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아이 119. 진눈깨비 반갑구나 (2014.12.1.)



  고흥에는 눈이 오지 않는다. 다른 고장에는 눈이 펑펑 내리기도 한다지만, 고흥에는 기껏 진눈깨비가 살짝 날리다가 그친다. 그래도 아이들은 이 진눈깨비가 반갑다면서 마당에서 한껏 뛰논다. 춤을 추고 노래를 하면서 신나게 달린다. 마당을 가로지른다. 까르르 웃는다. 너희들 웃음과 춤과 노래를 보니 나도 웃음이 나고 절로 춤이 나오며 노래가 흘러나온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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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름벼리는 허리끈 휘날리며 춤놀이



  사름벼리가 마당에서 허리끈을 휘날리며 춤을 춘다. 찬바람을 아랑곳하지 않으면서 뛰논다. 씩씩하며 멋진 아이로다. 바람이 불면 바람을 맞고, 해님이 내리쬐면 해님을 맞이한다. 어머니가 뜬 머리싸개를 두르고서 꽤 얇은 옷차림으로 펄쩍펄쩍 뛴다. 춤을 추면 몸이 더워진다면서 온몸을 기쁘게 쓴다. 4347.12.13.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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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일보 놈들



  고흥으로 찾아온 손님과 밥을 나누다가 마지막에 문득 “부산일보 놈들”이라는 말마디가 내 입에서 튀어나왔다. 이런, 왜 이런 말이 튀어나올까. 그곳 사람들이 무슨 잘못을 저질렀기에.


  입에서 한 번 튀어나온 말은 주워담지 못한다. 쏟은 물은 다시 담지 못한다. 곰곰이 헤아려 본다. 부산에 있는 〈부산일보〉에 있는 어느 기자가 여러 해 앞서 내 사진을 훔쳐서 쓴 적이 있다. 훔쳐서 쓰면서 되레 배짱을 퉁겼다. 제 사진이 아닌 다른 사람 사진이면서 몰래 썼고, 미안하다는 뜻도 없고 ‘사진 사용삯’조차 내지 않았다.


  열 해쯤 앞서 〈한겨레〉와 〈경향신문〉과 〈씨네21〉 기자도 내 사진을 저희 신문에 쓰면서 ‘사진 사용삯’을 치르지 않았다. 〈경향신문〉 기자는 내 사진을 빌린 뒤 잃어버렸다면서 안 돌려주기까지 했다. 〈아주경제〉라는 신문에 있는 기자는 내 사진에 ‘기자 이름’을 떡하니 붙여서 마치 그 사진이 그 기자 것이라도 되는 양 신문에 싣기도 했다. 참으로 딱하며 쓸쓸한 일인데, 이런저런 일을 겪으면서 기자하고는 사귀지 말아야 하는구나 하고 느꼈고, 기자라는 자리에서 휘두르는 권력이란 참 바보스럽구나 하고 생각했다. 그러나, 아무리 이런 일이 있어도 내가 그 기자들을 “아무개 놈들”이라 할 까닭은 없다. 이런 말을 뱉는 사람이 잘못이다. 여느 때에 늘 사랑으로 마주하자고 스스로 외치면서, 막상 나 스스로 사랑이 아닌 비아냥이나 거친 말을 내뱉는다면, 내가 걷는 길이란 무엇이 될까.


  한 마디 말이라도 함부로 하지 말 노릇이다. 아니, 한 마디 말에도 사랑을 담을 노릇이다. 한 줄 글에도 사랑을 실을 노릇이다. 그들도 나한테 사랑스러운 이웃 가운데 하나인 줄 제대로 느끼자. 그들도 이 지구별에서 함께 숨을 쉬는 이웃인 줄 제대로 헤아리자. 4347.12.13.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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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14-12-13 02:07   좋아요 0 | URL
정말요?
사진값 다 분명히 치룰일일텐데.
왜 그럴까요

파란놀 2014-12-13 06:29   좋아요 1 | URL
아니에요.
기자들 관행이... 자기들 기사나 사진을 쓰려 하면 값을 치르라 하면서
다른 사람 글이나 사진은 거저로 가져가기 일쑤랍니다...
 
다카스기 가의 도시락 3
야나하라 노조미 지음, 채다인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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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 즐겨읽기 421



내 몸을 이루는 밥 한 그릇

― 다카스기 家의 도시락 3

 야나하라 노조미 글·그림

 채다인 옮김

 AK커뮤니케이션즈, 2011.10.25.



