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순이 8. 돌멩이 피리 (2014.12.9.)



  노래순이가 길을 걷다가 돌멩이를 하나 줍더니 입에 대고 피리처럼 분다. 손가락을 조물조물 움직이고 입으로 소리를 낸다. 네 손에 닿으면 무엇이든 피리가 되어 노래가 흐르는구나. 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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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넋·삶 41 크거나 작다


  두 아이가 있습니다. 두 아이가 나란히 설 적에 키가 같을 수 있고, 한 아이가 다른 아이보다 키가 크거나 작을 수 있습니다. 둘을 놓고 보면 둘이 같거나 다릅니다. 100원이 있습니다. 100원은 99원보다 큽니다. 그러나 101원보다 작습니다. 101원은 100원보다 크지만, 102원보다 작습니다. 이렇게 하나씩 따지면, 더 큰 숫자나 더 작은 숫자는 없습니다. 이리하여, 한 달에 버는 돈이 1000만 원이라고 할 때에 0원이라고 할 때에 어느 쪽이 더 크거나 작지 않습니다. 1000만 원과 999만 원을 대고, 999만 원과 998만 원을 대면서 차근차근 살피면 모두 같거든요.

  생각해 보면 됩니다. 1000만 원을 벌면 기쁘다고 하는 사람이 있다면, 999만 원을 벌면 안 기쁠까요? 1001만 원을 벌면 더 기쁠까요? 998만 원을 벌면 덜 기쁘거나 안 기쁠까요? 이렇게 1만 원씩 덜면서 0원까지 오고 보면, 이러고 나서 -1만 원과 -1000만 원까지 가 보아도 모두 같아요.

  크기란 틀림없이 있습니다. 어떻게 있느냐 하면, ‘크기’를 생각할 때에는 크기가 틀림없이 있습니다. 크기를 생각하지 않으면 어떠할까요? 네, 크기를 생각하지 않으면 크기가 없습니다. 그래서 어떤 사람은 두 아이를 바라보면서 한 아이가 큰지 작은지 따지지 않습니다. 아니, 크기를 처음부터 생각하지 않으니까, 누구 키가 큰지 아예 알지 못해요. 생각하지 않고, 바라보지 않으니, ‘크기를 생각하지 않고 바라보지 않은 사람’한테는 참말로 ‘크기가 없’습니다.

  삶은 ‘크기’로 따지거나 헤아리지 않습니다. 이리하여, ‘큰’ 집도 없고 ‘작은’ 집도 없어요. 어느 만큼 되어야 큰 집이고 어느 만큼 되면 작은 집일는지 생각해 보셔요. 만 평쯤 되면 큰 집일까요? 그러면, 만하고 한 평이면? 만하고 두 평이면? 만하고 백 평쯤 되는 집이 옆에 있으면 만 평짜리 집도 ‘작은’ 집이 되고 맙니다. 열 평짜리 집이라 해도 아홉 평짜리 집이 옆에 있으면, 열 평짜리 집도 ‘큰’ 집이 되어요.

  삶도 집도 서로 같습니다. 우리는 ‘큰’ 집이나 ‘작은’ 집에 살아야 할 까닭이 없습니다. ‘스스로 살 만한’ 집에 살아야 합니다. 우리는 부자여야 하지 않고, 가난해야 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스스로 살 만한’ 살림을 꾸려야 합니다. 즐겁게 지낼 집에서 살면 됩니다. 즐겁게 가꿀 살림이면 됩니다.

  책을 몇 권쯤 읽어야 많이 읽는다고 할까요? 한 해에 천 권 읽으면 많이 읽는 셈일까요? 그러면 구백아흔아홉 권 읽는 사람은 책을 적게 읽는 셈일까요? 아닐 테지요. 구백아흔여덟 권 읽는 사람은 책을 적게 읽는다고 하지 않을 테지요? 이 숫자대로 한 권씩 덜어 오백 권 …… 삼백 권 …… 백 권 …… 열 권, 한 권에 이릅니다. 이제 0권에 닿습니다. 다시 말하자면, ‘책 많이 읽는 잣대’란 없습니다. 삶을 따지거나 재는 잣대는 있을 수 없습니다. 숫자는 언제나 눈속임입니다.

