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책 《영능력자 오다기리 쿄코의 거짓말》에는 ‘영능력자’라는 이름을 내걸고 ‘영능력’이 아닌 ‘머리로 재빨리 읽은 생각’으로 말썽거리를 풀어내는 사람이 나온다. 언제나 ‘영능력’이라는 이름을 붙이지만, 이녁은 영능력이 아닌 ‘생각’으로 모든 일을 맺거나 푼다. 그러면, 영능력이란 무엇이고 생각이란 무엇인가. 둘은 얼마나 다르거나 비슷할까. 여느 사람이 쓰지 못하는 더 깊거나 너른 힘을 쓰는 일과 여느 사람이 더 살피지 못하는 대목까지 머리를 써서 생각하는 일은 얼마나 다르거나 비슷할까. 뇌를 1% 쓰는 사람과 2% 쓰는 사람은 얼마나 다르고, 뇌를 1% 쓰는 사람과 10% 쓰는 사람은 얼마나 다를까. 곰곰이 따지면 오늘날 거의 모든 사람은 영능력이고 초능력이고를 떠나, ‘생각’부터 거의 안 하지 싶다.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잃다 보니 영능력이나 초능력에 닿기 앞서 스스로 아무것도 못 풀거나 못 짓거나 못 누리지 싶다. 4347.12.25.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한 줄 책읽기)





1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영능력자 오다기리 쿄코의 거짓말 1
카이타니 시노부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10년 1월
4,200원 → 3,780원(10%할인) / 마일리지 210원(5% 적립)
2014년 12월 25일에 저장
절판


1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새로운 고양이



  우리 집으로 먹이를 찾으러 오는 고양이가 늘었다. 이 아이는 뒤꼍 복숭아나무 곁에서 으레 웅크리고 해바라기를 하던데, 오늘 보니 아직 젖을 먹는 새끼가 딸린 어미 고양이였다. 다른 아이보다 제법 덩치가 크다 했더니 새끼한테 젖을 물리는 어미 고양이였구나. 올들어 새끼 고양이를 두 차례째 보네. 겨울볕이 포근히 드리우는 자리에 선 아이들을 바라본다. 4347.12.25.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1447) 약간의 10


처음에 루카의 아버지는 농장에서 일했고, 엄마도 바지와 재킷을 만드는 작은 직물 공장에서 약간의 페소를 벌었다

《카롤린 필립스/전은경 옮김-눈물나무》(양철북,2008) 42쪽


 약간의 페소를 벌었다

→ 약간씩 돈을 벌었다

→ 조금씩 돈을 벌었다

→ 조금이나마 돈을 벌었다

 …



  한자말 ‘약간’을 그대로 두다면 토씨 ‘-의’만 손질해서 ‘약간씩’으로 적을 수 있으나, ‘若干’ 같은 낱말은 굳이 안 써도 된다고 생각하는 분이라면, ‘조금씩’이나 ‘얼마나마’를 넣어 줍니다.


 적은 돈이나마 벌었다

 많지 않은 돈이나마 벌었다

 많지는 않아도 돈을 벌었다

 겨우겨우 돈을 벌었다


  이야기 흐름을 살펴보면, 아버지와 어머니가 부지런히 일하기는 하지만, ‘벌이가 대단하지 못하다’고 합니다. 애써 일해서 ‘적은 돈이기는 해도’ 번다고 합니다. 그래서 ‘가까스로’나 ‘겨우’ 같은 낱말을 넣어도 제법 어울립니다. 그리고, 서양에서는 “달러를 번다”나 “페소를 번다”처럼 쓸는지 모르지만, 한국에서는 “원을 번다”처럼 쓰지는 않습니다. 그러니 한국말로 글을 쓸 적에는 “돈을 번다”로 적어야 옳습니다. 4341.6.29.해/4347.12.24.물.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처음에 루카 아버지는 농장에서 일했고, 엄마도 바지와 웃옷을 만드는 작은 옷 공장에서 적은 돈이나마 벌었다


“루카의 아버지”는 “루카 아버지”나 “루카네 아버지”로 손보고, ‘재킷(jacket)’은 ‘웃옷’으로 손보며, ‘직물(織物) 공장’은 그대로 둘 수 있는 한편, ‘천 공장’이나 ‘옷 공장’으로 손보아도 됩니다.


..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1387) 약간의 9


나는 불가사리의 질감이 돋보이도록 약간의 그림자가 생기기를 원했다

《조나단 콕스/김문호 옮김-뛰어난 사진을 위한 접사의 모든 것》(청어람미디어,2008) 126쪽


 약간의 그림자가 생기기를

→ 살짝 그림자가 생기기를

→ 살며시 그림자가 생기기를

→ 그림자가 조금 생기기를

→ 그림자가 가볍게 생기기를

 …



  그림자는 짙게 생기거나 옅게 생깁니다. 이 자리에서는 “그림자가 옅게 생기기를”로 적어 주어도 됩니다. 한편, 사진찍기 이야기를 하면서 그림자를 만들고 싶다고 하는 만큼, ‘살짝’이나 ‘살며시’나 ‘살그머니’나 ‘살짝살짝’ 같은 말을 넣어도 어울립니다. 4341.5.24.흙/4347.12.24.물.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나는 불가사리 느낌이 돋보이도록 살짝 그림자가 생기기를 바랐다


“불가사리의 질감(質感)이”는 “불가사리 느낌이”로 다듬고, ‘원(願)합니다’는 ‘바랍니다’로 다듬어 봅니다.


