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SF - 조남준의 소셜 판타지
조남준 지음 / 청년사 / 2007년 2월
평점 :
품절


만화책 즐겨읽기 436



다 함께 별을 볼 수 있기를

― 시사SF

 조남준 글·그림

 청년사 펴냄, 2007.2.16.



  밤하늘에는 늘 별이 있습니다. 별이 늘 있기 때문에 별을 보려고 하는 사람은 별을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오늘날 지구별 가운데 한국이라는 나라를 보면, 서울이나 부산 같은 커다란 도시에서는 밤별을 보지 못합니다. 왜냐하면, 하늘에 별은 늘 있으나, 지구에서 다른 별 사이에 매캐한 먼지띠가 짙게 끼었기 때문입니다. 온누리라는 테두리에서 살피면 지구별은 아주 조그맣고 지구별에 있는 먼지띠는 대단히 작지만, 이 조그맣디조그마한 먼지띠 때문에 수많은 별을 볼 수 없습니다.


  별을 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길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 먼지띠가 적거나 없는 곳으로 가야 합니다. 둘째, 먼지띠를 걷어야 합니다.


  먼지띠가 있는 곳에 그대로 있는다면 별을 못 보고, 먼지띠를 걷지 않고 그대로 있으려 한다면 이때에도 별을 못 봅니다.



- 원시시대 폭군이 있었다. 자기보다 키가 큰 자는 가만두질 않았고, 마찬가지로 자기 집보다 높은 집을 허용하지 않았다. 아무리 가뭄이 들어 먹을 것이 없어도 자기 지붕이 마음에 안 들면 백성들을 지붕개량공사에 강제 동원하여 노동시켰다. (12쪽)

- “자네는 왜 넥타이를 맸지? 모두들 넥타이를 매지 않고 있는 걸 모르나? 자네같이 창의력이 부족한 사람이 내 회사에 있다는 게 걱정되네. 내 권위를 무시하는 건가? 그럼, 당장 풀란 말야. 권위주의와 형식주의에 빠져 있지 말고, 어서.” (67쪽)



  나는 도시에서도 별을 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커다란 도시이든 작은 도시이든, 어느 만큼 밤이 무르익으면 불이 모두 꺼져서 하늘에서 반짝반짝 빛나는 별빛을 누리면서 길을 거닐 수 있기를 바랍니다.


  전기로 밝히는 등불을 끄면 캄캄하다고 여길는지 모르지만, 사람은 누구나 1분만 있어도 등불 없는 밤길에 눈이 익습니다. 등불 없는 밤길에 눈이 익으면 별빛으로도 걸을 수 있고, 달빛이 얼마나 밝으면서 고운지 알 수 있습니다. 등불이 있는 곳에서만 지내느라 어느새 별빛과 달빛을 잊는다고 할 텐데, 별빛과 달빛을 잊는 사람은 이녁 눈빛까지 잃습니다.


  나는 시골에서도 늘 별을 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시골에서는 으레 별을 누린다지만, 시골에는 별이 있어도 별을 볼 사람이 아주 빠르게 줄어듭니다. 별을 함께 누릴 이웃이 부쩍 줄고, 별을 함께 노래할 동무가 거의 없는 시골이라고 할까요.



- “조련사는 야수들의 신임을 얻고 나서야 조련을 시작할 수 있죠.” “하물며 동물한테도 그런데 어떻게 사람 사는 세상은, 쯧쯧.” “다 그렇지는 않아요. 소나 양처럼 겁 많고 약한 동물에는 신임에 의지할 필요가 없죠. 주먹도 무방해요. 지배자의 위상을 당당히 세우는 거죠. 이런 동물은 조련만으로도 부족하고 털 하나 피 한 방울까지 짜낼 수 있죠.” (113쪽)

- 가까이 가고 싶어도, 모두 깃발 아래 뭉친 단결력. 내가 소속된 곳은 없다. 나는 구경꾼. 깃발의 이중성이다. (143쪽)



  사람이 많은 곳에는 별이 없고 별이 많은 곳에는 사람이 없는 얼거리로 흔들리는 한국이고, 지구별이며, 현대문명입니다. 사람이 많은 곳에는 사랑이나 꿈이 없고 오직 돈만 흐르려 하는 한국이고, 지구별이며, 현대문명입니다.


  돈을 가진 사람은 돈을 나누려 하지 않습니다. 힘을 가진 사람은 힘을 나누려 하지 않습니다. 이름을 가진 사람은 이름을 나누려 하지 않습니다. 그러면, 사랑을 가진 사람은 어떻게 사는가요? 꿈을 가진 사람과 웃음을 가진 사람은 어떻게 사는가요?


