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아이 138. 나무 곁에서 (15.4.9.)



  누나 겉옷이 좋다는 작은아이는 으레 누나 겉옷을 입고 돌아다닌다. 새롭게 살아나는 나무 곁에 함께 서면서 더 잘 자라렴 더 무럭무럭 크렴 하고 이야기하는데, 나무빛과 옷빛이 모두 곱구나 싶다. 이 고운 빛은 어디에서 왔을까. 이 고운 빛은 어디로 갈까. 마음에서 태어난 빛이 새롭게 마음으로 돌아가서 씨앗이 될까. 파란 빛깔 폴리 신발이 짙누런 흙밭에서 싱그럽다. 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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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넋 53. 생각을 담는 그릇, 마음을 가꾸는 연장

― 슬기롭고 사랑스러우며 아름답게



  누구나 스스로 깨닫고 스스로 첫걸음을 내딛을 수 있어야 스스로 배웁니다. 스스로 첫걸음을 내딛지 못하면 스스로 배울 수 없습니다. 우리가 쓰는 말을 돌아보아도 이를 환하게 깨달을 만합니다. 아이는 말을 늘 스스로 배웁니다. 옆에서 어른이 말을 가르친다고도 할 터이나, 아이는 늘 스스로 말을 배웁니다. 옆에서 어른이 아무리 재잘거리거나 수다를 떨더라도, 아이 스스로 이 말을 받아들이려고 할 때에 비로소 말을 배웁니다.


  갓난아기는 ‘맘마’라든지 ‘엄마’라는 짧은 말마디부터 뗍니다. 입술을 터뜨려서 말을 터뜨립니다. 이윽고 ‘아빠’라든지 ‘까까’라든지 ‘어’라든지 ‘으’라든지 외마디소리를 하나하나 쓰면서 새로운 말로 나아갑니다. 아이는 말을 배우겠다는 뜻을 스스로 느끼면서 하나씩 배우고, 둘레 어른이 여느 때에 늘 쓰는 말을 귀여겨들은 뒤 입술을 달싹이면서 하나씩 흉내를 내요. 흉내가 시늉이 되고 시늉이 흉내가 되다가 어느새 버릇으로 굳습니다. 세 살 버릇이 여든 간다는 말처럼, 세 살 아기가 둘레 어른한테서 귀여겨듣고 익힌 말이 여든 살까지 곧게 흐릅니다.


  스스로 배워서 스스로 삽니다. 스스로 받아들인 말로 스스로 삶을 짓습니다. 이리하여, 열 살이 되거나 스무 살이 되어도, 말은 늘 스스로 배웁니다. 스스로 새로운 낱말을 받아들이고, 스스로 새로운 말투를 맞아들입니다.


  어려운 말은 없고, 쉬운 말도 없습니다. 한국사람한테 영어가 어렵지 않으며, 한국사람한테 한국말이 어렵지 않습니다. 배우려고 하는 사람은 모든 말을 다 배웁니다. 영어이든 독일말이든 프랑스말이든, 내가 스스로 배우려고 할 때에 배울 수 있습니다. 역사이든 철학이든 학문이든, 우리는 늘 스스로 배우려고 마음을 먹을 때에 하나하나 배웁니다. 내가 스스로 배우려 하지 않으면 어떤 말도 못 배워요. 그러니까, 내가 마음속으로 ‘한국말을 제대로 배우자!’ 하는 다짐을 또렷하게 새기지 않는다면, 내가 한국사람이라 하더라도 한국말을 못 배웁니다. 어릴 적부터 버릇이 되거나 길들거나 물든 대로 아무 말이나 그냥 쓰는 삶이 됩니다.


  말은 어떤 그릇일까요? 말은 생각을 담는 그릇입니다. 내가 쓰는 말은 어떤 그릇일까요? 내가 쓰는 말은 내 생각을 담은 그릇입니다. 어떤 낱말이나 말투를 쓰든, 이 낱말과 말투는 모두 내 생각을 드러냅니다. 그리고, 이 낱말과 말투에 내 마음결을 고스란히 드러내요.


  어떤 사람은 겉으로 보기에만 그럴듯한 말을 합니다. 그렇다면, 이녁은 겉보기에 그럴듯한 생각이라는 뜻입니다. 어떤 사람은 몹시 투박한 말을 쓰는데, 이 투박한 말이 참으로 사랑스럽습니다. 그렇다면, 이녁은 겉보기에는 투박하더라도 생각은 참으로 사랑스럽다는 뜻입니다.


  무슨 소리인가 하면, 이 낱말을 쓰기에 옳고, 저 낱말을 쓰기에 그르다는 뜻이 아닙니다. 어느 낱말을 쓰든, 어떤 마음결인가 하는 대목을 읽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먼저, 내 마음결을 슬기로우면서 사랑스럽고 아름답게 추스를 수 있어야 합니다. 마음결과 마음밭과 마음속과 마음자리를 튼튼히 세우고 씩씩하게 가꿀 수 있어야 합니다. 이러한 ‘마음바탕’을 야무지게 짓고 나서, 이러한 마음바탕에 말을 씨앗처럼 심습니다.


