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말도 익혀야지

 (347) 그래서 1


속속 뉴스게릴라가 되어 뉴스를 쏘아 올렸다. 창간 후 6개월 동안은 주간지로 하겠다는 창간준비호 때의 계획은 그래서 창간호부터 일간지로 바뀌었다

《오연호-대한민국 특산품 오마이뉴스》(휴머니스트,2004) 33쪽


 창간준비호 때의 계획은 그래서 창간호부터

→ 창간준비호 때 세운 계획은 첫호부터

→ 그래서 창간준비호 때 계획은 첫호부터

 …



  말을 이으려고 이음씨를 씁니다. 이음씨는 글월과 글월을 잇습니다. 토씨는 낱말과 낱말을 잇습니다. 그런데, 이처럼 쓰는 한국말을 학교에서 제대로 못 가르치거나 안 가르칩니다. 학교에서 제대로 배울 수 없더라도 사람들 스스로 한국말을 제대로 익히려 하지 않습니다. 잘못 배우거나 길든 말투를 바로잡거나 고치지 못하기도 합니다. 이 보기글에서도 엿볼 수 있는데, 잘못 쓰는 말투는 ‘잘못’인 만큼 ‘잘’ 쓰도록 가다듬어야 합니다. 우리 사회에서 잘못된 곳이 있으면 ‘잘’ 되도록 바로잡거나 고치도록 애써야 옳듯, 우리가 주고받는 말마디에서 잘못 쓴 곳이 있으면 ‘잘’ 쓰도록 다듬으면서 말을 새롭게 배워야 옳습니다.


  말이나 글은 왜 잘못 쓸까요? 제대로 배운 적이 없기도 할 테지만, 글을 쓰거나 말을 하는 사람 스스로 제대로 살핀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잘못 쓰는 말이나 글이란 무엇일까요? 처음 잘못 쓰던 때에 곁에서 바로잡아 주거나 올바로 이끈 어른이나 이웃이 없었기 때문에, 그만 ‘잘못 쓰는 말이나 글’이 몸에 익습니다. 말버릇이나 글버릇이 됩니다. 말버릇이나 글버릇으로 ‘잘못 쓰는 말이나 글’이 굳으면, 그만 이 버릇에서 헤어나지 못하기 일쑤입니다. 버릇으로 굳은 뒤에는, 둘레에서 아무리 이 ‘잘못 쓰는 말이나 글’을 밝히거나 짚거나 따지거나 알려주어도, 사람들 스스로 못 고치거나 못 바꿉니다.


  어느 모로 본다면, 사회에서 잘못된 곳이 안 바뀌는 까닭도 사람들 스스로 잘못을 바로잡을 마음이 없기 때문입니다. 잘못을 바로잡을 마음이 있다면, 사회나 경제나 법이나 언론에서 잘못된 모습을 낱낱이 살피고 돌아보면서 바로잡을 테지요. 옳고 바른 길을 가려는 마음이 있다면, 문화와 예술과 교육이 옳고 바른 길로 가도록 힘을 쓸 테고, 이렇게 힘을 쓸 줄 아는 사람은 ‘그동안 잘못 쓴 말과 글’을 날마다 새롭게 살피고 배우면서 ‘내 말씨를 나 스스로 가꾸는 길’을 씩씩하게 가리라 봅니다.


  ‘잘 쓰는 말’이라 할 적에는, 익숙하게 굳은 말버릇을 그대로 쓸 적에 참 아름답습니다. ‘잘못 쓰는 말’이라 할 적에는, 아무리 오랫동안 익숙하게 굳은 말버릇이라 하더라도 앞으로 언제가 되든 꼭 바로잡거나 고쳐야 비로소 아름답습니다.


