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너랑 함께 있어서 좋을 때가 더 많아 시공주니어 문고 2단계 9
구드룬 멥스 글, 로트라우트 주잔나 베르너 그림, 문성원 옮김 / 시공주니어 / 1999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어린이책 읽는 삶 90



너희와 함께 살아서

― 나는 너랑 함께 있어서 좋을 때가 더 많아

 구드룬 맵스 글

 로트라우트 주자나 베르너 그림

 문성원 옮김

 시공주니어 펴냄, 1999.12.30.



  아침과 저녁 사이에 샛밥을 마련해야겠다고 생각하면서 뒤꼍으로 가서 쑥을 뜯습니다. 비가 오는 날씨에 비를 맞으면서 쑥을 뜯습니다. 가볍게 내리는 보슬비는 싱그럽습니다. 따뜻하게 내리는 봄비이기도 해서 즐겁게 비를 맞습니다. 빗물이 달린 쑥을 하나둘 뜯으면, 빗물에 실린 쑥내음이 손끝으로 퍼져서 물듭니다.


  밀가루에 달걀을 풀고 소금과 설탕을 살짝 넣고는 반죽을 합니다. 물을 섞어 밀가루를 녹인 다음 쑥을 넣습니다. 소쿠리 가득 뜯은 쑥이지만, 밀반죽과 섞으니 그리 많아 보이지 않습니다. 쑥을 더 뜯을 수 있지만, 꼭 이만큼이 알맞습니다. 동그랗게 부치는 쑥부침개는 거의 다 푸른 물입니다.


  감자를 저며서 올립니다. 버섯도 저며서 함께 올립니다. 여린 불로 익힌 부침개를 한 번만 뒤집습니다. 쑥부침개 익는 냄새가 퍼지면서 아이들은 부엌으로 오고, 쑥부침개 넉 장을 말끔히 비웁니다.



.. 나는 아버지가 보내는 선물 때문에 부활절이 좋다. 아버지가 보낸 선물 꾸러미 속에는 늘 우스꽝스러운 물건들이 들어 있는데, 대체로 나한테 필요 없는 물건이다 … 꼬맹이 동생이 내 다리 사이를 엉금엉금 기어다니거나, 또 하필이면 대 공책 위에다 레고 블록으로 탑을 쌓으면 숙제가 제대로 될 리 없다. 그런데도 동생은 꼭 내 공책 위에다 탑을 쌓는다. 그것도 늘 똑같은 탑만 … 동생을 나무라는 것은 옳지 않다. 동생이 일부러 울음을 터뜨리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나는 그 사실을 잘 안다. 동생이 아직 너무 어리기 때문이다 ..  (9, 27, 35쪽)



  우리 어머니는 내가 어릴 적에 샛밥을 늘 마련해 주었습니다. 아침저녁으로 밥을 차려 주고는, 사이에 가볍게 주전부리를 마련해 줍니다. 출출할 즈음 받는 주전부리는 더없이 고맙습니다. 주전부리 한 점을 입에 넣어 새롭게 기운을 차리고 한결 씩씩하게 놉니다.


  밥상맡에서 부침개를 먹는 아이들은 소꿉을 가져와서 밥상에 올립니다. “나도 부침개 끓여야지.” 하고 말합니다. 부침개를 끓여? 그래, 너희는 아직 모르지. “부침개는 끓인다고 하지 않고 부친다고 해.” 소꿉 장난감으로 부침개 놀이를 하던 아이들은 “부침개 부쳐야지.” 하고 말을 바꿉니다. 동생이 물잔에 소꿉을 올린 뒤 천조각을 얹은 뒤 마루로 가서 딴 놀이를 합니다. 누나가 물잔 소꿉이 부글부글 끓는다는 소리를 냅니다. “어서 와, 넘쳐.” 부침개는 부친다고 알려주었지만, 국이 끓듯 부글부글 소리를 냅니다. 동생은 다시 부엌으로 달려와서 천조각을 열더니, 소꿉 냄비에 있는 나무조각을 손가락으로 살살 매만집니다. 뒤집개는 없이 손으로 뒤집는구나. 이 아이들이 곧 무럭무럭 커서 손수 불을 다룰 나이가 되면, 맛나며 아름다운 부침개를 베풀어 주리라 생각합니다.



