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과 저자마실



  아이들을 데리고 네 식구가 읍내로 저자마실을 하는 길에 생각한다. 큰아이는 곧 여덟 살이 되고, 작은아이는 이제 다섯 살이 된다. 두 아이는 가방을 메고 다니기를 좋아한다. 무거운 짐을 나르기는 쉽지 않을 테지만 저희 몫으로 조그맣거나 가벼운 짐은 저희 가방에 넣어서 다닐 수 있다. 무럭무럭 자란 이 아이들은 씩씩하고 야무진 일꾼이 되리라 본다. 아니, 이 아이들은 튼튼하고 멋지게 자란다.


  굳이 짐을 들어 주지 않아도 된다. 애써 짐을 날라 주지 않아도 된다. 바깥마실을 하느라 고단해서 아이들은 군내버스에서 잠들고, 읍내를 다니면서 힘들다며 곁님한테 업히거나 아버지한테 안긴다.


  쉴 사이 없이 뛰고 논다. 아이들은 입에 밥이나 주전부리를 넣지 않으면, 조잘조잘 노래를 하거나 이야기꽃을 피운다. 아이들 마음에는 끝없이 온갖 꿈이 올라온다. 하루가 온통 재미난 이야기가 되어야지. 어제와 오늘은 언제나 새롭지. 4347.12.4.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아버지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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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들보라는 장난꾸러기



  장난꾸러기 산들보라는 하모니카를 피리처럼 쥐어서 부는 척한다. 이렇게 입에 대고 후후 분다. 얼씨구. 소리가 나니? 그래, 네 입에서 소리가 나는구나. 4347.12.4.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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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그림 박정희 할머니’ 하늘로 떠나는 길



  꽃을 물감으로 그리면서 하얀 종이에 새로운 빛을 이루던 박정희 할머님이 2014년 12월 3일에 아흔둘 나이로 눈을 감으셨다. 꽃을 마주하면서 마음으로 읽으니, 박정희 할머님이 빚은 그림은 꽃그림이라 할 만하다. 《나의 수채화 인생》이라는 책으로 할머님 삶길을 찬찬히 밝혔고, 《박정희 할머니의 행복한 육아일기》라는 책으로 할머님이 아이를 낳아 삶을 짓던 나날을 돌아보았으며, 《깨끗한 손》이라는 책으로 할머님이 아이를 사랑으로 가르치던 하루를 되새겼다. 하늘나라에서는 어디로든 훨훨 날면서 꽃마실을 누리시기를 빈다. 지팡이를 짚지 않고도 어디로든 날고, 봄꽃과 겨울꽃 모두 이쁘게 사랑하는 손길로 이웃과 따사로이 어깨동무를 하는 이야기꽃을 피우시기를 빈다. 4347.12.4.나무.ㅎㄲㅅㄱ


http://www.nocutnews.co.kr/news/4335909


..


2008년에 큰아이가 갓난쟁이일 적에 그림을 그려 주셨고,

우리 집 큰아이 사름벼리는 무럭무럭 자라서 일곱 살 씩씩한 어린이 얼굴로

2014년 3월에 찾아뵙고 할머니를 그려 주었다.


고맙습니다.

고이 쉬셔요.

























http://blog.aladin.co.kr/hbooks/4715890

(박정희 할머니 이야기를 쓴 글 하나)


http://blog.aladin.co.kr/hbooks/4872279

(<박정희 할머니의 행복한 육아일기> 느낌글)


http://blog.aladin.co.kr/hbooks/6941380

(<깨끗한 손> 느낌글)


http://blog.aladin.co.kr/hbooks/2001561

(<나의 수채화 인생> 느낌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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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왕 징검다리 동화 19
이정록 지음, 노인경 그림 / 한겨레아이들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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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책 읽는 삶 73


 

그림에 담는 아름다운 빛깔

― 미술왕

 이정록 글

 노인경 그림

 한겨레아이들 펴냄, 2014.11.21.



  《플란다스의 개》라는 작품을 보면, 여기에 나오는 시골 머스마가 숯이나 나뭇가지나 손가락으로 그림을 그리는 이야기가 곧잘 흐릅니다. 어머니와 아버지 없이 할아버지하고 살림을 꾸리는 시골 머스마는 몹시 가난합니다. 연필을 장만할 돈조차 모자라고, 물감이나 종이는 아예 바라지도 않습니다. 그렇지만 시골 머스마는 나뭇가지로 흙바닥에 아주 멋지고 아름답게 그림을 그립니다. 비록 손바닥으로 슥슥 문지르면 지워지지만, 비가 오면 사라지지만, 언제나 마음에 깊이 남도록 사랑스러운 숨결을 그림에 담습니다.


