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글 읽기

2014.12.14. 큰아이―연필을 깎아서



  글순이가 손수 연필을 깎았다. 이제는 연필깎이를 쓰지 않고 칼로 연필을 깎고 싶은 듯하다. 무척 울퉁불퉁하게 깎았지만, 손에 쥐어 놀리니 제법 쓸 만하다. 그러나 손에 힘을 꽉 쥐고 놀리려 하면 그만 우지끈 하면서 부러지리라. 어릴 적에 이러한 연필을 그만 힘을 주고 놀리다가 부러뜨린 일이 잦아서 나는 이제 연필을 안 부러뜨리고 쓰는데, 큰아이도 연필을 살살 놀리는 길을 차근차근 익히리라 생각한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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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흘째 앓으며 아이와 나눈 얘기



  “벼리야, 아버지가 아파서 밥도 못 먹어. 이렇게 누워서 쉬어야 해. 그러니 너희가 아버지가 드러누운 방을 이리저리 왔다갔다 하면서 시끄럽게 뛰지 말고, 전등을 들고 마당으로 가서 마당에서 뛰면서 불놀이를 해.” “아버지 어떻게 아파?” “응, 온몸이 다 아파.” “그래? 아버지가 안 아팠으면 좋겠다.” “응, 아버지도 곧 나을 테니까 괜찮아. 아버지가 쉴 수 있게 너희가 옆방에서 놀거나 하면 좋겠어.” “알았어.”


  아픈 몸을 이끌고 밥을 차리려고 냄비에 불을 올릴 무렵, 곁님이 다가와서 묻는다. 아플 적에 냄새 맡기 힘들지 않느냐고 하면서, 서기도 힘들 텐데 억지로 참느냐고 묻는다. 한 마디 대꾸를 하고 싶으나, 대꾸할 힘이 없어서 미처 말을 못 한다. 다만, 냄새를 맡기 힘든지 헤아려 본다. 아니다. 그야말로 끔찍하게 아프니 냄새는커녕 맛이고 뭐고 하나도 안 들어온다. 무엇보다 너무 아픈 탓에 물 한 방울조차 몸에서 안 받는다. 등허리가 몹시 결려 쓰러질 판이지만 참말 억지로 버티면서 밥을 끓였고, 냄새도 맛도 느끼지 않았다. 간은 아예 볼 수 없으니 느낌으로 얼추 맞출 뿐이다. 찬물이 손에 닿을 적마다 온몸이 쩌릿쩌릿 울리면서 뼛속까지 모질게 시렸지만, 곁님도 아픈 사람이니 곁님더러 아이들한테 밥을 차려서 주라고 할 수 없다. 나는 앞으로 며칠 더 이 몸을 버티거나 견디면서 밥을 잘 차리면 된다.


  밥을 다 먹은 아이들이 잠자리에 눕는다. 비로소 두 아이를 눕히고 자장노래를 부른다. 〈감자씨〉 노래를 부르니 큰아이가 묻는다. “아버지, 보라는 왜 〈감자씨〉 노래를 부를 적에 ‘감자씨는’이라 안 하고 ‘아저씨는’이라 하고 ‘묵은 감자’라 안 하고 ‘뿌부 감자’라 해?” “응, 이제는 그렇게 안 하는데, 보라는 아직 아기라서 혀가 짧으니까 예전에 그렇게 했어.” “아, 그렇구나.” “보라는 아직 아기라서 못 하는 것도 많으니까 벼리가 많이 도와줘야 해. 그냥 보라한테 다 줘야 하는 것도 있어.” “응. 그런데 벼리는 아기 아냐?” “응. 보라는 볼도 감처럼 탱글탱글해서 감볼이잖아. 그런데 벼리는 아기에서 벗어나서 배가 ‘슈박(수박) 배’가 아니고, 볼도 감볼이 아니야.” “아, 그렇구나.”