  이리하여, 말은 생각을 담는 그릇이면서, 생각을 가꾸는 연장이 됩니다. 내가 마음에 심는 말 한 마디는 ‘내 생각을 새롭게 가꾸는 빛이나 숨결이나 물결’처럼 흐릅니다. 내 말 한 마디는 내 마음에 바람처럼 드리우면서 햇살처럼 퍼집니다. 바야흐로 이때부터 ‘어떤 말을 어떤 자리에 어떻게 쓰느냐’ 하는 대목을 살핍니다. 마음바탕이 제대로 선 뒤에 비로소 ‘어떤 말을 쓸 때에 내 마음을 한결 슬기롭고 사랑스러우며 아름답게 가꾸느냐’ 하는 대목을 살필 수 있습니다.


  생각을 담는 그릇이기에 함부로 다룰 수 없습니다. 생각을 가꾸는 연장이니 엉터리로 다룰 수 없습니다. 내 생각그릇인 말을 함부로 굴릴 수 없습니다. 내 생각을 밝히거나 가꾸는 연장인 만큼, 더 즐겁고 기쁘게 다루려 하기 마련입니다.


  이제 나는 ‘나 혼자만 아는’ 말을 쓸 수 없습니다. 생각과 마음이 얽힌 수수께끼를 안다면, 아무 말이나 아무렇게나 쓸 수 없습니다. ‘이웃과 함께 나눌’ 말을 헤아려서 쓸 때에 아름다운 줄 알아차립니다. ‘동무와 사이좋게 주고받을’ 말을 골라서 쓸 때에 사랑스러운 줄 알아봅니다. ‘내가 스스로 마음을 가꾸면서 둘레 이웃과 동무 모두한테 따스하게 드리울’ 말을 지어서 쓸 때에 슬기로운 줄 알아냅니다.


  사람으로서 쓰는 말을 돌아봅니다. 온누리를 지은 수많은 사람들 땀방울과 웃음과 노래를 생각하면서, 내가 기쁘게 쓸 말을 돌아봅니다. 참말 아무 낱말이나 서툴게 쓸 수 없습니다. 참으로 아무 말투나 섣불리 쓸 수 없습니다. 번역 말투나 일본 말투를 쓴다고 해서 ‘나쁜’ 일은 아니나 ‘즐거운’ 일이 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중국 한자말이나 일본 한자말을 쓰기에 ‘그릇된’ 일은 아니나 ‘기쁜’ 삶이 되기 힘들 수 있습니다. 이 대목을 제대로 바라보면서 읽고 느끼면 됩니다. 즐거움으로 나아가도록 북돋우는 말결을 생각합니다. 기쁨으로 거듭나도록 이끄는 말삶을 생각하고 자꾸 생각합니다.


  말 한 마디를 제대로 바라보면서, 삶 한 자락을 제대로 바라봅니다. 말 한 마디를 제대로 갈고닦으면서, 넋과 얼을 제대로 갈고닦습니다. 말 한 마디를 슬기롭게 다스리면서, 꿈과 이야기와 사랑을 슬기롭게 다스립니다.


  ‘생각을 가꾸는 연장’은 ‘아무렇게나’ 쓸 수 없습니다. 이 연장(말과 글)은 제대로 써야 합니다. 슬기롭게 써야 합니다. 아름답고 사랑스럽게 써야 합니다. 한국사람이기에 한국말을 ‘잘’ 해야 하지 않습니다. 한국사람으로서 한국말을 ‘슬기롭고 아름다우며 사랑스럽게’ 쓸 줄 아는 한편, 사람으로서 ‘삶말’을 슬기롭고 아름다우며 사랑스럽게 쓸 줄 알면 됩니다. 삶말을 쓰는 사람이 삶을 짓고 넋을 지으며 말을 짓습니다. ‘말삶’을 읽는 사람이 삶을 읽고 넋을 읽으며 말을 읽습니다. 4348.3.7.흙.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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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아나는 나무 (사진책도서관 2015.4.9.)

 ― 전라남도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사진책도서관 함께살기’



  우리 도서관 어귀에 나무 한 그루를 옮겨심으면서 조마조마했다. 이 나무가 살아날 수 있는지, 아니면 죽을는지 알 길이 없기 때문이었다. 이 나무가 뽑힌 지 열흘 남짓 지나서야 비로소 옮겨심었으니, 열흘 남짓 길바닥에서 뒹굴었다고 할 텐데, 줄기나 뿌리나 잎이 다 마르지 않았다고 느껴서, 틀림없이 살아날 수 있으리라 여겼다. 2월 24일에 옮겨심은 나무는 한 달쯤 지나니 비로소 새움이 터졌고, 이제 잎사귀도 제법 푸르다. 도서관을 오갈 적마다 늘 인사하고 쓰다듬어 준다. 앞으로도 잘 살아가렴. 언제나 씩씩하고 아름답게 꽃을 피울 수 있어.


