 술냄새를 풍기지 말라고 넌지시 한 마디를 했더니, 참말 이녁 곁님이 꼭 하루 동안 입에 술을 안 대었대요.


  사내는 할배 나이가 되면 조금 귀를 열 수 있을까요. 손자가 생기니, 손자를 헤아리면서 삶을 새롭게 지을 수 있을까요.


  그러면, 아버지 자리에 서는 이들은 어머니 자리에 서는 이들이 들려주는 말을 어느 만큼 귀여겨들을까 궁금합니다. 아버지 자리에 서면, 집 바깥으로 나돌면서 돈을 더 버느라 바쁘기만 해야 하는지, 아니면 아버지 자리에 서기에 이제 집 바깥에서 나돌던 일은 그치거나 줄이면서, 집 안쪽에서 아이하고 누리는 삶을 더 돌아볼 만한지 궁금합니다.



.. 몸에 나쁜 간식거리 사달라고 조를 때마다 / 온갖 말로 아기를 달래보는데 / 종달새처럼 말 잘하는 어린 내 손녀 / 서럽게 울면서 하는 말 / “할머니, 이 세상, 왜 몸에 좋은 건 하나도 없어요?” ..  (아이스크림)



  아이 혀에 달콤하게 달라붙는 과자나 아이스크림은 어른 혀에도 달콤하게 달라붙습니다. 무엇보다, 과자나 아이스크림은 어른이 만들어 아이들한테 팝니다. 과자 공장이나 아이스크림 공장은 모두 어른이 세웁니다. 공장지기도 어른이고, 공장 일꾼도 어른입니다.


  과자를 사 달라 떼 쓰는 사람만 아이가 아니에요. 과자라는 것을 만들어 아이한테 팔면서 돈을 버는 사람은 모조리 어른이에요. 우리는 아이를 탓할 수 없습니다. 과자를 만드는 어른을 탓할 노릇입니다. 그리고, 오늘날 이 땅에 아토피를 불러들인 어른을 탓할 노릇입니다. 어떤 병원 처방과 화학약품으로도 고치지 못하는 아토피를 만든 우리 어른을 탓할 노릇입니다.


  시인 할머니한테 아이가 외쳐요. “할머니, 이 세상, 왜 몸에 좋은 건 하나도 없어요?” 할머니는 할 말이 없습니다. 시인 할머니는 학교에 나가 돈을 버는 교사 노릇을 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시인 할머니는 흙을 일구어 ‘몸에 좋은 밥’을 손수 기르는 살림지기 노릇을 할 겨를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 갓 핀 아침 나팔꽃처럼 환한 얼굴이 된다 / “아침이 좋아? 왜 그렇게 좋은데?” 물으면 / “왜냐하면요, 아침이 되면 재미있게 놀 수 있으니까요.” ..  (야, 아침이다!)



  아이들은 저녁에 좀처럼 안 자려 합니다. 왜 안 자려 할까요? 더 놀고 싶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은 아침에 아주 빨리 일어나려 합니다. 왜 빨리 일어나려 할까요? 더 놀고 싶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아이들은 학교라는 데에 들어가면 싹 바뀌어요. 학교를 다니는 아이들치고, 저녁에 늦게 자려는 아이가 없습니다. 학교를 다니는 아이들 가운데, 아침에 일찍 일어나려는 아이가 드뭅니다. 왜 그러할까요? 학교가 괴롭고, 숙제와 시험이 모두 끔찍하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은 놀려고 이 땅에 태어났는데, 어른들은 공부와 숙제와 시험만 잔뜩 갖다 안겨요. 이러니, 아이들은 저녁에 꾸벅꾸벅 졸아요. 학교에서도 꾸벅꾸벅 졸지요. 게다가 아침에는 어기적거리면서 잠자리에서 안 벗어나려고 해요.



