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먹으며 큰아이와 나눈 말



  국과 밥을 마무리짓고 밥상에 올릴 무렵 큰아이가 묻는다. “아버지, 아버지는 왜 ‘네!’하고 ‘먹어요.’ 하고 말할 수 있어?” “아버지는 그렇게 말하고 싶으니까 그렇게 말할 수 있지.” 일곱 살 큰아이가 곧잘 이 대목을 묻는다. 왜 아버지는 ‘아이 아닌 어른’이면서 왜 ‘아이한테 높임말을 쓰느냐’고 묻는 셈이다. 왜냐하면, 만화영화를 본다든지 만화책을 본다든지, 또 둘레 다른 어른이 쓰는 말이라든지, 또 언니나 오빠라고 하는 사람이 저한테 쓰는 말을 가만히 살피면, 사람들이 쓰는 말투가 다르기 때문이다. 한국 사회에서는 나이에 따라 ‘나이 어린 사람’한테 아주 쉽게 말을 놓는다. 말을 놓는 일이 잘못이라는 뜻이 아니라, 아이한테 아무것도 묻지 않고 툭툭 말을 놓는다는 소리이다. 아이가 어떤 넋이나 숨결인지 헤아리지 않고, ‘아이라면 으레 말을 놓아도 된다’고 잘못 배웠고 잘못 생각하며 잘못 안다는 소리이다.


  낯선 사람한테는 어른이든 어린이이든 함부로 말을 놓지 말아야 한다고 느낀다. 말을 놓고 싶다면 먼저 물어야겠지만, 말을 놓겠다고 물을 까닭도 없다. 나중에 가까운 사이가 되면 ‘나이가 어린 아이’ 쪽에서 먼저 ‘말을 놓아도 돼요’ 하고 말할 테니, 그때가 될 때까지는 아이한테나 ‘어린 사람’한테 섣불리 말을 안 놓아야 올바르다고 느낀다. 제대로 쓰는 높임말이라면 말이다. 4347.12.26.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아버지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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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2205) 성격의 1


여기에다 《사랑의 선물》에는 다시 현실에서 살아가는 아이들의 삶에 이야기의 옷을 입힌 소년소설 성격의 이야기들도 들어 있다

《이재복-우리 동화 이야기》(우리교육,2004) 73쪽


 소년소설 성격의 이야기들도

→ 소년소설 같은 이야기도

→ 소년소설과 같은 이야기도

→ 소년소설 갈래인 이야기도

→ 소년소설 갈래에 드는 이야기

→ 소년소설도

 …



  이야기 가운데에는 소년소설이라는 ‘성격(性格)’인 이야기가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야기를 가리켜 ‘성격’이 어떻다고 할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이야기를 놓고는 ‘성격’을 따지기보다는 ‘갈래’를 나누어야 옳다고 느낍니다. 이 보기글에서는 “소년소설 같은 이야기도”처럼 손질해서 ‘같은’을 넣을 수 있습니다. 아니면, “소년소설도 있다”처럼 아주 단출하게 끊을 수 있어요. 4347.12.5.쇠.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여기에다 《사랑의 선물》에는 다시 이 땅에서 아이들이 살아가는 이야기에 옷을 입힌 소년소설 같은 이야기도 있다

여기에다 《사랑의 선물》에는 다시 이 땅에서 아이들이 살아가는 이야기에 옷을 입힌 소년소설도 있다


“현실(現實)에서 살아가는 아이들의 삶에 이야기의 옷을 입힌”이라는 글월에서 ‘살아가는’과 ‘삶’은 겹말입니다. “현실에서 살아가는 아이들 이야기에 옷을 입힌”으로 손보거나 “이 땅에서 살아가는 아이들 이야기에 옷을 입힌”이나 “이 땅에서 아이들이 살아가는 이야기에 옷을 입힌”으로 손봅니다. “이야기들도 들어 있다”는 “이야기도 있다”로 손질합니다.


..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2211) 이중의 1


일제시대에 쓰인 작품을 감상할 때는 작품의 완결성을 놓고 볼 때 드러나는 한계는 한계대로 지적하면서 작가에게 주어진 외부 현실 또한 고려해야 하는 이중의 판단을 늘 필요로 한다

《이재복-우리 동화 이야기》(우리교육,2004) 59쪽


 이중의 판단을

→ 두 가지 생각을

→ 두 가지 잣대를

→ 두 갈래 생각을

→ 두 갈래 잣대를

 …



  우리는 두 가지를 말합니다. 때로는 세 가지나 네 가지를 말합니다. 두 가지를 말하기에 “두 가지”라 하고, 세 가지나 네 가지를 말하기에 “세 가지”나 “네 가지”라 합니다. 애써 한자를 빌어 ‘二重’이나 ‘三重’이나 ‘四重’으로 적어야 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 보기글을 보면, 한국말로 “두 가지”처럼 적더라도 “두 가지의 판단”처럼 토씨 ‘-의’를 붙일 만하구나 싶습니다. 왜냐하면, 낱말은 알맞게 다듬더라도, 말투가 한국 말투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중의 군사 목적

