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540) 각자의 1


진보적인 민주주의 지도자들은 자유를 각자의 타고난 권리로 정의하고 있다

《소 알로이시오 몬시뇰/박우택 옮김-가난은 구원의 징표이다》(가톨릭출판사,2002) 27쪽


 각자의 타고난 권리

→ 저마다 타고난 권리

→ 사람마다 타고난 권리

→ 누구나 타고난 권리

 …



  한자말 ‘각자’를 한국말사전에서 살펴보니 “각각의 자기 자신”으로 풀이합니다. 그래서 다시 ‘각각(各各)’을 한국말사전에서 살피니, ‘저마다’나 ‘따로따로’로 고쳐써야 한다고 밝힙니다. 그러면 처음부터 ‘각각’이든 ‘각자’이든 우리가 쓸 만한 말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각자가 맡은 일에 힘쓰다

→ 저마다 맡은 일에 힘쓰다

→ 다들 맡은 일에 힘쓰다

 각자의 일은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

→ 제 일은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

→ 내 일은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

 각자 책임지고 준비할 것

→ 따로따로 책임지고 챙길 것

→ 손수 살펴서 챙길 것


  그러니까, 우리는 “저마다 타고난 권리”를 말하고, “저마다 제 일은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처럼 쓰면 될 노릇입니다. 이 보기글은 ‘사람마다’나 ‘누구나’로 풀어내도 되고, ‘사람이면’이나 ‘누구이든’으로 담아내도 됩니다. 4339.3.15.물/4347.11.12.물.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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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 쪽 민주주의 지도자들은 자유를 저마다 타고난 권리라고 이야기한다


“진보적(-的)인 민주주의 지도자”는 “진보 쪽 민주주의 지도자”로 손보고, “정의의(定義)하고 있다”는 “밝힌다”나 “이야기한다”나 “말한다”로 손봅니다.



각자(各自)

1. 각각의 자기 자신

   - 각자가 맡은 일에 힘쓰다 / 각자의 일은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

2. 각각의 사람이 따로따로

   - 세면도구는 각자 책임지고 준비할 것

각각(各各) : 저마다. ‘따로따로’로 순화


..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822) 각자의 2


사회에 나온 후로 각자의 생활 때문에 몇 번 보진 못했지만, 규철이도 직장에 다녔고, 나도 마냥 신입이었고

《강풀-순정만화 2》(문학세계사,2004) 96쪽


 각자의 생활 때문에

→ 서로 바쁘게 살아서

→ 모두 바쁘게 사느라

→ 저마다 바삐 살았기에

→ 둘 다 살기 버거워

→ 서로 자기 삶에 매여서

 …



  사회에 나오기 앞서도 “저마다 제 삶이 있”습니다. 만나기 어려웠다는 이야기는 “저마다 제 삶이 있어서”가 아니라 “제 삶에 너무 매이거나 바빠서”라 할 수 있어요. 그래서 이 자리에서는 “서로 바쁘게 살아서”라든지 “서로 제 삶에 매여서” 같은 말로 풀어내면 한결 낫습니다. 왜 그리도 만나기 힘들었는지를 놓고, 한두 낱말을 꾸밈말로 붙여서 풀어낼 수도 있습니다. 이를테면, “사회에 나온 뒤 서로 먹고사느라 바빴기 때문에”라든지 “사회에 나온 뒤 서로 새 일자리에 익숙해지느라 바쁘기 때문에”처럼 손볼 수 있어요. 4339.11.27.달/4347.11.12.물.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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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에 나온 뒤 서로 바쁘게 살아서 몇 번 보진 못했지만, 규철이도 일터에 다녔고, 나도 마냥 새내기였고


“사회에 나온 후(後)”는 “사회에 나온 뒤”로 손봅니다. ‘직장(職場)’은 ‘일터’로 다듬고, ‘신입(新入)’은 ‘새내기’나 ‘풋내기’로 다듬습니다.


..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847) 각자의 3


자기들이 가지고 온 도구와 완성된 빵을 각자의 자루에 채워 넣기 시작했습니다

《모이치 구미코/김나은 옮김-장미마을의 초승달 빵집》(한림출판사,2006) 110쪽


 각자의 자루에

→ 자루에

→ 제 자루에

 …



  보기글 첫머리를 보면 “자기들이 가지고 온”이라고 나옵니다. 그러니, “각자의 자루에”로 적지 않고 “자루에”라고만 적어도 됩니다. 저마다 손수 챙긴 연장과 자루일 테니, 같은 말을 잇달아 밝혀서 적지 않아도 돼요.