  노래를 부르고 이야기를 나누던 두 아이가 새근새근 잠들까 했더니 잠들지 않는다. 한 시간 남짓 더 깨어 책을 본다느니 뛰논다느니 한다. 허허 웃으며 그대로 둔다. 아이들이 그야말로 더 놀아서 지쳐 곯아떨어지기를 기다린다. 이제 더 두면 안 되겠구나 하고 느낄 무렵 “자, 이제 불을 끈다. 다 눕자. 쉬 할 사람은 더 쉬 하고.” 큰아이가 먼저 쉬를 하고 나서 물을 마신다. 동생이 누나를 따라 쉬를 하고 나서 물을 마신다. 자리에 눕는 모습을 보고 불을 끈다. 이불깃을 여민다. 1분 뒤 작은아이가 곯아떨어진다. 큰아이도 이내 곯아떨어진 듯하다. 십 분쯤 지나서 슬쩍 들여다보며 말을 건다. “우리 예쁜 아이들 이제 잠들었나?” 하고 물으니, 큰아이가 길게 하품을 하면서 돌아눕는다. 이 말, ‘예쁜 아이’라는 말을 한 번 더 듣고 싶어서 눈을 감고 기다렸는가 보다. 자, 자, 이제는 더 기다리지 말고 가슴에 손을 얹고 파란 거미줄을 그리면서 아름다운 꿈누리로 날아가렴. 4347.12.15.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아버지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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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냐옹 2014-12-15 23:39   좋아요 0 | URL
어서 나으시기를 바랍니다.

파란놀 2014-12-16 06:38   좋아요 0 | URL
네, 번쩍번쩍 하루 만에 다 나을 수도 있을 테지만,
제 성격으로는 천천히 나으면서
`몸이 낫는 결`까지 곰곰이 살피리라 생각해요.
고맙습니다.

유디트 님은 튼튼하게 하루를 즐겁게 여셔요~~ ^^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1129) 속의 6


칠흑 같은 어둠 속의 반딧불은 도깨비불처럼 요상하였다

《박희병-거기, 내 마음의 산골마을》(그물코,2007) 64쪽


 어둠 속의 반딧불은

→ 어두운 밤에 보는 반딧불은

→ 어두운 밤에 반딧불을 만나면운

→ 어두운 곳에서 반짝이는 반딧불은

 …



  이 보기글에서는 “새까맣게 어두운 밤에 보는 반딧불”로 손질할 수 있고, “새까만 밤에 보는 반딧불”로 손질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밤은 어둡고, 어두운 밤은 새까맣기 마련이기에, “새까맣게 어두운 밤”이라 적을 수 있고 “어두운 밤”이나 “새까만 밤”으로 적어도 잘 어울립니다.


  그리고, “어둠에서 보는 반딧불”처럼 적을 수는 없습니다. “밝음에서 보는 꽃”처럼 적지 않기도 합니다. “어두운 곳에서 보는 반딧불”이거나 “밝은 곳에서 보는 꽃”입니다. 또는 “밤에 보는 반딧불”이거나 “낮에 보는 꽃”처럼 적어야 올바릅니다. 4340.10.29.달/4347.12.15.달.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새까만 밤에 보는 반딧불은 도깨비불처럼 놀라웠다


‘칠흑(漆黑) 같은’은 그대로 쓸 수 있을 테지만, ‘새까만’이나 ‘깜깜한’이나 ‘먹물 같은’이나 ‘먹머루 같은’이나 ‘숯덩이 같은’으로 손볼 수 있습니다. ‘요상(常)하다’는 ‘이상(異常)하다’를 잘못 쓰는 말이라고 하는데, ‘이상하다’로 바로잡기보다는 ‘남다르다’라든지 ‘새롭다’라든지 ‘놀랍다’로 손볼 때에 한결 낫고, 도깨비불 같은 느낌이라면, “도깨비불처럼 으시시하였다”나 “도깨비불처럼 섬뜩하였다”로 손볼 수 있습니다.


