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아이가 잠들기 앞서



  마을 어귀 빨래터를 치우고 나서 집으로 돌아와서 빨래를 하는데, 작은아이가 누나 밥그릇에 있던 메추리알을 손으로 살짝 집어서 “보라 먹어도 돼?” 하고 묻는다. 빙그레 웃으면서 먹고 싶다는 작은아이한테 “안 돼.” 하고 말하니, 얼굴을 일그러뜨리면서 운다. 빨래를 하느라 손을 쓸 겨를이 없다고 할 만하지만, 빨래를 살짝 그친 뒤 ‘메추리알이 먹고 싶구나? 기다리렴. 그 메추리알은 누나 몫이니 두고, 네 몫은 따로 그릇에 담아 줄게.’ 하고 말하면 얼마나 사랑스러우면서 즐거웠을까. 빨래를 마치고 나와서 작은아이를 들여다보니 낮잠에 빠져들었다. 새근새근 잠들기 앞서 메추리알을 하나 더 먹고 싶었나 보다. 아무쪼록 꿈에서는 메추리알바다를 헤엄치기를 빈다.


  낮잠을 달게 자고 일어난 작은아이한테 메추리알조림을 다시 끓여서 밥그릇에 담아 건넨다. 4347.12.31.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아버지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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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4-12-31 22:37   좋아요 0 | URL
함께살기님!
올 한해도 좋은 글들과 사진들 감사드립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마음속에 품으신 사랑의 꿈~ 한껏
이루시길 빕니다~*^^*

파란놀 2014-12-31 22:58   좋아요 0 | URL
아아, 고맙습니다.
언제 어디에서나 늘
너그럽고 따사로운 마음이 되어
올 한 해뿐 아니라
새로운 한 해에도
아름다운 삶 누리시기를 빌어요~ ^^
 

책읽기와 삶짓기



  저녁에도 잠들지 않으려 하면서 책을 더 읽겠다고 하는 아이를 가만히 바라봅니다. 한 권쯤 더 읽어도 된다고 말하지만, 으레 그만 덮고 이튿날 더 읽기로 하자고 말합니다. 왜냐하면, 밤이란 ‘책읽기’와 견줄 수 없이 뜻깊은 ‘꿈꾸기’를 하면서 오늘 하루를 마감하고 새 하루를 기다리는 때이기 때문입니다.


  하루를 마감하는 자리에서는 몸을 가만히 쉬면서 마음이 새로 깨어나도록 북돋웁니다. 하루를 여는 자리에서는 지난밤에 하나하나 그린 꿈을 되새기면서 즐겁게 기지개를 켭니다. 책을 읽는 까닭은 삶을 더욱 슬기롭게 아로새기면서 내 이웃과 동무를 헤아리고 싶기 때문입니다. 지식이나 정보를 더 쌓으려고 읽는 책이 아니라, 내 삶을 아름답게 가꾸는 길에 동무로 삼을 이야기를 살펴서, 스스로 마음속에서 옳고 바르며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슬기를 길어올리도록 이끌려고 읽는 책입니다.


  아이도 어른도 언제나 삶짓기를 할 때에 즐겁습니다. 책읽기가 즐겁지 않습니다. 삶짓기가 즐겁습니다. 삶짓기로 이끌거나 삶짓기를 북돋울 때에만 비로소 책읽기가 즐겁습니다. 4347.12.31.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책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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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읽는 책 188] 오늘까지



  아이와 마주앉아 묵은절

  해와 달을 바라보며 묵은절

  우리 보금자리에서 묵은절



  스스로 해야 할 일이 있기에 오늘까지 여러 가지를 하나하나 겪으며 지내리라 느껴요. 그러니, 이제껏 다른 것을 하느라 보낸 나날을 잘 돌아보면서 오늘을 그리면, 이제부터 모든 길이 슬기롭게 열리리라 생각해요. 왜냐하면, 오늘까지 누린 삶은 앞으로 누릴 삶으로 나아갈 바탕이고 거름이면서 발판이거든요. 오늘부터 새롭게 거듭나서 살아갈 수 있거든요. 섣달그믐에 해님과 달님을 보면서 묵은절을 합니다. 4347.12.31.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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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말을 죽이는 외마디 한자말