  한편, 이 보기글은 여러 이웃이 손수 챙긴 연장으로 손수 빵을 구웠다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만큼, 첫머리에서는 “손수 가지고 온 연장과 다 구운 빵”처럼 손질한 다음, “각자의 자루”를 “제 자루”로 손질할 수 있습니다. 4339.12.17.해/4347.11.12.물.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저마다 가지고 온 연장과 다 구운 빵을 자루에 채워 넣습니다

손수 가지고 온 연장과 다 구운 빵을 제 자루에 채워 넣습니다


‘자기(自己)들이’는 ‘저마다’로 손보고, ‘도구(道具)’는 ‘연장’으로 손보며, “완성(完成)된 빵을”은 “다 구운 빵”이나 “마무리한 빵을”로 손봅니다. “채워 넣기 시작(始作)했습니다”는 “채워 넣었습니다”나 “채워 넣습니다”로 다듬습니다.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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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2195) -의 : 농업의 쇠퇴


이렇게 미국 잉여농산물의 대량 도입은 국내 농업의 쇠퇴를 가져와 우리나라 식량 자급률을 떨어뜨렸다

《이임하-10대와 통하는 문화로 읽는 한국 현대사》(철수와영희,2014) 28쪽


 국내 농업의 쇠퇴를 가져와

→ 우리 농업이 뒤처지고

→ 우리 농업이 허물어지고

→ 우리 농업이 흔들리고

→ 우리 농업을 갉아먹어

→ 우리 농업을 허물어

→ 우리 농업을 흔들어

 …



  보기글을 보면 ‘-의’를 두 군데에 넣습니다. 앞쪽과 뒤쪽을 살피면, 두 군데 모두 번역 말투입니다. 외국책을 한국말로 옮긴 글이 아니라, 한국사람이 수수하게 한국말로 이야기를 푸는 글인데 번역 말투입니다.


  ‘(무엇)의 (무엇)’처럼 쓰는 말투는 번역 말투이면서 일본 말투입니다. 이렇게 글을 쓰면 짜임새가 엉성합니다. 임자말과 풀이말을 매끄럽게 잇지 못하기 일쑤입니다. 이 글월에서 임자말은 ‘도입’이고, 풀이말은 ‘떨어뜨렸다’입니다. ‘도입’이 ‘떨어뜨린다’고 하는 글짜임은 그야말로 앞뒤가 안 맞습니다. 한국사람은 한국말을 이렇게 안 씁니다.


  이 글흐름을 본다면, 임자말 자리에서는 “이러구러한 탓에”나 “이러구러하기 때문에”처럼 적고, 풀이말 자리에서는 “이러구러하게 됐다”나 “이러구라하다”처럼 적어야 올바릅니다. 임자말은 ‘한국이’나 ‘우리나라가’가 되어야 하고, 이 임자말은 글흐름에 따라 안 넣는다고 여기면서 글을 적어야 합니다. 그러니까, “이렇게 (한국이/우리나라가) 미국에서 남는 곡식을 엄청나게 들인 탓에”처럼 앞자리를 열고, “한국 농업이 흔들리고 식량자급률이 떨어졌다”처럼 뒷자리를 마무리합니다. 4347.11.12.물.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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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미국에 남아도는 곡식을 엄청나게 들인 탓에 한국 농업이 허물어지고 식량자급률은 떨어졌다


“미국 잉여농산물(剩餘農産物)의 대량(大量) 도입(導入)은”은 “미국에 남아도는 곡식을 엄청나게 들여와서”나 “미국에서 남는 곡식을 엄청나게 들인 탓에”로 손보고, “국내(國內) 농업”은 “우리 농업”이나 “한국 농업”으로 손봅니다. “쇠퇴(衰退)를 가져와”에서 ‘가져와’는 이 자리에 쓸 수 없습니다. “쇠퇴하게 해서”나 “뒤처지게 해서”로 손질하거나, “무너뜨려”나 “허물어”로 손질합니다.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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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찍는 눈빛 86. 한 줄기로 흐르는