  고칠 말은 고쳐야 합니다. 고칠 사회 얼거리는 고쳐야 합니다. 아름답게 세울 말은 아름답게 세워야 합니다. 아름답게 가꿀 삶은 아름답게 가꾸어야 합니다. 4337.8.31.불/4347.12.4.나무.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잇달아 뉴스게릴라가 되어 새 글을 쏘아 올렸다. 처음 여섯 달 동안은 주간지로 하겠다는 창간준비호 때 계획은 바아흐로 첫호부터 일간지로 바뀌었다


‘속속(續續)’은 ‘잇달아’나 ‘꾸준히’로 손봅니다. ‘뉴스(news)’는 그대로 두어도 되지만 ‘새 글’로 손볼 수 있습니다. “창간(創刊) 후(後) 6개월(六個月)”은 “처음 여섯 달”이나 “첫호부터 여섯 달”로 손질하고, “창간준비호 때의 계획”은 “창간준비호 때 계획”이나 “창간준비호 때 세운 틀”로 손질하고 ‘창간호(創刊號)’는 ‘첫호’로 손질합니다.


..



 우리 말도 익혀야지

 (686) 그래서 3


불량 연필 장사를 하면서 하는 전국 자전거 여행은 그래서 나의 꿈과 이상으로만 남게 되었다

《자전거가 있는 풍경》(아침이슬,2007) 149쪽


 여행은 그래서 꿈으로만 남게 되었다

→ 그래서 여행은 꿈으로만 남았다

→ 여행은 꿈으로만 남았다

 …



  ‘그래서’는 이음씨입니다. 이음씨는 글월과 글월을 잇습니다. 글월 사이에 불쑥 끼어들 수 없어요. 입으로 누군가하고 말할 때 살짝 뜸을 들이면서, “전국 자전거 여행은 ……” 하고 쉬었다가 말할 때에는 ‘그래서’든 다른 이음씨든 넣을 수 있겠지요. 그러나 글을 쓸 적에는 이렇게 할 수 없습니다. 글을 쓰면서 이음씨를 아무 곳에나 불쑥 넣으면, 외려 글이 뚝 끊어지고 글짜임이 엉성합니다.


  이 보기글을 더 들여다보면, ‘그래서’라는 이름씨를 굳이 글월 사이에 넣지 않아도 됩니다. ‘그래서’를 넣지 않아도 글쓴이가 들려주려는 이야기는 또렷합니다. 꼭 넣어야 하면, 맨 앞에 넣어야 합니다. 4340.1.22.달/4347.12.4.나무.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나쁜 연필 장사’를 하면서 하는 전국 자전거 여행은 내 꿈으로만 남았다


‘불량(不良)’은 ‘나쁜’으로 고쳐씁니다. ‘꿈’도 말하고 ‘이상(理想)’도 말할 수 있지만, 이 자리에서는 ‘꿈’ 하나만 적으면 넉넉하지 싶습니다. ‘꿈’과 ‘이상’은 똑같은 뜻으로 쓴 낱말인 셈입니다. ‘나의’는 ‘내’로 바로잡습니다. “남게 되었다”는 “남았다”로 손질합니다.


..



 우리 말도 익혀야지

 (750) 그래서 4


그가 4·19의 의의를 십분 인정하면서도 그것이 안고 있는 한계에 대해 냉정하리만치 비판적인 입장을 견지하는 것도 그래서이다

《정창교-마이너리티의 희망노래》(한울림,2004) 44쪽


 그가 … (그렇게) 하는 것도 그래서이다

→ 그가 … (그렇게) 하는 까닭도 그 때문이다

→ 그가 … (그렇게) 하는 까닭도 그렇기 때문이다

→ 그래서 그는 … (그렇게) 한다

 …



  이음씨로 쓰는 ‘그래서’는 글월 앞쪽에 놓습니다. 글월 사이에는 들어갈 수 없고, 이 보기글처럼 글월 맨 뒤에 넣어 글을 마무리할 수도 없습니다. 글월 맨 뒤를 “그 때문이다”나 “그렇기 때문이다”로 마무리하거나 ‘그래서’를 글월 맨 앞으로 돌려야 합니다. 4340.8.1.물.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그래서 그는 4·19 참뜻을 넉넉히 헤아리면서도 한계를 차분하리만치 따진다

