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쪽지 2014.11.12.

 : 골이 띵한 늦가을



- 해질 무렵이다. 아이들을 데리고 우체국에 다녀올까 하다가, 혼자 가기로 한다. 저녁바람이 꽤 드세다. 아이들한테 늦가을 추위를 맛보게 해도 재미있으리라 생각하지만, 자칫 찬바람 잔뜩 먹고 앓을는지 모른다. 그러면, 어른인 나는? 나는 이런 추위쯤 익숙하니 괜찮다. 아직 장갑을 끼지 않고 다니는 자전거 아닌가.


- 이웃 원산마을 앞을 지날 무렵 어마어마한 까마귀떼를 만난다. 그야말로 어마어마하다. 얼추 보아도 삼백 마리는 훨씬 넘을 듯하다. 빈들에 내려앉은 까마귀떼도 많지만, 전깃줄에 내려앉은 까마귀떼도 많다. 전깃줄이 새까맣도록 내려앉았다. 어디에서 이 많은 까마귀가 한데 모였을까. 겨울을 앞두고 까마귀가 이렇게 무리를 지어서 다니는데, 이듬해 봄이 되면 어느새 뿔뿔이 흩어진다. 네 철 내내 지내던 까치는 갑작스레 나타난 까마귀떼에 질리는지 꽁지를 빼며 날아간다. 아마 까치도 떼를 지으려고 하겠지. 까마귀떼와 까치떼는 서로 먹이를 차지하려고 실랑이를 벌일 테지.


- 면소재지에서 볼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군내버스를 본다. 저녁 다섯 시가 넘는구나. 내 옆을 스친 군내버스가 한참 앞서 달리다가 봉서마을 쪽으로 사라지는 모습을 멀거니 바라본다.


- 맞바람을 잔뜩 받으며 달린다. 손은 그리 안 시리지만 골이 띵하다. 겨울바람이 멀지 않다. 올겨울에는 꼭 모자를 챙겨서 써야겠다.


(최종규 . 2014 - 시골에서 자전거와 함께 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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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정가제 호들갑



  2014년 11월 21일에 새로운 도서정가제대로 책을 다루어야 한단다. 앞으로 이레 남는다. 그러면, 도서정가제가 있고 없고에 따라 무엇이 달라질까. 여느 동네책방이나 헌책방은 이러한 제도가 있거나 없거나 대수롭지 않다. 그저 ‘책’을 다루기 때문이다. 그런데, 몇몇 곳에서는 이 제도 때문에 흔들릴 만하다. 왜냐하면, 몇몇 출판사는 ‘인터넷 입고율’을 따져서 책값을 뻥튀기로 붙인 다음 ‘큰 에누리’와 ‘적립금’과 ‘덤으로 끼우는 선물’로 사람들을 홀리면서 장사를 했기 때문이고, 여러 누리책방도 몇몇 출판사와 손을 잡고서 ‘큰 에누리’와 ‘적립금’과 ‘덤으로 선물 끼우기’를 마치 ‘거저로 주는 듯’ 빙그레 웃으면서 책을 팔았기 때문이다.


  도서정가제 때문에 ‘책 읽는 사람’이 고단하거나 힘들 일이란 없다. 왜냐하면, ‘책 읽는 사람’은 ‘싸구려 떨이 물건’을 ‘책’으로 잘못 알고 사들이는 일이란 없을 테니까. 책을 읽는 사람은 그저 ‘책’을 찬찬히 살펴서 읽을 뿐이다. 만 원 값을 붙인 책을 천 원에 후려쳐서 파니까 살 만한가? 이만 원 값을 붙인 책을 만 원에 깎아서 파니까 살 만한가?


  우리가 읽을 만한 책이라면, 이만 원 값이 붙은 책은 이만 원을 치르고 살 만해야 옳다. 우리가 읽어서 마음을 살찌울 책이라면, 만 원 값이 붙은 책은 만 원을 치르고 살 만해야 알맞다. 이렇게 될 때에, 책을 쓴 사람과 책을 만든 사람과 책을 파는 사람 모두 즐겁게 ‘돈을 벌어’서 새로운 작품을 쓸 수 있고 새로운 책을 엮을 수 있으며 새로운 책을 다루어 팔 수 있는 힘을 얻는다.