..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1168) 속의 7


낙타가 바늘구멍 속으로 들어가는 것보다 더 어렵다는 성경 속의 가르침

《송두율-미완의 귀향과 그 이후》(후마니타스,2007) 111쪽


 성경 속의 가르침

→ 성경에 나오는 가르침

→ 성경에 적힌 가르침

→ 성경에서 말하는 가르침

→ 성경에서 이르는 가르침

→ 성경 가르침

 …



  성경에 나오는 가르침입니다. 성경을 읽으면 찾아볼 수 있는 가르침이에요. 성경에서 말하는 가르침이고, 성경에서 들려주는 가르침입니다. 짤막하게 줄이면 “성경 가르침”이고요. 4340.12.12.물/4347.12.15.달.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낙타가 바늘구멍으로 들어가기보다 더 어렵다는 성경 가르침


“바늘구멍 속으로 들어가는”는 “바늘구멍으로 들어가는”으로 손질합니다. “들어가는 것보다”는 “들어가기보다”로 다듬는데, ‘교훈(敎訓)’이 아닌 ‘가르침’으로 적으니 반갑습니다.


..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2204) 속의 13


꼬마 페그는 너무 놀라 입을 떡 벌렸다. 바로 광고 속의 그 소년이 앞에 서 있었던 것이다

《알레산드로 가티/김현주 옮김-나쁜 회사에는 우리 우유를 팔지 않겠습니다》(책속물고기,2014) 110쪽


 광고 속의 그 소년이

→ 광고에 나오는 그 소년이

→ 광고에 있는 그 아이가

→ 광고에서 본 그 아이가

 …



  광고 모델이 있습니다. 광고 모델은 광고‘에’ 나옵니다. 광고 모델은 “광고 속에” 나오지 않습니다. 광고를 만들 적에는 글이나 그림이나 사진을 넣고, 방송에 쓰는 광고에는 영상을 넣습니다. 그러니, 광고‘에’는 글이 나오고, 그림이나 사진이 나와요. “광고 속에” 나오지 않습니다. 이러한 글짜임을 찬찬히 헤아린다면, 이 보기글처럼 “광고 속 + 의” 꼴로 글을 잘못 쓰지 않습니다. 4347.12.15.달.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꼬마 페그는 너무 놀라 입을 떡 벌렸다. 바로 광고에 나온 그 아이가 앞에 있었다


‘소년(少年)’은 그대로 두어도 되고 ‘아이’나 ‘사내 아이’로 손보아도 됩니다. “서 있었던 것이다”는 “있었다”로 손질합니다.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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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흥집 70. 즐겁게 노는 집 (2014.12.11.)



  우리 집은 즐겁게 노는 집이다. 다만, 얘들아 마룻바닥에서는 살살 걷고 마당에서 뛰자. 마당에서는 구름도 보고 해도 보고 하늘도 보고 꽃도 보고 나무도 보면서 뛸 수 있거든. 마당에서는 풀내음도 맡고 고양이 노래도 듣고, 이 겨울에도 새로운 온갖 노래를 들을 수 있어. 맨발 자전거도 좋아. 다 좋지. 아무렴. 우리 집을 앞으로 차츰차츰 싱그러운 푸른 숲집으로 가꾸면서 이곳에서 신나게 뛰놀자.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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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놀이 18 - 누나와 놀면 재미있어



  누나와 놀면 세발자전거는 한결 재미있다. 혼자 놀아도 세발자전거는 재미있다. 왜냐하면 네 살 산들보라는 혼자서 자전거를 굴릴 수 있기 때문이다. 누나가 함께 놀면 더 신나게 놀고, 누나가 함께 놀지 않아도 혼자서 세발자전거를 영차영차 꺼내어 마당을 달린다. 4347.12.15.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놀이하는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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