  빛은 한 줄기로 흐릅니다. 물은 한 줄기로 흐릅니다. 이야기와 사랑과 꿈은 한 줄기로 흐릅니다. 빛은 이리저리 굽지 않습니다. 빛은 곧게 한 줄기로 흐르되, 곳곳으로 퍼집니다. 어디로든 곧게 퍼지면서 흐릅니다. 물 또한 이리저리 굽지 않습니다. 물은 곧게 한 줄기로 흐르되, 곳곳으로 퍼집니다. 어디로든 곧게 퍼지면서 흘러요. 이야기와 사랑과 꿈도 언제나 이와 같다고 느껴요. 따사로운 숨결과 같이 곧게 흐르는 이야기요, 포근한 바람과 같이 곧게 흐르는 사랑이며, 즐거운 노래와 같이 곧게 흐르는 꿈이라고 느낍니다.

  우리가 찍는 사진은 곧게 한 줄기로 흐릅니다. 이곳을 기웃거리고 저곳을 기웃거린다 하더라도, 우리가 저마다 가야 할 길에 따라 곧게 흐르는 한 줄기라고 느낍니다. 왜냐하면, 내가 이루려고 생각하는 사진을 이루려면 여러 가지 일을 겪어야 해요. 그래서 이곳도 기웃거리고 저곳도 기웃거립니다. 내 삶을 스스로 갈고닦으려면 온갖 일을 치러야 해요. 그래서 이 일도 하고 저 일도 합니다.

  어느 갈래에 서서 어느 사진을 찍든, 우리는 온갖 사진을 다 겪거나 치르면서 배웁니다. 어느 갈래에서 찍는 사진이든 온갖 갈래에서 보여주는 빛과 결과 무늬와 숨결과 소리가 고스란히 흐릅니다.

  꽃을 찍을 적에 사랑스러운 곁님을 바라보듯이 찍습니다. 반가운 이웃을 찍을 적에 우람한 나무 한 그루를 마주하듯이 찍습니다. 아리따운 모델을 찍을 적에 파란 하늘을 하얗게 물들이는 구름을 붙잡듯이 찍습니다. 길거리에서 집회를 하는 이웃을 찍을 적에 너른 들을 샛노랗게 밝히는 가을 나락을 얼싸안듯이 찍습니다.

  사진은 언제나 한 줄기로 흐릅니다. 삶이라는 한 줄기로 흐릅니다. 사진은 모두 한 줄기로 흐릅니다. 삶을 사랑하는 넋으로 빚는 이야기 한 줄기로 흐릅니다. 4347.11.12.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사진책 읽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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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카스기 가의 도시락 2
야나하라 노조미 지음, 채다인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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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 즐겨읽기 409


우리 집 겨울이웃
― 다카스기 家의 도시락 2
 야나하라 노조미 글·그림
 채다인 옮김
 AK커뮤니케이션즈, 2011.7.25.


  가을이 무르익을 즈음 올해에도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손님을 기다립니다. 이제 올 때쯤 되었는데 왜 안 오는가 하고 날마다 빼꼼빼꼼 살펴봅니다. 늦가을에 우리 집에 찾아오는 손님은 누구인가 하면, 딱새입니다.

  지난해 이맘때쯤, 딱새 두 마리가 우리 집 처마 밑에 있는 제비집에 들어와서 지냈습니다. 딱새는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고 사람이 사는 집 가까이에서 살아요. 이 아이들은 처마 밑 제비집으로 거침없이 들어와서 지난해에 겨울나기를 했습니다. 딱새가 겨울나기를 마치고 제비집을 떠난 사월 첫무렵에 제비가 돌아왔는데, 제비는 저희가 지난해에 지낸 둥지가 여러모로 망가진 모습을 보고는 한참 망설이더니 여러 날 걸쳐서 집을 손질하더군요.