  아주 마땅한 노릇이다. 책을 아주 헐값에 후려쳐서 팔면 누구한테 좋을까? 아무한테도 안 좋다. 만 원짜리 새책을 오천 원에 후려쳐서 팔면, 이 책을 쓴 사람은 글삯(인세)을 어떻게 받나? 이 책을 만든 출판사는 다음 책을 내놓을 돈을 어떻게 모으나? 책을 다루는 책방은 흙 파먹고 사나?


  만 원짜리 책은 만 원에 사고팔 수 있어야 옳다. 이만 원짜리 책은 이만 원에 사고팔 수 있어야 알맞다. 그런데, 한국 사회는 이러한 얼거리를 ‘큰 출판사’와 ‘돈에 눈먼 출판사’ 두 곳이 앞장서서 깨뜨렸고, 여러 누리책방과 큰 새책방이 서로 손을 맞잡고 허물었다. 그리고, ‘책 즐김이’가 아닌 ‘책 사재기꾼’이 되고 만 우리 스스로 이러한 얼거리를 망가뜨렸다.


  도서정가제가 들어선다고 해서 ‘거품 책’이 사라지거나 ‘거품 출판사’가 하루아침에 자취를 감추리라고는 느끼지 않는다. 왜냐하면, 책에 붙인 제값대로 책을 사고파는 제도가 아니기 때문이다.


  책을 읽는 사람은 이러한 때에 생각을 슬기롭게 밝혀야 한다. 깎는 값이 아니라 옹근 값으로 살 만한 책인지 아닌지 살펴야 한다. 깎아 주어야 살 만한 책이라면, 이러한 책은 처음부터 안 살 만한 책인 줄 알아채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책은 안 사야 한다. 출판사와 누리책방이 짝짜꿍이 되어 ‘거품 값을 붙인 뒤 후려치기 해서 우리 눈을 홀리려는 책’은 처음부터 안 사야 한다. 이런 책이 안 팔리고 안 읽히도록 해야 한다.


  도서정가제라고 하는, 터무니없는 제도가 태어난 까닭은, 우리 스스로 ‘책 즐김이’가 아니라 ‘책 사재기꾼’으로 나뒹굴기 때문이다. 반값으로 후려치는 책이라든지 자그마치 90%를 깎아내리는 책은 쳐다보지 말 노릇이다. 숲에서 벤 나무로 지은 책다운 숨결이 깃들지 않은 ‘싸구려 떨이’는 손에 쥐지 말 노릇이다. 책다운 책을 살피도록 눈길을 키울 노릇이다. 스스로 ‘책 즐김이’가 되지 못한다면, 정치 우두머리가 엉뚱한 짓을 일삼아도 무엇이 엉뚱한지 알아채는 눈썰미가 없기 마련이다. 제대로 된 ‘책 즐김이’가 될 때에, 스스로 삶을 지을 수 있고 생각을 가꿀 수 있다. 거품은 걷어내야 한다. 맛난 국을 먹어야지, 어떻게 거품을 먹겠는가. 부질없는 거품은 땅에 뿌리고, 맑고 구수하며 맛난 국을 먹자. 참된 국을 먹자. 참된 책을 읽자. 참된 삶을 일구자. 참된 사람이 되자. 4347.11.14.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책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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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사랑하는현맘 2014-11-14 10:11   좋아요 0 | URL
너무나 지당하신 말씀이네요. 당연한 것이 이상적인 것이 되어버린 현실이 이상하죠.
참된 책을 읽자...책 즐김이가 되자...마음에 콕 와 닿네요. 도서정가제가 조금이라도 순기능을 했으면 하는데 사실은 읽는 사람이 문제겠지요?
좋은 하루 되세요^^

파란놀 2014-11-14 11:18   좋아요 0 | URL
도서정가제가 있건 없건
아름다운 책을 내는 출판사가 있어요.

도서정가제가 있건 없건
거품값으로 뻥튀기를 하는 출판사가 있고,
이들과 함께 장사만 하는 인터넷책방과 대형서점이 있어요.

이 사이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아주 작아` 보이지만,
`거품책`과 `뻥튀기책`에 눈길을 보내지 않는 움직임으로도
바꿀 수 있는 일은 바꿀 수 있으리라 믿어요.