  동그란 감알을 둘로 쪼갭니다. 꼭지를 칼로 뗍니다. 한입 석 베면 혀끝으로 감내음이 물씬 풍깁니다. 달디단 감알은 몸으로 스며들면서 즐거운 기운이 됩니다. 감알을 먹고 새롭게 기운을 차립니다.


  감알은 감나무가 맺은 열매입니다. 감알은 감꽃이 진 뒤에 맺는 열매입니다. 감꽃은 아이 손톱 크기만 하달 만큼 참으로 작습니다. 이와 달리 감알은 제법 굵습니다. 그 작은 꽃에서 어쩜 이리 큰 알이 맺나 싶도록 놀랍습니다.


  사람이 먹는 다른 나무열매도 알이 참 굵습니다. 능금꽃이나 배꽃을 보면, 능금알이나 배알이 어쩜 이리 굵나 싶어 놀랍니다. 모과꽃을 보면, 모과알은 또 어쩜 이리 굵나 싶어 깜짝 놀랍니다.



- “다카스기 선배, 어제 같이 일했잖아요. 언제 장을 본 거예요?” “그게 쿠루리가.” “좋겠어요. 이럴 때는 혼자 살면 불편하다니까요.” (11쪽)

- “편의점의 계절한정 도시락이라든가, 그러고 보니 상점가에도 도시락 집이 새로 생긴 것 같던데.” “지금 가면 슈퍼 저녁 5시 할인.” “네.” (24쪽)

- “특이점은 개성의 원석이거든. 나는 그렇게 생각해. 엄마랑 계속 싸우면서 지내온 청춘 시절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으니까.” (31쪽)





  우리가 먹는 열매는 나무가 베푸는 숨결인데, 감알이든 능금알이든 배알이든, 속에는 씨앗이 있습니다. 흙으로 돌아가서 새롭게 나무로 자라고 싶은 씨앗이 열매에 깃들어 새근새근 잡니다. 우리는 누구나 새로운 씨앗을 먹는 셈이요, 새롭게 자랄 숨결을 몸으로 받아들여야 새롭게 기운을 차리는 셈입니다.


  밥알도 열매입니다. 밀알을 가루로 내어 찌거나 굽는 빵도 열매에서 옵니다. 고기를 먹더라도 고기 또한 열매로 이루어진 몸입니다. 소이든 돼지이든 다른 숨결을 먹으면서 자라고, 물고기도 냇물이나 바다에서 다른 숨결을 먹으면서 자랍니다. 풀을 먹든 고기를 먹든 우리는 누구나 다른 목숨으로 내 목숨을 잇습니다. 다른 목숨은 내 몸으로 스며들어서 나를 튼튼하게 돌보고 나를 씩씩하게 이끕니다. 그러니 밥 한 그릇을 먹을 적마다 내 몸으로 어떤 숨결이 들어오는지 헤아립니다. 어떤 빛이 나한테 오고, 어떤 노래가 나한테 오며, 어떤 바람이 나한테 오는지 찬찬히 생각합니다.



- ‘오늘 저녁반찬 진짜로 꽁치였구나. 거기다가 왠지 숨겨둔 것 같고. 우와아, 뭔가 저질러 버린 느낌이.’ (55쪽)

- “근데 말이야, 매일 음식 만드는 거 귀찮지 않아?” “좋아하니까.” “음식 만드는 거? 아니면 다카스기 조교님이?” (63쪽)

- “몸의 재료는 우리가 먹는 것들이잖아? 쿠루리가 여기에 오고 나서 1년 반 동안 우리들은 거의 같은 걸 먹었고, 우리들의 몸은 지금 같은 재료로 이루어져 있다는 거지.” (89쪽)





  야나하라 노조미 님이 빚은 만화책 《다카스기 家의 도시락》(AK커뮤니케이션즈,2011) 셋째 권을 읽습니다. 날마다 도시락을 싸고, 날마다 아침저녁을 짓는, 어른과 아이가 어떤 삶을 누리는지 차근차근 보여줍니다. 밥 한 그릇을 먹으면서 날마다 새롭게 기운을 차리고, 밥 한 그릇을 나누면서 날마다 서로 따스하게 바라보는 사람들 삶을 들려줍니다.


  수수한 밥이단 잔치마당 밥이든 대수롭지 않습니다. 따스한 기운이 감도는 밥자리이면 됩니다. 반찬 가짓수가 많아야 하지 않고, 풀밥이거나 고기밥이어야 하지 않아요.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우는 밥자리이면 넉넉합니다.



