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의 주인 1 (시노하라 우미하루) 대원씨아이 펴냄, 2012.7.15.



  어느 것이나 어떤 땅을 차지한 사람을 가리켜 ‘임자’라 한다. 임자는 무슨 일을 할까? 임자한테는 어떤 꿈이 있을까? 어느 것이나 어떤 땅을 차지하지 않았으나, 어느 땅을 가꾸거나 돌보는 사람을 가리켜 ‘지기’라 한다. 지기는 무슨 일을 할까? 지기한테는 어떤 꿈이 있을까? 만화책 《도서관의 주인》을 읽는다. 도서관이라는 곳을 ‘차지하는’ 사람과, 도서관이라는 곳을 ‘가꾸는’ 사람과, 도서관이라는 곳을 ‘흔드는’ 사람과, 도서관이라는 곳에서 삶을 ‘돌보는’ 사람을 가만히 헤아린다. 임자가 되면 좋을까? 무엇이 좋을까? 지기가 되면 무엇을 할까? 우리는 소유주도 사서도 될 까닭이 없다. 우리는 책을 아끼고, 책이 깃든 곳을 아끼며, 책이 태어나 흐르는 이곳을 아낄 수 있으면 된다. 4347.1.27.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5 - 한 줄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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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의 주인 1
시노하라 우미하루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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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ere are you com from?



  고등학교를 마친 뒤부터 마흔두 살인 오늘에 이르기까지, 내가 늘 듣는 말이 있다. 고등학생 때까지는 ‘학교옷’을 입었기 때문인지 이렇게 묻는 사람이 하나도 없었으나, 학교옷을 벗고 ‘내 옷’을 입은 때부터 ‘내가 사는 동네’에서조차 아이들이 나를 보면서 “아저씨, 한국사람이야?” 하고 묻기 일쑤였고, 어제에도 이런 소리를 또 듣는다.


  열흘에 걸친 배움마실을 마친 뒤, 강화에서 일산으로 가서 하루를 묵은 뒤, 아침 첫버스를 타고 순천까지 와서, 다시 순천에서 고흥으로 돌아오는데, 내 앞자리에 앉은 ‘고흥으로 놀러온 아주머니 세 분’ 가운데 한 분이 “where are you com from?” 하고 물으신다.


  이 말을 듣고 문득 생각한다. “나는 어디에서 왔는가?” 이 물음에 나는 “I come from green star.”라는 말이 떠올랐지만, “한국말 잘 합니다.” 하고 말씀을 드린다. 이렇게 말하니, 아주머니는 몹시 서운하다는 눈빛으로, “아이고, 영어를 좀 써 보려고 했는데.” 하면서 아쉽다고 한다. 그래서, “한 마디 하셨잖아요?” 하고 다시 말한다. 그러니까, 아주머니는 아직 내가 한국사람인 줄 알아차리지 못하고, ‘한국말 잘 하는 외국사람’으로 여긴 셈이다. 아주머니는 능금 한 알을 나한테 선물로 주셨는데, 받기만 할 수 없어서, 가방에서 그림엽서를 두 꾸러미 꺼내서 건넸다. 그러면서, “저는 이 그림엽서에 나온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이라는 책을 쓴 사람이고, 한국말사전을 새로 엮는 일을 하는 사람이에요. 그리고 이곳 고흥에 삽니다.” 하고 덧붙인다. 이제서야 아주머니들은 내가 한국사람인 줄 깨달으며, 자지러지게 웃는다. 내 옆에 앉은 고흥 여고생 두 아이도 자지러지게 웃는다.


  나는 어디에서 왔는가? 나는 ‘푸른 별’에서 왔다. 푸른 바람이 불고, 푸른 숲이 있으며, 푸른 사랑이 가득한 별에서 왔다. 나는 ‘지구별’에서 살지만, 또 한국이라는 나라에 몸이 있지만, 내 보금자리는 ‘푸른 별’이다. 그렇다면 다른 별에서 왔을까? 어쩌면 그럴는지 모른다. 이 지구가 ‘푸른 별’이 아니라면, 나는 틀림없이 다른 ‘푸른 별’에서 이곳으로 와서 지구를 ‘푸른 별’로 가꾸려는 뜻을 이루려 한다고 느낀다. 4348.1.27.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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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두 살에 춤꾼이 되다



  나는 언제나 내가 되어 나로 살고 싶다. 그래서 내가 나로 되지 못하는 얼거리하고 그동안 싸우면서 부딪혔다. 마흔두 해째 내 삶을 이곳에서 누리는 요즈막에, 나는 내가 아주 어릴 적에 내 마음밭에 심은 작은 씨앗 한 톨을 깨달았다. 그래서 이 작은 씨앗이 깨어날 수 있기를 바라면서 가만히 내 꿈을 바라본다. 무엇인가, 어떻게 해야 하는가, 어디로 가야 하는가, 이러한 여러 가지를 곰곰이 생각한다. 내 생각이 씨앗에서 끝나지 않고, 내 몸속에서는 새로운 씨톨이 될 수 있도록 보듬는다. 따사롭고 너그러운 바람이 된 손길로 보듬는다.