- “뭐 가지고 싶은 거 없어? 뭐든지 사 줄게.” “음, 요리용 젓가락.” “그거야 있어야 되는 거니까, 지금 사 줄게.” “저기, 뭐, 가지고 싶어?” (32쪽)
- “마루는 아직 아사코 씨를 엄마라고 부르지 않네. 아빠랑 결혼한 지 벌써 5년이잖아.” “호칭이 무슨 상관이야. 그렇지? 쿠루링?” “신경쓴다고. 하루치도 신경쓰고 있더라고.쿠우는 하루치 이름을 아직 한 번도 안 불러 줬다며?” (35쪽)





  그제까지만 해도 딱새가 밤에 우리 집 처마 밑에서 잔다고 못 느꼈는데, 어제 아침에 비로소 딱새 두 마리를 아침에 만납니다. 동이 틀 무렵 마루문을 열고 마당으로 내려서니, 이때에 딱새 두 마리가 휑 하면서 제비 둥지에서 나옵니다. 옳거니, 이제 왔구나, 하고 생각합니다.

  제비한테는 미안한 일이지만, 겨우내 둥지가 비니, 이동안 딱새가 빌려서 써도 되리라 생각해요. 게다가, 우리 집 제비들이 지은 둥지는 모두 석 채입니다. 우리 집 제비들은 저희가 지내지 않으면서도 다른 둥지까지 모두 손질합니다. 세 채 가운데 한 채에서만 지내면서 다른 두 채도 손질해요.

  나중에 보니, 새끼 제비가 무럭무럭 커서, 둥지에 새끼랑 어미가 함께 깃들기 좁다 싶을 때에 비로소 다른 둥지로 어미 둘이 옮겨서 지내더군요.


- ‘달콤한 식사. 달콤한 디저트. 무엇보다 쿠루리도 기뻐하는 것 같고. 겉모습이라든가, 이름이라든가, 그런 게 그렇게나 중요할까. 이걸로 충분하지 않을까.’ (46쪽)
- “나는 그냥 주먹밥이 좋은데. 다카스기는?” “저기, 이왕 아사코 씨가 싸준 건데 그렇게 말하면 안 되지.” (67쪽)
- “보라고. 구운 주먹밥도 맛있어. 맛있지? 이거. 역시 제대로 만들면 시간이 지나도 맛있다고.” (73쪽)





  지난해 이맘때를 돌이킵니다. 딱새 두 마리가 우리 집 처마에 깃들고 나서 한 달 즈음 뒤 참새 두 마리도 우리 집 처마에 깃들었습니다. 제비집이 석 채이니, 다른 새도 이곳에 깃들 수 있어요.

  내가 지은 새집이 아니지만, 우리 집 처마에 깃든 새집이니 괜히 내가 반가우면서 고맙습니다. 이 작은 새들은 우리 집 처마에 깃들면서 아침저녁으로 노래를 베푸니 여러모로 즐겁습니다. 처마에서 노래하고, 빨랫줄과 전깃줄에서 노래하며, 마당에 선 후박나무와 초피나무에 앉아서 노래해요.

  우리 집은 시골마을 다른 집과 참 다르게, 풀을 그대로 둡니다. 그래서 늦가을과 한겨울에도 우리 집 풀잎을 갉아먹는 애벌레가 있습니다. 우리 집 마당과 뒤꼍은 작은 새한테 겨울 먹이 얻는 곳이 되기도 합니다. 바지런히 살피고 찬찬히 돌아보면 포근한 보금자리에다가 먹이를 함께 누릴 만하다고 할까요.


- ‘같이 산 지 벌써 1년. 작은, 내가 지켜 줘야 하는 어린아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사실은 나보다 어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쿠루리가 와서 헤매는 일도 많았지만, 하려고 하지도 않았던 걸 하게 되고, 생각해 보지도 않았던 걸 생각하게 됐다. 인간으로서 굉장히 풍요로워졌다는 느낌이 든다.’ (84쪽)
- “먹을 때 맛있게 먹기 위해서 미리 버터를 바른다. 그 버터를 균등하게 바르기 위해 미리 실온에 놔둔다. 요리에 중요한 게 뭔지 알겠니?” “미리 알고 준비하는 거?” “그렇지. 앞날을 내다보고 상상력을 움직이는 힘, 요리를 하는 사람은 그게 기본이지.” (91쪽)





  야나하라 노조미 님이 빚은 만화책 《다카스기 家의 도시락》(AK커뮤니케이션즈,2011) 둘째 권을 읽으면서 가만히 생각에 잠깁니다. 만화책 이름에 ‘도시락’이 나오지만, 막상 이 만화책에서 도시락 이야기는 얼마 안 나옵니다. 어쩌면 ‘도시락’이라는 먹을거리를 사이에 놓고 ‘집에서 짓는 밥’과 ‘집에서 짓는 이야기’와 ‘집에서 짓는 사랑’을 들려주는 만화라고 할 만합니다.

