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두꽃에 앉은 빗방울



  앵두꽃에 빗방울이 앉는다. 조그마한 꽃잎에 더 조그마한 빗방울이 앉는다. 빗방울은 앵두꽃잎에 내려앉아서 가만히 쉬고, 조용히 이야기하며, 나긋나긋 노래한다. 바람이 불어 앵두나무가 흔들리면 빗방울은 흙으로 떨어질 테고, 해가 나와 빗방울을 말리면 아지랑이가 되어 다시 하늘로 올라갈 테지. 앵두내음과 비내음을 함께 맡아 본다. 4348.4.1.물.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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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짝 튀어나오는 책



  책 한 권이 살짝 튀어나온다. 책꽂이가 빽빽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처음부터 살짝 튀어나오지 않았으리라. 책방지기는 책꽂이에서 책이 한 권이라도 튀어나오도록 꽂지 않는다. 책방지기는 책꽂이에 책을 가지런히 꽂는다. 너무 빽빽해서 빈틈을 만들지 못하면 책을 눕혀서 올리거나 책꽂이 앞에 탑을 쌓는다. 헌책방 책꽂이에서 살짝 튀어나온 책이 있다면, 책손이 어느 책 하나를 뽑아서 살핀 뒤 제자리로 돌려놓으려고 하는데, 도무지 도로 꽂아 놓을 재주가 없어서 이렇게 해 놓았다는 뜻이다. 책방지기는 이런 책을 보면 책꽂이에 빽빽하게 있는 책들을 두 손으로 탁탁 치고 퉁겨서 조그마한 틈을 만들고, 작은 틈 옆에 있는 책 두 권을 살짝 뽑아서 한 권을 사이에 꽂고는 한 번에 큰힘을 모아서 툭 쳐서 집어넣는다. 4348.4.1.물.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헌책방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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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꽃놀이 2015-04-01 17: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처럼 손끝이 야무지지 못한 책손의 저지레인가 봅니다. 빼기는 뺐는데...내 재주로는 들어가지 않아서 난감할 때가 많아요..누군가 꽂아놓은건데..내손으로는 왜 안되는 것인지 늘 미스터리였는데...`틈을 만드고 두 권 사이에 끼워 한꺼번에 밀어넣는` 전문가적 노하우가...!
일부러 그런건 아닌데...저렇게 해놓고 뒤돌아설때 툭 튀어나온 책이 `정말 이러기야??` 하고 뒤통수에다 궁시렁거리는거 같아서 참 미안한 기분이 들었어요^^ 남들 사이에서 너무 튀는 모습 보이고 싶지 않은건 책도 사람이나 마찬가지 아니겠습니까..저때문에 다시 꽂아야하는 분께도 미안하고...미안해하면서도 슬쩍 줄행랑 칠수밖에 없는 제 모습을 들킨것 같아 멋쩍고..또 반갑기도 합니다!!

파란놀 2015-04-01 18:35   좋아요 0 | URL
그런데, 이런 모습이 나오기에
저도 재미나게
사진 한 장을 찍고
이런 사진을 놓고
글을 붙여서
이야기를 엮을 수 있으니,
삶이란 참 아름답구나 하고 느껴요~~

풀꽃놀이 2015-04-01 19: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함께살기님의 글을 보면서 제가 느꼈던 흐믓함의 정체가 이것이었나봅니다!!
삶이 참 아름답구나~~
이런 깨달음 감사합니다^^

파란놀 2015-04-01 20:02   좋아요 0 | URL
풀꽃놀이 님이 멋진 댓글을 달아 주셔서
저도 더욱 즐겁게 삶을 헤아려 볼 수 있었어요.
고맙습니다~ ^^
 

자전거순이 58. 찬바람쯤 거뜬하지 (2015.3.7.)



  찬바람이 불어도 겉옷 앞섶을 여미지 않겠다 하고, 장갑도 안 끼겠노라 외치는 자전거순이. 손이 꽁꽁 얼어도 한손씩 갈마들어 호호 불며 견디는 자전거순이. 그래, 너는 언제나 씩씩하고 대견해. 그래도 장갑은 끼자. 네가 튼튼하고 씩씩한 줄 알지만, 장갑도 사랑해 주렴. 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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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쪽지 2015.3.7.

 : 장갑아 잘 쉬렴



- 삼월 자전거는 장갑을 마지막으로 끼는 자전거이다. 이월에도 볕이 아주 포근한 날에는 며칠쯤 장갑 없이 자전거를 몰았다. 삼월에도 바람이 차면 장갑을 끼지만, 차츰 따스하게 바뀌는 바닷바람을 쐬면서 장갑을 벗는다. 처음에는 장갑을 끼고 집을 나섰으나, 마실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는 웃옷을 한 벌 벗고, 장갑도 벗어서 손잡이에 꽂는다. 등과 이마로 땀이 줄줄 흐르는구나 하고 느끼면서 달린다. 장갑아, 겨우내 고마웠어. 도라에몽 털장갑아, 겨우내 네 삼차원주머니 같은 멋진 장갑이 내 손을 따뜻하게 어루만져 주었구나. 이제 새겨울이 찾아올 때까지 폭 쉬기를 빌어. 겨울에 다시 만나자.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시골에서 자전거와 함께 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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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 밤 이야기 비룡소의 그림동화 106
아이린 하스 글 그림, 백영미 옮김 / 비룡소 / 200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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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503



이야기를 나누는 동무 사이

― 한여름 밤 이야기

 아이린 하스 글·그림

 백영미 옮김

 비룡소 펴냄, 2003.8.1.