즐겁게 아름다운 책을 누리시기를 빌어요.
고맙습니다

stella.K 2014-11-14 11:38   좋아요 0 | URL
물론 님의 말씀에 동의는 합니다만, 저는 이렇게 된 데는 인터넷 서점의 책임이
크다고 보고 있습니다. 싸게 판다는 것을 내세워 가격을 교란시켰습니다.
이젠 독자가 싸게 사지 않으면 웬지 밑지고 사는 것만 같아 이젠 제값 주고
못 사겠다는 거죠. 그게 마약처럼 중독된 느낌이죠.
물론 도서정가제가 잘 정착이 된다면 이런 혼란은 잠시 있다 사라질 겁니다.
하지만 잘 정착될 거란 희망은 없어 보입니다.
여전히 인터넷 서점이 최대 15% 싸게 살 수 있는 걸 유지할 거거든요.
이것조차 없어야 정착이 될 것 같은데 이걸 누가 반기겠냐는 겁니다.

당연 동네서점은 도서정가제에 대해 관심없을 겁니다.
특별히 이득 볼게 없거든요
물론 산책 삼아 동네서점 활성화를 위하는 의식있는 독자 몇몇은 인터넷에서 살 거
동네서점 가긴 갈 겁니다. 하지만 그 인원수가 몇이나 될까요?
그나마 각 인터넷 서점은 중고샵까지 점령한 상태입니다.

싼게 비지떡이라고 싸게 내놓는 책 뭐 볼 거 있느냐 할지 모르지만
50% 이상 싸게 내놓는 책 아직 쓸만하고 좋은 책 많습니다. 재고정리하느라고.
값만 비싸고 내용없는 책. 뭐 좋은 책이긴 한데 내겐 그다지 안 맞는 책도 더러는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을 도서정가제 하나로 해결될 수 있을까요?
도서정가제 지금으로는 회의적이고,
이게 확실히 된다면 전 지금이라고 좋은 책 있으면 사 두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단 사는 것이 망설여지는 건 저도 읽지 않은 책이 많고,
이거 언젠가 안 지키게될 텐데 지금 쌓아두면 짐되지 않을까 해서 망설여지더라구요.ㅠ

파란놀 2014-11-14 11:50   좋아요 0 | URL
도서정가제라는 제도는
`막나가는 인터넷서점` 때문에 생겼습니다.
인터넷서점을 단속하려는 제도가
오늘날 도서정가제입니다.

그나마 15퍼센트라는 숫자에
정치권력이 타협을 했을 뿐입니다.

동네책방을 `산책하듯이` 간다면
동네책방은 살아날 수 없습니다.

동네책방에 `책을 사러` 가야지요.

동네책방이 오늘날에도 있는 까닭은
동네책방에 `책을 사러 가는 사람`이 꾸준하게 있기 때문입니다.
동네책방에 가는 이웃을
stella.k. 님도 즐겁게 사귀실 수 있기를 빌어요.

한 사람씩 힘을 모을 때에
비로소 삶이 바뀝니다.
 



  우리가 어떤 곳에서 태어나 살아갈까. 우리가 태어난 이곳은 아름다운 곳일까, 끔찍한 곳일까. 우리가 살아가는 이곳은 사랑스러운 곳일까, 슬픈 곳일까. 지구별 곳곳에서 아기가 새로 태어나는데, 이 목숨은 저마다 어떤 꿈을 품을 만할까. 청소년문학 《이 멋진 세상에 태어나》는 소리를 못 듣는 몸으로 태어난 아이가 부대껴야 하는 삶자락을 보여준다. 소리를 듣는 사람 눈길이 아니라, 소리를 못 듣는 사람 눈길에 서서, 이곳이 어떠한 터전이요 사회이고 마을인지 보여준다. 이 아이는 두 발을 디디고 선 이곳을 아름다운 곳이나 멋진 곳이나 즐거운 곳으로 느낄 만할까. 말을 할 수 없는 몸으로 태어난 아이라면, 두 다리나 두 손을 못 쓰는 몸으로 태어난 아이라면, 몸이 아픈 채 태어난 아이라면, 난민마을에서 태어난 아이라면, 전쟁 수렁에서 태어난 아이라면, 남북이 갈려 서로 총부리를 겨눈 그악스러운 곳에서 태어난 아이라면, 이 아이는 무엇을 보고 느끼면서 살아갈 수 있을까. 무시무시한 입시지옥을 맞닥뜨려야 하는 곳에서 태어난 아이는 이곳을 어떻게 느껴야 할까. 입시지옥을 겨우 벗어났어도 다른 지옥이 잇달아 찾아온다면, 이러한 곳에서 아이는 무엇을 생각해야 할까. 겨울을 앞둔 바람이 스산하다. 4347.11.14.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한 줄 책읽기)