→ 두 가지 군사 목적


  보기글에서 ‘이중’만 손질한다면 “두 가지의 판단을 늘 필요로 한다” 꼴이 됩니다. 이렇게 되면, 애써 “두 가지”라는 한국말을 쓰는 보람이 없습니다. “판단을 늘 필요로 한다”와 같이 적은 번역 말투도 털거나 다듬을 수 있어야 합니다. 한국 말투는 “늘 생각해야 한다”입니다. 글짜임도 살피고 글투도 헤아리면서 낱말을 꼼꼼이 다스릴 수 있기를 바랍니다. 4347.12.26.쇠.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일제시대에 쓰인 작품을 읽을 때에는 얼마나 빈틈없는가에서 드러나는 아쉬움은 아쉬움대로 꼬집으면서 글쓴이한테 주어진 삶 또한 헤아려야 하는 두 가지를 늘 생각해야 한다


“감상(鑑賞)할 때는”은 “읽을 때에는”으로 손보고, “작품의 완결성(完結性)을 놓고 볼 때 드러나는 한계(限界)”는 “얼마나 빈틈없는가에서 드러나는 아쉬움”으로 손봅니다. ‘작품’을 읽는다는 말이 앞에 나오니 “작품의 완결성”에서는 ‘작품’이라는 대목을 덜어 줍니다. “한계대로 지적(指摘)하면서”는 “아쉬움대로 꼬집으면서”나 “아쉬움대로 짚으면서”나 “아쉬움대로 다루면서”로 손질하고, ‘작가(作家)’는 ‘글쓴이’로 손질하며, “외부(外部) 현실(現實)”은 “삶”으로 손질합니다. ‘고려(考慮)해야’는 ‘헤아려야’나 ‘살펴야’로 고쳐쓰고, “판단(判斷)을 늘 필요(必要)로 한다”는 “늘 생각해야 한다”로 고쳐씁니다.



이중(二重) : 두 겹. 또는 두 번 거듭되거나 겹침

   - 이중 결혼 / 세금을 이중으로 내다 / 이중 삼중으로 겹쳐 들려오는 소리 /

     병력 이동을 통하여 보급품을 나른다는 이중의 군사 목적을 수행하는 셈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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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량한 말 바로잡기

 (1653) 가정


난 계속해서 온갖 가정을 해 봤다

《루이제 린저/유혜자 옮김-분수의 비밀》(책과콩나무,2010) 84쪽


 온갖 가정을 해 봤다

→ 온갖 생각을 해 봤다

→ 온갖 어림을 해 봤다

→ 여러모로 헤아려 봤다

→ 곰곰이 짚어 봤다

→ 하나하나 따져 봤다

 …



  한국말사전을 보면, “물품, 비용, 인원 따위를 정한 수 이상으로 더 늘림”을 뜻한다는 ‘가정(加定)’이나, “‘피리’를 달리 이르는 말”이라는 중국말 ‘가정(柯亭)’이나, “가혹한 정치”를 뜻한다는 ‘가정(苛政)’이나, “예전에, 집에서 부리던 남자 일꾼”을 뜻한다는 ‘가정(家丁)’ 같은 낱말이 나옵니다. 이런 한자말은 한국사람이 쓸 일이 없습니다. 마땅히 한국말사전에서 털어야 합니다.


  “중국 명나라 세종 때의 연호”라는 ‘가정(嘉靖)’이나, “‘이곡’의 호”라는 ‘가정(稼亭)’이나, “가마꾼”을 가리킨다는 ‘가정(駕丁)’도 한국말사전에서 털어야 합니다. 한국말사전은 한국말을 다루는 사전이기 때문입니다.


  “집안을 다스리는 일”이라는 ‘가정(家政)’과 “한 가족이 생활하는 집”이라는 ‘가정(家庭)’은 이럭저럭 쓸 만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집안을 다스리는 일은 ‘다스리다’라 하면 되기에 ‘家政하다’처럼 쓸 일은 없습니다. 집안을 다스리는 일을 놓고 ‘살림’이라는 한국말이 있으니 “살림을 꾸리다”라 하면 되기도 합니다.


 독일인 가정에 초대받았다 → 독일인 집에 초대받았다

 어느 시골의 가정에 태어나 → 어느 시골 집에 태어나

 결혼하여 한 가정을 이루다 → 혼인하여 한 집안을 이루다

 가정에서는 가정대로 화목해야 합니다 → 집에서는 집대로 포근해야 합니다


  ‘家庭’이라는 한자말을 쓰자면 쓸 수 있지만, 한국사람은 예부터 ‘집’이나 ‘집안’이라는 낱말을 썼습니다. 때와 곳을 알맞게 살펴서 쓰면 됩니다.


  이와 함께 ‘가정(假定)’이라는 한자말이 더 있습니다. 이 한자말은 “사실이 아니거나 또는 사실인지 아닌지 분명하지 않은 것을 임시로 인정함”을 뜻한다고 하는데, 이러한 뜻을 가리키는 한자말로 ‘어림’이 있어요.


