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아이가 잠옷 갈아입으면서



  큰아이와 작은아이가 잠옷으로 갈아입을 무렵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눈다. “어, 저기 네 잠옷 걸렸네? 아버지가 빨았나 보다. 그지?” “응.” “저기 누나 잠옷도 걸렸네. 누나 잠옷도 빨았구나.” “응.” 때는 한겨울이고 어제오늘 낮에도 바람이 제법 불어서 마당에 빨래를 널었더니 얼어붙었다. 얼어붙은 빨래를 집으로 들여서 널었지만 한밤 자고 나야 마를 듯하다. 두 아이는 이 옷가지를 보면서 몇 마디 주고받고는 새 잠옷으로 갈아입는다. 4348.1.2.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5 - 빨래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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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화 한 통 (사진책도서관 2014.12.29.)

 ― 전라남도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사진책도서관 함께살기’



  저녁에 전화 한 통을 받는다. 사진책 《기억의 정원》을 놓고 찬찬히 느낌글을 썼고, 이 느낌글을 내 누리집에 올리는 한편, 사진잡지 《포토닷》에 실었다. 이 글을 읽으신 육영혜 님 아버님한테서 전화를 받는다.


  육영혜 님은 나보다 몇 살 밑이다. 그저 나이가 나보다 몇 살 밑일 뿐이다. 육영혜 님 아버님은 얼추 내 아버지하고 비슷하다. 곰곰이 생각에 잠긴다. 우리 아버지는 오늘 어떤 삶을 지으면서 하루를 누리실까.


  시골자락에서 가꾸는 사진책도서관은 앞으로 어떤 구실을 맡을 수 있을 때에 한결 아름다우면서 사랑스러울까 하고 돌아본다. 나는 이 도서관을 처음 열면서 ‘책만 있는 도서관’으로는 갈 뜻이 아니었다. ‘사진책만 갖추는 도서관’이 될 뜻은 없다. ‘책과 사진으로 이야기를 엮어서 나누는 숲’이 ‘도서관 얼거리와 모습’으로 드러나도록 할 뜻이다.


  새해에 우리 도서관을 어떻게 가꾸어야 할까 하고 생각하는데, 저녁에 받은 전화 한 통은 내 마음에 새로운 기운을 불어넣는다. 앞으로 지을 숲을 생각한다. 앞으로 이룰 숲집을 그린다. 앞으로 사랑할 이야기를 떠올린다. ㅎㄲㅅㄱ















http://blog.aladin.co.kr/hbooks/7197347 ('기억의 정원' 느낌글)



* 도서관 나들이 오시려면 먼저 전화하고 찾아와 주셔요 *

* 사진책도서관(서재도서관)을 씩씩하게 잇도록 사랑스러운 손길을 보태 주셔요 *

☞ 어떻게 지킴이가 되는가 : 1평 지킴이나 평생 지킴이 되기

 - 1평 지킴이가 되려면 : 다달이 1만 원씩 돕거나, 해마다 10만 원씩 돕는다

 - 2평 지킴이가 되려면 : 다달이 2만 원씩 돕거나, 해마다 20만 원씩 돕는다

 - 평생 지킴이가 되려면 : 한꺼번에 200만 원을 돕거나, 더 크게 돕는다

 - 도서관 지킴이 되기 : 우체국 012625-02-025891 최종규

* 도서관 지킴이가 되신 분은 쪽글로 주소를 알려주셔요 (010.5341.71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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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배움자리 2. 학교에서 온 전화


