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중에 보이는 책



  책방마실을 하면서 책탑이나 책꽂이를 사진으로 찍는다. 사진을 찍기 앞서나 사진을 찍을 적에 책탑과 책꽂이를 찬찬히 살펴서 ‘내 마음에 드는 책’을 다 골랐으리라 여기지만, 막상 ‘책방마실을 하며 찍은 사진’을 집으로 돌아와서 큼지막하게 키워서 들여다보면, ‘어라, 내가 왜 이 책을 코앞에 두고도 안 골랐을까?’ 하면서 쓸쓸하기 일쑤이다. 참말 이 책들을 코앞에서 사진기를 디밀면서 바라보았는데, 왜 사진기 눈으로도 알아차리지 못했을까. 사진기에 앞서 두 눈으로 쳐다볼 적에도 왜 깨닫지 못했을까.


  나중에 보이는 책 가운데 나중에 다시 책방마실을 할 적에 고맙게 만나는 책이 더러 있다. 그러나, 나중에 보이는 책은 나중에 다시 책방마실을 하더라도 으레 다시 못 만나기 일쑤이다.


  앞으로 다른 책방을 나들이하면 만날 테지. 몇 달이나 몇 해쯤 지나야 만날는지 모를 노릇이지만, 앞으로 다른 책방에서 틀림없이 만날 테지. 믿고 믿는다. 기다리고 기다린다. 4347.12.3.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헌책방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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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리 유기농 콩’과 ‘유기농 인증 신고’



  제주에서 새로운 살림을 꾸리는 이효리 님이 손수 거둔 콩을 손수 봉지에 담아서 마을장터에서 팔았다고 한다. 이렇게 누리는 시골살이 이야기를 이녁 누리집에 올렸다고 한다. 그런데 이를 본 어떤 사람이 ‘유기농 인증’을 받았느냐면서 ‘국가기관 수사’를 받아야 한다면서 신고를 했단다.


  언제부터 한국에서 ‘유기농 인증’이 있었다고 이렇게 따질까? 아마 도시에서 사는 사람이야 유기농이나 자연농이나 친환경농이 무엇인지조차 모를 테고, 시골에서 흙을 돌보면서 곡식이나 열매를 거두는 일도 모르리라. 무엇보다 ‘서울을 떠나 제주에서 예쁜 시골살이 누리는 연예인’을 샘내는 어처구니없는 마음이 훤히 들여다보인다.


  곰곰이 따지면, 이효리 님이 손수 거둔 콩은 ‘유기농 콩’은 아닐 듯하다. 유기농이란 무엇인가? ‘사람이 눈 똥과 오줌을 거름으로 삭혀서 흙에 뿌려서 섞은 뒤 지을’ 적에 유기농이라고 한다. 다른 똥오줌이 아닌 오직 사람 똥오줌으로 지어야 유기농이다. 요즈음 ‘국가기관 인증’을 받는 ‘유기농’을 보면 사람 똥오줌으로 지은 곡식이나 열매는 매우 드물다. 생각해 보라. 사람 똥오줌을 어디서 얻는가? 시골에 사람이 몇이나 되나? 사람 똥오줌으로 ‘유기농’을 하려면 제 살림집 텃밭에나 겨우 할 수 있다. 무슨 소리인가 하면,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유기농 인증을 받는 곳은 ‘소나 돼지가 눈 똥’을 땅에 뿌려서 곡식이나 열매를 거둔다고 할 수 있다.


  그러면, 이효리 님이 거둔 콩은 무엇인가? 내가 보기로는 ‘자연농’이라고 해야지 싶다. ‘자연농’은 무엇인가 하면, 거름을 주지 않고, 또 농약이나 비료도 주지 않고, 땅에 있는 기운과 햇볕과 바람과 빗물로 거두는 곡식이나 열매이다.


  시골에서 거두는 곡식이나 열매 가운데 가장 맛나면서 몸에 좋은 곡식이나 열매는 ‘자연농’이다. 이 다음에 ‘유기농’이다. 이 다음이 ‘친환경농’이다. ‘친환경농’은 무엇인가 하면 ‘친환경 농약’을 쓰는 곡식이나 열매이다.