.. 아버지는 수를 받은 시험지를 보자마자, 당장 달려나갔다. 나에게 줄 선물을 마련하려고 말이다. 나는 어떤 선물일까 기대하면서 아버지를 기다렸다. 장난감 권총을 갖고 싶긴 하지만, 그런 선물은 절대로 받지 못할 것이다. 그 점은 진작부터 알고 있었다 … “너랑 같이 놀고 싶어.” 나는 스반티예의 어깨를 톡톡 두드렸다. 나랑 같이 놀아도 되고 말고! 나랑 같이 우리 집에 가서 놀자! 내 장난감도 보여줄게. 나는 아주 멋진 장난감을 갖고 있거든 ..  (55, 87쪽)



  구드룬 맵스 님이 글을 쓰고, 로트라우트 주자나 베르너 님이 그림을 그린 《나는 너랑 함께 있어서 좋을 때가 더 많아》(시공주니어,1999)를 읽습니다. 짤막한 이야기가 잇달아 나오는 이쁘장한 책입니다. 동화라고 할 수 있고, 어디에서나 마주할 만한 ‘삶 이야기’라 할 수 있습니다. 예전 같으면 동양과 서양이 삶이나 문화가 많이 달랐을 테지만, 요즈음은 동서양이 삶이나 문화가 엇비슷합니다. 구드룬 맵스 님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아이 이름’과 ‘어버이 이름’만 저 먼 나라 이름일 뿐, 우리 곁에서 쉽게 엿볼 수 있다고 할 만합니다.



.. 이번에는 먼지가 쌓일 염려도 없고, 또 쉽게 고장도 나지 않는 선물을 받고 싶었다. 생일날뿐만 아니라 두고두고 기뻐할 수 있고, 또 쉽게 싫증이 나지 않는 그런 선물을 받고 싶었다. 나는 곧 그런 선물을 떠올렸다! 할아버지를 선물로 받고 싶었다! 할아버지가 우리 집으로 와서 나와 함께 지내는 것이다. 내 생일날, 그날 하루 종일 말이다 … 할아버지에게서 무슨 냄새가 나든, 나는 상관없다. 냄새를 안 맡으면 그만이니까 ..  (92, 94쪽)



  《나는 너랑 함께 있어서 좋을 때가 더 많아》는 책이름 그대로 이야기가 흐릅니다. 그럼요. 나는 너랑 함께 있어서 더 기쁘지요. 너는 나랑 함께 있어서 더 기쁠까요? 네, 그러리라 믿습니다. 우리는 서로 함께 있어서 아름다우면서 기쁘리라 생각합니다.


  어버이는 아이와 함께 있어서 기쁩니다. 어머니만 있든 아버지만 있든 대수롭지 않습니다. 아이가 하나이든 둘이든 대수롭지 않습니다. 늙은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함께 있어도 기쁘고, 어버이와 아이 둘만 단출하게 있어도 대수롭지 않아요.


  낯선 동네에서 낯선 아이한테 가까이 다가가고 싶은 아이가 쭈뼛쭈뼛 망설여도 사랑스럽습니다. 양로원에서 혼자 외로운 할아버지를 내 생일잔치에 모실 수 있어서 사랑스럽습니다. 곰곰이 생각해 볼 노릇이에요. 양로원에 할아버지를 넣느라 돈을 벌지 말고, 집에서 할아버지와 오순도순 지낼 적에 한결 즐거우면서 사랑스러우리라 느낍니다.



.. 할아버지 무릎 위에 앉기엔 내 나이가 너무 들었다. 그리고 할아버지는 혼자서 음식을 먹고 정상적으로 행동을 하기에는 너무 나이가 들었다. 우리는 둘 다 너무 나이가 들어 버렸다 … 우리는 케이크를 먹고 커피 마시는 일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했다. 안타깝게도 케이크가 다 뭉개지긴 했지만, 뭉개진 케이크도 뭉개지기 전하고 맛이 똑같이 좋았다. 오히려 더 맛있게 느껴지기까지 했는데, 초콜릿과 생크림이 잘 뒤섞였기 때문이다 ..  (124, 127쪽)



  어른은 아이를 즐겁게 해 주려고 돈을 벌지 않습니다. 아이를 즐겁게 해 주고 싶다면 말 그대로 즐겁게 해 줄 노릇입니다. 돈이 아닌 즐거움을 찾아야 합니다. 어른 스스로 돈을 더 벌고 싶다면, 그냥 돈을 더 벌면 돼요. 이러면서 아이한테 제대로 말해야지요. 어른으로서 돈을 더 버는 데에 마음이 있다고 털어놓아야지요.


