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밥 먹자 130. 2014.11.27. 사름벼리가 섞기



  감풀을 섞는다. 사름벼리가 나서기에 기꺼이 건넨다. 양념이 고루 어우러지도록 섞으면 된다. 이리저리 헤집고 비빈다. 섞다가 밖으로 톡톡 튀어나온다. 이제 처음으로 해 보았으니 많이 서툴고 느리다. 앞으로 사름벼리가 이 일을 도맡아서 하면 손목과 아귀에도 한결 야무지게 힘이 붙으리라. 사름벼리가 거들어 아침밥을 한결 수월하게 차린다. 사름벼리는 동생한테 “보라야, 감풀 누나가 섞었어. 어서 먹어 봐.” 하고 말한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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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관사업과 시골들



  겨울 시골들을 걷는다. 유채밭으로 바뀌는 겨울논을 바라본다.


  지난날에는 가을걷이가 끝나면 빈논에 보리를 심었다고 한다. 한동안 ‘우리 밀 심기’가 널리 퍼지기도 했다지만, 이제 겨울논에 ‘우리 밀’이든 ‘너희 밀’이든 심는 사람은 아주 드물다. 밥을 굶는 사람이 드물다고 하니 보리를 안 심고, 밀이나 보리를 심는다 하더라도 제값을 받지 못하기에 굳이 힘든 일을 더 안 한다고 한다. 오늘날 쌀값조차 터무니없이 싸다고 할 텐데, 보리값이나 밀값은 얼마나 터무니없이 쌀까. 여느 과자 열 봉지이면 쌀 5킬로그램어치이다. 여느 과자 스무 봉지이면 쌀 10킬로그램어치이다. 다만, 가게에서 사다 먹는 값으로 치면 이렇다. 생각해 보라. 시골지기는 농협에 쌀 40킬로그램을 팔면서 과자 몇 봉지 값을 벌 수 있을까?


  정부에서는, 그러니까 도시내기 공무원은, 겨우내 ‘빈논’이 봄이 되면 온갖 풀꽃이 어우러져서 ‘보기 나쁘다’고 말한다. 냉이꽃이나 민들레꽃이나 별꽃이나 꽃마리꽃이나 봄까지꽃이나 갖가지 봄꽃이 ‘보기 나쁘다’고 말하는 셈이다. 이리하여 꽤 예전부터 정부에서는 ‘경관사업’을 한다. 겨우내 빈논에 유채씨를 뿌려서 새봄에 노란 꽃물결이 되도록 하면, 마을에 ‘경관사업 보조금’을 준다.


