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잎은 겨울에도 무럭무럭 돋아



  갓잎은 겨울에도 무럭무럭 돋는다. 추운 날씨에 씩씩하게 돋는 갓풀이기에, 예부터 시골사람은 갓잎을 고마이 여기면서 기쁘게 먹었으리라 느낀다. 그러나 겨울추위가 내내 이어지면 갓잎도 그만 눈에 얼어붙기 마련이니, 겨울로 접어들고 제법 폭하다 싶은 날에 갓김치를 담갔으리라 느낀다. 겨울에 돋은 갓풀을 뜯어서 겨울에 갓김치를 담그는 손길과 맛이란 어떠할까. 아이들 옷가지를 겨울볕에 말리면서 우리 집 갓풀을 가만히 바라본다. 4348.2.11.물.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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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림순이 18. 발톱쯤이야 가볍게 (2014.12.14.)



  살림순이한테 손발톱 깎는 일이야 가볍다. 살림순이는 동생 손발톱도 깎아 주고 싶으며, 어머니와 아버지 손발톱도 깎아 주고 싶다. 그래, 네 야무진 손끝을 알지. 그러나 너는 오늘 네 손발톱 깎는 데에 온힘을 기울이렴. 동생 손발톱은 동생도 손끝을 야무지게 다스리면서 스스로 깎도록 하면 되고, 어머니와 아버지 손발톱은 다음에 네가 기쁘게 깎아 주기를 기다릴게. 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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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j2634 2015-02-11 13:57   좋아요 0 | URL
ㅎㅎ
 

산들보라는 한겨울에도 맨발돌이



  산들보라는 한겨울에도 맨발돌이로 논다. 기침을 하면서도 양말을 좀처럼 안 꿰려 한다. 조끼나 겉옷도 안 입으려고 한다. 덥다면서 안 입는데, 얘야, 땀이 좀 나도 되거든. 땀이 났다가 식으면서 자꾸 기침이 나오지. 그러니, 땀이 난대서 벗었으면 땀이 식으면 바로 옷을 입어야지. 4348.2.11.물.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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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찍는 눈빛 125. 무엇을 하려는지



  무엇을 하려는지 생각하면서 사진기를 손에 쥐면, 무슨 사진을 찍으면 되는가를 스스로 환하게 깨닫습니다. 무엇을 하려는지 생각하지 않은 채 사진기를 손에 쥐면, 이것저것 자질구레하게 많이 찍을는지 모르나, 막상 어느 사진이고 따로 뽑아서 쓰기 어렵기 일쑤입니다.


  사진으로 찍을 이야기는 남이 골라서 나한테 알려주지 않습니다. 사진으로 찍을 이야기는 늘 내가 스스로 찾고 생각해서 내가 나한테 말해 줍니다. 사진을 찍을 때마다 스스로 말하지요. 내 사진이 무엇이고, 내 손길이 어떠하며, 내 눈빛은 언제 밝은가를 스스로 느껴서 언제나 새롭게 말합니다.


  밥을 먹을 적에 ‘내가 오늘 이곳에서 밥을 먹지’ 하고 생각해야 밥맛을 느낍니다. 자전거를 달릴 적에 ‘내가 오늘 이곳에서 자전거를 달리지’ 하고 생각해야 어느 길을 어떻게 달리는지 기쁘게 깨닫습니다. 아이들과 마주하면서 함께 놀 적에 ‘내가 오늘 이곳에서 아이들하고 노는구나’ 하고 생각해야 새로운 놀이를 스스로 자꾸 생각해 내면서 환하게 웃고 노래합니다.


  사진기 단추를 한 번 누르기 앞서 내 마음에 생각이 깃들어야 합니다. 사진기 단추를 한 번 누르기 앞서 내가 짓고 싶은 삶을 씨앗으로 빚어서 마음에 심어야 합니다. 아무 생각이 없다면 아무런 사진이 태어나지 않습니다. 아무 생각이 없이 사진기만 손에 쥘 적에는 ‘기계질’에 그치고 맙니다.


  사진을 찍고 싶다면 생각해야 합니다. 내가 오늘 이곳에서 무엇을 하려는지 스스로 생각해야 합니다. 남한테 물을 일이 없고, 남한테 묻는들 실마리가 나오지 않습니다. 스스로 생각하고 스스로 찾으면 됩니다. 스스로 생각해서 길을 찾을 때에, ‘나다운 사진’이 한결같이 샘솟습니다. 4348.2.11.물.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사진책 읽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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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찍는 눈빛 124. 몸짓 하나마다



  몸짓 하나마다 사진입니다. 몸짓 하나마다 삶이니까요. 어떤 몸짓이든 기쁘고 사랑스럽습니다. 어떤 몸짓이든 내 따사로운 손길이 닿으면서 아름답게 피어나는 삶이거든요. 글을 쓰고 싶으면 삶을 고이 바라보면 됩니다. 그림을 그리고 싶으면 삶을 가만히 마주하면 됩니다. 사진을 찍고 싶으면 삶을 오롯이 받아들이면 됩니다. 내 삶이 내 사진이 되고, 내 사랑이 내 사진으로 드러나며, 내 꿈이 내 사진에서 피어납니다.


  내가 나를 바라보는 자리에서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며, 사진을 찍습니다. 내가 나를 마주하는 오늘 그림을 그리고, 사진을 찍으며, 글을 씁니다. 내가 나를 오롯이 받아들이는 하루라면 늘 기쁘게 사진을 찍고, 글을 쓰며, 그림을 그립니다.


  작은 몸짓을 느낍니다. 큰 몸짓을 헤아립니다. 작은 몸짓에서 깨어나는 숨결을 느끼고, 큰 몸짓에서 일으키는 물결을 헤아립니다.


  커다란 종이에 뽑아야 더 커 보이는 사진이 아닙니다. 조그마한 종이에 뽑으니 더 작아 보이는 사진이 아닙니다. 사진은 모두 사진입니다. 더 작게 쓰는 사진이 없고, 더 크게 쓸 사진이 없습니다. 모두 즐겁게 찍어서 다 같이 즐거이 누리는 사진입니다.


  몸짓 하나를 읽으면서 사진 한 장을 찍고, 사진 한 장을 읽으면서 몸짓 하나를 다시 생각합니다. 몸짓 하나에서 사진 한 장이 태어나고, 사진 한 장을 보면서 몸짓 하나에 깃든 삶을 새롭게 생각합니다. 4348.2.11.물.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사진책 읽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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