  자, 그러면 생각해 보셔요. 아이는 어버이가 ‘돈을 더 벌고 싶다’고 말하면 어떻게 대꾸를 할까요? 아이는 어버이가 저와 함께 있기보다는 돈을 더 벌고 싶다고 하면 어떤 마음이 될까요? 저와 함께 즐거운 삶을 누리려 하지 않고, 돈에만 얽매이는 어버이를 보고 자라는 아이는 어떤 마음이 될까요?


  돈만 바라보는 어버이는 아이한테 ‘아이가 어른이 되면, 내 어버이도 양로원에 넣어야지’ 하고 생각하지 않을까요? 돈에만 얽매인 채 바깥일로 바쁜 오늘날 우리 어른들은 앞으로 양로원에 들어가려고 신나게 돈을 버는 셈 아닐까요? 바로 오늘 이곳에서 아이와 함께 기쁘게 하루를 지으려 하지 않는 어른이라면, 참말 다들 양로원을 바라보려는 마음인 셈 아닐까요?


  나는 여기에서 웃습니다. 나는 이곳에서 노래합니다. 나는 아이가 되어 내 어버이하고 웃고 노래합니다. 우리 집 아이는 나를 어버이로 삼아 함께 웃고 노래합니다. 우리는 서로서로 아끼고 보듬으면서 하루를 따사롭게 열고 닫습니다. 4348.3.31.불.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어린이문학 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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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래가 안 마르는 바람볕



  어제는 아침 일찍 빨래를 마치고 마당에 널었는데 낮이 지나고 저녁이 되도록 옷가지가 제대로 안 말랐다. 여느 때라면 빨래를 넌 지 한 시간쯤 뒤에는 바싹 말라야 하고, 바싹 마른 옷가지를 몇 시간 더 볕바라기를 시키는데, 어제는 도무지 바싹 마를 생각을 안 했다. 틈틈이 옷가지를 만지작거리면서 바람을 살피고 하늘을 보았다. 구름이 살짝 끼기는 했지만 햇살이 자주 비추는데 옷가지가 안 마른다. 아무래도 바람에 물기가 많이 깃든 탓이로구나 싶다. 아니나 다를까, 오늘 아침부터 비가 온다. 비가 오려고 빨래가 안 말랐구나. 4348.3.31.불.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빨래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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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말도 익혀야지

 (614) 그것 6


그리고 공기처럼 눈에 잘 보이지는 않으나, 대지와 그것이 키워내는 모든 생명체 속에서 충만해야 한다

《김중배-새벽을 위한 증언》(한길사,1986) 155쪽


 대지와 그것이 키워내는 모든 생명체

→ 땅과 땅이 키워내는 모든 목숨붙이

→ 이 땅과 이 땅이 키워내는 모든 목숨붙이

→ 이 땅과 모든 목숨붙이

 …



  요즈음에는 “책과 그것에 담은 이야기”라든지 “버스와 그것에 탄 사람들”처럼 말할 사람도 나오겠구나 하고 느낍니다. “어머니와 그녀가 낳은 아이들”이라든지 “아버지와 그의 친구들”처럼 말할 사람도 나올는지 모릅니다. 그렇지만, 한국말은 “책과 책에 담은 이야기”요, “버스와 버스에 탄 사람들”이고, “어머니와 아이들”이며, “아버지와 친구들”입니다.


  ‘그것’이라는 낱말은 “거기에 있는 그것 좀 집어 주라”나 “네 옷에 묻은 그것은 무엇일까”나 “그것 가지고는 어림도 없겠는걸”이나 “그것들이 참 버릇이 없이 구네”처럼 씁니다. 이런 자리가 아닌 다른 자리에 쓰는 모든 ‘그것’은 어설프게 잘못 쓰는 번역 말투입니다. 4339.9.5.불/4348.3.31.불.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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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바람처럼 눈에 잘 보이지는 않으나, 땅과 이 땅이 키워내는 모든 목숨붙이와 함께 가득해야 한다


‘공기(空氣)’는 그대로 둘 수 있고, ‘바람’으로 손볼 수 있습니다. ‘대지(大地)’는 ‘땅’으로 손질하고, “생명체(生命體) 속에서 충만(充滿)해야”는 “목숨붙이와 함께 가득해야”로 손질합니다.



..