  경관사업을 하면, 도시내기 관광객이 시골들을 자가용으로 지나가면서 슥 둘러보기에 ‘보기 좋다’고 하는데, 유채꽃만 가득해야 보기에 좋은지 잘 모르겠다. 수많은 들꽃이 어우러지는 겨울들이나 봄들은 얼마나 안 보기 좋을는지 궁금하다. 노란 꽃물결을 이루는 유채논을 갈아엎으면 땅에 거름 구실을 한다고도 하지만, 겨울들을 가만히 두면 온갖 풀꽃이 자라니, 이 풀꽃도 얼마든지 거름 구실을 한다. 한 가지 풀씨만 자라는 논보다 여러 가지 풀꽃이 자라는 논이 훨씬 나은 거름을 얻는다고 할 수 있다. 4347.12.6.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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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골에서 살며 멧새 이름을 찬찬히 헤아리고 싶은데, 여러모로 만만하지 않다. 멧새 모습을 알아보기 좋도록 다룬 도감이나 책을 찾기도 쉽지 않다. 멋스럽게 찍은 사진을 담는다고 해서 도감이 더 뛰어나지 않다. 여느 사람이 새를 잘 알아보도록 찍은 사진을 담아야 비로소 볼 만한 도감이 된다. 알을 언제 몇쯤 낳는다든지 겉모습이나 한살이가 어떠하다든지 같은 풀이말을 붙여야 도감이 되지 않는다. 새를 밝히는 글이나 책이라 한다면, 새 울음소리를 밝혀서 적어야 하고, 새가 보여주는 여러 가지 모습을 가만히 지켜본 이야기를 함께 적어야 한다. 그런데 이런저런 새 도감을 살피면, 다른 새 도감에 나온 자료를 이렁저렁 엮은 책이기 일쑤이다. 더 많은 새를 다루어야 알찬 도감이 되지 않는다. 몇 마리를 살피거나 지켜본 다음 묶더라도, 도감을 엮는 사람이 몸소 지켜보고 살피면서 이웃이 된 새를 제대로 담아서 이야기를 할 수 있어야 제대로 된 도감이다. 권오준 님이 엮은 《우리가 아는 새들 우리가 모르는 새들》이라는 책을 읽으니, 이 책에는 권오준 님이 몸소 지켜보고 곁에서 이웃으로 삼은 새 이야기가 흐른다. 이만 한 이야기가 되어야 비로소 읽을 만하다. 4347.12.6.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한 줄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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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아는 새들 우리가 모르는 새들- 생태동화작가 권오준의 우리 새 이야기
권오준 지음 / 겨리 / 2014년 5월
14,500원 → 13,050원(10%할인) / 마일리지 720원(5% 적립)
*지금 주문하면 "4월 24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2014년 12월 06일에 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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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이기에 시를 쓰지 않는다. 이웃과 나를 함께 사랑하는 사람이기에 시를 쓴다. 시인만 시를 쓰지 않는다. 아이를 따스하게 바라볼 줄 알고 나 스스로 곱게 마주할 수 있는 사람일 때에 시를 쓴다. 고은 님이 시를 쓸 수 있었다면, 시 가운데 동시를 쓸 수 있었다면, 《차령이 뽀뽀》 같은 동시집을 선보일 수 있었다면, 아이와 함께 선 이 땅에서 따스한 마음이 되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느낀다. 그런데, ‘노벨상 후보’로 오른다고 하는 분이 쓴 동시인데, 서른세 꼭지를 그러모아 엮은 이 책을 읽으면 ‘더워지다’라든지 ‘수학 대왕’이라든지 ‘준비 땅’ 같은 말마디가 곧잘 튀어나온다. 어른이 읽는 시에도 한국말을 슬기롭게 다루어야 할 테지만, 어린이와 함께 읽는 시라면 한국말을 더 깊고 넓게 돌아보면서 곱게 다루어야 하지 않을까. 영어로 옮긴 시를 책에 나란히 싣느라 애쓰는 땀방울만큼, 동시가 동시다울 수 있도록 한국말로 올바로 추스를 수도 있기를 빈다. 4347.12.6.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한 줄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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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 동시집 차령이 뽀뽀- 국영문판
고은 지음, 이억배 그림, 안선재(안토니 수사) 옮김 / 바우솔 / 2011년 12월
12,000원 → 10,800원(10%할인) / 마일리지 600원(5% 적립)
*지금 주문하면 "4월 23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2014년 12월 06일에 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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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팔트를 뚫는 풀포기


  풀은 자라고 싶다. 풀은 햇볕을 보고 싶다. 풀은 흙에 뿌리를 내려 푸른 숨결을 온누리에 퍼뜨리고 싶다. 그러나 사람은 자동차를 달리고 싶다. 사람은 자동차가 달리도록 들과 숲 어디에나 아스팔트를 쫙쫙 뿌리고 싶다. 이리하여, 얼핏 보기로 자동차와 사람이 풀을 짓밟는 듯하다. 그렇지만 풀씨는 기운을 낸다. 열 해 스무 해 기운차게 기다리면서 참는다. 그리고 불쑥 일어선다. 비바람에 씻기고 햇볕에 닳은 아주 조그마한 틈을 찾아서 드디어 줄기를 올린다. 아스팔트를 뚫고 풀포기가 솟는다. 지구별을 새까만 찻길이나 잿빛 건물로 채우려는 사람들한테, 지구별을 살리는 숨결은 바로 풀빛인 줄 보여주려고 애쓴다. 4347.12.5.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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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인생 2014-12-05 21:05   좋아요 0 | URL
생명의 힘이네요

파란놀 2014-12-06 06:21   좋아요 0 | URL
지구를 살리는 푸른 기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