  더 큰 사랑이 없고, 더 작은 사랑이 없습니다. 사랑이면 모두 사랑입니다. 더 큰 선물이 없고, 더 작은 선물이 없습니다. 선물이면 모두 선물입니다. ‘크기’를 따지려 할 적에는 ‘삶’을 못 봅니다. ‘크기’에 얽매이는 사람은 ‘사랑’하고 멀어집니다. ‘크기’를 자꾸 살피면서 붙잡으려 한다면 ‘꿈’으로 나아가지 못합니다. 크기는 늘 눈가림입니다.

  큰 꿈이나 작은 꿈은 없습니다. 큰 마음이나 작은 마음은 없습니다. 큰 생각이나 작은 생각은 없습니다. 그저 ‘있을 것’이 있습니다. 그저 우리 삶이 있고, 사랑과 꿈이 있습니다. 눈을 뜨고 보아야 합니다. 눈을 속이거나 가리는 거짓을 벗겨야 합니다.

  한 사람이 하루 동안 열 마지기 땅뙈기를 야무지게 갈았기에 훌륭하지 않습니다. 한 사람이 열흘 동안 한 마지기 땅뙈기를 겨우 갈았기에 덜떨어지지 않습니다. 둘은 저마다 제 삶에 맞게 땅을 갈았습니다. 학교에서 시험을 치르며 누군가는 100점을 맞을 테고 누군가는 50점을 맞을 테며 누군가는 0점을 맞습니다. 100점이기에 훌륭하지 않습니다. 점수는 늘 점수입니다. 우리가 바라볼 곳은 ‘크기’나 ‘숫자’나 ‘점수’가 아닙니다. 은행계좌나 권력이나 이름값을 볼 까닭이 없습니다. 우리는 오로지 ‘사람’을 보고 ‘삶’을 보며 ‘사랑’과 ‘꿈’을 보면 됩니다. 보아야 할 모습을 볼 때에 사람이 되고, 보아야 할 삶을 보면서 아낄 때에 삶이 되며, 보아야 할 삶을 보면서 기쁘게 웃고 노래할 때에 사랑과 꿈이 피어납니다. 4348.3.1.해.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람타 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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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르마이 로마이 1 테르마이 로마이 1
야마자키 마리 지음, 김완 옮김 / 애니북스 / 2011년 3월
평점 :
품절





만화책 즐겨읽기 488



바라고 찾으며 생각할 때에 온다

― 테르마이 로마이 1

 야마자키 마리 글·그림

 김완 옮김

 애니북스 펴냄, 2011.3.25.



  나는 내가 생각할 수 있는 일을 합니다. 어느 모로 보면, 나는 내가 생각할 수 있는 일만 합니다. 내가 생각하지 못하는 일은 못 하기 마련입니다. 아주 마땅한 노릇이에요. 생각을 하지 않는데 알 수 없으니까요. 생각을 하지 않아서 알 수 없으면, 코앞에서 어떤 일이 벌어져도 알아채지 못해요. 이를테면, 나비가 번데기를 벗고 깨어나는 줄 모른다면, 코앞에서 번데기가 꼬물거리면서 톡 벌어져서 나비가 나와도 못 알아챕니다. 비행기를 모르면, 비행기가 낮게 날면서 내는 시끄러운 소리가 들릴 적에 하늘이 무너지는 줄 알고 벌벌 떨면서 땅바닥에 납작 엎드리겠지요.