 우리 말도 익혀야지
 (663) 그것 7

나는 새로운 것을 많이 쓰고 싶지만, 그것은 모두 인도라는 바탕 위에 씌어져야 할 것이다
《마하트마 간디/김태언 옮김-마을이 세계를 구한다》(녹색평론사,2006) 28쪽

 새로운 것을 많이 쓰고 싶지만, 그것은 모두
→ 새로운 글을 많이 쓰고 싶지만, 이 글은 모두
→ 새로운 이야기를 많이 쓰고 싶지만, 이는 모두
  …


  이 보기글을 보니, ‘이야기’나 ‘글’이라고 적어야 할 대목에 ‘것’과 ‘그것’을 넣습니다. 왜 이야기를 ‘이야기’라 하지 않고, 글을 ‘글’이라 하지 않을까요? 왜 이렇게 번역을 하거나 글을 써야 할까요? 이야기나 글을 ‘것·그것’으로 쓴대서 글멋이 나거나 글맛이 살지 않습니다. 4339.12.22.쇠/4348.3.31.불.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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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새로운 이야기를 많이 쓰고 싶지만, 이 얘기는 모두 인도라는 바탕에서 써야 한다

“새로운 것”은 “새로운 이야기”나 “새로운 글”로 손질합니다. “인도라는 바탕 위에 씌어져야”는 “인도라는 바탕에서 써야”나 “인도라는 바탕으로 써야”로 손보고, “할 것이다”는 “한다”로 손봅니다.

..


 우리 말도 익혀야지
 (709) 그것 8

또 아무것도 아닌 론 강을 가로지르는 다리와 철도 등에서도 비애에 찬 인생의 무대를 보았고 그것을 그렸다
《사사키 미쓰오,사사키 아야코/정선이 옮김-그림 속 풍경이 이곳에 있네》(예담,2001) 60쪽

 비애에 찬 인생의 무대를 보았고 그것을 그렸다
→ 슬픔에 찬 삶터를 보았고, 이를 그렸다
→ 슬픈 삶을 보았고, 이 모두를 그렸다
→ 슬픔을 보았고, 이를 낱낱이 그렸다
 …


  스스로 바라본 모든 것을 그림으로 그린다고 합니다. 그러니 이 보기글에서는 ‘그것’이 아니라 “모든 것”이라고 적어야 어울리고, “이 모두”나 “이”로 적을 수 있습니다. “이를 하나하나”나 “이를 남김없이”나 “이를 모조리”로 적어도 돼요.

  이 보기글과 비슷하게 “어제 책방에 가서 책을 한 권 찾았고 그것을 읽었다”처럼 말하는 사람이 있을까 궁금합니다. “어제 책방에 가서 책을 한 권 찾았고, 이 책을 장만해서 읽었다”처럼 말하겠지요. 4340.3.5.달/4348.3.31.불.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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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아무것도 아닌 론 강을 가로지르는 다리와 철도에서도 슬픔에 찬 삶을 보았고, 이 모두를 그렸다

“철도 등(等)에서도”는 “철도에서도”로 손보고, ‘비애(悲哀)’는 ‘슬픔’이나 ‘아픔’으로 손봅니다. “인생(人生)의 무대(舞臺)”는 “인생 무대”로 손질할 수 있는데, ‘한마당’이나 ‘삶’이나 ‘삶마당’이나 ‘삶터’로 손질해도 잘 어울립니다.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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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말도 익혀야지

 (460) 그것 1


그러나 오늘날 선의 개념은 루소 시대의 그것과는 다르다

《알랭 리피에츠/허남혁·박지현-녹색 희망》(이후,2002) 19쪽


 루소 시대의 그것과는 다르다

→ 루소 시대와는 다르다

→ 루소가 살던 때와는 다르다

 …



  이 보기글에 나오는 ‘그것’은 ‘선의 개념’을 가리킵니다. 영어라면 ‘it’이라는 낱말을 써서 이처럼 글을 쓸 텐데, 이 보기글은 영어 말투를 한국말로 잘못 옮기면서 그만 ‘it’을 ‘그것’으로 적습니다.