1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이 멋진 세상에 태어나- 일본 문학
후쿠다 다카히로 지음, 이경옥 옮김, 이토 치즈루 그림 / 다림 / 2007년 8월
8,000원 → 7,200원(10%할인) / 마일리지 400원(5% 적립)
2014년 11월 14일에 저장
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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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랑 놀자 93] 긴네모 배추



  배춧잎을 작게 썹니다. 아이들이 한입에 먹을 만하도록 작게 썹니다. 작게 썬 배추를 작은 접시에 담아 밥상에 올립니다. 된장을 젓가락으로 살짝 떼어 작은 배춧잎에 얹어 작은아이와 큰아이한테 하나씩 건넵니다. 작게 썬 배춧잎을 받은 큰아이가 문득 “긴네모네.” 하고 한 마디를 합니다. “그렇구나. 배추가 긴네모 모양이로구나.” 가만히 보니, 배춧잎을 길쭉한 네모 모양으로 잘라서 접시에 담았군요. 큰아이 말을 들은 뒤 곰곰이 생각합니다. 다음에 배추를 반듯한 네모 모양으로 썰어서 접시에 담으면 어떤 모양이라고 말할까요? 일곱 살 아이는 그때에 ‘바른네모’를 떠올릴 수 있을까요? 오늘날 여느 어른들은 길쭉한 네모 모양으로 썰거나 자른 것을 보면 어떤 이름을 맨 먼저 떠올릴까요? 4347.11.13.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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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젤 알랭 1
카사이 스이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1년 7월
평점 :
절판






만화책 즐겨읽기 411



하고 싶은 대로 하려면

― 지젤 알랭 1

 카사이 수이 글·그림

 강동욱 옮김

 대원씨아이 펴냄, 2011.8.15.



  하고 싶은 대로 하려면 하고 싶은 대로 해야 합니다. 먹고 싶으면 먹어야 합니다. 사랑하고 싶으면 사랑해야 합니다. 노래를 부르고 싶으면 노래를 불러야 합니다. 춤을 추고 싶으면 춤을 추어야 합니다. 그러니까, 하고 싶은 대로 하려면 하고 싶은 대로 해야 합니다.


  하고 싶은 대로 하지 못하는 까닭은 오로지 하나입니다. 무엇을 하고 싶은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무엇을 하고 싶은지 아는 사람은 언제나 하고 싶은 대로 합니다. 무엇을 하고 싶은지 모를 뿐 아니라, 무엇을 하겠노라 생각하지 않으니, 아무것도 못 하는 채 하루하루 흐릅니다.


  그러니, 우리는 생각해야 합니다. 무엇을 하고 싶은지 생각해야 합니다. 어떻게 하고 싶은지 생각해야 합니다. 그리고, 하고 싶은 대로 기쁘게 해야 하고, 하려는 대로 즐겁게 해야 해요.



- “간판을 달았어요.” “어머, 그런 건, 에릭한테 시키면 될 것을.” “아뇨. 제 일인걸요.” (7쪽)

- “적어도 누군가에게 상당이라도 하자구요. 경찰이라든가.” “경찰? 이런 흥미진진한 일을 눈앞에 두고?” (29쪽)





  밤에 마당에 서서 별을 올려다봅니다. 아침에는 바람이 꽤 드세게 불더니, 낮이 되며 차츰 가라앉고, 저녁이 되니 조용합니다. 바람이 불지 않으니 그리 춥지 않습니다. 별이 한결 또렷하게 빛납니다. 마당에서 빙글빙글 거닐면서 별을 봅니다. 아이들을 불러 함께 별을 봅니다. 두 아이를 한꺼번에 번쩍 안아 후박나무 밑에서 춤을 추다가, 다시 별을 봅니다. 처음 마당에 내려설 적에는 총총 빛나는 별이로구나 싶더니, 어둠이 눈에 익으면서 미리내를 차츰 알아봅니다. 시골에서 살며 별을 보는 재미가 무척 쏠쏠합니다.