 (1355) 통하다通 81


상상 속 인물들과 이야기가 통하는 영혼의 힘을 간직한 목숨이 되어야 한다

《이재복-우리 동화 이야기》(우리교육,2004) 131쪽


 이야기가 통하는

→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 이야기가 되는

→ 이야기를 나누는

→ 이야기를 주고받는

 …



  이야기는 나눕니다. 이야기는 주고받습니다. 서로 이야기를 합니다. 서로 이야기로 꽃을 피우고 잔치를 누립니다. 너와 나 사이에 부드럽게 이야기가 흐른다면 “이야기가 된다”고 합니다.


  두 사람이 마주보면서 이야기를 합니다. 입으로만 나누는 이야기가 아니라, 마음을 열어 이야기를 합니다. 마음을 나누는 이야기이고, 마음으로 밝히는 이야기입니다. 이렇게 마음으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사이라면, 꿈에서 만나는 사람하고도 얼마든지 이야기를 나눕니다.


  어떤 힘으로 이야기를 나누지 않습니다. 마음을 여는 넋이 될 때에 이야기를 나눕니다. 마음을 여는 넋이 되지 못한다면 이야기를 나누지 못합니다. “영혼의 힘”이나 “넋의 힘”이 아니라 “영혼으로 이야기를 나누”고 “넋으로 이야기를 주고받”습니다. 4347.12.31.물.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꿈나라 사람과 이야기를 나눌 만한 넋을 간직한 목숨이 되어야 한다


“상상(想像) 속 인물(人物)들과”는 “꿈에 나오는 사람과”나 “꿈나라 사람과”로 손질하고, “영혼(靈魂)의 힘을 간직한 목숨”은 “넋을 간직한 목숨”으로 손질합니다.


..



 우리 말을 죽이는 외마디 한자말

 (1356) 통하다通 82


파스칼은 달아나는 것을 통해 이제까지의 모든 기억을 버릴 수 있길 바랐다

《샐리 그린들리/정미영 옮김-나쁜 초콜릿》(봄나무,2012) 170쪽


 달아나는 것을 통해

→ 달아나서

→ 그저 달아나면서

→ 이곳에서 달아나서

→ 두려움에서 달아나서

 …



  이 보기글은 “달아나는 것을 해서”나 “달아나기를 해서”로 손볼 만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손보면 아무래도 어설픕니다. 그래서 글흐름에 맞추어 앞쪽에 꾸밈말을 넣어 줍니다. 이 보기글은 파스칼이라고 하는 아이가 어느 곳에서 느끼는 두려움에서 벗어나기를 바라는 모습을 그리기 때문에, “두려움에서 달아나서”나 “이곳에서 달아나서”로 다시 손보지요. 또는 “그저 달아나면서”나 “언제까지나 달아나면서”로 손볼 수 있어요. 4347.12.31.물.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파스칼은 이곳에서 달아나서 이제까지 겪은 모든 일을 버릴 수 있길 바랐다


“이제까지의 모든 기억(記憶)을”은 “이제까지 겪은 모든 일을”로 손질합니다.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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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글 읽기

2014.12.24. 큰아이―노란 머리핀



  바닥에 엎드려서 글쓰기나 그림그리기를 즐기는 큰아이는 자꾸 머리카락이 흘러내려서 눈을 가린다. 머리를 묶어 주기도 하고 머리띠를 쓰라 하기도 하지만, 이를 그리 대수로이 여기지 않는다. 방바닥에서 굴러다니던 노란 머리핀을 본 큰아이는 문득 한 가지가 떠올랐는지 머리에 꽂고 묻는다. “이제 머리카락 흘러내리지 않지요?” 그래, 안 흘러내리게 혼자서 잘 꽂았구나. 그렇게 꽂고서 엎드리면 되지.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글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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