  영어를 처음 배울 적에는 ‘애벌 옮김(직역)’을 하면서 이 보기글처럼 적을 수도 있습니다. 낱말을 하나씩 따로 떼어서 옮기며 처음 외국말을 배우는 사람한테는 이 보기글 같은 글월로 이야기를 해야 하리라 느껴요. 그러나, 번역이나 통역이 되려면, ‘애벌 옮김’을 가다듬어서 한국 말투로 고쳐 주어야지요. 한국말에서는 ‘그것’을 써서 앞말을 받지 않습니다. 한국말에서는 ‘그것’이 없이 그대로 씁니다. 4338.11.11.쇠/4348.3.31.불.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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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오늘날 착함이 무엇인지는 루소 시대와는 다르다

그러나 오늘날은 루소가 살던 때와 착함을 다르게 본다


‘선(善)’은 “1. 올바르고 착하여 도덕적 기준에 맞음 2. 도덕적 생활의 최고 이상”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善’은 “착할 선”입니다. 한국말로는 ‘착하다·착함’입니다. “선(善)의 개념(槪念)” 같은 말투는 일본 말투입니다. “착함이란 무엇인가”라든지 “착함이 뜻하는 이야기”처럼 한국 말투로 풀어서 새롭게 쓸 수 있기를 빕니다. “루소 시대(時代)”는 그대로 둘 수 있으나 “루소 때”나 “루소가 살던 때”로 손볼 만합니다.


..



 우리 말도 익혀야지

 (550) 그것 2


스푸트니크 2호 인공위성 발사 당시 그것에 개를 탑재한다는 통신을 들은 미국의 일부 자비스런 시민 중에서는

《유치환-나의 창에 마지막 겨울 달빛이》(문학세계사,1979) 215쪽


 인공위성 발사 당시 그것에 개를 탑재한다는

→ 인공위성을 쏠 무렵 여기에 개를 태운다는

→ 인공위성을 쏠 즈음 그곳에 개를 태운다는

→ 인공위성을 쏠 적에 이곳에 개를 태운다는

→ 인공위성을 쏠 때에 거기에 개를 태운다는

 …



  한국말을 돌아봅니다. “된장찌개를 끓을 적에 그것에 고추장을 조금 넣으면 더 맛있어”처럼 말하지 않습니다. “버스를 탈 때에 그것에 자전거를 실을 수 있을까”처럼 말하지 않아요. ‘그것’을 써야 알맞을 만한 자리는 따로 있습니다. 외국말을 한국말로 옮기는 자리에서 어설피 불거지고 만 얄궂은 말투를 말끔히 털 수 있기를 빕니다. 4339.5.10.물/4348.3.31.불.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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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푸트니크 2호 인공위성을 쏠 무렵 여기에 개를 태운다는 얘기를 들은 마음 넓은 몇몇 미국사람 가운데에서는


“인공위성 발사(發射) 당시(當時)”는 “인공위성을 쏠 무렵”이나 “인공위성을 쏠 즈음”으로 다듬고, “개를 탑재(搭載)한다는”은 “개를 태운다는”으로 다듬으며, ‘통신(通信)’은 ‘얘기’로 다듬습니다. ‘일부(一部)’는 ‘몇몇’으로 손질하고, “자비(慈悲)스런 시민(市民) 중(中)에서는”은 “마음 넓은 사람 가운데에서는”으로 손질합니다. 


..



 우리 말도 익혀야지

 (552) 그것 3


그러면 사랑은 어디서 왔읍니까? 그것은 현장에서 왔읍니다. 강도를 만나 얻어터지고 털리고 죽음을 기다리며 쓰러져 있는 행인이 있는 바로 그 현장에서 왔읍니다

《문익환-통일은 어떻게 가능한가》(학민사,1984) 257쪽


 그것은 현장에서 왔습니다

→ 바로 이곳에서 왔습니다

→ 바로 이 자리에서 왔습니다

→ 바로 여기에서 왔습니다

 …



  이 보기글을 보면 뒤쪽에 “바로 그 현장”이라는 대목이 나옵니다. 그렇지만, 앞쪽에서는 “그것은 현장에서”처럼 적고 맙니다. 어떻게 써야 하는가를 스스로 알기는 하되, 제대로 가다듬지 못한 셈입니다. “그것은 현장에서 왔습니다”가 아니라 “바로 현장에서 왔습니다”로 적으면 됩니다. 그런데, ‘현장’이라는 한자말은 ‘이곳’이나 ‘바로 이곳’을 가리킵니다. 그러니, “바로 현장에서 왔습니다”로 손질했어도 다시 한 번 손질해서 “바로 이곳에서 왔습니다”로 적어야 올바릅니다. 뒤쪽에 나오는 “바로 그 현장”은 “바로 그곳”이나 “바로 그 자리”로 고쳐씁니다. 4339.5.16.불/4348.3.31.불.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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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사랑은 어디서 왔습니까? 바로 이곳에서 왔습니다. 강도를 만나 얻어터지고 털리고 죽음을 기다리며 쓰러진 사람이 있는 바로 그 자리에서 왔습니다