- “그러고 보니 요즘 이 근처에 새 테르마이가 생겼다며?” “아, 베수비우스 화산 벽화가 있는 거기 말이지?” “뭐라더라? 거기서 목욕 마치면 나오는 음료가 이 세상 물건이란 생각이 안 들 정도로 맛있다더군!” (32쪽)

- ‘그때 그 평안족 사내는 무언가 조그만 도구를 써서, 뾱 하고 쉽게 뚜껑을 땄다. 가공할 평안족! 그들에게서 배워야 할 것이 아직도 산처럼 쌓여 있겠군!’ (35쪽)




  생각하는 사람이 삽니다. 생각하지 못하는 사람은 살면서도 죽은 모습과 같습니다. 바라고 찾으며 생각할 때에 삶이 있습니다. 바라지 않고 찾지 않으며 생각하지 않는 사람한테는 아무런 삶이 없습니다.


  오늘날 학교교육을 보면, 제도권사회는 우리한테 아무것도 안 가르칩니다. 제도권사회는 사람을 길들이려 할 뿐입니다. 참다운 가르침이란 ‘스스로 생각하기’를 해낼 수 있도록 이끕니다. 참답지 못한 학교교육이요 제도권사회이기 때문에, ‘틀에 박힌 지식’만 달달 외워서 입시지옥에 갇힌 채 생각을 하나도 스스로 안 하도록 내몰기만 합니다. 우리가 스스로 생각을 잊거나 잃으면, 정치권력과 사회권력과 경제권력이 시키는 대로 종살이를 하며 쳇바퀴만 뱅뱅 돌 테니까요.



- ‘이렇게 풍광 수려한 곳에 테르마이를 설치하다니. 그리스인들도 혀를 내두를 미적 감각이다. 그래, 이곳이라면 벽으로 에워싸인 인공 테르마이에서는 결코 느낄 수 없는 해방감을 맛볼 수 있겠어. 겉보기에는 우리 로마인보다도 훨씬 하등인 인종인 듯하나, 절대 얕잡아볼 수 없겠는걸.’ (61쪽)

- ‘우리 로마인이 수도니 거대 건축물을 개발하는 데만 정신이 팔려 있는 사이에, 평안족은 원시적 이점의 편리함에도 눈을 돌려 이렇게 획기적인 야외 테르마이를 만들었다니!’ (63쪽)





  야마자키 마리 님이 빚은 만화책 《테르마이 로마이》(애니북스,2011) 첫째 권을 읽습니다. 먼 옛날 로마에서 로마사람이 즐기는 목욕탕과 얽혀 오늘날 일본에서 일본사람이 즐기는 목욕탕을 빗대어 ‘차원 여행’을 하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먼 옛날 로마사람은 먼 뒷날 일본으로 넘어가서 여러 가지 ‘현대 목욕 시설’을 돌아보고 나서, 이를 옛날 로마에 고스란히 받아들입니다.



- ‘이제 좀더 쓰기 편한 때밀이 도구가 고안되어야 하지 않을까?’ (83쪽)

- ‘아아, 고능하다면 이러한 알 수 없는 것들을 모조리 모아다 로마로 가져가고 싶다. 언뜻 괴상망측한 모습을 하고 있어도 모종의 가공할 요소를 겸비하고 있음에 틀림없다.’ (87쪽)



  먼 옛날 로마에서는 먼 뒷날 일본에서 만든 여러 가지를 배워서 받아들입니다. 그러면, ‘먼 뒷날(오늘날)’이라고 하는 일본은 어떠할까요. 일본은 오늘 바로 이곳에서 모든 것을 처음으로 만들었을까요? 아니면, 오늘날 일본에서도 ‘차원 여행’을 하면서 ‘먼 뒷날’로 날아가서 본 것을 오늘 이곳에 고스란히 옮겼을까요?


  아이들이 널리 읽는 만화책 《도라에몽》을 보면, 도라에몽은 진구 책상서랍으로 들락거리면서 ‘먼 뒷날’ 것을 아무렇지 않게 가져옵니다. 다만, 오늘날 진구는 먼 뒷날 것 가운데 어느 것도 이곳에 받아들여서 새로 가꾸거나 누리지는 않습니다.


