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노래 71. 겨울눈



겨우내 웅크리던 겨울눈은

따끈따끈 포근포근 곱게

봄볕이 내리쬐어도

좀처럼 터지려 하지 않네.

작은 들풀은 꽃송이 벌리고

유채랑 갓도 노란 꽃

활짝 벌려 벌춤 추는데

매화나무 복숭아나무 모과나무

감나무 무화과나무 뽕나무

조그마한 겨울눈은

봄볕이 얼마나 더 따숩게

내리쬐는 날 고개를 내밀까.

오늘은 삼월 둘째 날.



2015.3.2.달.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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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배움자리 24. 숨쉬기



  내가 어버이로서 아이한테 무엇을 슬기롭게 가르치거나 물려줄 만한지 돌아본다. 아이들이 어버이한테서 ‘직업’이나 ‘일’을 배우거나 물려받으면 아름다울까? 아이들이 어버이한테서 ‘책’이나 ‘돈’을 배우거나 물려받으면 사랑스러울까? 푸른 보금자리를 물려받아서 곱게 가꿀 수 있으면 아름답거나 사랑스러우리라. 그러면, 어떤 몸과 마음이 되어서 ‘푸른 보금자리’를 물려받아야 할까? 아무래도 가장 밑바탕이라면 ‘숨쉬기’이지 싶다. 숨을 쉬고 내뱉는 몸짓이야말로 우리 삶을 이루는 가장 큰 바탕이면서 첫걸음이다. 숨을 쉬지 못 하면 아무것도 못 한다. 숨부터 제대로 쉴 수 있어야 한다. 어버이가 아이들한테 말을 가르치면서 물려주어서 ‘말로 생각을 짓도록 이끌’듯이, 내가 어버이라면 우리 아이들이 ‘숨을 힘차면서 새롭고 아름답게’ 쉬면서 늘 스스로 ‘사랑이 되도’록 함께 이 길을 걸어야지 싶다. 나는 마흔 살이 훌쩍 넘고 나서야 비로소 ‘숨쉬기’를 제대로 배웠다. 올해 1월에 제대로 배운 숨쉬기를 지난 석 달 동안 날마다 부지런히 익히고 가다듬은 끝에 오늘 바야흐로 두 아이한테 ‘숨을 어떻게 쉬고 내뱉으면서 몸을 새롭게 끌어올리는가’ 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우리 아이들은 앞으로 차근차근 익히고 몸에 붙이겠지. 숨을 신나게 쉬고, 바람을 기쁘게 읽으며, 삶을 곱게 다스릴 수 있으면, 이 아이들은 어떤 일이나 놀이이든 스스로 슬기롭게 찾아서 누리리라 본다. 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우리 집 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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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얗게 피다가 옅붉게 지는 민들레



  노란민들레를 볼 적에는 ‘시드는 꽃빛’이 어떠한가를 제대로 눈여겨보지 않았다. 흰민들레를 볼 적에는 ‘시드는 꽃빛’이 하얗지 않아서 늘 새롭게 바라보곤 한다. 왜 흰민들레는 꽃이 질 적에 흰빛이 아닌 옅붉은 빛깔이 될까? 흰꽃이 활짝 필 적에 꽃잎 아래쪽을 보아도 옅붉은 기운은 없다. 그렇지만, 이 흰꽃이 질 무렵에는 옅붉은 기운이 돌면서 진다. 이른아침에 꽃잎이 아직 벌어지지 않을 적에 들여다보면, 이때에도 옅붉은 기운이 살짝 보인다. 그런데, 해가 솟으면서 꽃잎도 활짝 벌어질 적에는 옅붉은 기운은 감쪽같이 사라진다. 옅붉은 빛은 어디에 숨었을까? 4348.4.11.흙.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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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의 왕국 11
라이쿠 마코토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13년 10월
평점 :
절판





만화책 즐겨읽기 501



삶과 웃음

― 동물의 왕국 11

 라이쿠 마코토 글·그림

 최윤정 옮김

 학산문화사 펴냄, 2013.10.25.



  아이들을 데리고 면소재지 놀이터에 옵니다. 두 아이는 어느새 맨발이 되어 놀이터 모래밭을 달립니다. 바야흐로 봄이 무르익는 사월입니다. 이 아이들은 집에서도 마당을 맨발로 달립니다.


  맨발이 되면 땅바닥을 훨씬 가까이에서 느낍니다. 땅빛을 느끼고, 땅숨을 느끼며, 땅결을 느낍니다. 땅내음을 맡고, 땅노래를 부르며, 땅놀이를 짓습니다.


  가만히 따지면, ‘노는 아이’한테는 따로 놀이터가 있어야 하지 않습니다. 언제 어디에서나 즐겁게 놀거든요. 놀이기구가 꼭 있어야 하지 않고, 놀잇감을 이모저모 갖추어야 하지 않습니다. 맨손으로도 온갖 놀이를 하고, 맨몸으로도 땀을 뻘뻘 흘리면서 뛰놉니다.



- “난 나야! 쿠오우의 옛날 친구 대신이 아니라고!” (12쪽)

- “한 번에 태어나는 족제비 새끼 수도 줄어들지 몰라.” “응? 왜지? 그건 좀 섭섭한데.” “왜냐하면 원통한 죽음이 사라져 어른까지 자랄 테니까. 코끼리나 소는 보통 한 마리씩 낳거든.” “그런가. 섭섭하긴 하지만, 그건 그거대로 좋은 일이군. 먹잇감을 놓고 형제가 다툴 일도 없을 테고, 형제를 갖고 싶으면 그때마다 낳으면 되니까. 무엇보다 그곳에 원통한 죽음은 없을 테니! 그저 웃는 아이들뿐. 재밌군! 정말 기분 좋다, 타로우자!” (44∼45쪽)





  웃을 수 있는 사람이 놉니다. 놀 수 있는 사람이 웃습니다. 웃을 수 있는 사람이 살림을 알뜰살뜰 가꿉니다. 살림을 알뜰살뜰 가꿀 수 있는 사람이 웃습니다. 웃을 수 있는 사람이 노래를 부릅니다. 노래를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웃습니다.