  딸기넝쿨은 아직 기운을 못 내지만 곳곳에서 하얀 꽃을 하나둘 터뜨린다. 삽차가 우악스럽게 달포 즈음 밀어낸 터라 딸기넝쿨이 거의 다 죽었지만, 딸기넝쿨도 찬찬히 새로 뻗는다. 예쁜 아이들아, 너희 예쁜 숨결을 이곳에도, 다른 마을에도, 이 지구별에도 고루 나누어 주렴. ㅎㄲㅅㄱ



* 도서관 나들이 오시려면 먼저 전화하고 찾아와 주셔요 *

* 사진책도서관(서재도서관)을 씩씩하게 잇도록 사랑스러운 손길을 보태 주셔요 *

☞ 어떻게 지킴이가 되는가 : 1평 지킴이나 평생 지킴이 되기

 - 1평 지킴이가 되려면 : 다달이 1만 원씩 돕거나, 해마다 10만 원씩 돕는다

 - 2평 지킴이가 되려면 : 다달이 2만 원씩 돕거나, 해마다 20만 원씩 돕는다

 - 평생 지킴이가 되려면 : 한꺼번에 200만 원을 돕거나, 더 크게 돕는다

* 도서관 지킴이 되기 : 우체국 012625-02-025891 최종규 *

* 도서관 지킴이가 되신 분은 쪽글로 주소를 알려주셔요 (010.5341.71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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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놀이 22 - 동생을 이끄는 힘



  자전거순이는 동생이 자전거돌이가 되기를 바라면서 기운을 북돋아 준다. 동생이 세발자전거를 씩씩하게 몰 때마다 옆에서 “우와! 보라 잘 탄다! 잘 타네! 달려!” 하면서 크게 소리를 쳐 준다. 자전거돌이는 누나 목소리를 들으면서 더 신나게 세발자전거를 달린다. 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놀이하는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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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느낌글을 쓰는 마음



  지지난해부터 쓰려고 했던 느낌글을 이제서야 마무리짓습니다. 새를 사진으로 찍는 분이 있고, 이분이 1988년에 내놓은 사진책 《자연속의 새》가 있습니다. 이 사진책 이야기를 지지난해에 쓰려고 책상맡에 두고 곰곰이 마음을 기울였는데, 이태 남짓 글이 나오지 않아서 책만 만지작거리면서 다시 살펴보고 또 보기만 했습니다다. 이러다가 오늘 드디어 끝을 보았어요. 이러면서, 지난 몇 해 동안 책상맡에 모셔 두기만 한 다른 사진책 《한국 KOREA》를 만지작거립니다. 《한국 KOREA》를 내놓은 사람은 벨기에에서 한국으로 찾아와서 이 나라를 사랑하고 만 분인데, 이분 사진책도 거의 알려지지 못했습니다. 이분 사진책은 이분 이름보다 ‘이분 사진책을 디자인’한 사람 이름이 더 알려졌습니다.


  두 가지 사진책은 새책방에서 일찌감치 사라졌을 수 있고, 아직 몇 권쯤 남았을는지 모릅니다. 아무튼 이 두 가지 사진책은 여느 도서관에서는 좀처럼 구경할 수 없는 책이고, 웬만큼 큰 도서관에서도 안 갖추었다고 할 만한 책입니다.


  그러면, 이런 사진책을 놓고 느낌글을 쓰면, 이 사진책을 찾아보거나 알아보려고 하는 사람이 나타날 수 있을까요? 뜻있고 마음있는 분이라면 힘껏 찾아보려 하거나 알아보려 하겠지요.


  새책방에서 사라지려고 하는 책이나, 벌써 새책방에서 사라진 책은 ‘돈으로 살 수 없는 책’입니다. 모든 책은 ‘돈만으로는 살 수 없’기 마련입니다. 돈으로 살 수 있는 책은 ‘물건’입니다. 우리는 물건을 사서 읽지 않으니, 여느 새책방에서 흔하게 있는 책이라 하더라도 ‘쉽게 사서 쉽게 버릴’ 만한 이야기가 아닙니다. 책을 사는 마음은, ‘나한테 돈과 시간이 많아서 사는 마음’이 아닙니다. 책을 사는 마음은, ‘내 사랑스러운 돈과 품과 겨를을 기쁘게 들여서 사랑으로 읽으려는 마음’입니다.


  느낌글 하나를 쓰면서 생각합니다. 사라진 책은 다시 살아날 수 있기를 꿈꾸고, 사라지려는 책은 사라지지 않기를 꿈꿉니다. 모든 책이 골고루 사랑받으면서 아름다운 이야기꽃을 피울 수 있기를 꿈꿉니다. 4348.4.13.달.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삶과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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