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읽는 책 186] 길잡이



  나를 이끄는 소리

  바람처럼 가볍게 일고

  꽃처럼 곱게 피어나고



  곰곰이 생각하면 우리는 누구나 늘 스스로 훌륭한 이슬떨이로구나 싶어요. 내가 갈 길은 내가 밝힙니다. 내가 할 일은 내가 찾습니다. 내가 먹을 밥은 내가 짓습니다. 내가 살 곳은 내가 가꿉니다. 모든 일은 내가 손수 합니다. 모든 노래는 내가 손수 부릅니다. 내 삶을 스스로 씩씩하게 이끌기에, 내 이웃은 나와 어깨를 겯습니다. 내 사랑을 스스로 곱게 북돋우기에, 우리 아이는 나와 손을 맞잡으며 서로 동무가 됩니다. 서로 길동무가 되고 나란히 길잡이가 됩니다. 4347.12.23.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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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이 없음"을 나타내는 두 가지 낱말 '캄캄하다'와 '어둡다'는

어떻게 뜻이나 느낌이나 쓰임새가 다를까요?

곰곰이 헤아려 봅니다.


..


캄캄하다·어둡다

→ 빛이 없어서 제대로 볼 수 없을 적에 ‘어둡다’라 합니다. 빛이 있어서 제대로 볼 수 있으면 ‘밝다’입니다. ‘캄캄하다’는 빛이 없고 아주 까맣기에 아무것도 안 보일 적에 씁니다. ‘어둡다’는 빛깔이 짙거나 검은빛에 가까울 적에도 쓰고, 슬픔이나 걱정이 가득하여 마음이 무거운 모습을 가리키며, 눈으로 잘 못 보거나 귀로 잘 못 듣는 모습을 가리킵니다. ‘캄캄하다’는 꿈을 끌 수 없는 모습과 잘 알지 못하는 모습을 더 가리키는데, 이때에는 ‘어둡다’라는 낱말도 함께 씁니다.


캄캄하다 (> 깜깜하다)

1. 아주 까맣기에 아무것도 안 보이다

 - 이렇게 캄캄한 데에서 촛불이 어디 있는지 어떻게 찾을까

 - 캄캄한 데에서는 눈을 감고 느낌으로 발을 천천히 내딛으면 돼

 - 해가 진 숲은 훨씬 캄캄하다

2. 꿈을 꿀 수 없이 힘겹거나, 앞날을 볼 수 없이 끔찍하다

 - 오빠가 아끼는 사진기를 떨어뜨려서 망가진 탓에 눈앞이 캄캄하다

 - 자꾸 걱정만 하니까 더 캄캄하지

 - 캄캄한 앞날에 한 줄기 빛이 비춘다

3. 속내를 잘 알지 못하다 (어리석다)