.. 내일은 며느리들 와서 김장할 테니 술 작작 마시고 / 아기들 좀 봐줘야 할 것 같으니 / 술 냄새 풍풍 풍기면 / 할아버지 옆에 가려고도 하지 않을 거라고 / 술 좀 덜 마시라고 말했더니 / 언제 마누라 말 들어본 적 있었던가 / 그냥 건성으로 해본 내 충고에 / 웬걸, 무슨 기적처럼 내 남편이 그날 밤엔 / 술 한 잔도 안 마시고 들어왔네 ..  (무서운 아기들)



  우리 어른도 아침이 고단합니다. 아침에 벌떡 일어나서 신나게 웃고 노래하는 어른이 아주 드뭅니다. 아침에 일터로 가는 길에 환하게 웃음짓는 얼굴로 기쁘게 노래하는 어른은 거의 찾아볼 길이 없습니다. 버스에서도 전철에서도 모두 똥을 씹은 듯한 얼굴입니다. 자가용을 몰면서도 입에서 거친 말이 쉬 튀어나오기 마련입니다.


  즐거운 삶이 아닌 고단한 쳇바퀴인 어른인 탓에, 아이한테도 즐거운 삶이 아닌 고단한 쳇바퀴를 베풀고 맙니다. 기쁨이 가득한 삶이 아니라 지치고 힘든 굴레인 어른인 탓에, 아이한테도 기쁨이 가득한 놀이가 아니라 지치고 힘든 입시지옥을 갖다 안기고 말아요.



.. 직장에서 돌아오면 어린 내 아이들 데리고 / 거의 매일 무조건 올랐던 동네 뒷산 / 너무 많이 올라 다녀 구석구석 모르는 곳이 없던 / 우리 아이들의 놀이터 같았던 성산 ..  (마포 성산)



  시인 할머니는 이녁 일터인 중학교에서 집으로 돌아온 뒤, 거의 날마다 동네 뒷산을 올랐다고 합니다. 참말 고단하고 힘든 몸이었을 텐데, 게다가 집으로 돌아왔어도 집일이 그득그득 넘쳤을 텐데, 모든 것을 잊고 동네 뒷산에 오르셨지 싶어요.


  아이를 생각하며 동네 뒷산에 올랐겠지요. 아이와 함께 시인 할머니 이녁 삶을 생각하며 동네 뒷산에 올랐겠지요. 이녁 마음에 싱그러운 바람 한 줄기를 불어넣지 않고서야 집일을 못했으리라 느낍니다. 이녁 마음에 싱그러운 바람 한 줄기를 불어넣을 적에, 아이들도 스스로 마음밭에 싱그러운 바람씨앗을 심었으리라 느껴요.


  따사로운 마음이 따사로운 마음을 낳습니다. 포근한 숨결이 포근한 숨결을 낳습니다. 사랑으로 지은 노래는 사랑이 가득한 새로운 노래를 낳습니다. 사랑을 받아 태어난 아이는 무럭무럭 자라 사랑스러운 어른이 되고, 이윽고 사랑을 듬뿍 심은 씨앗으로 아이를 낳아 돌봅니다.


  시인 할머니는 이녁이 아주 어릴 적에 어머니한테서 가만히 귀여겨들은 말을 손자한테 조곤조곤 속삭입니다. 시인 할머니한테서 사랑스러운 이야기를 살몃살몃 들은 아기는 씩씩하게 자라 아름다운 어른으로 우뚝 서리라 생각합니다. 4347.11.7.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에서 시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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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말을 죽이는 외마디 한자말

 (1340) 통하다通 72


장정임 씨의 시를 읽고 마음과 마음은 서로 통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시카와 이쓰코/손지연 옮김-일본군 ‘위안부’가 된 소녀들》(삼천리,2014) 35쪽


 마음은 서로 통한다는 생각

→ 마음은 서로 만난다는 생각

→ 마음은 서로 이어진다는 생각

→ 마음은 서로 하나라는 생각

 …



  만나고 싶어 찾아갑니다. 가까운 곳에서 눈을 마주하면서 빙그레 웃습니다. 기쁘게 만난 뒤 헤어집니다. 아쉽지만 다음에 만나기로 하고 저마다 제 보금자리로 돌아갑니다. 이제 두 사람은 멀리 떨어집니다. 그렇지만 마음은 늘 하나이기에, 아무리 멀리 떨어진 데에 있어도 서로 그리면서 따순 마음을 주고받습니다. 이 지구별에서 우리는 마음과 마음으로 곱게 이어진 삶입니다. 온누리에서 우리는 마음과 마음으로 만나면서 마음과 마음으로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입니다.