  도시락이란 그렇거든요. 도시락은 집에서 짓는 밥일 뿐 아니라, 집에서 짓는 이야기가 흐르는 밥이요, 집에서 짓는 사랑이 깃드는 밥입니다.

  집집마다 다 다른 도시락이기에, 집집마다 다 다른 손맛을 느끼는 도시락입니다. 집집마다 다 다른 아이와 어른이 일구는 사랑과 숨결이 도시락에 서립니다. 학교급식으로서는 이러한 이야기도 사랑도 숨결도 생각도 주고받을 수 없어요.


- ‘농촌을 조사하다 보면 죽순이나 산나물 같은 꼐절의 산물을 도시에 간 아이들이나 친구들에게 보내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된다. 계절의 산물은 기쁘지만 짧다. 그들은 계절을 놓치지 앟는다. 그렇게 떨어져 있는 사람들과의 관계를 이어 나간다.’ (111쪽)
- “나츠키는 어떠려나?” “나츠키는 지금쯤 할머니가 만든 걸 먹겠지.” “이걸 먹어 보면 뭐가 더 맛있다고 할까?” (116쪽)



  나는 단체급식을 아주 안 좋아합니다. 아니, 아주 안 좋아한다기보다 ‘단체급식은 사람이 먹을 것’이 못 된다고 느낍니다. 왜냐하면, 단체급식은 ‘급식’일 뿐, ‘밥’이 아니기 때문이에요. 고픈 배를 채우는 ‘급식’이기는 하지만 ‘밥’이 아닌데다가 ‘단체’로 먹이는 것이에요. 다 다른 아이들한테 다 다른 목숨으로 스며드는 먹을거리가 아닙니다.

  단체급식을 하는 곳은 단체교육을 합니다. 이른바 ‘집단’이요 ‘집체’입니다. ‘질서’와 ‘계급’이 흐릅니다. 단체급식은 아이들한테 ‘다 다른 여러 생각’을 풀어놓으려 하지 않습니다. ‘다 같은 생각’으로 붙들어 놓는 얼거리입니다. 우리는 저마다 다른 삶을 일구면서 아름답게 사랑할 숨결이니, 우리가 배고프다 할 적에도 ‘밥’을 먹을 노릇이라고 생각해요.


- ‘어제 평소처럼 저녁밥을 같이 먹었다면, 오늘 아침 평소처럼 제대로 얼굴을 봐 줬다면, 당연한 것들은 사실 당연한 게 아니라고, 몇 번을 실패해야 알게 되는 걸까.’ (164∼165쪽)


  제비와 딱새와 참새는 다릅니다. 모두 조그마한 새요, 애벌레도 먹고 곡식도 먹을 수 있지만, 제비는 제비대로 좋아하는 먹이가 있고 딱새는 딱새대로 좋아하는 먹이가 있으며 참새는 참새대로 좋아하는 먹이가 있어요. 이 아이들은 저마다 제 삶을 스스로 짓습니다.

  우리 집 겨울이웃을 올해에도 반가이 맞이하면서 생각합니다. 겨우내 우리한테 ‘겨울노래’를 들려주니 고맙습니다. 봄과 여름에는 한창 제비 노래로 하루를 짓고, 겨울에는 한창 딱새 노래로 하루를 짓습니다. 수많은 곳 가운데 우리 집을 겨울집으로 삼은 이웃이 반갑고, 새 이웃이 나와 아이들과 곁님한테 베풀 이야기가 기쁩니다. 4347.11.12.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에서 만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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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글 읽기
2014.10.31. 큰아이―글순이 수첩에


  조금씩 글눈을 틔우는 큰아이는 ‘입으로 읊을 만한 이야기’를 가끔 글로 옮긴다. 모든 이야기를 글로 옮길 만큼 글을 밝게 깨치지는 못했으나, 조각조각 짤막하게 이야기를 적을 수는 있다. 찬찬히 글을 깨우쳐서, 머잖아 스스로 지은 이야기를 손수 적을 수 있으리라 본다. 아버지와 어머니와 동생을 가만히 지켜보면서 세 사람이 무엇을 하는지 수첩에 적는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글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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