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아이 76. 2015.2.25. 살갈퀴순이



  살갈퀴가 돋는다. 아니, 벌써 돋았다. 우리는 기쁘게 살갈퀴를 훑으러 마실을 나온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천천히 달리는 아이들을 따라서 살갈퀴밭으로 간다. 해마다 살갈퀴가 곱게 우거지는 곳이 있다. 가만히 보면 풀은 저마다 ‘밭’이 있어, 그 ‘밭’에는 한 가지 풀이 매우 많이 돋는다. 온갖 풀은 서로서로 제 ‘밭’이 있는 한편, 서로 예쁘게 어우러지는 ‘마당’이 있다. 살갈퀴밭에서 살갈퀴를 훑는데 꽃순이가 묻는다. “얘, 꽃이 피려고 해!” 꽃몽오리를 보았구나. “그래, 꽃도 먹지.” “꽃도 먹어?” “그럼, 지난해에 많이 먹었는걸.” 우리는 꽃도 잎도 줄기도 뿌리도 다 먹지. 우리하고 봄나물하고 똑같은 숨결인걸. 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꽃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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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아이 75. 2015.2.25. 보라풀꾼



  봄나물로 먹을 유채잎을 뜯는다. 두 아이는 한손에 유채잎을 쥔다. 큰아이는 천천히 걷는데, 작은아이는 달린다. 작은아이는 달리면서 틈틈이 유채잎을 조금씩 뜯어서 입에 넣는다. 맛있는 줄 아는구나. 우리 몸이 되면서 곱다시 피어나는 멋진 풀이란다. 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꽃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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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을 난 딸기풀



  딸기는 여러해살이풀이다. 딸기풀은 겨울에 시들어 죽지 않는다. 겨울을 씩씩하게 나고서 봄에 싱그러운 줄기를 뻗어 잎을 내민다. 찬바람을 잔뜩 먹으면서 겨울을 보낸 딸기풀은 새봄에 부는 포근한 바람을 오랫동안 기다렸다. 새하얀 꽃을 피워 새빨간 열매를 맺는 꿈을 오랫동안 품에 담고 살았다.


 겨우내 잔뜩 웅크린 딸기풀은 봄볕을 받으면서 천천히 깨어난다. 봄볕을 온몸으로 받아들여 따스한 기운이 줄기와 잎과 뿌리에 가득하면, 새로운 줄기와 잎과 뿌리에 이 기운을 실어 맑은 꽃을 피우고, 맑은 꽃은 벌과 나비를 부르며, 벌나비가 꽃가루받이를 마친 뒤에 올망졸망 아리따운 알맹이를 들과 숲에 잔뜩 내놓아, 봄들과 봄숲을 멋지게 꾸며 준다.


  봄이 무르익을 때에 달콤하게 영그는 딸기알에는 겨울빛과 봄빛이 함께 있다. 겨울숨과 봄숨이 함께 어우러지는 딸기알이다. 이월 막바지에 만나는 딸기풀을 바라보면서 새로운 봄이 얼마나 기쁜가 하고 마음속에 그림을 그린다. 4348.2.28.흙.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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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도서관 겨울유채꽃



  우리 집에는 갓풀만 돋는다. 우리 도서관에는 한쪽에 유채풀이 돋는다. 여린 갓잎은 덜 쏘기에 아이들도 버무리를 잘 먹지만, 갓잎에 까무스름한 기운이 올라올 적에는 아이들이 아직 잘 먹지 못한다. 유채풀은 아이들도 맛나게 먹는다. 아니, 유채풀은 그 자리에서 톡톡 끊어서 입에 넣으면 입안에 아주 시원할 뿐 아니라 목마름이 모두 사라진다. 꽃대가 오르지 않았을 적에도 유채잎을 먹고, 꽃대가 올라도 유채잎을 먹는다. 때로는 꽃도 함께 먹는다. 우리 도서관 한쪽에서 늦겨울볕을 듬뿍 받으면서 샛노랗게 꽃송이를 터뜨리는 유채풀 곁에 선다. 꿀벌 몇이 난다. 싱그러운 꽃잎과 옅푸른 잎사귀를 누리니, 바야흐로 봄 문턱이로구나 하고 느낀다. 4348.2.28.흙.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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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려줄 수 있는 책



  아이를 낳아 돌보는 어버이라면 아이한테 무엇을 물려주어야 하는가를 생각하기 마련입니다. 아이한테 보금자리를 물려줄 수 있습니다. 부동산이나 재산이 아닌 ‘보금자리’라고 하는 ‘집’을 물려줄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어버이가 손수 일구어 지낸 보금자리는 ‘아름다운 삶터’입니다. 아이가 아이 나름대로 새로운 삶터를 손수 일구어도 아름답습니다만, 어버이가 아름다이 일군 삶터라면 굳이 이 삶터를 버려야 하지 않아요. 그래서 예부터 한 고장 한 마을 한 집에서 수백 해나 수천 해를 내리 살기도 합니다. 그만큼 그 고장 그 마을 그 집이 ‘살기에 넉넉하고 아름답’기 때문입니다.


  오늘날에는 한곳에서 오래도록 살기 만만하지 않습니다. 도시에서 산다면 더더욱 어렵습니다. 도시는 자꾸 재개발을 하고, 아파트는 기껏해야 백 해조차 잇지 못합니다. 아니, 아파트는 쉰 해조차 못 잇기 일쑤입니다. 아파트도 한동안 ‘집’ 구실을 할는지 모르나, ‘보금자리’가 되지는 않습니다. 두고두고 지내면서 두고두고 온 사랑을 실어 물려주고 물려받을 만한 삶터가 되지는 못하는 아파트입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거의 모든 사람이 이런 아파트에 살거나 다세대주택에서 삽니다. ‘머무는 집’은 있지만 ‘물려줄 집’은 없다고 할 만합니다.


  아이와 함께 읽는 책이라면, 어린이문학이라 한다면, ‘한때 반짝하고 읽힐 만한 책’이기보다는 ‘두고두고 물려줄 만한 책’일 때에 아름다우면서 사랑스러우리라 생각합니다. 한때 반짝하는 베스트셀러나 스테디셀러도 읽힐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더 마음을 기울여서 아끼면서 보듬을 책이라면, 권장도서도 추천도서도 아닌, 베스트셀러도 스테디셀러도 아닌, 사랑으로 읽고 꿈으로 되새길 책이어야지 싶습니다. 예부터 숱한 어버이가 사랑으로 일군 보금자리를 아이가 기쁘게 물려받듯이, 사랑스레 일군 글로 엮은 책을 아이가 기쁘게 물려받아서 두고두고 되읽고 새기면서 아름다운 꿈을 키울 수 있어야지 싶습니다.


  물려주면서 더욱 기쁜 사랑입니다. 물려받으면서 더욱 고마운 삶입니다. 물려주면서 더욱 빛나는 보금자리입니다. 물려받으면서 더욱 눈부신 책입니다. 4348.2.28.흙.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어린이문학 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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