  바흐라고 하는 사람은 꿈에서 하늘나라 소리를 듣고는 이를 노래로 지었다고 합니다. 바흐 말고도 수많은 사람이 꿈에서 ‘다른 차원 이야기’를 보고 나서 이곳에서 ‘다른 차원 이야기’를 받아들여서 펼쳤다고 합니다.





- “내 생각에 로마에 가장 필요한 것은 확장보다도 제국 내의 평화유지. 어떻게 그 평화를 유지할지를 생각하기 위해 나는 이 섬을 만든 것일세. 하지만 안에 틀어박혀 있으면 밖으로 목욕하러 나가기가 귀찮아지거든. 바깥의 대형 테르마이에서는 집중력도 산만해져 사색에 잠길 수가 없네!” (117쪽)

- ‘신께서 무슨 의도로 나를 이 세계에 보내셨는지는 모른다. 허나 겁을 먹고 이 자리에서 물러나선 안 된다는 것은 자명한 노릇. 나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곳에 있는 것 이상의 테르마이를 폐하게 만들어 드려, 로마를 더 큰 번영으로 이끌어야만 한다!’ (128쪽)



  ‘책’을 처음으로 묶거나, ‘종이’를 처음으로 뜨거나, ‘연필’을 처음으로 깎거나, ‘글’을 처음으로 짓거나, ‘말’을 처음으로 뱉은 사람들은 저마다 이 모든 것을 어떻게 알아서 펼쳤을까요? 그들은 그저 어느 날 스스로 이 모두를 알아챘을까요, 아니면 꿈에서 보았을까요, 아니면 다른 어느 별에서 이곳에 넌지시 알려주었을까요?


  만화책 《테르마이 로마이》는 그저 그린이 생각으로만 빚은 재미난 책이라고만 느끼지 않습니다. 가만히 보면, 나도 곁님도 아이들도 꿈을 꾸면서 ‘그동안 미처 몰랐던 대목’을 보면서 배웁니다. 우리들 누구나 꿈에서 수없이 많은 이야기를 배웁니다. 꿈이 아니더라도 문득문득 놀라운 이야기가 우리 머릿속에 그림처럼 떠오릅니다.


  어떻게 수많은 이야기가 우리한테 왔을까 궁금하면서도, 이 많은 이야기는 우리가 스스로 바라고 생각했기에 차근차근 우리한테 올 수 있구나 하고 느낍니다. 《테르마이 로마이》에 나오는 건축기사도 건축기사 스스로 새로운 목욕탕을 끝없이 생각하고 찾고 살피고 헤아렸기에, 차원 여행을 하면서 새로운 것을 볼 수 있었구나 싶습니다. 4348.3.26.나무.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시골에서 만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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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아이 131. 날듯이 달리는 들길 (14.12.9.)


  논둑길을 달린다. 경운기가 다니기 좋도록 시멘트로 덮으며 넓힌 논둑길을 달린다. 시골돌이는 이 길을 마음껏 달린다. 두 팔을 벌리고 날듯이 달린다. 찬바람이 불든 겨울바람이 불든 어떤 바람이 불든 다 기쁘다. 네가 스스로 날려고 하면 얼마든지 훨훨 날 수 있지. 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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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그림 읽기
2014.12.20. 큰아이―높다란 우리 집


  그림순이더러 ‘사름벼리가 살고 싶은 집’을 그림으로 그리라고 이야기한다. 사름벼리는 층층이 포갠 집을 그린다. 층마다 다른 살림이 있고, 층마다 새로운 이야기가 있는 집이다. 우리 자동차도 하나 그리고, 새와 나비가 찾아와서 날아다니는 터전을 그린다. 꽃이 피어 나비가 새롭게 찾아들고, 하늘에 구름과 별이 가득하며, 해도 함께 웃는다. 예쁜 집이로구나. 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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