..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845) 약간의 8


그는 연애에서 약간의 위안을 찾아냈다

《폴 란돌미/김자경 옮김-슈베르트》(신구문화사,1977) 75쪽


 약간의 위안을 찾아냈다

→ 얼마쯤 위안을 받았다

→ 조금이나마 마음을 달랬다

→ 조금이지만 마음을 달랬다

→ 적잖이 마음을 추슬렀다

 …



  한자말 ‘위안’을 그대로 두고 싶다면 “얼마쯤 위안을 받았다”나 “조금쯤 위안거리가 되었다”처럼 손볼 수 있습니다. “약간의 위안”이란 없습니다. ‘위안’은 “위로하여 마음을 편하게 함”을 뜻하고, ‘위로(慰勞)’는 “따뜻한 말이나 행동으로 괴로움을 덜어 주거나 슬픔을 달래 줌”을 뜻합니다. 그러니, 한국말로 손쉽게 “마음을 달랬다”나 “마음을 추슬렀다”나 “마음을 다스렸다”로 손질할 수 있습니다. 4339.12.15.쇠/4347.12.24.물.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그는 사랑을 하며 적잖이 마음을 달랬다


‘연애(戀愛)’는 ‘사랑’이나 ‘사랑놀이’로 다듬고, “위안(慰安)을 찾아냈다”는 “마음을 달랬다”나 “마음을 추슬렀다”로 다듬습니다.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새로 쓰는 우리말> 원고가 거의 끝난다. 

이제 '크다-자라다'를 갈무리하면 마치는데,

이에 앞서 다른 몇 가지를 먼저 붙이기로 한다.


원고 마무리를 한 꼭지만 두었기에

즐겁고 홀가분하게 

덧붙일 글을 쓰는데,

'모습-모양'이 서로 어떻게 얽히거나 맺는가를

드디어 푼다.

실마리를 풀었다.


밀린 숙제를 해내어

몹시 기쁘다.

혼자서 두 팔을 번쩍 치켜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사진 찍는 눈빛 113. 딴짓과 놀이



  아이들이 놉니다. 노는 아이는 신이 나서 웃습니다. 신이 나서 웃으며 노는 아이는 노래를 부릅니다.


  어른들이 일합니다. 일하는 어른은 스스로 즐겁게 일하면 웃지만, 스스로 안 즐겁게 일하면 안 웃습니다. 즐겁게 일하며 웃는 어른은 저절로 노래가 터져나오지만, 안 즐겁게 일하기에 안 웃는 어른은 옆에서 노래를 시켜도 노래를 안 부르고 싶습니다.


  사진을 찍는 마음이 어떠한지 알아야 합니다. 신이 나서 노는 아이와 같은 마음인지, 즐겁게 일하는 어른과 같은 마음인지, 따분한 한때를 죽이려고 억지스럽게 노는 아이와 같은 모습인지, 돈을 벌어야 하니까 지겨워도 억지로 일하는 어른과 같은 모습인지, 곰곰이 살펴야 합니다.


  신이 나서 놀듯이 사진을 찍는 사람이라면, 사진을 찍는 동안 언제나 웃을 테고, 사진 한 장을 찍고 나서 와하하 웃다가 노래를 불러요. 즐겁게 일하듯이 사진을 찍는 사람이라면, 사진을 찍으면서 빙그레 웃음을 지을 뿐 아니라, 사진에 찍히는 사람하고도 사이좋게 웃음꽃을 피우고 이야기꽃까지 피웁니다.


  그런데, 놀이와 딴짓은 다릅니다. 얼핏 보기에 놀이를 하는구나 싶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딴짓을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놀이는 무엇이고, 딴짓은 무엇일까요. 혼자서만 신이 나서 ‘사진에 찍히는 사람’이라든지 ‘내 옆에 있는 이웃이나 동무’를 아랑곳하지 않는다면, 이때에도 놀이라고 할 수 있을까 궁금합니다. 사진에 찍히는 사람한테 웃음꽃을 피우지 못한다면, 놀이가 아닌 딴짓은 아닐까 궁금합니다. 이를테면, 온 식구가 여행을 갔는데 다른 식구는 생각하지 않고 혼자 여기저기 들쑤시면서 사진만 찍는다면, 다른 식구는 재미없을 뿐 아니라 못마땅할 수 있습니다. 이때에는 사진찍기가 사진놀이나 삶놀이가 아닌 ‘딴짓’이 되는구나 싶습니다.


  놀이를 하면서 웃되, 놀이를 하는 아이는 혼자만 웃지 않고, 다른 동무도 웃게 이끌고 둘레 어른까지 웃음을 짓도록 이끕니다. 일을 하면서 웃되, 즐겁게 일하면서 노래를 부르는 어른은 혼자만 즐겁거나 웃거나 노래하지 않고, 둘레에 있는 이녁 아이뿐 아니라 다른 이웃 어른한테까지 즐거운 기운을 나누어 줍니다. 우리가 찍는 사진 한 장은 서로서로 어떤 숨결이 될까요? 4347.12.24.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사진책 읽는 즐거움)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하늘바람 2014-12-24 1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따님 웃음이 참 곱네요

파란놀 2014-12-24 15:06   좋아요 0 | URL
하늘바람 님도 오늘 하루 즐겁게 웃고 노래하셔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