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넷



  우리 집 부엌에는 가스불이 셋 있다. 밥을 끓이고 국을 끓이며 반찬을 익히면 불 셋을 다 쓴다. 오늘은 모처럼 고기를 굽기로 하면서 불을 넷 쓴다. 따로 불판을 꺼내어 부엌에서 불 넷을 쓴다. 두 아이가 꽤 자랐구나. 두 아이를 먹이고 두 어른이 먹을 밥을 지으면서 불을 여럿 써야 하는구나. 재미있다. 재미있구나. 아이들이 무럭무럭 자라 혼자 불을 다룰 수 있을 즈음에는 네 식구가 먹는 밥을 어떻게 지을까. 궁금하면서 웃음이 난다. 4347.12.6.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아버지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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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아이 117. 맨발로 마당을 달려 (2014.11.25.)



  소꿉화장대에 있는 네 다리를 떼어낸 아이들이 이 다리를 마치 칼이라도 되는 듯이 휘휘 휘두르면서 논다. 장난꾸러기 산들보라는 네 다리를 혼자 가슴 가득 안고서 맨발로 마당을 가로지른다. 때때로 한 자리에 우뚝 서서 혼자 외친다. 이러고 나서 다시 달리고, 또 외치고, 씩씩한 시골돌이는 추위를 아랑곳하지 않고 달린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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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글 읽기

2014.11.30. 큰아이―흙 어머니



  군내버스를 타고 읍내마실을 가는 길에, 마을 어귀에서 버스를 기다리면서 큰아이가 흙바닥에 손가락으로 글씨를 쓴다. ‘어·머·니’ 세 글자를 또박또박 그린다. 네 마음에서 흐르는 고운 사랑을 글씨로 옮기는구나.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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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찍는 눈빛 104. 빛과 그림자



  겨울이 지나 봄이 다가올수록 해가 길어집니다. 봄을 지나 여름이 되면 해는 더욱 길어집니다. 여름을 지나 가을이 되면 해가 짧아집니다. 가을을 지나 겨울이 되면 해는 더욱 짧아집니다.


  가만히 햇볕을 느껴도 해가 길어지거나 짧아지는 줄 느끼고, 마루로 들어오는 햇살을 살펴도 해가 길어지거나 짧아지는 줄 느끼며, 그림자가 드리우는 모습을 보면서도 해가 길어지거나 짧아지는 줄 느낍니다.


  그림자놀이를 하는 아이들은 철 따라 그림자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곧 알아차립니다. 키가 작은 아이들은 그림자가 길게 늘어지면서 키가 부쩍 커졌다고 여깁니다. 그림자만 보아도 아주 길거든요.


  겨울이 되어 무척 비스듬하게 눕는 햇살은 더 깊은 데까지 포근하게 어루만집니다. 여름에는 머리 꼭대기에서 내리꽂듯이 내리쬐는 햇볕이라면, 겨울에는 추위에 오들오들 떠는 구석까지 보드랍게 어루만지는 햇볕입니다.


  빛은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퍼질까요. 그림자는 언제 지며 어느 만큼 드리울까요.


  해는 삼백예순닷새에 걸쳐 날마다 다르게 지구별을 비추면서 새로운 빛과 그림자를 빚습니다. 날마다 다른 빛과 그림자를 마주하면서 새로운 이야기를 빚을 수 있습니다. 날마다 다른 빛과 그림자이기에 이 빛과 그림자를 고스란히 느끼면서 언제나 새로운 사진으로 엮을 수 있습니다. 4347.12.6.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사진책 읽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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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찍는 눈빛 103. 바지런한 손놀림


  삶은달걀을 까는 두 아이는 오직 삶은달걀만 바라봅니다. 밥상에 여러 가지를 올리면 우리 집 두 아이는 맨 먼저 삶은달걀을 집습니다. 아직 뜨거워도 아 뜨거 아 뜨거 하면서 삶은달걀을 안 놓습니다. 바지런히 손을 놀리면서 껍질을 벗깁니다. 삶은달걀을 맛있게 먹고 싶은 마음으로 신나게 손을 놀립니다.

  어떤 사진을 찍으면 될까요? 바지런히 손을 놀려서 단추를 신나게 누를 만한 사진을 찍으면 됩니다. 찍고 또 찍어도 질리지 않거나 물리지 않을 만한 사진을 찍으면 됩니다. 쉬지 않고 즐겁게 웃을 수 있는 사진을 찍으면 되고, 기쁘게 노래가 흘러나올 만한 사진을 찍으면 됩니다.

  그러면 어떤 사진이 나한테 즐겁거나 기뻐서 손을 신나게 놀릴 만할까요? 어디에서 사진을 찍을 적에 손을 바지런히 놀릴 만할까요?

  사진감은 남이 골라 줄 수 없습니다. 내가 내 삶을 스스로 살피면서 헤아려야 합니다. 언제 즐겁고 기쁜지 스스로 알아채야 합니다. 즐겁거나 기쁜 일이 없다면 사진을 찍지도 못할 뿐 아니라, 여느 때에 웃을 일도 드물고 노래가 흘러나오지도 않습니다. 그러니까, 나 스스로 내 모습을 살펴야 합니다. 언제 신나게 웃고 언제 기쁘게 노래하며 언제 즐겁게 이야기꽃을 피우는지 알아채야 합니다. 내 사진은 내가 웃고 노래하면서 즐거운 이야기꽃을 피우는 자리에서 바지런히 손을 놀리면서 찍을 수 있습니다. 4347.12.6.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사진책 읽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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