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그림 읽기

2014.10.31. 큰아이―꽃베개와 눈구름



  사름벼리가 나무베개에 꽃을 볼펜으로 죽죽 긁어서 그렸다. 얘야, 그림순이야, 나무베개에 이렇게 새기니. 그림은 방바닥도 나무베개도 벽도 아닌 종이에 그리면 좋을 텐데. 한숨을 폭 쉬면서 종이를 내준다. 그림순이는 그림종이에 눈구름을 그린 뒤 보여준다. 네 딴에 예쁜 베개 되도록 꽃을 그렸으니, 이 꽃베개를, 꽃무늬 나무베개를, 그예 알뜰히 사랑해야겠지. 그래, 고맙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아버지 그림놀이] 보금자리 2 (2014.10.31.)



  우리 보금자리를 헤아리는 그림을 마무리짓는다. 별비와 사랑비와 꽃비가 내리는 사이사이 별과 사랑과 꽃을 하나하나 그린다. 온누리에 별과 사랑과 꽃이 쏟아져서 흐드러지기를 바란다. 우리 보금자리에도, 이웃 보금자리에도, 골고루 아름다운 이야기가 넘칠 수 있기를 빈다. 다 같이 웃고 노래할 수 있는 삶이 되기를 꿈꾼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지켜보는 마음



  네 살 작은아이가 요 달포쯤 앞서부터 밥상맡에서 새로운 놀이 하나를 떠올려서 즐깁니다. 무슨 놀이인가 하면, 밥숟가락을 국그릇에 살포시 놓고 보글보글 가라앉도록 하는 놀이입니다. 밥을 먹다가 퍽 오랫동안 이 놀이를 하기에, 밥 좀 먹으라고 이르다가, 문득 내 어릴 적을 떠올립니다. 그래, 나도 이 나이만 할 적에 이렇게 놀았고, 이 나이뿐 아니라 열 살 언저리에도 이런 놀이를 했다고 떠올립니다.


  밥숟가락을 국그릇에 살짝 놓으면 숟가락이 국물에 뜹니다. 이때 나는 내 밥숟가락을 숟가락 아닌 배로 여깁니다. 수저 손잡이를 살살 밀면 그만 꼬르륵 잠기는데, 이때에 배가 바닷속에 잠긴다고 여깁니다. 이런 놀이를 한참 합니다.


  밥상맡에서 으레 이 놀이를 하는 작은아이를 바라보다가 문득 한 가지를 생각합니다. 그래, 이 아이는 저를 지켜보아 주기를 바라는구나 싶어요. 밥상맡이니 밥을 먹으라고 이르거나 다그치거나 이끌 수 있어요. 그런데, 밥상맡에서 얼마든지 밥놀이를 즐길 수 있습니다. 길을 걷다가 우뚝 멈추어 개미 지나가는 모습을 지켜본다든지, 사마귀가 길을 가로지르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어요. 가야 할 곳에 빨리 가야 할 수 있지만, 가야 할 곳에 가더라도 1분이나 10분쯤 말미를 내어 찬찬히 둘레를 살펴볼 수 있습니다.


  작은아이 ‘밥놀이’ 또는 ‘수저놀이’를 물끄러미 지켜보다가 사진을 한 장 찍기로 합니다. 작은아이 놀이를 두고두고 건사하자는 생각이 듭니다. 작은아이 놀이를 지켜보면서 내 어릴 적 놀이를 조용히 그리자는 생각이 퍼뜩 스칩니다. 4347.11.8.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삶과 마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꽃밥 먹자 113. 2014.10.17. 밥그릇 국그릇



  어느 날 곁님이 문득 한 마디 한다. 아이들 밥이나 국을 너무 많이 뜨지 않느냐 하고. 그런가 하고 갸우뚱하다가 가만히 생각하니, 참말 아이들 밥그릇과 국그릇에 좀 많이 담았구나 하고 느낀다. 그러면 나는 왜 이렇게 많이 담을까? 어릴 적에 밥을 제대로 못 먹고 자라서 아이들한테 밥을 많이 먹이고 싶은 마음일까? 아니다. 곰곰이 헤아리니, 우리 아이들이 밥 넉넉히 먹고 기운 많이 내어 언제나 씩씩하고 신나게 놀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다음에는 좀 적게 담자고 생각하는데, 그래도 으레 많이 담는구나 싶다. 아이들은 배가 부르면 더 안 먹고, 아이들은 더 먹고 싶으면 더 달라 말하는데, 그래도 이 다음에는 조금 더 적게 담자고, 아이들이 더 달라 하는 말이 나올 만큼 주자고 생각한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우리 말을 죽이는 외마디 한자말