 - 시골에서 산 적이 없어서 시골에서 하는 일은 아직 캄캄해요

 - 바탕이 되는 것을 모르니 다른 것도 캄캄할 수밖에 없지

 - 캄캄절벽 . 캄캄벼랑


어둡다

1. 빛이 없거나 여려서 제대로 볼 수 없다

 - 어두운 방에 숨어서 너희들 무엇을 하니

 - 그믐달에는 밤길이 한결 어둡습니다

 - 해가 지는 줄도 모르는 채 어두운 골목에서 더 뛰놀았어요

2. 불빛이 매우 여려 제대로 비추지 못하다

 - 등불이 어두우니 전구를 갈아야겠어요

 - 이쪽 길은 등불이 있어도 늘 어둡더라

3. 빛깔이 짙거나 검은빛에 가깝다

 - 이쪽은 어두운 빨강을 썼고, 저쪽은 밝은 빨강을 썼어요

 - 오늘은 어두운 옷이 잘 어울릴 듯해요

 - 그림을 너무 어둡게 그리지 않았을까 

4. 슬픔이나 걱정이 가득하거나 마음이 무겁다

 - 걱정이라도 있는 듯이 하루 내내 어두운 얼굴이네

 - 옆집 아이는 많이 어두워 보여

 - 어두운 집안을 바꾸고 싶어서 한결 밝게 웃으면서 노래합니다

5. 꿈을 꿀 수 없이 힘겹거나, 앞날을 볼 수 없이 끔찍하다

 - 아무리 어두운 나날이어도 마음속에 사랑을 품으면 다시 기운을 낼 수 있다

 - 어두운 나라에서도 밝은 이야기를 빚어 노래한 분들이 있어요

 - 가난한 살림은 앞으로도 어두울 듯하다

6. 눈이 잘 안 보이거나 귀가 잘 안 들리다

 - 할머니는 눈이 어두워서 책을 못 읽으시니 내가 옆에서 읽어 줍니다

 - 할아버지는 귀가 어두워서 조금 크게 말해야 하지요

7. 속내를 잘 알지 못하다 (어리석다)

 - 너는 도시내기라 시골에 어둡고, 나는 시골내기라 도시에 어둡지

 - 서울은 워낙 넓고 어수선해서 서울사람도 서울 길에 어둡기 마련이에요

 - 이웃나라에 굶는 동무가 있었다니 여태 너무 캄캄하게 지냈구나

8. 어떤 것을 혼자서 지나치게 가지려고 하다

 - 학급 반장 자리에 눈이 어두워서 동무를 괴롭히거나 윽박질렀구나

 - 돈에 눈이 어두워서 나쁜 짓을 저지르지 마셔요

9. 못 미덥거나 엉큼하거나 나쁘다

 - 어두운 꿍꿍이로 무슨 짓을 벌이려는지 궁금하군

 - 지나간 어두운 그림자는 떨치고 이제부터 밝고 새롭게 살면 됩니다

10. 사람이나 사회가 올바르게 깨지 못하다

 - 네 어두운 눈을 뜨게 하려고 함께 봉우리에 오르자고 했어

 - 나쁜 짓이 그치지 않는 어두운 사회를 밝게 바꾸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최종규 . 2014 - 새로 쓰는 우리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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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과 ‘숨’을 읽는다



  사람은 왜 바보가 될까요. ‘숲’을 잊거나 잃으면서 ‘숨’을 모르거나 등지기 때문입니다. 숨은 숲에서 나오고, 숲은 숨을 낳습니다. 숲이 있기에 밥과 옷과 집이 태어나며, 밥과 옷과 집이 태어나기에 목숨을 잇습니다. 숲이 없으면 밥과 옷과 집이 태어나지 못하고, 밥과 옷과 집이 태어나지 못하면 목숨을 잇지 못합니다.


  오늘날 사회에서는 숲이 없이도 밥과 옷과 집을 만드는 척합니다. 그러나, 도시문명은 도시와 퍽 먼 데에 있는 시골에서 밥과 옷과 집을 끌어 옵니다. 숲이 우거진 시골이 없으면 도시는 아무런 무역을 할 수 없기에 물질문명을 세우지 못합니다. 도시에 있는 사람은 숲을 본 적이 없지만 숲이 없으면 도시가 버티지 못합니다. 도시에서 돈을 버는 사람은 숲을 가꾸거나 돌본 적이 없지만 숲이 없으면 돈이 모조리 사라집니다.


  도시에서는 아이와 어른 모두 숲을 못 보고 숲을 못 배우며 숲을 못 물려주고 숲을 못 가르칩니다. 왜냐하면, 도시에서 살며 숲을 생각하거나 배우려고 하면 마땅히 도시를 떠나려 할 테니까요. 도시에서 살며 숲을 잊거나 잃어야, 도시에서 힘·돈·이름을 거머쥔 이들이 다른 사람을 종처럼 부리면서 힘과 돈과 이름을 더 무시무시하게 떨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른 사람을 종으로 부리거나 짓누르면서 밥그릇을 챙기려는 속셈이기에, 도시에서는 학교와 사회와 문학과 언론과 교육 어디에서도 숲을 이야기하지 않고 숲을 등돌리게 이끌 뿐입니다.