- “참치 종류라든지, 생이라든지 해동이라든지, 어려워요.” “아이들은 그렇겠지. 어른한테도 그렇고. 참치는 다루는 사람에 따라서도 달라지니까. 제일 좋은 건 감별사에게 물어 보는 거지. 신뢰할 수 있는. 그리고 이건 맛있어. 내가 보증하지. 500엔.” “살게요.” “아가씨, 맛있는 걸 먹고 싶으면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을 만들어 두라고. 그러면 좋은 걸 좋은 가격에 살 수 있어.” (152∼153쪽)

- “생선 이름은 잘 알고 있잖아.” “그건 시험에 안 나오잖아. 나는 빨리 독립하고 싶어. 빨리 일해서 혼자서도 충분히 살아갈 수 있다는 걸 증명하고 싶어.” (158쪽)





  함께 밥을 먹는 두 사람은 ‘같은 숨결을 몸으로 받아들이’는 셈입니다. 한솥밥을 먹는 두 사람은 차츰 비슷한 얼굴이나 몸이 되고, 시나브로 비슷한 넋이나 얼이 됩니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서로 다른 고장에서 자랐고, 서로 다른 집안에서 자랐으며, 서로 다른 목숨을 받아들이며 살았어요. 짝을 지은 두 사람은 꽤 오랫동안 남남으로 살았지요. 그런데, 남남이던 두 사람은 한솥밥을 먹는 ‘한솥지기’가 되고 나서 여러모로 닮습니다. 한솥지기 삶으로 나아가면서 말씨와 마음씨가 모두 닮습니다.


  밥 한 그릇이 남남을 ‘우리’로 바꿉니다. 밥 한 그릇을 먹으면서 ‘서로’ 아끼는 동무이자 곁님이 됩니다. 남남이던 두 사람이 낳은 아이는 두 사람한테서 피를 물려받아 새롭게 깨어나는 숨결로 자랍니다.



- ‘커다란 미래는 네가 바라는 대로, 작은 미래는 같이 말하고 같이 만든다. 원하는 건, 이런 일상을 쌓아 나가는 것.’ (167쪽)

- “지금 얘길 들으면 아빠는 또 울걸. 초조해 하지 말고 노력하렴. 리이나의 인생은 지금 막 시작됐으니까.” (175쪽)



  나는 바람을 먹습니다. 지구별에서 흐르는 바람을 먹습니다. 나는 해님을 먹습니다. 지구별을 비추는 햇빛과 햇볕과 햇살을 먹습니다. 나는 빗물을 먹습니다. 풀과 나무가 빨아들인 빗물을 풀열매와 나무열매를 거쳐서 먹습니다.


  내가 마시는 바람은 곁님과 우리 아이들이 마시는 바람입니다. 내가 먹는 해님은 곁님과 우리 아이들이 먹는 해님입니다. 함께 이곳에서 살며 함께 이곳에서 빙그레 웃는 밥입니다. 함께 이곳에서 노래하며 함께 이곳에서 재잘재잘 노래하는 잔치입니다.


  내 몸을 이루는 밥 한 그릇은, 곁님과 우리 아이들 몸을 이루는 밥 한 그릇입니다. 날마다 무엇을 보고, 누구와 이웃이 되며, 어떤 바람을 쐬는지 헤아립니다. 어떤 하늘을 등에 이고, 어떤 별빛을 등에 지는지 생각합니다. 우리 보금자리를 둘러싼 풀숲과 나무를 돌아봅니다. 사랑이 피어나도록 이끄는 밥을 그립니다. 4347.12.12.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에서 만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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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을 바라본다. 손을 쓰다듬는다. 내 손을 뻗어 네 손을 잡는다. 네 손이 다가와 내 손을 쓰다듬는다. 이 손으로는 집을 지을 수 있고, 이 손으로는 글을 쓸 수 있다. 이 손으로는 나무를 심을 수 있고, 이 손으로는 아이를 돌볼 수 있다. 무엇을 하든 우리는 우리 손을 써서 삶을 짓는다. 사진책 《손에 관한 명상》은 손을 다루는 사람들 이야기를 사진으로 보여준다. 사진작가 전민조 님이 만나고 마주한 사람들이 어떤 손으로 어떤 삶을 일구어 어떤 사랑을 나누려 하는지 조곤조곤 보여준다. 4347.12.12.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한 줄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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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에 관한 명상- 전민조 사진집
전민조 지음 / 눈빛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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