그래서 그는 4·19 참뜻을 모두 헤아리면서도 한계를 차가우리만치 따진다


“4·19의 의의(意義)”는 “4·19 뜻”이나 “4·19 참뜻”으로 손봅니다. ‘십분(十分)’은 ‘넉넉히’나 ‘모두’로 손질하고, “한계에 대(對)해”는 “한계를”로 손질하며, ‘냉정(冷靜)하리만치’는 ‘차분하리만치’로 손질합니다. 그런데 ‘냉정(冷情)’이라는 한자로 쓴 보기글이라면 ‘차가우리만치’로 손질합니다. “비판적(批判的)인 입장(立場)을 견지(堅持)하는 것도”는 “비판하는 까닭도”로 다듬을 만한데, 이 보기글에서는 “옳고 그름을 따진다”나 “따진다”로 다듬을 수 있습니다.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우리 말도 익혀야지

 (551) 그러므로


이 책은 그러므로 ‘이방인의 스케치’ 형식으로 기획되었습니다

《지승호-크라잉 넛, 그들이 대신 울부짖다》(아웃사이더,2002) 6쪽


 이 책은 그러므로 이렇게 엮었습니다

→ 그러므로 이 책은 이렇게 엮었습니다

→ 이 책은 이런 까닭에 이렇게 엮었습니다

→ 이 책은 이런 일이 있어서 이렇게 엮었습니다

→ 이 책은 이런 이야기를 담아서 이렇게 엮었습니다

 …



  이음씨 ‘그러므로’를 함부로 글월 사이에 넣으면 안 됩니다. 앞뒤 말을 잇는 이음씨는 두 글월 사이에 놓여야 합니다. 입으로 말할 때 더러 “이 책은, 그러므로, 이렇게 엮었습니다” 하고 끊어서 말하는 분이 있는데, 입으로 말할 적에도 이음씨를 함부로 말마디 사이에 넣지 말아야 합니다. 글이든 말이든 모두 엉망진창이 됩니다.


  한편, 이 보기글을 가만히 살펴보니 ‘그러므로’가 아닌 다른 말, 이를테면 ‘이런 까닭에’를 넣을 수도 있어요. “이 책은 이런 일이 있어서”라든지 “이 책은 이런 이야기를 담아서”처럼 살을 입혀 차근차근 적어도 됩니다. 4339.5.15.달/4347.12.4.나무.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그러므로 이 책은 ‘이방인이 살며시 보는 눈’으로 엮었습니다

그러모르 이 책은 ‘밖에서 살며시 보는 눈’으로 엮었습니다


‘이방인(異邦人)’은 “다른 나라에서 온 사람”을 뜻한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외국사람’을 가리키는 셈인데, 이 보기글을 살피자면 ‘바깥사람’을 가리킨다 할 만하고, “밖에서 보는 눈”으로 손질하면 한결 나으리라 봅니다. ‘스케치(sketch)’는 “어떤 사건이나 내용의 전모를 간략하게 적음”을 뜻한다고 해요. 이 보기글에 “이방인의 스케치” 꼴로 나오는데, “이방인이 살며시 보는 눈”이나 “밖에서 살며시 보는 눈”쯤으로 손볼 만합니다. ‘형식(形式)’은 ‘틀’이나 ‘짜임새’로 다듬고, ‘기획(企劃)되었습니다’는 ‘엮었습니다’로 다듬습니다.


..



 우리 말도 익혀야지

 (465) 그런데


대구염색공단의 경우는 고용문제를 포함한 경제문제와 환경문제 간의 대립이라는 차원에서 논의라도 될 수 있는 경우지만, 그런데 골프장의 난립은 무엇으로 합리화 될 수 있는가

