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들보라 밥 맛있어



  산들보라가 밥을 먹다가 문득 한 마디 한다. “보라, 아버지가 끓인 밥 맛있어.” 아니야, 네가 맛있게 먹으니 맛있는 밥이야. 네가 즐겁게 먹으면 즐거운 밥이고, 네가 기쁘게 먹으면 기쁜 밥이 되지. 언제나 네 마음이 네 몸이 되고 숨결과 노래와 사랑이 된다. 4347.11.17.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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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현경의 가족관찰기
선현경 지음 / 뜨인돌 / 2005년 1월
평점 :
절판





만화책 즐겨읽기 415



함께 놀아 한결 재미있는

― 선현경의 가족관찰기

 선현경 글·그림

 뜨인돌 펴냄, 2005.1.10.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바라봅니다. 아이들과 함께 뒹굴며 놀기도 하고, 아이들이 달라붙어 놀기도 합니다. 새로운 놀이로 아이들을 이끌기도 하지만, 아이들 스스로 새로운 놀이를 지어서 신나게 웃고 노래하기도 합니ㅃ다.


  놀이는 노는 사람이 새롭게 짓습니다. 누가 가르치기에 놀지 않습니다. 누가 알려주어서 놀지 않아요. 언제나 스스로 놉니다.


  나뭇가지를 써서 어떻게 놀 수 있다고 한 가지쯤 알려줄 수 있습니다. 이 다음부터는 오로지 아이 몫입니다. 나뭇가지를 연필 삼아 흙바닥에 그림을 그릴 수 있고, 나뭇가지를 꼬챙이나 지팡이로 삼을 수 있으며, 나뭇가지를 다리로 여길 수 있습니다. 나뭇가지는 칼이 되기도 하지만, 하늘을 나는 날개가 될 수 있어요. 무엇이든 될 수 있고, 무엇이든 할 수 있습니다.



- 우리도 여행이 이렇게 길어질 줄은 몰랐다. 어쩌면 한두 달 하다 보니 집에 가기 싫어졌고, 서너 달 다니다 보니 서울에 가기가 무서워졌고, 너덧 달 하다 보니 앞으로 먹고살 일이 걱정되어 길어졌는지도 모르겠다. (22쪽)

- 결혼을 하기 전까지 난 남자를 몰랐다. 아니, 알았다고 해도 그건 다 가짜다. 어째서 난 아빠나 집안에 널려 있는 남자를 보고 직감하지 못했을까? 어째서 내 남편만은 그들과 전혀 다를 거라 섣불리 단정지었을까? (35쪽)





  밥을 짓습니다. 함께 먹을 밥을 짓습니다. 날마다 똑같이 먹는 밥이지만, 날마다 다르게 짓습니다. 여느 밥으로 짓더라도 그릇에 다른 모양새로 풀 수 있고, 국그릇과 밥그릇을 바꿀 수 있습니다. 어느 날은 국을 듬뿍 담고, 어느 날은 밥을 듬뿍 담을 수 있어요. 당근과 고구마와 감자와 양파를 볶을 수 있지만, 당근과 고구마와 감자와 양파를 밥냄비에 넣어 함께 끓일 수 있습니다. 당근과 고구마와 감자와 양파를 알맞게 삶을 수도 있고, 떡볶이를 하거나 비빔국수를 할 수 있습니다.


  바람을 마십니다. 잠자리에 누워서 바람을 마시고, 천천히 거닐면서 바람을 마십니다. 자전거를 타면서 바람을 마시고, 두 다리로 달리면서 바람을 마십니다. 놀면서 마실 수 있는 바람이고, 뒷밭에서 호미질을 하며 마실 수 있는 바람입니다. 늘 마시는 바람이지만 늘 다르게 마실 수 있는 바람입니다.



- 남편에겐 나의 친정이 나에게 시댁과 같은 느낌이겠지. 발 쭉 뻗고 누워 쉬고 있어도 다리가 아픈 불편한 장소 …… 명절이나 제사 때 친정에 가면 남편은 늘 뭔가를 하고 있다. 제사 음식을 나르기도 하고, 상을 닦기도 하며, 심지어 집안 어른들과 대화를 하기도 한다. 평소엔 찾아볼 수 없는 참 바지런한 모습이다. (66쪽)

- 남자들이 모이면 대화의 물꼬를 틀 수 있는 소재가 군대에 관한 것처럼, 우린 둘러앉아 아줌마들만이 경험할 수 있었던 이야기를 나눈다. (82쪽)





  《선현경의 가족관찰기》(뜨인돌,2005)를 읽습니다. 혼자 놀던 선현경 님이 둘이 노는 사이가 되다가, 어느새 셋이 노는 삶으로 달라지는 흐름을 찬찬히 글과 그림으로 엮습니다.


  혼자 놀면 혼자 노는 대로 재미있습니다. 함께 놀면 함께 노는 대로 재미있습니다. 혼자 먹으려고 짓는 밥은 혼자 먹으려고 짓는 대로 맛있습니다. 함께 먹으려고 짓는 밥은 함께 먹으려고 짓는 대로 맛있어요.


  어떤 밥을 먹든 우리가 누리는 밥입니다. 어떤 놀이를 하든 우리가 누리는 놀이입니다. 어떤 집에서 어떤 살림을 꾸리는 우리 삶이요 우리 꿈입니다.