  가난한 시골 머스마는 여러 빛깔을 써서 그림을 그리고 싶습니다. 그렇지만 이 아이는 끝끝내 ‘까망’ 한 가지 빛깔만 써서 그림을 그릴 수 있습니다. 물감이든 크레파스이든 한 번도 손에 쥐지 못합니다. 비록 온갖 빛깔을 손에 쥔 적이 없이 ‘까망’ 한 가지로만 그림을 그릴 수 있었어도, 손을 놀려서 그림을 빚을 적에는 가장 맑으면서 포근하고 고운 넋이 됩니다. 애틋한 동무를 그릴 적에도, 늘 길벗이 되는 개를 그릴 적에도, 할아버지를 그릴 적에도, 이 아이 마음에는 깊고 너른 사랑이 흐릅니다. 온갖 무지개빛이 춤추는 다른 아이들 그림에서는 엿볼 수 없는 꿈과 아름다움이지만, 그저 ‘까망’ 한 가지 빛깔로 빚은 그림일 뿐인데, 이 그림에서 따스함과 사랑스러움이 우렁차게 터져나옵니다.



.. “형이 쓰던 거라서 미안하구나. 아람 밤톨을 많이 모아서 가을에는 새 걸 사 주마.” 하지만 아기 다람쥐 토리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한쪽 눈을 찡긋 감으며 말했지요. “괜찮아요. 엄마 닮아서 저는 그림을 잘 그리잖아요.” ..  (8쪽)



  여러 빛깔을 쓰기에 눈부신 그림이 되지 않습니다. 한 가지 빛깔을 쓰기 안 눈부신 그림이 되지 않습니다. 붓이든 연필이든 크레파스이든 나뭇가지이든, 그러니까 무엇을 쥐든, 손에 따스하고 넉넉한 숨결로 사랑을 그릴 수 있을 적에 눈부신 그림이 됩니다.


  학교나 학원을 다니며 그림을 배워야 그림을 잘 그리지 않습니다. 이름난 스승한테서 배워야 그림을 잘 그리지 않습니다. 즐겁게 노래하고 기쁘게 웃으면서 그림을 그릴 때에 잘 그립니다. 이웃을 아끼고 동무를 사랑하는 꿈을 그릴 때에 잘 그려요. 숲을 가꾸고 보금자리를 돌보는 고운 넋을 보여줄 때에 ‘그림 참 좋구나!’ 하는 말이 절로 튀어나옵니다.



.. 크레파스를 도시용과 시골용으로 나눠 주세요. 시골용에는 초록색을, 도시용에는 회색을 세 개씩 더 넣어 주세요 ..  (23쪽)



  이정록 님이 글을 쓰고 노인경 님이 그림을 담은 어린이책 《미술왕》(한겨레아이들,2014)을 읽습니다. 어느 숲마을에 ‘크레파스 장사를 하는 여우’가 있고, 이 숲마을에서는 ‘크레파스 장사에만 눈이 먼 여우가 그림대회를 연다’고 합니다. 숲마을에서 사는 아이들은 ‘그림대회’에 나가기를 좋아하지만 그림대회는 그림을 즐기는 대회가 되지 못한다고 합니다. ‘크레파스 공장 여우 사장’은 크레파스를 더 많이 팔려는 데에만 마음을 쏟습니다. 가녀린 숲아이를 괴롭히거나 윽박지릅니다.


  숲마을 다람쥐 토리는 ‘그림대회’가 아닌 ‘그림잔치’를 꿈꿉니다. 1등을 겨루는 대회가 아닌, 모두 노래하고 웃고 즐기면서 어우러지는 잔치를 꿈꿉니다. 저마다 다른 이야기를 그림에 담아, 서로서로 어깨동무하면서 마을을 가꿀 수 있는 그림잔치가 되기를 바라요.