 그의 의식 속에는 만약이라는 가정이 항상 존재하고 있다

→ 그 사람 마음에는 만약이라는 생각이 늘 있다

→ 그 사람은 늘 만약을 생각한다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고 대책을 세우자

→ 최악을 생각하고 대책을 세우자

→ 가장 나쁜 길을 헤아려 대책을 세우자

 그를 범인으로 가정한다면 문제는 더 복잡해진다

→ 그를 범인으로 보면 일은 더 어지럽다

→ 그를 범인으로 여기면 일은 더 어렵다

 하늘에 태양이 없다고 가정한다면 지구는 어떤 모습일까

→ 하늘에 해가 없다고 어림한다면 지구는 어떤 모습일까

→ 하늘에 해가 없다고 생각한다면 지구는 어떤 모습일까


  ‘어림’이라는 낱말과 ‘생각’이라는 낱말을 넣으면 됩니다. 흐름과 자리에 따라 ‘보다’와 ‘여기다’와 ‘헤아리다’와 ‘살피다’를 넣을 수 있습니다.


  한국말사전에서 살펴본 열 가지 한자말 ‘가정’ 가운데 어느 낱말을 쓸 만한지 궁금합니다. 이 한자말도 쓰고 저 한자말도 쓰겠다고 하면 써야 할 테지만, 한국말을 젖히고 이런 한자말을 굳이 한국말사전에 실어야 할는지 궁금합니다. 4347.12.26.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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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꾸준히 온갖 생각을 해 봤다

난 자꾸자꾸 곰곰이 짚어 봤다


‘계속(繼續)해서’는 ‘꾸준히’나 ‘자꾸자꾸’나 ‘잇달아’로 손질합니다.



가정(假定) : 사실이 아니거나 또는 사실인지 아닌지 분명하지 않은 것을 임시로 인정함

   - 그의 의식 속에는 만약이라는 가정이 항상 존재하고 있다 /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고 대책을 세우자 /

     그를 범인으로 가정한다면 문제는 더 복잡해진다 /

     하늘에 태양이 없다고 가정한다면 지구는 어떤 모습일까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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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의 비밀 (루이제 린저) 책과콩나무 펴냄, 2010.6.30.



  조그마한 동네에 분수가 있고, 이 분수에는 오래된 수수께끼가 있다. 수수께끼는 사백 해를 흘렀고, 사백 해 동안 사람들은 딱히 아무것도 느끼지 않았으나, 분수대에 선 조각상은 그동안 수많은 삶을 지켜보면서 곰곰이 생각했다. 왜 어른들은 아이들을 따사로이 사랑하지 않고 매질을 하거나 윽박지르거나 고된 일까지 시킬까 하고. 왜 어른들은 즐겁게 어울려 일하거나 사랑하지 못하면서 자주 다투거나 밥벌이 때문에 골머리를 앓을까 하고. 수수께끼를 푸는 동안 사람들은 마음이 달라진다. 수수께끼를 푸는 실마리를 하나둘 찾으면서 아이와 어른은 저마다 앞으로 가꿀 꿈과 사랑이 어디로 나아갈는지 환하게 깨닫는다. 삶을 여는 길이란 무엇인가. 삶을 가꾸면서 아끼는 길은 어디에 있는가. 먼 데서는 찾지 못한다. 바로 곁에서 찾을 수 있다. 남이 알려주지 못한다. 내가 스스로 찾는다. 루이제 린저 님은 어린이와 어른 모두한테 ‘생각하는 힘’을 선물하려고 《분수의 비밀》이라는 멋진 작품을 베풀었다. 1979년에 처음 한국말로 나온 이 책이 2010년에 다시 빛을 보았다. 4347.12.26.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한 줄 책읽기)


1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분수의 비밀
루이제 린저 지음, 유혜자 옮김, 한여진 그림 / 책과콩나무 / 2010년 6월
9,800원 → 8,820원(10%할인) / 마일리지 490원(5% 적립)
2014년 12월 26일에 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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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가 흘러나오도록



  아이가 즐겁게 노는지 아닌지를 알자면 한 가지를 보면 된다. 놀면서 노래를 부르면 즐겁고, 놀되 노래를 부르지 않으면 즐겁지 않다. 조용히 온마음을 쏟는 놀이를 하면 노래를 부르지 않지만, 마음을 쏟아서 하던 놀이를 마치면 곧바로 노래가 터지기 마련이다.


  노래란 무엇일까. 놀이가 즐거우니 노래가 나오고, 일이 즐거웁기에 노래가 샘솟는다. 노래란 언제 누가 부르는가. 즐겁게 노는 아이가 늘 노래를 부르고, 즐겁게 일하는 어른이 늘 노래를 흥얼거린다. 노래하는 삶일 때에 서로 아름답다. 노래하는 하루일 때에 서로 사랑스럽다. 삶을 바라보는 눈길을 노래에 맞춘다. 아니, 노래하는 삶인지 노래가 없는 삶인지 가만히 바라본다. 4347.12.26.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아버지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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