  마흔두 살에 춤꾼이 된다. 마흔두 살을 살기까지 내 마음에서 억눌려야 하던 불꽃을 지핀다. 나는 늘 언제 어디에서나 춤꾼이었으나, 내 춤꾼은 그지없이 짓눌려야 했다. 어릴 적에 국민학교에서는 ‘주의력 부족’이나 ‘산만하다’ 같은 이름을 둘레 사회의식 어른들이 나한테 붙였고, 어린이를 지나 어른이 되니, 나한테 ‘가만히 안 있고 꼼지락거리지 말라’ 하거나 ‘내 몸을 내가 주물러서 스스로 고친다’ 같은 말을 한다. 그러나 이 모두 나를 가리키는 이름이나 모습이 아니다. 나는 춤꾼이다. 나는 춤꾼이기에 늘 내 몸을 움직이면서 삶을 짓는다. 글을 쓰면서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면서 춤을 춘다. 밥을 지으면서 춤을 추고, 자전거를 달리면서 춤을 춘다. 사진을 찍으면서 춤을 추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춤을 춘다.


  이제 나는 춤을 춘다. 춤을 추니 몸이 살아난다. 몸이 살아나면서 마음이 맑게 빛난다. 마음이 맑게 빛나는 사이, 어느새 빛도 어둠도 아닌 꿈이 사랑조각으로 피어나고, 이 사랑조각은 차분히 가라앉다가 온누리로 골골샅샅 퍼져서 별이 된다. 내 마음눈은 언제나 아름다움을 보면서 나와 함께 살았다. 4348.1.22.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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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을 갈아입으려 하는데



  열흘 동안 배움마실을 한 뒤, 열이틀 만에 집으로 돌아온다. 큰아이는 아버지를 눈이 빠지도록 기다렸다고 한눈에 느꼈다. 참말 얼마나 눈이 빠졌을까. 그런데 말이야, 우리한테는 모두 ‘마음으로 보는 눈’이 있어서, ‘네 몸에 달린 눈’은 쏘옥 빠지려 했을는지 모르지만, 네 마음으로 보는 눈은 너를 씩씩하게 이끌었으리라 느껴.


  가방을 풀고, 읍내에서 장만한 먹을거리도 푼 뒤, 아이들과 놀고 몸을 씻고 이것저것 한 끝에 비로소 숨을 돌리면서 옷을 갈아입는데, 내 웃옷자락 쌓은 곳에서 무언가 종이랑 여러 놀잇감이 손에 잡힌다. 여기 무엇이 있지? 아무것도 없어야 할 텐데? 옷자락을 바닥에 놓고 가만히 펼친다. 큰아이는 잠자리에 누웠지만 아직 잠들지 않고 실눈을 뜨면서 아버지를 지켜보는 눈치이다. 웃옷자락에 있는 여러 가지를 살짝 펼쳐서 보니, 큰아이가 아버지를 보고 싶은 마음을 쪽글로 썼을 뿐 아니라, 아버지한테 주는 선물을 잔뜩 놓았다. 아, 그렇구나.


  웃옷자락을 천천히 여민다. 그러고는 다시 제자리에 올린다. 다른 옷을 한 벌 꺼내어 입는다. 잠든 척하는 큰아이 이마를 쓸어넘긴다. 옆방 청소를 마저 끝낸 뒤 아이들 사이에 눕는다. 큰아이는 이제서야 마음이 놓이는지, 기쁘게 잠이 들어 깊디깊게 꿈나라로 간다. 4348.1.27.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5 - 아버지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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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외버스 TV 뉴스



  경기 고양시 백석역에 있는 버스역에서 순천으로 가는 시외버스를 탄다. 아침 여덟 시부터 달리는 이 시외버스는 순천에 낮 한 시나 되어서야 닿을 듯하다. 그런데, 이 시외버스는 아침 여덟 시부터 낮 한 시가 거의 다 된 이즈막까지 내내 TV를 튼다. 누가 보라고 틀까? 버스에 탄 사람들을 죽 둘러보니, 나 말고는 깨어서 움직이는 사람이 없는데, 누가 보라고 틀까? 그렇다고 버스 일꾼이 TV를 볼 수 있지도 않다. 왜 트는가? 잠든 사람들 머릿속에 저 텔레비전 소리가 스며들기를 바라는 마음일까?


  시외버스 TV 뉴스는 ‘사건·사고’를 참으로 꼼꼼히 보여준다. 어떤 손놀림으로 다른 사람 것을 훔치거나 가로채는지 밝힌다. 왜 이럴까? 그러니까, ‘아직 훔치거나 가로챌 줄 모르는’ 사람들더러, 앞으로는 제 이웃이나 동무한테서 ‘이렇게 훔치거나 가로채라’는 뜻이다. 그렇지 않다면, ‘범죄 수법’과 ‘피해 금액’을 왜 이다지도 꼼꼼하면서 큼지막하게 ‘가르쳐’ 주는가? 4348.1.26.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5 - 삶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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