  큰아이를 제도권학교에 보낼 마음이 없다. 아이를 낳기 앞서부터 생각했다. 나와 곁님은 한마음이다. 우리는 우리 스스로 보금자리를 배움자리로 지어서 함께 배우고 가르치기로 했다. 우리 집이 곧 학교이고, 우리가 가꾸는 도서관이 바로 학교이며, 우리가 깃든 마을이 언제나 학교이다. 그리고, 우리 땅을 앞으로 마련해서 우리 땅을 숲으로 일구어 이곳에 한결같이 학교가 되도록 누릴 생각이다. 이런 뜻에서 ‘초등학교 입학거부’를 하는 셈인데, 관청에서 행정서류를 꾸리는 자리에서나 이런 이름일 뿐, 우리 집 네 사람은 늘 ‘삶을 읽고 지으면서 쓰는 하루’를 누린다고 생각한다. 다만, 이 나라에서는 모든 사람이 주민등록을 하고 행정서류에 몸이 매이는 터라, 큰아이를 놓고 관청하고 얘기를 해야 한다. 면사무소와 초등학교 두 군데를 놓고 얘기를 하는데, 면사무소 일꾼은 얼마나 답답한지 말이 안 나온다. 그렇다고 이런 공무원하고 싸울 마음이란 없다. 뭣하러 싸우는가. 즐겁게 아이와 삶을 배우려는 뜻인데. 그래서 초등학교에 새롭게 전화를 걸어서 차분하게 말을 여쭈었고, 우리 아이는 ‘정원 외 관리’가 되도록 처음부터 신청서류를 쓰고 싶다고 말했다. 이러고서 이틀이 지나니 면소재지 초등학교에서 전화가 온다. ‘입학유예’만 말했으면 이쪽에서 아마 ‘왜 학교를 안 보내느냐?’ 하고 따졌을는지 모르나, 서울에 있는 민들레 출판사 분한테 먼저 여쭌 뒤 행정사항을 모두 꿰고 나서 초등학교로 차분하게 물으니, 초등학교에서도 차분하게 이야기를 해 준다. 우리 집에서는 일찍부터 이렇게 하려고 모든 것을 챙겼고, 이곳 고흥 시골에서 도서관을 열어서 꾸리면서 차근차근 배움길을 닦았다고 말했다. 아무튼 1월 6일에 예비소집일이 있다고 하니 그날 일찍 오시라 하기에, 그날 일찍 가서 서류를 쓰고 돌아와야지. 초등학교에 아이를 맡길 다른 어버이 눈에 뜨이지 않도록 조용히. ㅎㄲㅅㄱ

(최종규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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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기울이면서 읽는 책



  책을 읽는 사람은 스스로 ‘이야기’를 찾아서 고릅니다. 스스로 찾아서 고른 책을 읽는 사람은 스스로 가장 아름다운 겨를을 내고, 스스로 가장 사랑스러운 곳에 앉거나 서거나 눕거나 엎드려서, 스스로 가장 즐거운 눈빛을 밝혀 ‘이야기’를 누립니다.


  그런데, 아름다움과 사랑스러움과 즐거움이 아닌 책읽기가 있습니다. 이를테면, 서평도서라든지 홍보도서가 되면 아름답지도 사랑스럽지도 즐겁지도 않습니다. 추천도서와 명작도서라면 아름답지도 사랑스럽지도 즐겁지도 않습니다. 독후감 숙제나 논술훈련이라면 아름다울 수도 사랑스러울 수도 즐거울 수도 없습니다.


  텔레비전이나 라디오나 신문이나 영화 같은 매체는 우리한테 자꾸 ‘유행’이나 ‘사건 사고’ 같은 데에 얽매이도록 할 뿐 아니라, 생각을 안 하고 빨려들도록 이끌지 싶어요. 우리 스스로 마음을 깊이 쓰면서 바라보지 않는다면 그예 휩쓸리거나 휘말리고 맙니다. 그렇지만, 아무리 책이라 하더라도 스스로 마음을 기울여서 찾고 고르고 읽고 삭이고 누리고 나누지 않는다면, 멍하니 텔레비전을 들여다보는 몸짓하고 똑같습니다.


  마음을 기울이기에 아름다운 책읽기가 됩니다. 마음을 쏟을 적에 사랑스러운 책읽기가 됩니다. 마음을 들이면서 삶을 지으니 즐거운 책읽기가 됩니다. 책을 아름답고 사랑스러우며 즐겁게 읽어서 누리는 사람은, 종이책이 아닌 나무와 풀과 새와 구름과 해와 바람과 흙을 읽으면서 아름다움과 사랑스러움과 즐거움을 맛봅니다. 4348.1.2.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5 - 책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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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그림 읽기

2014.12.24. 큰아이―분필그림



  가루가 안 날린다는 분필로 작은 판에 그림을 그린다. 작은 판에 분필로 그리는 그림은 천으로 지워서 언제든지 새롭게 그릴 수 있다. 다만, 이 분필그림은 그때그때 지우고 새로 그리니, 아이가 멋스러이 이루는 재미나며 사랑스러운 손놀림이 그때그때 사라진다고도 할 만하다. 그러나, 참말 사라질까? 한번 그린 그림이 사라질 수 있을까? 아이들은 누구나 흙바닥에 엄청나다 싶은 그림을 그린다. 그런데 딱히 마음을 더 쓰지 않고 흙바닥 그림을 내버려 두고 다른 놀이를 하다가 집으로 돌아간다. 풀과 나무는 싱그러우면서 푸르고 아름다운 잎을 맺는다. 그러나 이 잎은 으레 한두 해만 살고 흙으로 돌아가서 거름이 된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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