  사랑을 가진 사람은 언제나 사랑을 나누면서 사는데, 사랑을 가진 사람이 나누어 주는 사랑을 기쁘게 나누어 받는 사람은 어디에 있을까요? 꿈을 가진 사람이 꿈을 나누어 주지만, 꿈을 받기보다는 돈을 받기를 바라느라 꿈을 나누어 주는 사람한테는 등을 돌리는 오늘날은 아닐까 궁금합니다. 그러니까, 사랑이나 꿈이나 웃음이나 노래나 이야기를 나누어 주는 사람은 오늘날 한국에도 참으로 많지만, 막상 이들 곁에서 사랑이나 꿈이나 웃음이나 노래나 이야기를 나누려 하지 않고, 돈과 이름과 힘이 있는 데로만 몰리면서 돈바라기와 이름바라기와 힘바라기로 흐르는 모양새가 아닌가 궁금합니다.


  대학입시뿐 아니라 취업과 생계와 아파트값 모두 한동아리입니다. 정치와 문화와 경제와 노동과 문학도 다 한동아리입니다.



- 녀석의 그림은 아직 형편없어요. 하하, 왜냐고요? 마음을 그릴 줄 모르거든요. (179쪽)

- 송이는 생각했다. ‘매일 어젯밤 같은 별들을 봤으면 좋겠다’고. (213쪽)



  조남준 님이 그린 시사만화를 그러모은 《시사SF》(청년사,2007)를 읽습니다. 조남준 님은 ‘시사SF’를 끝내고 ‘발그림’을 그립니다. 만화책 《시사SF》는 판이 끊어졌습니다. 어느 모로 본다면 해묵은 이야기입니다. 하루가 다르게 바뀌는 현대문명에서는 참으로 철지난 이야기입니다. 그렇지만, 하나도 안 바뀌면서 해묵기만 하는 이야기입니다. 조금도 달라지려 하지 않으면서 철지난 이야기입니다.


  누가 무엇을 바꾸어야 할까요? 누가 무엇을 왜 바꾸어야 할까요? 저쪽에 있는 아무개가 안 바뀐다고 나무라기만 하는 몸짓으로는 무엇을 바꿀 수 있을까요? 이쪽에 있는 우리는 스스로 무엇을 바꾸려고 할까요?


  다 함께 별을 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별이 있는 곳에서 오순도순 어깨동무하면서 별을 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별이 없는 곳에서는 별이 다시 뜰 수 있기를 바랍니다. 4347.12.20.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에서 만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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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에 사는 아이들이 어떤 마음이고 삶인가 하고 지켜보면서 동시를 쓰던 윤동재 님은 오늘도 동시를 쓸까 궁금하다. 오늘도 아직 동시를 쓴다면 요즈막 서울 아이들 모습을 어떻게 그릴까. 동시로 어떤 꿈을 그리고, 동시로 어떤 사랑을 노래할까. 틀림없이 서울 아이들은 꽃이름이나 새이름을 잘 모른다. 그런데, 서울 아이들에 앞서 서울 어른들부터 뭘 모른다. 정치꾼 이름은 잘 알아도 꽃이름을 모르는 서울 어른들 아닌가. 맛집이나 여행지 정보는 알아도 이웃집 살림에는 눈먼 어른들 아닌가. 사랑을 키우는 길보다 돈을 버는 길에 얽매이는 어른들 아닌가. 동시집 《서울 아이들》은 ‘아이들’을 ‘어른들’로 바꾸어서 읽어야지 싶다. 이야기를 찾아야 하고, 꿈을 찾아야 하며, 사랑을 찾아야 한다. 4347.12.20.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한 줄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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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아이들
윤동재 지음 / 창비 / 198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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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대로 산다’와 ‘법 없이 산다’는 말



  어릴 적부터 익히 들은 말 가운데 ‘법대로 산다’와 ‘법 없이 산다’가 있다. 나는 어릴 적부터 이 두 가지 말이 모두 내키지 않았다. ‘법대로 산다’는 어느 한쪽으로 보면 옳다 할 테지만, 법이 모든 사람한테 두루 옳거나, 법이 지구별을 아름답게 가꾼다고는 느끼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법 없이 산다’는 법이 있건 없건 아름답게 살아가는 사랑을 드러내는 말인데, 막상 ‘법 없이 산다’는 사람을 아끼거나 믿거나 따르거나 좋아하거나 섬기거나 지키려는 사회 얼거리는 본 일이 드물다.