 (52) 과하다過 1


상상력의 내용은 펜타곤 보고서의 내용보다 과하지 않다

《정혜진-태양도시》(그물코,2004) 25쪽


 보고서의 내용보다 과하지 않다

→ 보고서에 담긴 이야기보다 지나치지 않다

→ 보고서보다 지나치지 않다

→ 보고서보다 앞서 가지 않다

→ 보고서만 하지 않다

 …



  누군가 어떤 일을 생각하는데, 이러한 생각이 그리 지나치지 않다고 하면서, ‘펜타곤 보고서’를 건드립니다. 펜타곤 보고서가 더 지나치거나 앞서 나간다는 뜻을 들려주는 셈입니다. 이럴 때에는 “-만 하지 않다”나 “-처럼 막 나가지 않다”나 “-만큼 거짓스럽지 않다”로 적을 수 있습니다.


 씀씀이가 과하다

→ 씀씀이가 지나치다

→ 씀씀이가 헤프다

→ 너무 많이 쓴다

 술이 과하신 듯한데

→ 술이 지나치신 듯한데

→ 술을 너무 드신 듯한데

→ 술을 많이 드신 듯한데

 우리 형편에 이런 옷은 좀 과하다

→ 우리 형편에 이런 옷은 좀 지나치다

→ 우리 살림에 이런 옷은 좀 비싸다

→ 우리 살림에 이런 옷은 좀 안 맞다

→ 우리 살림에 이런 옷은 좀 주제넘는다


  외마디 한자말 ‘過하다’는 “정도가 지나치다”를 뜻합니다. 그러니까, 한국말은 ‘지나치다’요, 이 한국말을 한자말로 옮기니 ‘過하다’인 셈입니다.


  흐름이나 자리를 살펴 ‘너무하다’라든지 ‘많이 하다’를 넣을 수 있습니다. 값을 살피는 자리라면 ‘비싸다’를 넣을 수 있습니다. 4337.12.23.나무/4347.11.8.흙.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이 상상력은 펜타곤 보고서보다 지나치지 않다

이러한 생각은 펜타곤 보고서보다 지나치지 않다


‘상상력(想像力)’은 “생각하는 힘”을 가리킵니다. ‘내용(內容)’은 ‘줄거리’로 손질할 낱말입니다. “상상력의 내용”이라면 “이 상상력”이나 “이러한 상상력”이나 “이 생각”이나 “이러한 생각”으로 손질할 수 있습니다. 뒤따르는 “보고서의 내용”에서도 “보고서에 담은 줄거리”로 손질하기보다는 “보고서”로만 손질할 때에 한결 낫습니다. 왜냐하면, 상상력이나 보고서 모두 ‘속에 담은 것’을 나타내기 때문입니다.



과하다(過-) : 정도가 지나치다

   - 씀씀이가 과하다 / 술이 과하신 듯한데 / 우리 형편에 이런 옷은 좀 과하다


..