  꼭 학교에 가서 뭔가를 배워야 하지 않습니다. 굳이 책을 펼쳐서 읽어야 뭔가를 알지 않습니다. 웃고 노래하면 다 알 수 있습니다. 서로 사랑하고 아끼면 무엇이든 알아냅니다. 기쁘게 어깨동무를 하면서 하루를 고마이 받아들이면, 보금자리가 학교이고 마을이 학교이며 들과 숲이 학교입니다.



- ‘키메라 세포 전체가 오한과 떨림에 휩싸이며, 죽음에 대한 위험에 비명을 질렀다.’ (66쪽)

- ‘나무늘보에겐 가혹한 훈련 방법이었지만, 나무늘보가 가진 무력한 운명에 대한 분노가 고통을 날려버렸다.’ (87쪽)




  라이쿠 마코토 님이 빚은 만화책 《동물의 왕국》(학산문화사,2013) 열한째 권을 읽으면, 지구별 뭇짐승이 한자리에 모여서 씩씩하게 힘을 모으는 밑힘이 무엇인가 하는 대목을 찬찬히 보여줍니다. 지구별 뭇짐승은 ‘키메라’하고 맞서면서 저마다 목숨을 겁니다. 죽을 수도 있다고 느끼지만,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왜 그러한가 하면, 지구별 뭇짐승은 저마다 제 ‘새끼(아이)’를 생각하거든요. 어미(어버이)로서 키메라하고 싸우다가 숨을 거둘 수 있지만, ‘내(어버이)’가 숨을 거두어도, 아이들은 앞으로 사랑과 평화로 가득한 아름다운 지구별에서 서로 돕고 아끼면서 살 수 있기를 바라요.



- “왜 그런 일을 하려는 거지?” “죽은 엄마와 함께 그렸던 꿈이니까.” (115쪽)

- ‘그래, 난 그때의 네 얼굴에서 빛을 봤다. 적끼리 서로 웃게 만들고, 이 세상의 규칙을 당연하다는 듯 바꾼 네 미소에 난 목숨을 걸 결심을 했다.’ (127쪽)





  함께 웃으면서 살아가는 꿈이 있기에 어떤 가시밭길이든 씩씩하게 갑니다. 서로 도우면서 기쁘게 웃는 꿈이 있기에 모진 어려움도 꿋꿋하게 받아들입니다.


  사랑을 가슴에 품기에 새롭게 기운을 내고, 꿈을 마음에 담기에 새삼스레 기운을 끌어냅니다. 오순도순 어울리면서 나누는 이야기가 즐거우니까 언제 어디에서나 어깨동무를 하면서 한길을 함께 나아갈 수 있습니다.


  전쟁으로는 평화를 누리지 못합니다. 날카로운 발톱과 어금니가 있다 하더라도 내 몸과 아이들 몸을 지킬 수 없습니다. 내가 나를 지키고 아이들을 지키자면, 발톱이나 어금니가 아니라 오직 사랑과 꿈을 가슴에 품어야 합니다.


- “내겐 없는 송곳니와 발톱으로, 그 녀석은 이 세상을 바꿀 거야! 죽이게 놔두지 않아! 죽이게 놔두지 않는다! 이 세상을 내게 준 타로우자를!” (182쪽)





  어버이한테 돈이 많아야 아이들이 잘 자라거나 예쁘게 크지 않습니다. 어버이가 이름난 사람이거나 힘이 세어야 아이들이 튼튼히 자라거나 멋있게 크지 않습니다. 어버이가 대학교 졸업장이 있어야 아이들이 똑똑하지 않습니다. 어버이한테 자가용이 있어야 걱정없이 나들이를 다니지 않습니다.


  어버이 가슴에는 맨 먼저 사랑이 있어야 합니다. 어버이 가슴에는 사랑스러운 꿈이 흘러야 합니다. 어버이 가슴에는 사랑스러운 꿈이 웃음꽃으로 피어나야 합니다. 어버이 가슴에는 사랑스러운 꿈이 웃음꽃으로 피어나는 이야기가 샘솟아야 합니다.


  삶과 웃음은 언제나 함께 있습니다. 삶과 웃음은 늘 한동아리가 되어 우리 모두한테 새 숨결을 베풉니다.살면서 웃고, 웃으면서 삽니다. 살면서 사랑하고, 사랑하면서 삽니다. 살면서 꿈꾸고, 꿈꾸면서 삽니다. 4348.4.11.흙.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시골에서 만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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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과꽃잔치를 기다린다



  고흥집에 우리가 처음 깃든 이듬해 봄에는 모과나무에 모과꽃이 겨우 네 송이 피었다. 이듬해에도 몇 송이 안 피었다. 세 해째 제법 많이 피었고, 올해에는 그야말로 흐드러지려 한다. 얼마나 많은 모과꽃이 피어나면서 꽃잔치가 될까. 이 수많은 모과꽃 가운데 몇 송이가 열매로 굵을까. 알록달록한 꽃송이가 한꺼번에 벌어진다면 그야말로 멋진 꽃잔치가 되리라. 4348.4.11.흙.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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