  숲은 모든 것입니다. 숲에서 숨이 자라기 때문에 숲은 모든 것입니다. 숲은 숨을 북돋아 사람이 살도록 합니다. 지구별이라는 터전에서는 숲이 있기에 사람이 있고, 사람은 숲을 아끼고 사랑하면서 살아가는 얼거리입니다. 숲에 깃들어 숲이 왜 태어났고 숲이 왜 이루어지는가를 살피지 못한다면, 사람은 사람으로 태어난 뜻과 값을 깨닫거나 헤아릴 수 없습니다.


  이밥을 먹거나 고기를 먹어야 하지 않습니다. 풀을 뜯거나 나물을 먹어야 하지 않습니다. 쌀이나 밀이나 밥이나 빵을 먹어야 하지 않습니다. 숨을 쉬어야 합니다. 우리 몸뚱이는 바로 숨을 바랍니다. 숨을 알고 느껴서 숨을 읽을 때에 비로소 목숨을 깨닫고, 목숨을 깨달은 뒤에 숨결을 느끼며, 숨결을 느낀 다음에 넋을 헤아립니다.


  몸은 밥을 먹지 않습니다. 몸은 숨을 쉽니다. 숨을 쉴 때에 언제나 싱그럽게 흐르는 몸입니다. 숲은 이를 잘 알려줍니다. 즈믄 해를 살고 만 해까지 살기도 하는 나무가 ‘목숨’이 무엇인지 잘 알려줍니다. 나무는 숨을 쉴 뿐이고, 숨을 나누어 줄 뿐입니다. 사람도 스스로 숨을 쉬고, 숨을 둘레에 나누어 줄 수 있다면, 비로소 ‘목숨’을 깨달을 수 있습니다. 도시에 나무가 없는 까닭, 게다가 요새는 시골에까지 나무가 드문 까닭(새마을운동과 산림녹화 때문에)을 제대로 읽어야 합니다. 도시에서 정치를 하거나 공무원으로 일하는 이들이 자꾸 나무를 베거나 치는 까닭을 똑바로 보아야 합니다. 도시에 온통 건물만 높이고 나무를 짓밟는 까닭을 슬기롭게 알아야 합니다. 아예 나무를 쳐다보거나 바라보지 않아야 숲을 모조리 잊을 수 있고, 사람이 숲을 모조리 잊어야 종(노예)으로 부리기 쉽습니다.


  마음은 밥을 먹지 않습니다. 아주 마땅합니다. 마음을 가꾸려면 밥을 먹지 말아야 합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마음을 가꾸려면 사랑을 심어야 합니다. 마음자리에 사랑이라는 씨앗을 심어야 비로소 마음이 자랍니다. 사랑이라는 씨앗은 어떻게 심을까요? 마음을 움직여 생각을 할 때에 사랑이라는 씨앗을 심습니다. 그러니까, 마음은 생각을 움직여 사랑을 심을 때에 싱그럽습니다.


  대통령을 갈아치우든 국회의원을 바꾸든 사회는 달라지지 않습니다. 사람 스스로 ‘우두머리한테 얽매인 종살이 얼개’를 그대로 두면서 붙들리니, 아무것도 안 달라집니다. 나무를 심고 숲집을 가꾸어, 스스로 삶을 짓는 길을 가지 않는다면 아무것도 안 달라집니다. 투표가 정치나 사회를 바꾸지 않습니다. 나무 한 그루를 심는 넋이 정치와 사회를 모두 바꿉니다. 이런 신문을 안 보거나 저런 신문을 본대서 정치나 사회가 달라지지 않습니다. 모든 신문을 끊고 나무를 심으면서 숲을 돌보면서 숲바람(숨)을 느낄 적에 정치와 사회가 모두 달라집니다.