- “고양이 처음 만져 봐.” “네엣?” “털가죽이 참 부드럽네.” (37쪽)

- “지젤 양, 충동적으로 결정하면 안 돼요.” “충동적? 왜? 난 이 아이가 마음에 들고, 이 아이도 날 마음에 들어하는 걸.” (40쪽)

- “에밀리는 머리색이 밝아서 좋겠다. 꼭 해님 같아.” (50쪽)



  카사이 수이 님이 빚은 만화책 《지젤 알랭》(대원씨아이,2011) 첫째 권을 읽으면서 생각합니다. 《지젤 알랭》에 나오는 ‘지젤 알랭’은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싶은’ 아이입니다. 그러나 아직 무엇을 하고 싶은지 몰랐어요. 어머니를 일찍 여의고 아버지하고 지내면서 언제나 가슴이 턱턱 막히기만 합니다. 이러다가 혼자 숨을 곳을 자꾸 찾으면서 지내고, 어느 날 언니가 이 아이를 이끌면서 이야기합니다. 네가 하고 싶은 길을 스스로 찾아보라고, 너(동생)한테 내(언니) 몫으로 있는 집을 맡길 테니, 어머니한테서 물려받은 집을 돌보면서 그곳에서 꿈과 생각을 키우라고 이야기합니다. 만화책 《지젤 알랭》은 ‘지젤 알랭’이라는 아이가 홀로서기를 하는 나날을 그립니다.






- “그런 얘기가 아니라, 약속도 지키지 못하는 거냐고 묻는 거잖아. 어린애나 부잣집이 무슨 상관인데!” (58쪽)

- “이건 나밖에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해!” (130쪽)



  아이는 자라서 어른이 됩니다. 처음에는 어버이가 손을 잡아 걸음마를 이끌지만, 아이는 어느새 어버이 손을 물리치면서 혼자 걷습니다. 아이는 걸음마를 뗀 뒤 콩콩콩 달리려고 애씁니다. 아이는 어버이보다 앞장서서 걸으려 합니다.


  이윽고 어버이가 아이한테 글을 가르칩니다. 또는 어버이가 아이한테 낫질이나 호미질을 가르칩니다. 또는 어버이가 아이한테 헤엄치기나 나물뜯기를 가르칩니다. 아이는 처음에 어버이 곁에서 어깨너머로 물끄러미 지켜보면서 흉내를 내고, 한 해 두 해 흐르는 동안 몸이 자라고 힘이 붙으면서 누가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합니다. 글도 혼자 써서 읽고, 호미도 혼자 쥐어서 땅을 쪼고, 혼자 물놀이를 하며, 혼자 나물을 뜯습니다.





- “난 공부하는 거 제법 좋아했어. 집 안에 언제나 어둡고 지루해서, 책을 읽고 있을 때가 가장 즐거웠거든.” (145쪽)

- “지금이 가장 즐거워!” “굴뚝 안에서 재투성이가 되는 게요?” “응! 풀을 밟으면 의외로 콕콕 찌르는데, 그게 시원해서 기분 좋아.” (146쪽)

- “나, 부모님과 헤어진 후로 누구랑 같이 뭔가를 먹는 건 처음이야.” (182쪽)



  홀로서기를 할 적에 돈이 어느 만큼 있으면 좋겠지만, 돈이 없대서 홀로서기를 못하지 않습니다. 돈이 넉넉해도 홀로서기를 못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홀로서기를 하자면, 마음을 먹어야 합니다. 혼자서 하고 싶다는 마음이 있어야 합니다. 무엇이든 스스로 하려는 생각이 있어야, 비로소 무엇이든 스스로 할 수 있어요.


  만화책 《지젤 알랭》에 나오는 아이한테는 무엇이 있을까요? 집이 있습니다. 네, 집이 있어요. 그렇지만, 이 아이한테는 집하고 견줄 수 없는 한 가지가 있습니다. 손수 삶을 짓고 싶은 꿈이 있습니다. 아직 어떤 삶을 지어야 할는지 잘 모르지만, 삶을 짓겠노라 다부지게 외치는 꿈이 있습니다.


  오늘 이곳에서 살아가는 우리한테는 어떤 꿈이 있을까요. 오늘 이 땅에서 살림을 꾸리는 우리한테는 어떤 꿈이 피어날까요.


  나와 이웃 모두 스스로 삶을 지으면서 꿈을 지필 수 있기를 빕니다. 나도 이웃도 저마다 즐겁게 삶을 짓고 꿈을 노래하는 하루를 누리기를 빕니다. 아침마다 해가 빙긋 웃고 저녁마다 별이 방긋 노래합니다. 해와 별을 품에 안으면서 가슴에 씨앗을 심습니다. 4347.11.13.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에서 만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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