“쓰러져 있는”은 “쓰러진”으로 손보고, ‘행인(行人)’은 ‘사람’으로 손봅니다. ‘현장(現場)’은 ‘이곳’이나 ‘바로 이 자리’나 ‘바로 그곳’이나 ‘그 자리’로 손질합니다.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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겹말 손질 354 : 다른 대안



그렇다고 체념하는 것 말고 다른 대안은 정말 없는 걸까

《요한 크리스토프 아놀드/원마루 옮김-아이들의 이름은 오늘입니다》(포이에마,2014) 19쪽


 다른 대안은

→ 다른 길은

→ 다른 삶은

→ 다른 생각은

 …



  ‘대안’이라는 한자말은 ‘代案’이나 ‘對案’일 텐데, ‘대안’이라는 한자말을 쓰는 사람은 두 가지 가운데 어느 하나라고 콕 집어서 느끼지는 않으리라 봅니다. 그냥 ‘대안’이라고 쓰리라 봅니다.


  ‘代案’은 “대신하는 안”이라고 해요. ‘대신(代身)하다’는 “어떤 대상의 자리나 구실을 바꾸어서 새로 맡다”를 가리킨다고 합니다. 그러니, 이 한자로 쓴 ‘대안’이라면 ‘바꾸는 안’이나 ‘새로운 안’이나 ‘새로 맡는 안’을 나타내는 셈입니다.


  ‘對案’은 “어떤 일에 대처할 방안”이라고 해요. ‘대처(對處)하다’는 “어떤 정세나 사건에 대하여 알맞은 조치를 취하다”를 가리키고, ‘조치(措置)’는 “벌어지는 사태를 잘 살펴서 필요한 대책을 세워 행함”을 가리킨다고 ‘대책(對策)’은 “어떤 일에 대처할 계획이나 수단”을 가리킨다고 합니다. 빙글빙글 도는 말풀이가 제자리로 돌아오는데, 아무튼 이 한자로 쓴 ‘대안’이라면 ‘맞이할 방안’이나 ‘마주할 방안’을 나타내는 셈입니다.


 대안을 내놓다 → 새 생각을 내놓다

 다른 대안이 없으니 → 다른 길이 없으니

 대안을 세우다 → 새 생각을 세우다

 대안이 쉽게 떠오르지 → 다른 길이 쉽게 떠오르지


  어느 한자말을 쓰든 ‘대안’은 예전 길로는 갈 수 없다는 느낌을 나타냅니다. 예전 길은 그만두고 ‘다른’ 길이나 ‘새로운’ 길로 가야 한다는 느낌을 나타내지요. 이리하여, 우리가 생각할 대목은 바로 ‘다름’과 ‘새로움’입니다.


  ‘새로운 생각’이나 ‘새로운 길’이나 ‘다른 생각’이나 ‘다른 길’이라고 말하면 됩니다. 새롭게 바라보려 하기에 ‘대안 찾기’를 한다 말하고, 다르게 나아가려 하기에 ‘대안’을 놓고 생각을 모읍니다.


 새길 찾기 . 새꿈 찾기 . 새삶 찾기 . 새넋 찾기 . 새빛 찾기


  때와 곳에 따라 이야기가 다를 테니 어느 한 가지로 못박을 수는 없습니다. 그때그때 알맞게 새로운 낱말을 지어서 쓰면 됩니다. ‘새-’를 앞가지로 삼아 우리 마음을 북돋울 낱말을 요모조모 생각해 보면 됩니다. 4348.3.31.불.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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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한숨쉬기 말고 다른 길은 참말 없을까


“체념(諦念)하는 것 말고”는 “두 손 들기 말고”나 “한숨쉬기 말고”로 손질하고, ‘정(正)말’은 ‘참말’로 손질하며, “없는 걸까”는 “없을까”로 손질합니다.



대안(代案) : 어떤 안(案)을 대신하는 안

   - 대안을 내놓다 / 대안을 제시하다 / 다른 대안이 없으니 어쩔 수 없다

대안(對案)

1. 어떤 일에 대처할 방안

   - 대안을 마련하다 / 대안을 세우다 / 대안이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2. 책상이나 밥상 따위를 사이에 두고 마주 앉음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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