《녹색평론》(녹색평론사) 2호(1992.1∼2) 4쪽


 이런 논의라도 될 수 있는 경우지만, 그런데 골프장의 난립은

→ 이런 얘기라도 할 수 있지만, 마구 짓는 골프장은

→ 이렇게라도 다룰 수 있다. 그런데 마구 들어서는 골프장은

 …



  경제를 내세워 환경을 무너뜨리는 일은 막상 경제에 도움이 될 일이 없습니다. 왜냐하면, 경제를 살리려고 환경을 무너뜨리면, 나중에 ‘환경 되살리기’를 하느라 돈과 품과 겨를을 아주 많이 들여야 합니다. 한 번 무너진 환경은 돈으로 헤아릴 수 없도록 우리 삶을 망가뜨리거나 흔듭니다. 이를테면, 핵발전소가 들어서면, 핵발전소 둘레에서는 냇물을 마실 수 없습니다. 핵발전소가 아닌 돼지우리나 소우리가 커다랗게 마을에 들어서면, 이 마을에서도 냇물을 마실 수 없습니다. 돼지우리나 소우리가 아닌 여느 공장이 들어서더라도, 이 마을에서는 앞으로 냇물을 못 마십니다. 도시에서는 냇물을 못 마십니다. 먼 시골에 댐을 지어서 물을 가둔 뒤, 이 물을 도시까지 이어서 마시도록 합니다. 도시는 일찌감치 삶자락이 무너졌기 때문입니다. 냇물을 손으로 떠서 마시던 지난날에는 경제성장을 못했다고 하지만, 물 걱정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경제성장은 하지만, 댐을 짓느라 물관을 잇느라 수도사업을 하느라 아주 어마어마하다 싶은 돈과 품과 겨를을 쏟아붓습니다.


  공장을 안 지어야 한다는 뜻이 아니라, 공장을 짓는 첫무렵부터 환경을 잘 살리거나 지키는 길까지 헤아리면서 지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자동차를 만들 적에도 환경을 잘 살리거나 지키는 길까지 헤아리면서 만들어야 합니다. 그리고, 여기에서 생각을 더 이어, 우리가 나누는 말 한 마디도 ‘뜻 나누기’와 ‘생각 나누기’뿐 아니라, 한국말이 한국말답게 튼튼히 서도록 마음을 기울일 수 있기를 바랍니다. 말을 말답게 세울 때에 비로소 뜻과 생각도 부드럽고 맑게 흐릅니다. 말을 말답게 가꾸거나 돌볼 때에 비로소 뜻과 생각을 한껏 북돋우면서 일굽니다.


  이음씨 ‘그런데’는 이 글월과 저 글월을 잇는 자리에는 쓰지만, 글월 사이에 아무렇게나 끼어들지 않습니다. 이 보기글은 둘로 나눈 뒤 ‘그런데’를 넣든, 글월 하나로 엮으면서 ‘그런데’를 덜든 해야 올바릅니다. 4338.11.19.흙/4347.12.4.나무.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대구염색공단은 고용을 비롯해 경제와 환경이 부딪히는 테두리에서 이야기할 수 있다. 그런데 마구 짓는 골프장은 무슨 핑계를 댈 수 있는가


“대구염색공단의 경우(境遇)는”은 “대구염색공단은”이나 “대구염색공단 이야기는”으로 손보고, “고용문제(問題)를 포함(包含)한”은 “고용을 비롯해”나 “고용뿐 아니라”로 손보며, “경제문제와 환경문제 간(間)의 대립(對立)이라는 차원(次元)에서”는 “경제와 환경이 맞서는 테두리에서”나 “경제와 환경이 부딪히는 자리에서”로 손봅니다. “논의(論議)라도 될 수 있는 경우지만”은 “이야기라도 될 수 있지만”이나 “다루기라도 할 수 있지만”으로 손질하고, “골프장의 난립(亂立)은”은 “마구 짓는 골프장은”이나 “마구 들어서는 골프장은”이나 “함부로 짓는 골프장은”으로 손질하며, “무엇으로 합리화(合理化)될 수 있는가”는 “무슨 핑계를 댈수 있는가”“무슨 말로 둘러댈 수 있는가”나 “무슨 이야기를 할 수 있는가”로 손질합니다.


..