 우리 말을 죽이는 외마디 한자말

 (206) 과하다過 2


욕심이 과한 사람은 이렇게 적응하는 걸 좀더, 잘, 좀더, 더 잘 하기 위해 온갖 노력을 한다

《신기식-지리산으로 떠나며》(지영사,2005) 40쪽


 욕심이 과한 사람

→ 욕심이 지나친 사람

→ 욕심이 너무 많은 사람

→ 욕심이 센 사람

→ 욕심이 드센 사람

→ 욕심이 넘치는 사람

 …



  ‘지나치다’고 하는 모습을 가만히 헤아립니다. 누군가 지나친 모습이라면, ‘너무하다’ 싶은 모습입니다. 욕심을 놓고 본다면, 욕심이 너무 많거나 세거나 드세거나 거세다고 할 만합니다. 욕심이 넘치거나 넘실거리기도 할 테고, 욕심으로 가득하기도 할 테지요. ‘욕심덩이’나 ‘욕심덩어리’라 할 수 있습니다. 욕심으로 똘똘 뭉치거나 욕심이 흘러넘친다 할 테고, 욕심이 끝이 없거나 욕심으로 그지없다고 할 만해요. 그러니까, ‘지나치다’고 하는 사람은 끝을 모르는 사람이요, 멈추거나 그칠 줄 모르는 사람입니다. 4338.8.1.달/4347.11.8.흙.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욕심이 지나친 사람은 이렇게 몸을 맞추려고 좀더, 잘, 좀더, 더 잘 하려고 온힘을 다한다


“이렇게 적응(適應)하는 걸”은 “이렇게 적응하려고”나 “이렇게 몸을 맞추려고”로 손보고, “잘 하기 위(爲)해”는 “잘 하려고”나 “잘 하고 싶어”로 손보며, “온갖 노력(努力)을 한다”는 “온갖 힘을 쓴다”나 “온힘을 다한다”나 “여러모로 애쓴다”로 손봅니다.


..



 우리 말을 죽이는 외마디 한자말

 (925) 과하다過 3


낮부터 약주가 과했던 걸까

《김종휘-아내와 걸었다》(샨티,2007) 132쪽


 약주가 과했던 걸까

→ 술이 지나쳤을까

→ 술이 많이 들어갔을까

→ 술을 많이 자셨을까

→ 술을 한잔 걸치셨을까

→ 술을 드셨을까

 …



  낮부터 술 한잔 걸치기를 좋아하는 어르신이 제법 많습니다. 이분들은 퍽 많은 나이에도 술을 잘 드시기도 하지만, 한두 잔에 이내 뻗기도 합니다. 나이와 얼굴을 잊으셨는지, 낮부터 얼굴이 벌건 채 다니시다가 아무 데나 벌렁 드러누워 코를 골기도 합니다. 보기글은 어르신들이 낮부터 술을 한잔 걸친 모습을 이야기합니다. 그래서, 술을 ‘술’이라 적지 않고 ‘약주’로 적습니다.


  술이 센 할배라고 해도, 술을 많이 드셨으면 어질어질 할 만합니다. 술을 잘 드시는 할배라고 해도, 술이 지나치면 해롱해롱 할 만합니다. 술이 거뜬하다고 하는 할배라고 해도, 술이 많이 들어갔으면 몸을 못 가눌 만합니다. 4340.7.15.해/4347.11.8.흙.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낮부터 술을 많이 했을까


“과했던 걸까”는 “과했을까?”로 다듬을 수 있습니다. ‘약주(藥酒)’는 그대로 두어도 될 테지만, ‘술’로 쉽게 적으면 한결 낫습니다.


..


 우리 말을 죽이는 외마디 한자말

 (1338) 과하다過 4


인근 도시의 상점에서 맘에 드는 옷을 발견할 때도 있지만 내 기준으로는 옷값이 과했다

《김소연-수작사계, 자급자족의 즐거움》(모요사 펴냄,2014) 249쪽


 옷값이 과했다

→ 옷값이 지나쳤다

→ 옷값이 비쌌다

→ 옷값이 셌다

→ 옷값이 엄청났다

 …



  옷값이 ‘지나치다’고 한다면, 값이 세거나 비싸다는 뜻입니다. 값이 세거나 비싸다면, 나로서는 값이 엄청나거나 어마어마하거나 크다는 뜻입니다. 나로서는 주제넘는 값이라 할 만하고, 나로서는 생각조차 못할 만한 값이라 할 수 있습니다. 4347.11.8.흙.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이웃 도시 가게에서 맘에 드는 옷을 볼 때도 있지만 내 생각으로는 옷값이 비쌌다


“인근(隣近) 도시의 상점(商店)”은 “가까운 도시에 있는 가게”나 “이웃 도시 가게”로 손보고, ‘발견(發見)할’은 ‘볼’이나 ‘찾을’로 손봅니다. “내 기준(基準)으로는”은 “내 잣대로는”이나 “내 눈으로는”이나 “내가 보기로는”이나 “내 생각으로는”으로 손질합니다.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