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읽는 책 185] 내려놓기



  귀를 기울여서 듣고

  눈을 크게 떠서 보는

  노래는 마음으로.



  언제나 홀가분하게 내려놓으면 새로우며 아름다운 것이 우리한테 찾아오기 마련이로구나 싶어요. ‘아는 소리’를 생각하면 ‘아는 소리’로만 마음이 빼앗겨서 ‘다른 소리’를 듣지 못하고, 어떤 소리를 맞아들이려는 생각이 없으면 ‘갖은 소리’가 물결치면서 어수선해지지 싶습니다. 바람이 부는구나 하고 느끼면서 바람이 건드리는 나무와 풀과 꽃을 생각합니다. 나무가 건드리는 나무와 풀과 꽃이 바라보는 먼먼 별을 함께 생각합니다. 노래는 언제나 마음으로 부르고 마음으로 듣습니다. 4347.12.22.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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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노래 40. 가을나물



가을 무르익는 시월 끝자락

우리 집 밭둑에

갓, 봄까지꽃, 갈퀴덩굴 골고루

포근한 햇볕 머금으면서

새롭게 돋는다.

아버지 동생과 함께 복복 뜯어

된장으로 석석 무친다.

뒷밭에서 딴 호박을 썰어

된장국 끓이면

어느새 맛난 저녁밥 되고,

달그락달그락 수저 놀리면서,

아 배불러, 잘 먹었다.



2014.10.17.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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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홀릭 2014-12-22 1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글의 아름다움 ^^

파란놀 2014-12-23 00:24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놀고 싶은 아이들 마음을 읽을 수 있는가. 함께 놀려고 하는 아이와 손을 맞잡을 수 있는가. 여기 이곳에서 아이들 웃음소리를 들으면서 자동차를 세우거나 발전소를 멈추거나 공장과 학교를 닫거나 청와대와 법원을 없애거나 군대와 전쟁무기를 모두 녹일 수 있는가. 아이들은 공부를 바라지 않는다. 아이들은 삶을 바란다. 아이들은 대학교나 시험을 바라지 않는다. 아이들은 사랑과 꿈을 바란다. 그러나, 어른들은 아이한테 공부와 대학교와 시험만 쑤셔넣으려 한다. 어른들은 아이한테 삶과 꿈과 사랑을 물려줄 생각을 그만 잊거나 잃는다. 어린이문학 《비를 피할 때는 미끄럼틀 아래서》를 읽으며 생각한다. 아이들은 학교와 동네와 사회에 시달리면서도 씩씩하게 버티며 서로 모여서 오붓하게 노는데, 이 아이들이 놀 만한 빈터까지 모조리 빼앗거나 짓밟으려 하는 어른들 모습은 아닌지, 가만히 생각해 본다. 4347.12.22.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한 줄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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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를 피할 때는 미끄럼틀 아래서
오카다 준 지음, 박종진 옮김, 이세 히데코 그림 / 보림 / 2006년 11월
9,000원 → 8,100원(10%할인) / 마일리지 4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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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두커니 바라본다는 시집을 읽는다. 무엇을 우두커니 바라볼까? 우두커니 바라보면서 무엇을 느낄까? 아이들은 텔레비전을 우두커니 쳐다본다. 아이들은 만화영화를 우두커니 바라본다. 아이들은 시끌벅적한 도시를 우두커니 내다본다. 그리고, 아이들은 나무를 가만히 바라본다. 아이들은 꽃을 빙그레 쳐다본다. 아이들은 풀벌레나 개구리나 물고기나 다슬기를 찬찬히 들여다본다. 마음을 줄 만한 이웃이라면 따사로이 바라본다. 마음을 줄 만하지 않으면서 시끌벅적하다면 넋이 잃은 채 바라본다. 마음을 나눌 만하면 빙그레 웃으면서 마주한다. 마음을 다치게 하거나 아프게 하면 이맛살을 찡그리면서 등을 돌린다. 우리는 오늘 어디에서 누구와 이웃이 되어서 이 지구별에서 사는가. 4347.12.22.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한 줄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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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두커니
박형권 지음 / 실천문학사 / 2009년 10월
8,000원 → 7,200원(10%할인) / 마일리지 4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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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아이 씻기면서 나눈 말



  아침을 먹이고 나서 씻긴다. 아침을 차리면서 두 아이한테 먼저 알린다. 밥을 다 먹고 나서 씻자고. 밥을 다 먹으니 두 아이가 쪼르르 달라붙으면서 “씻어? 씻어?” 하고 부른다. “응, 기다려. 다른 일 좀 끝내고 씻자.” 아이들은 밥을 먹으면 끝이지만, 아버지는 밥을 먹고 밥상을 치우고 이것도 치우고 저것도 치운다. 두 아이를 씻기려면 이제 큰아이는 스스로 ‘갈아입고 싶은 옷을 골라서 가져오도록 할’ 수 있지만, 작은아이는 아직 아버지가 ‘갈아입힐 옷을 골라서 챙겨야’ 한다. 이것저것 다 마친 뒤 보일러를 돌린다. 작은아이가 뽀르르 달려온다. “보라는 내가 벗을래!” 용을 쓴다. 그렇지만 혼자 못 벗는다. “안 벗겨져!” “천천히 하나씩 벗으면 되지. 팔부터 빼고.”


  먼저 작은아이를 씻긴다. 작은아이가 다 씻을 무렵 큰아이가 씻는방으로 들어온다. 작은아이는 다 씻었으니 물기를 훔치고 옷을 입혀서 내보낸다. 이제 큰아이와 둘이 남는다. “등 다 밀었는데 왜 또 밀어?” “응, 더 시원하라고.” 한참 씻기면서 큰아이 다리를 문지르고 때를 벗기는데, 복숭아뼈가 제법 굵다. 이제 내 손아귀로 꽉 잡힌다. “벼리는 복숭아뼈도 많이 굵었네. 이것 봐. 앞으로 더 크겠는걸.” “아버지, 벼리는 이제 아기에서 벗어났어?” “응, 이제 벼리는 더 크려고 아기에서 벗어났지.” “벼리는 아기에서 왜 벗어났어?” “벼리는 앞으로 하고 싶은 일도 많고, 할 수 있는 일도 많으니, 아기에서 벗어났지.” “아, 그렇구나. 그럼 보라는 왜 아직도 아기야?” “보라는 아직 네 살밖에 안 됐잖아. 보라는 앞으로도 더 자라야 아기에서 벗어나지.” 일곱 살을 마치고 여덟 살로 접어들 큰아이는 ‘아기에서 벗어난 나이’를 차츰 느끼는 듯하다. 서운해 할까? 기쁘게 여길까? 새롭게 맞이할까? 어머니와 아버지가 아이한테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테지. 그러나 큰아이는 스스로 안다. 날마다 몸이 자라서 이제 ‘큰아이가 좋아하던 옷’을 더 못 입고 동생한테 물려주어야 하는 줄 알아차린다. 자라고 다시 자라는 줄 언제나 느낀다. 4347.12.22.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아버지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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