 우리 말도 익혀야지

 (588) 따라서


유홍준 교수가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에서 다음과 같이 지적한 것은 따라서 전주에서도 곧바로 해당된다

《최인호-어느 날 문득 손을 바라본다》(현대문학,2006) 72쪽


 다음과 같이 지적한 것은 따라서

→ 따라서 다음과 같이 밝힌 대목은

→ 다음과 같이 꼬집었다. 따라서

 …



  보기글을 보면, ‘따라서’를 글 사이에 넣었습니다. 어쩌면 말하는 투를 따라서 이렇게 썼다고 볼 수 있습니다. 말을 하다 보면, 말마디를 잇고 다시 잇고 또 잇느라 ‘따라서’를 사이에 넣을 수 있을 테지요. 그렇지만 ‘따라서’는 앞말을 받아 뒷말로 잇는 어찌씨입니다. 이렇게 글 사이에 넣을 수 없습니다. ‘따라서’를 이 보기글 맨 앞으로 옮겨야 합니다. 아니면, “다음과 같이 지적한 것은”에서 글월을 끝맺도록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로 고쳐서,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따라서”처럼 적어야 올바릅니다. 4339.7.20.나무/4347.12.1.달.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따라서 유홍준 교수가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에서 다음과 같이 밝힌 대목은 전주에서도 곧바로 들어맞는다


‘지적(指摘)한’은 ‘밝힌’이나 ‘말한’이나 ‘다룬’이나 ‘꼬집은’으로 다듬고, ‘해당(該當)된다’는 ‘들어맞는다’나 ‘이어진다’로 다듬습니다.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우리 말도 익혀야지

 (464) 그러나 2


촘촘히 박힌 말뚝의 울타리는 그러나 쓰레기통으로 활용되고 있어서 병이며 낡은 장난감 상자, 자전거 부속품 등이 그 속으로 던져서 나무밑둥 둘레에 뒤엉켜 그늘을 이루고 머물고 있었다

《배리 하인즈/김태언 옮김-캐스, 매와 소년》(녹색평론사,1998)> 173쪽


 말뚝의 울타리는 그러나 쓰레기통으로 활용되고

→ 그러나 말뚝 울타리는 쓰레기통으로 쓰이고

→ 말뚝 울타리는 쓰레기통으로 쓰이고

→ 말뚝 울타리이지만 쓰레기통으로 쓰이고

 …



  글월 사이에 ‘그러나’를 왜 넣었을까요? 왜 이렇게 글을 쓸까요? 이 보기글에서는 ‘그러나’를 넣을 까닭이 없습니다. 굳이 어떤 말을 넣어서 “말뚝 울타리”가 “울타리 구실 아닌 다른 구실”을 한다고 알리려면 “말뚝 울타리이지만”처럼 ‘-이지만’을 붙여야 올바릅니다.


  한국말에서는 이음씨를 글월 사이에 넣을 수 없습니다. 한국말에서 이음씨는 글월 맨 앞에 놓아, 앞 글월과 잇는 구실을 하도록 씁니다. 창작을 하든 번역을 하든 한국말을 다루는 사람은 한국말을 한국말답게 똑바로 써야 합니다. 4338.11.19.흙/4347.12.4.나무.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그러나 촘촘히 박힌 말뚝 울타리는 쓰레기통으로 쓰여서, 병이며 낡은 장난감 상자, 자전거 부속품 따위가 나무 밑둥 둘레에 뒤엉켜 그늘을 이루었다


“말뚝의 울타리”는 “말뚝 울타리”로 다듬고, “활용(活用)되고 있어서”는 “쓰여서”로 다듬으며, ‘등(等)이’는 ‘따위가’로 다듬습니다. “그 속으로 던져서”는 이 글월에서 덜고, “그늘을 이루고 머물고 있었다”는 “그늘을 이루었다”로 손질합니다. 글짜임을 보면 ‘울타리’가 ‘머물고 있었다’처럼 적은 셈이니, 아무래도 말이 안 됩니다. ‘울타리’가 ‘그늘을 이루었다’라고만 적어야 올바릅니다.


..