  이효리 님은 ‘자연농’이라는 이름을 붙였어야지 싶다. 그런데, 더 헤아려 보면 ‘자연농’이라는 이름도 그리 예쁘지 않다. 조금 길더라도 쪽글에 제대로 적으면 한결 나으리라 본다. 왜냐하면, 참말 즐겁게 제대로 거둔 콩이니까.


 - 효리·상순네 숲에서 온 콩

 - 효리와 상순이가 손수 거둔 콩

 - 해와 비와 흙을 먹은 콩

 - 비료와 농약 없이 손수 기른 콩


  이효리 님은 돈이 있어서 제주에 땅을 사서 산다고 느끼지 않는다. 돈이 있어도 시골에서 안 사는 사람이 많다. 돈이 없어도 시골에 가서 사는 사람이 있다. 돈이나 이름이 있고 없고를 떠나, 스스로 어떤 이웃이나 벗을 사귀면서 삶을 누리려 하는가에 따라 보금자리가 달라진다.


  그리고, 사람들이 잘 모르지 싶은데, 엄청나게 널따란 땅떵이에서 기계로 거두는 콩농사가 아니라면, 콩밭에는 약을 안 친다. 굳이 콩밭에까지 약을 치는 일은 드물다. 콩밭에는 따로 거름을 안 주어도 된다. 거름을 낸다면 콩알이 더 굵기는 할 테지만, 시골사람도 ‘거름 안 낸 콩’이 ‘거름 낸 콩’과 견줄 수 없이 고소하면서 깊은 맛이 나는 줄 안다.


  한편, 콩잎도 맛있게 먹는 잎 가운데 하나이다. 깨밭에도 약은 거의 안 치는데, 왜 깨밭에 약을 안 치느냐 하면, 깻잎을 먹기 때문이다. 깻잎에 약을 치면 어떻게 먹겠는가. 콩잎도 먹으니 콩밭에도 참말 약을 칠 일이 없다. 마을장터에 갖고 나오는 시골 할매 콩이라면, 또 이효리 님이 조촐하게 돌본 콩밭에서 거둔 콩이라면, 얼마나 맛있고 사랑스러울까 하고 헤아려 본다. 씩씩하고 예쁜 이웃한테 사랑스럽고 예쁜 말을 들려주면서 온누리 곳곳에 푸르디푸른 숲이 늘기를 빈다. 4347.12.3.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사람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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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증제도까지 아직 알기 어려웠을 텐데

인증제도를 찬찬히 알려주면 얼마나 좋을까.

잘 사는 이웃을 해코지하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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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아이 239. 2014.11.30. 폴리책과 함께



  작은아이는 가끔 책돌이가 된다. 가끔 책돌이가 되면서 늘 보던 그림책을 꺼낸다. 오늘은 탬버린가방을 어깨에 가로 메고서 학교놀이를 하는데, 폴리 그림책을 펴서 하나하나 짚으면서 이름을 부른다. 책돌이 오른발 께에 놀이동무가 하나 있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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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그림 읽기

2014.11.30. 작은아이―보라는 보라빛



  네 살 작은아이가 이제 ‘보라빛’과 ‘산들보라’라는 제 이름을 엮어서 이야기한다. ‘산들보라’라는 이름에서 ‘보라’는 ‘보라빛’이라는 뜻으로 붙이지 않았으나, 산들보라는 이 빛깔이 제 이름에 똑같은 글로 있으니 여러모로 마음에 드는구나 싶다. 그림종이를 온통 보라빛으로 채운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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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이 함께 짓기



  혼자 하기 힘들면 둘이 하면 된다. 둘이 하기에 힘들면 셋이 모여서 하면 된다. 셋이 모여도 힘들면 넷이 모이고, 또 다섯과 여섯이 모이면 된다. 서로 돕는다. 함께 짓는다. 손을 모아서 함께 하고, 마음을 엮어 함께 나아간다. 동생한테 글을 가르치려고 애쓰는 큰아이를 가만히 옆에서 지켜본다. 두 아이는 씩씩하게 잘 한다. 4347.12.3.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아버지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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