  시 한 줄을 쓰면서 한국과 일본이 서로 만납니다. 노래 한 가락을 부르면서 일본과 한국이 나란히 만납니다. 꿈을 같이 꾸고, 사랑을 함께 속삭이면서, 두 나라는 아름다이 어깨동무를 할 수 있습니다. 4347.11.7.쇠.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장정임 씨가 쓴 시를 읽고 마음과 마음은 서로 만난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장정임 씨의 시”는 “장정임 씨가 쓴 시”로 손보고,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나 “생각했습니다”로 손봅니다.


..



 우리 말을 죽이는 외마디 한자말

 (1341) 통하다通 73


율곡이 이 책을 통해서 선조에게 기대하는 것은 무엇인가

《한영우-율곡 이이 평전》(민음사,2013) 181쪽


 이 책을 통해서

→ 이 책을 써서

→ 이 책을 내서

→ 이 책을 바쳐서

→ 이 책으로

 …



  책을 씁니다. 책 한 권을 써서 누군가한테 건넵니다. 책 한 권을 알뜰살뜰 써서 어느 한 사람한테 드립니다. 조선 사회에서 율곡이라는 분은 책을 한 권 써서 선조라는 임금한테 올렸다고 합니다. 임금한테 올리는 책은 ‘드리는’ 책이라 할 수 있고, ‘바치는’ 책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한편, 율곡이라는 분은 “책 한 권으로 선조라는 임금한테 무엇을 바란다”고, “책 한 권을 올려 선조라는 임금이 무엇인가 제대롤 바로잡거나 고치기를 바란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4347.11.7.쇠.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율곡이 이 책을 써서 선조한테 무엇을 바라는가


“기대(期待)하는 것은 무엇인가”는 “바라는 것은 무엇인가”로 손보는데, 더 손질해서 “무엇을 바라는가”로 적을 수 있습니다.


..



 우리 말을 죽이는 외마디 한자말

 (1343) 통하다通 74


랑이와의 첫 만남은 보호자의 교감 신청을 통해서였습니다

《혜별-애니멀 레이키》(샨티,2014) 175쪽


 랑이와의 첫 만남은 보호자의 교감 신청을 통해서였습니다

→ 랑이와는 보호자가 교감 신청을 해서 처음 만났습니다

→ 랑이는 보호자가 교감 신청을 해서 처음 만났습니다

→ 랑이는 보호자가 교감 신청을 했을 적에 처음 만났습니다

 …



  이 보기글은 한글로 적었으나 한국말이라기보다는 일본 말투를 옮겼다고 할 만합니다. ‘-와의 -은’과 ‘-의 -을 通하다’는 모두 일본 말투입니다. 이 같은 말투를 오늘날 두루 쓰기도 하고, 이 같은 말투로 글을 적어도 사람들이 어렵잖이 알아듣는다고 하지만, 글을 쓸 적에는 오롯이 한국말이 되도록 마음을 기울여 가다듬을 수 있기를 바라요. 4347.11.7.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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랑이는 보호자가 교감 신청을 했을 적에 처음 만났습니다

랑이와는 보호자가 교감 신청을 한 날 처음 만났습니다


“랑이와의 첫 만남은”은 “랑이와 처음 만난 때는”이나 “랑이와 처음 만난 자리는”으로 손볼 수 있는데, 글짜임을 손질해서 “랑이와는 …… 처음 만낫습니다”처럼 적을 수 있습니다. “교감(交感) 신청”은 그대로 써야 할는지 모르나, 이러한 말마디는 글쓴이가 생각을 기울여서 알기 쉽고 또렷하게 고쳐쓸 수 있기를 바랍니다.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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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1-07 21: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파란놀 2014-11-07 21:09   좋아요 0 | URL
괜찮습니다.
그것이 무슨 대수입니까.
고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