  동무는 늘 놀이동무입니다. 함께 놀 수 있으니 동무입니다. 동무는 늘 이야기동무입니다.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 있으니 동무입니다. 동무는 밥동무가 되고 책동무도 되면서, 일동무나 글동무도 됩니다. 편지동무도 되고 생각동무도 됩니다. 마을동무이기도 하면서, 지구동무이기도 합니다.


  또래끼리 동무가 되기도 하지만, 할머니와 내가 동무가 되기도 합니다. 어버이와 아이는 서로 새로운 동무로 지내기도 합니다.


  마음이 맞을 때에 동무입니다. 서로 한마음이 되기에 동무로 거듭납니다. 마음으로 생각을 나누기에 동무입니다. 서로 한뜻이 되어 삶을 기쁘게 짓습니다.



.. 루시는 요술 모자를 쓰고 집 밖으로 나갔습니다. 그런데 달님이 부드러운 손길로 모자를 쓰다듬자 어! 루시가 나뭇잎만큼 작아졌어요 ..  (4쪽)




  아이들한테 나이는 대수롭지 않습니다. 참말 아이다운 아이라면 서로 나이를 묻지 않습니다. 그저 즐겁게 어울립니다. 그런데, 아이들은 서로 나이를 묻습니다. 왜 물을까요? 어른들이 아이를 보며 으레 나이를 묻기 때문입니다. 참말 어른들은 아이한테 나이와 성별 빼고는 궁금한 대목이 없어요. 나이를 묻고 성별을 살핀 뒤, 학교를 다니느냐 안 다니느냐까지 물으면 더 궁금한 대목이 없는 듯합니다. 아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묻는 어른이 없고, 아이가 오늘 어떤 놀이를 누렸는지 묻는 어른이 없으며, 아이가 지난밤에 어떤 꿈을 꾸었는지 묻는 어른이 없어요.


  아이들은 나이를 안 가리면서 함께 놉니다. 아이들은 할머니 등을 타면서 놉니다. 아이들은 또래이든 아니든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함께 놀 동무라면 즐겁고, 함께 어울리면서 하늘숨을 마시는 동무라면 반갑습니다. 우리 어른들이 ‘어린이 마음’이 되려고 한다면, 서로 나이를 따지지 않고 기쁘게 어깨동무할 수 있는 몸짓이어야 합니다.



.. 택시가 어둠 속을 달리는 동안, 모두들 조잘조잘 떠들다가 서로 친구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꽝! 택시가 뭔가에 부딪혔어요. 크고 뚱뚱한 올빼미가 모두를 내려다보더니 큰소리로 외쳤어요. “아이고, 요것들! 정말 맛있게도 생겼구나!” ..  (12쪽)




  아이린 하스 님이 빚은 그림책 《한여름 밤 이야기》(비룡소,2003)를 읽습니다. 한여름 이야기 가운데 ‘밤’ 이야기이기 때문인지, 이 그림책에 흐르는 숨결은 고즈넉합니다. 고요하게 짓는 춤사위 같고, 고요하게 출렁이는 노래 같습니다.


  우리는 한여름 밤에 무엇을 할까요? 밤에는 잠을 잘 테지요. 그러나 한여름이 되어 폭폭 찌는 날씨라면 쉬 잠들지 못해요. 더위를 식히려고 부채질을 하든 찬물로 몸을 씻든 마당에 나가서 바람을 쐬든 합니다. 이러면서 문득 이야기 하나를 짓습니다.



.. “생일 축하합니다, 생일 축하합니다, 사랑하는 올빼미 아저씨, 생일 축하합니다!” 올빼미가 외쳤습니다. “아이고, 이를 어째! 다들 이렇게 내 생일을 기억해 주다니, 정말 고마운걸! 좋아 좋아, 오늘 밤에는 그냥 케이크만 먹을게. 벌레들은 말고.” ..  (20쪽)




  더위를 식히거나 잊도록 할 만한 이야기를 헤아려 봅니다. 더위를 기쁨으로 바꿀 만한 이야기를 생각해 봅니다. 도란도란 웃으면서 사이좋게 나누는 이야기라면 어느새 이야기로 깊이 빠져들어 더위쯤 아예 생각하지 않습니다. 두런두런 속삭이고 살가이 나누는 이야기라면 어느덧 이야기에 퐁당 빠져들어 더위라고는 아예 생각하지 않아요.


  달빛을 보고 별빛을 봅니다. 새까만 밤하늘에 꽃처럼 피어나서 빛나는 뭇별을 봅니다. 이 별은 우리한테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을까요. 저 별은 우리 집에 어떤 이야기를 품고 찾아오려 할까요. 별자리를 읽으면서 삶자리를 읽습니다. 별님을 부르면서 곁님을 부릅니다. 별꽃이 눈부시니, 서로서로 웃음꽃이 해맑습니다.



.. 루시는 요술 모자를 벗었습니다. 어! 그러자 다시 원래대로 커졌어요. 루시는 할머니에게 다가가 인형을 내밀었지요. “루시! 네가 찾아 주었구나!” 할머니가 외쳤습니다. 그리고 다시 피아노를 치며 노래했습니다. “루시, 루시, 모두에게 인사해라. 우리 노래는 이제 행복하게 끝났단다!” ..  (26쪽)



  그림책 《한여름 밤 이야기》에 나오는 아이 루시는 참말 ‘작은 사람’으로 몸을 바꾸어 멋진 밤나들이를 했으리라 생각합니다. 이리하여, 루시는 여러 새 동무를 사귀면서 할머니 옛 인형도 찾았겠지요.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에 모두 동무가 됩니다. 두런두런 이야기를 주고받는 동안 참말 다 함께 동무가 되어요. 쥐하고도 동무가 되고 올빼미하고도 동무가 됩니다. 우리는 서로 아끼고 믿는 동무입니다. 우리는 서로 손을 맞잡고 어깨를 겯는 동무입니다. 4348.4.1.물.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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