.. 토리가 떡갈나무 우듬지에 올라 소리쳤어요. “우리가 ‘숲 마을 미술 잔치’를 열자!” 그 소리를 듣고 친구들이 모두 토리 곁으로 몰려들었어요. 토리를 따라 하면서요. “우리가 직접 ‘숲 마을 미술 잔치’를 열자!” ..  (33쪽)



  그림에 담는 아름다운 빛깔은 무지개빛이 아닙니다. 그림에 담는 아름다운 빛깔은 사랑입니다. 그림에 담는 아름다운 빛깔은 알록달록이 아닙니다. 그림에 담는 아름다운 빛깔은 꿈입니다.


  아이들은 나뭇가지나 돌멩이로 흙바닥에 그림을 그립니다. 아이들은 손가락으로 하늘에 대고 그림을 그립니다. 아이들은 잠자리에 누워서 눈을 살며시 감고 마음속으로 그림을 그립니다.


  우리는 언제 어디에서나 그림을 그립니다. 우리는 날마다 그림을 그립니다. 사랑하고 싶은 이야기를 그림으로 그립니다. 함께 꿈을 꾸면서 이루고 싶은 아름다운 보금자리나 마을이나 나라를 그림으로 그립니다.



.. “우리들은 겨울잠을 자기 때문에 한 번도 함박눈을 못 봤어요. 친구들에게 물어 보니까 함박눈은 포근하고 아름다운 거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꽃송이로 물침대를 만들었습니다. 물 위 꽃잎 침대에 앉으면 아름답고 편안하거든요. 그러니까, 함박눈은 겨울에 피는 꽃일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  (62쪽)



  어린이책 《미술왕》에 나오는 다람쥐 토리는 ‘시골빛’이나 ‘숲빛’을 곱다라니 담을 수 있는 크레파스를 꿈꿉니다. 잿빛이나 까망보다 풀빛이나 노랑이나 파랑으로 온누리를 환하게 그리고 싶습니다.


  그런데 말예요, 잿빛과 까망을 덜 쓰면서 그림을 그리지는 않아요. 낮에는 무지개빛이지만 밤에는 잿빛이나 까망입니다. 낮을 그릴 적에는 무지개빛이 될 테지만, 밤을 그릴 적에는 잿빛이나 까망입니다. 이와 달리, 낮을 잿빛이나 까망으로 그리면서도 얼마든지 따사롭고 보드라운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습니다. 그리고, 밤을 무지개빛으로 그리면서도 참으로 멋스럽고 기쁜 이야기를 꽃피울 수 있습니다.


  크레파스 상자나 물감 상자를 보면 ‘어느 한 가지 빛깔’을 더 많이 넣지 않습니다. 모든 빛깔을 골고루 담습니다. 왜냐하면, 지구별 모든 아이들은 저마다 다 다르게 아름답고, 온누리 모든 빛깔도 골고루 아름답기 때문입니다. 4347.12.4.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어린이문학 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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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롭게 겨울빨래



  아침에 두 아이를 씻긴다. 어제 씻기려 했으나, 큰아이가 어제 안 씻겠다 하는 바람에 어제 낮 따스할 적에 못 씻겼다. 아침에는 아직 바람이 쌀쌀하니 춥지만, 어쩌는 수 없이 아침에 씻긴다. 노느라 땀에 전 옷을 빨래하려고 씻는방 바닥에 깐다. 두 아이를 씻기면서 튀는 물로 ‘빨래할 옷’을 적신다. 아침에 아이들을 씻기면 아침에 빨래를 해서 차츰 따스하게 올라오는 겨울볕을 따라 옷을 한결 잘 말릴 수 있다.


  다 씻은 아이를 자는방으로 들여보낸다. 두 아이는 스스로 이불을 뒤집어쓴다. 이불을 뒤집어쓰면서 몸을 덥히는 아이들을 보다가 내 어릴 적을 떠올린다. 내가 어릴 적에도 겨울에 몸을 씻으면 추웠다. 그래서 어머니는 우리를 씻기기 앞서 자는방에 ‘이불을 잘 깔아’ 놓은 뒤, 다 씻기고 나서 얼른 이불로 파고들라 했다. 어릴 적에는 옷을 입히고 이부자리에 눕혔고, 좀 큰 뒤에는 알몸으로 이부자리로 파고들어서 꼼지락거리면서 옷을 꿰었다.


  아이들은 자는방 이부자리에 누워서 놀고, 나는 슬슬 빨래를 해야지. 4347.12.4.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빨래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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