 우리 말도 익혀야지

 (469) 그러나 3


이 얼마나 가벼운 그러나 무서운 표현인가

《김수열-섯마파람 부는 날이면》(삶이보이는창,2005) 47쪽


 가벼운 그러나 무서운

→ 가벼우면서 무서운

→ 가볍지만 무서운

→ 가벼우나 무서운

→ 가볍고도 무서운

 …



  이 보기글에서는 ‘그러나’를 넣어 ‘가벼운’과 ‘무서운’을 이으려 합니다. 그런데, ‘그러나’는 낱말과 낱말을 잇지 못합니다. 낱말과 낱말을 이으려 할 적에는 이음씨가 아니라 토씨를 붙여야 합니다. 왜냐하면, 한국말은 이렇게 쓰니까요. 이음씨는 글월과 글월을 이을 적에만 씁니다. 토씨는 낱말과 낱말을 이을 적에만 씁니다. 낱말과 낱말을 잇는 토씨를 글월과 글월을 이을 적에는 못 씁니다. 낱말과 낱말을 잇는 자리에 이음씨를 넣으면 글이 매우 엉성합니다. 한국말은 영어가 아니기에 이음씨를 아무 데나 넣지 않습니다.


  낱말과 낱말을 잇는 토씨는 여러모로 살려쓸 수 있습니다. 토씨를 어떻게 붙이느냐에 따라 글맛이나 말맛이 살짝살짝 달라집니다. 토씨를 알맞게 넣어 글쓴이 넋을 한결 또렷하면서 넉넉히 드러내기를 바랍니다. 4338.12.7.물/4347.12.4.나무.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그러나 이 얼마나 가벼우면서 무서운 말인가


‘표현(表現)’은 그대로 둘 수 있을 테지만, 흐름에 따라 ‘말’이나 ‘모습’으로 손볼 수 있습니다.


..



 우리 말도 익혀야지

 (698) 그러나 4


생각보다 새초롬한 날씨지만 그러나 아파트 단지 안의 나뭇가지에는 다투어 새싹들이 돋아나고 있다

《서숙-따뜻한 뿌리》(녹색평론사,2003) 225쪽


 생각보다 새초롬한 날씨지만 그러나

→ 생각보다 새초롬한 날씨지만

→ 생각보다 새초롬한 날씨지만, 가만히 보면

 …



  보기글을 보면 ‘날씨-지만’이라고 하면서 ‘-지만’을 붙입니다. 그런데 바로 뒤에 ‘그러나’라는 이음씨를 넣습니다. 이렇게 쓰면 겹말이 됩니다. ‘-지만’이라는 씨끝이 있으니 ‘그러나’를 넣을 까닭이 없습니다. ‘그러나’를 꼭 넣고 싶다면 글 맨앞으로 돌려 “그러나 생각보다 새초롬한 날씨지만”처럼 적어야 올바릅니다.


  한편, 이 보기글에서는 “가만히 보면”이나 “곰곰이 보면”이나 “찬찬히 보면”을 사이에 넣어서 이음씨 구실을 하거나 다른 뜻을 나타내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적을 적에는 ‘날씨지만’ 다음에 쉼터를 넣습니다. 4340.2.10.흙/4347.12.4.나무.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생각보다 새초롬한 날씨지만, 아파트 뜰에서 자라는 나무에는 다투어 새싹이 돋아난다


“아파트 단지 안의 나뭇가지”는 “아파트 단지에서 자라는 나무”나 “아파트 뜰에서 보는 나뭇가지”로 손봅니다. “새싹들이 돋아나고 있다”는 “새싹이 돋아난다”로 손질합니다.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우리 말도 익혀야지

 (1038) 이해가 되다


“아, 이해가 되는군요. 무슨 말인지 알겠어요. 맞아요, 우리는 성장하면서 추억과 상처를 갖게 되지요.”