  ‘종살이 얼개’에서는 왼쪽 무리와 오른쪽 무리가 서로 어깨동무를 하면서 버팁니다. ‘종살이 얼개’이기 때문에 늘 두 갈래로 길을 가릅니다. 이와 달리, 숲은 왼쪽도 오른쪽도 없습니다. 숲에는 그저 숲이 있을 뿐, 왼쪽이나 오른쪽이라는 갈래길이 없습니다. 나뭇가지에도 꽃에도 왼쪽이나 오른쪽이 없습니다. 숲은 모두한테 골고루 숲이고, 숨은 모두한테 똑같이 숨입니다. 정치와 사회와 문화와 교육은 언제나 금긋기(편가르기)를 하면서 이쪽이 투표로 이겨야 하는 듯이 다투는데, 언제까지나 사람을 다툼질에 얽어매면서 바보로 길들일 뿐인 투표와 ‘민주 사회 제도’입니다.


  잘 살펴야 합니다. 왼쪽 무리이든 오른쪽 무리이든, 몸뚱이가 있으면 누구나 밥을 먹어야 합니다. 시골지기는 왼쪽 무리한테든 오른쪽 무리한테든, 흙을 일구어 밥을 나누어 줍니다. 왼쪽 무리는 오른쪽 무리와 나누지 않고, 오른쪽 무리는 왼쪽 무리와 나누지 않지만, 먼 옛날부터 시골지기는 왼쪽과 오른쪽이 없이 다 함께 어깨동무를 하는 두레와 품앗이를 했습니다. 시골지기는 숲바람을 마시면서 숨을 느꼈기에 금긋기 따위는 하지 않고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었습니다.


  숲에서 숨을 쉴 때에 비로소 웃습니다. 숲에서 숨을 쉬기에 비로소 이야기꽃이 핍니다. 숲을 읽을 수 있는 눈썰미일 때에 모든 것을 읽습니다. 숨을 지을 수 있는 몸가짐일 때에 모든 것을 짓습니다.


  우리는 “읽고 짓는” 사람입니다. 우리는 “배우고 가르치는” 사람입니다. 우리는 “생각하고 사랑하는” 사람입니다. 우리는 “웃고 노래하는” 사람입니다. 금긋기를 하루 빨리 내려놓아야 비로소 사람이 됩니다. 종이책이나 인문책에 매이지 말고, 삶을 읽고 지으면서 가꿀 때에 비로소 사람이 됩니다. 4347.12.21.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책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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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쪽짜리 달걀에서 병아리가 깨어나서 씩씩하게 자란다. 고작 반쪽짜리 달걀이라 할 테지만, 이 작은 알에도 고운 숨결이 있으니, 이 숨결을 알아채어 살뜰히 아끼는 손길이 있으면 얼마든지 깨어날 만하다. 생각해 보라. 알 하나에서 병아리가 둘 깨어나기도 하잖은가. 그러니, 반쪽짜리 달걀에서 깨어난 병아리가 닭으로 씩씩하게 자랄 만하다. 우리 옛이야기에도 ‘반쪽이’가 있는걸. 그림책 《반쪽달걀에서 나온 수탉》은 갖가지 가시밭길을 헤치면서 한결 씩씩하고 튼튼하다. 어느 모로 보면 참으로 기운차면서 슬기롭다. 아직 어린 수탉이니 저를 태어나게 한 사람 곁에서 지내겠지만, 머잖아 홀로서기를 하면서 숲에서 살리라 느낀다. 4347.12.23.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한 줄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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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쪽달걀에서 나온 수탉
나탈리 라코스트 그림, 디안느 바바라 글, 이경수 옮김 / 제삼기획 / 2001년 12월
7,500원 → 6,750원(10%할인) / 마일리지 370원(5% 적립)
*지금 주문하면 "4월 24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2014년 12월 23일에 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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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난감버스 놀이 1 - 밀기만 해도 신나지



  작은아이는 이제 세발자전거를 구를 수 있지만, 누나처럼 비알에서 굴러 내려오지는 못한다. 살짝 두려운 듯하다. 이리하여 작은아이는 장난감버스를 밀면서 뒤꼍을 오르락내리락한다. 어느 모로 본다면, 장난감버스를 뒤에서 밀면서 비알을 달려 내려오는 일이 더 짜릿할 수 있겠다. 누나와 동생은 뒤꼍 비알을 서로 오르내리면서 한참 논다. 4347.12.23.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놀이하는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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