- 이제는 그만 나를 나로서 인정해 주길 바라는데 말이다. 나란 인간이 조금은 덜렁대고, 조금은 잘 잊어버리고, 조금은 정신없다는 사실을 제발 기억해 주기를. 눈 한번 꼭 감고 그저 아무 말 없이 감싸 주기를. 우선 나부터 눈 한번 꼭 감고 감싸 줄 마음의 준비를 해야겠다. 누구부터 감싸 주지? (186쪽)






  만화책 《선현경의 가족관찰기》는 선현경 님이 바로 이녁한테 스스로 주는 선물과 같은 책이라고 느낍니다. 선현경 님을 둘러싼 곁님과 아이를 따사로이 바라보는 눈길을 담아, 오늘 하루 즐겁게 누리는 이야기를 스스로 선물하고 스스로 받는 책이라고 느껴요.


  왜냐하면, 이 책은 하루하루 흐르면 흐를수록 누구보다 선현경 님한테 애틋할 테니까요. 아이가 무럭무럭 자라서 이 책을 들여다보며 킥킥 웃을 수 있고, 선현경 님 곁님도 나중에 이 책을 되읽으며 하하 웃을 수 있지만, 누구보다 선현경 님 스스로 먼 뒷날 이 책을 가만히 돌아보면서 빙그레 웃음꽃을 피우리라 생각합니다.


  우리가 쓰는 모든 글과 우리가 그리는 모든 그림과 우리가 찍는 모든 사진과 우리가 부르는 모든 노래는 바로 우리가 스스로 내 삶을 사랑하면서 심는 따사롭고 알찬 씨앗입니다. 4347.11.17.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에서 만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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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아이와 여러 아이



  아이 하나를 돌보며 입히고 씻기고 먹이고 재우고 할 적에는 이 아이가 언제나 어버이 꽁무니에 찰싹 달라붙으며 지내느라 다른 일을 보기 어려웠다. 아이 둘을 돌보며 입히고 씻기고 먹이고 재우고 할 적에는 두 아이가 서로 달라붙어서 신나게 놀면서 지내니 틈틈이 다른 일을 볼 만하다. 아이가 여럿이라면, 이 여러 아이들은 서로 아끼고 돌보면서 그야말로 재미나게 소꿉놀이로 하루를 보내리라. 다만, 여러 아이들 옷가지를 빨래하자면, 여러 아이들을 먹이자면, 여러 아이들을 한꺼번에 재우자면, 여러 아이들한테 찬찬히 말을 하자면, 꽤나 힘이 들리라.


  아침부터 오줌이불을 빨고 나서, 두 아이를 먹이고 씻기고 새로 입히고 하니 훌쩍 낮이 된다. 아이가 서넛이라면, 또는 너덧이라면, 또는 대여섯이라면, …… 가만히 헤아린다. 예전에는 어버이가 이 아이들을 홀로 돌보며 참 고단했겠다. 아이들이 자라면서 큰아이가 동생을 돌보며 여러모로 일손을 덜었을 테고, 큰아이는 동생을 돌보면서 삶이나 사랑을 새로 돌아보았을 테지.


  햇볕이 포근하게 내리쬐니 고맙다. 이불도 옷가지도 잘 마르겠다. 나는 방바닥에 엎드려서 허리를 펴야겠네. 4347.11.17.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아버지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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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밥 먹자 121. 2014.11.10. 가을풀 살짝



  우리 집 ‘가을벌레’가 추위를 앞두고 가을풀을 아주 신나게 갉아먹는다. 가을벌레랑 우리 식구랑 ‘누가 먼저 가을풀을 먹느냐’를 놓고 다툰다. 누가 이길까? 이기고 지는 다툼은 아니다. 왜냐하면, 나는 가을벌레가 먹을 가을풀을 빼앗을 수 없기 때문이다. 사람은 다른 풀을 먹어도 되지만, 가을벌레는 가을풀 말고 무엇을 먹겠나. 아쉬움을 접고 가을풀 하나 톡 뜯어서 큰아이 밥그릇에 올리는데, 어라 깨알보다 작은 푸른 진딧물 하나가 볼볼 긴다. 큰아이더러 진딧물까지 먹으라 할 수 있지만, 진딧물은 마당에 후 불어서 날린 다음 다시 꽂는다. 큰아이는 “아버지, 이거 봐, 풀나무야, 풀나무.” 하면서 웃고는 냠냠 짭짭 맛나게 먹는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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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줌이불 석 채



  네 살 작은아이가 지난밤에 밤오줌을 이불에 싼다. 이달 들어 세 차례째이다. 앞서 두 차례는 마당에 이불을 널어 햇볕에 말렸으나 오늘은 빨아야겠다. 오줌내음이 물씬 퍼진다.


  아침밥을 끓인 뒤 이불에 비누를 묻힌다. 이불 석 채에 비누질을 하자니 팔이 제법 저린다. 오늘은 오랜만에 빨래기계한테 맡기기로 한다. 그런데 이불 석 채를 넣으니 움직이지 않는다. 두꺼운 이불 한 채를 꺼낸다. 살살 움직인다. 남은 이불은 밥을 차려서 아이들을 먹인 뒤 따로 빨까. 아니면 빨래기계한테 한 번 더 맡길까.


  예전에 아이가 이불이 쉬를 하면 키를 씌워 이웃집에 소금 얻으러 다니라고 내보낸 까닭을 알 만하다. 그러면, 아이가 자라 어른이 되고, 어머니나 아버지가 할머니 할아버지가 되어 몸져누운 뒤, 늙은 어버이가 이불에 쉬를 하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때 ‘어른이 된 아이’는 늙은 어버이 머리에 키를 씌우지 않겠지. 4347.11.17.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빨래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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