《이정록-미술왕》(한겨레아이들,2014) 54쪽


 아, 이해가 되는군요

→ 아, 알겠군요

→ 아, 그렇군요

→ 아, 알 만하군요

→ 아, 그래요

→ 아하

 …



  ‘이해(理解)’라는 한자말은 “(1) 사리를 분별하여 해석함 (2) 깨달아 앎. 또는 잘 알아서 받아들임”을 가리킨다고 합니다. ‘분별(分別)’은 “서로 다른 일이나 사물을 구별하여 가름”을 가리키고, ‘해석(解析)’은 “사물을 자세히 풀어서 논리적으로 밝힘”을 가리킨다고 합니다. 그런데, ‘구별(區別)’은 “성질이나 종류에 따라 갈라놓음”을 가리킵니다. 한국말사전에서 ‘분별’을 “구별하여 가름”으로 적은 풀이는 “갈라놓아서 가름”을 가리키는 셈입니다. 터무니없는 겹말풀이입니다. 아무튼, ‘이해 (1)’가 무엇을 나타내는지 찬찬히 살피면, “어떤 일을 찬찬히 가르고 풀어서 밝힘”을 뜻하는 셈입니다. ‘이해 (2)’은 말뜻 그대로 “깨달아 앎”입니다.


  ‘이해 (1)’는 “문학에 이해가 깊다”나 “온전히 이해하다”처럼 쓴다고 합니다. 그러니, “문학을 깊이 살펴서 볼 줄 안다”나 “오롯이 살필 줄 알다”를 가리키는 셈입니다. ‘이해 (2)’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나 “이해가 빠르다”처럼 쓴다고 합니다. 그러니, “잘 알다”나 “빠르게 알다”를 가리키는 셈이에요.


  이 보기글을 보면, “아, 이해가 되는군요”처럼 적은 뒤 곧바로 “무슨 말인지 알겠어요” 하고 적습니다. 두 말은 뜻이 같습니다. 같은 뜻인데, 하나는 한자말을 써서 적고, 다른 하나는 한국말로 적습니다.


 자, 너희들 이해했니?

→ 자, 너희들 알겠니?

→ 자, 너희들 알아듣겠니?

 얘야, 이해가 안 되니?

→ 얘야, 잘 알지 못하겠니?

→ 얘야, 잘 모르겠니?

 왜 이렇게 이해를 못 하니?

→ 왜 이렇게 못 알아듣니?

→ 왜 이렇게 모르니?


  ‘이해’는 “잘 살핌”과 “잘 앎”을 뜻합니다. 곰곰이 생각해 봅니다. “이해가 가다”라 한다면 “‘잘 살핌’을 가다”나 “‘잘 앎’을 가다”처럼 말하는 셈입니다. “이해가 되다”라 한다면 “‘잘 살핌’을 되다”나 “‘잘 앎’을 되다”처럼 말하는 셈이에요.


  이렇게 말을 하거나 글을 쓸 수도 있다고 할 테지만, 어쩐지 앞뒤가 어긋난 말을 잘못 쓰는 셈이로구나 싶습니다. “앎이 간다”나 “앎이 된다” 꼴로 엉성하게 말을 하지 말고, “잘 알다”나 “잘 알겠니?”나 “잘 모르겠니?”처럼 뜻이 또렷하고 글짜임도 올바로 말을 할 노릇이지 싶습니다.


  한자말을 쓰지 말아야 한다는 뜻이 아니라, 한자말을 쓰더라도 똑바로 써야 합니다. 어떤 말이든 제자리에 제대로 쓰지 않으면 말뜻과 말짜임이 모두 엉성합니다. 그리고, 우리가 주고받을 말은 가장 정갈하면서 곱고 사랑스러우면서 쉬울 때에 환하게 빛날 만합니다. 4347.12.4.나무.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아하. 무슨 말인지 알겠어요. 맞아요, 우리는 자라면서 이야기와 생채기를 쌓지요.”


‘성장(成長)하면서’는 ‘자라면서’로 손봅니다. “추억(追憶)과 상처(傷處)”는 그대로 둘 수 있으나, “이야기와 생채기를 쌓지요”나 “이야기와 아픔을 쌓지요”로 손질할 수 있습니다. “갖게 되지요”는 “갖지요”로 고쳐쓰는데, “쌓지요”로 고쳐써도 잘 어울립니다.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노래순이 5. 두 하모니카를 한꺼번에



  마룻바닥에 앉아 가을볕을 누리는 노래돌이가 하모니카 하나를 입에 문다. 이윽고 다른 하모니카도 입에 문다. 누나 것과 제 것을 함께 쥐고 후후 불면서 논다. 얘, 네 누나 것은 누나가 불도록 주어야지.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