  ‘법대로 산다’는 사람은 얼마나 옳을까? 법에 나와야만 지키는가? 법에 안 나오면 안 지켜도 되는가? 두꺼운 법전을 다 외우면서 살아야 하나? 마음이 부르는 곧고 바르며 아름다운 소리를 들으면서 살 수는 없는가?


  ‘법 없이 산다’는 마음이 되면 무엇이 힘들까? 법도 없고, 법을 만드는 사람도 없고, 법을 따지는 사람도 없으면 아름답지 않을까? 법을 자꾸 만들기 때문에 법을 어기는 사람도 자꾸 생기지 않는가? 법을 따질 노릇이 아니라, 사랑을 따질 일이 아닌가? 법으로 따지면 다툼만 생기지만, 사랑을 따지면 모두 즐거우면서 아름다운 삶이 되지 않는가?


  나는 어릴 적부터 오직 한 가지만 생각했다. 다른 어른들은 법을 놓고 다투더라도, 나는 법이 아니라 ‘사랑’을 바라보면서 살자고 생각했다. 열 살이 채 안 된 코흘리개일 적에도 ‘사랑대로 살자’고 느꼈고, 곁님과 두 아이와 시골에서 지내는 아저씨인 오늘날에도 ‘사랑을 키우며 살자’고 생각한다. 사랑을 나누고, 사랑을 꽃피우며, 사랑을 이야기하는 하루를 살자. 4347.12.20.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삶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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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토끼풀은 눈벼락



  시골에서 살며 내 땅과 이웃집을 바라본다. 내 땅이라고 할 적에는 내가 숨을 쉬면서 뿌리를 내리는 곳이라는 뜻이고, 이웃집이라고 할 적에는 이웃집이 가꾸거나 일구는 곳이라는 뜻이다. 내 땅에서 내 손길을 받는 풀과 꽃과 나무를 바라보며, 이웃집 논밭에서 이웃집 손길을 받는 풀이랑 꽃이랑 나무를 바라본다.


  고흥이라는 곳은 겨울에도 참으로 포근하기에 봄꽃이 겨울에 피어나기도 한다. 오늘날은 겨울에 봄꽃을 본다고 할 텐데, 지난날에는 겨울이 아닌 가을에 봄꽃을 만났으리라 느낀다. 날씨와 철이 흔들리면서 바뀌기에 봄꽃이 겨울꽃도 되는구나 싶다. 이리하여, 토끼풀꽃은 봄꽃이면서 겨울꽃도 된다. 봄에는 나날이 길어지는 햇살을 바라보며 춤추던 토끼풀꽃인데, 겨울에는 나날이 짧아지는 겨울햇살에 으슬으슬 떨다가 그만 눈벼락까지 맞는다.


  아직 찬바람이 채 가시지 않은 봄에 피는 들꽃이니 제법 쌀쌀한 겨울바람도 너끈히 견딘다고 하지만, 눈벼락은 몹시 고되리라 본다. 뿌리 끝까지 시리지는 않니? 씨주머니가 얼어붙지는 않니? 앞으로도 봄꽃이면서 겨울꽃으로 한 해에 두 차례 피고 지려 한다면, 너희는 눈벼락도 견딜 만큼 튼튼한 몸이 되어야 한다. 이 차가운 눈벼락을 너희 몸에 잘 새겨서 너희가 맺는 씨앗한테 물려주렴. 더욱 씩씩한 아이가 태어나 한결 야무지게 들판을 밝히도록 새로운 이야기를 씨앗에 아로새기렴. 4347.12.20.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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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들보라 쪼그린 뒷모습



  아이들은 누구나 스스로 알는지 모른다. ‘아이인 저희’가 귀여운 줄 아이들 스스로도 알는지 모른다. 귀엽지 않은 아이란 있을 수 없고, 모든 아이가 귀여우니, 이 귀여운 숨결이 사랑을 듬뿍 받으면서 아름답게 자라기를 바란다고, 모든 아이가 마음 깊이 생각할는지 모른다. 널리 사랑받으면서 아름답게 자라는 아이는 다시금 사랑을 온누리에 베풀 테며, 어릴 적에 사랑을 널리 받지 못했다면 스스로 사랑을 길어올려서 다른 아이들한테 사랑을 나누어 주면서 맑은 마음을 키울 수 있겠지. 4347.12.19.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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