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걸으면서 읽는다



  집에서 밥을 지으면서 책을 읽습니다. 도마질을 할 적에는 손에서 책을 내려놓아야 하지만, 손에 물이 묻는 부엌일을 모두 마친 뒤, 이제 국물 간만 보아도 되면 드디어 손에 책을 쥘 만합니다. 밥내음을 느끼고 국내음을 맡으면서 책을 한 줄 두 줄 읽습니다.


  밥과 국이 거의 다 될 무렵, 입에서 저절로 노래가 흐릅니다. 노래를 부르면서 책을 석 줄 넉 줄 읽습니다. 이제 밥과 국이 다 됩니다. 살짝 뜸을 들이면서 춤을 춥니다. 발바닥을 구르고, 부엌에서 콩콩 뜁니다. 밥을 다 짓고 나서도 손에는 책이 있고, 책을 손에 쥔 채 폴짝폴짝 춤을 추면서 다섯 줄 여섯 줄 읽습니다.


  혼자서 도시로 볼일을 보러 나가면, 버스나 전철에서뿐 아니라 길에서도 책을 펼쳐서 읽습니다. 이렇게 하면 둘레에서 흐르는 모든 시끄럽거나 어수선한 소리가 가뭇없이 사라져요. 나부터 스스로 즐겁고 내 둘레로도 기쁜 기운을 퍼뜨릴 수 있구나 싶어서, 손에 책을 쥐며 걷는 일은 아름답구나 하고 느껴요. 4348.4.19.해.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책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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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읽는 책 209] 바다 같은 마음



  바다 같은 마음이 되고

  하늘 같은 마음이 되며

  사람 같은 마음이 된다



  바닷가에 서서 바닷내음을 맡으면 언제나 맑은 숨결로 되살아나는구나 하고 느껴요. 하늘을 올려다보며 하늘바람을 마시면 언제나 파란 바람처럼 새로 깨어나는구나 하고 느껴요. 그래서 나는 늘 생각합니다. 나는 어떤 사람인지 돌아보려 합니다. 나 스스로 내가 사람다운 사람으로 사는지 아닌지를 찬찬히 되짚습니다. 4348.4.19.해.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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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층이 승부를 가른다 (고성국·지승호) 철수와영희 펴냄, 2015.4.25.



  정치평론을 하는 고성국 님이 지승호 님과 만나서 들려주는 이야기를 읽는다. 나는 정치라고 하는 일은 거의 눈길을 안 둔다. 아니, 눈길을 둘 까닭조차 없다. 시골에서 사는 사람한테 정치는 참말 하나도 스며들거나 깃들지 않는다. 다만, 시골에 정치 물결이 휩쓸리면 들과 숲과 바다가 모두 엉망진창이 된다. 서울이나 큰도시에 있는 공무원과 정치 일꾼은 그저 책상맡에서 모든 정책을 펼친다. 정치를 하건 무엇을 하건 사람들이 스스로 제 마당과 밭과 숲을 거느린다면, 모든 삶과 정책이 달라지리라 느낀다. 그러나, 돈을 아무리 많이 건사하더라도 제 보금자리를 숲으로 곱게 돌보는 사람은 좀처럼 찾아보지 못한다. 그저 돈이나 권력이나 이름값을 더 거머쥐려 할 뿐이다. 왜 그런 바보짓을 할까 하고 헤아려 보곤 했는데, 고성국 님이 들려주는 이야기에서 살짝 실마리를 얻는다. ‘국민(사람들)이 바라는 것’을 하겠다고 하지만 막상 ‘국민이 바라는 길’하고는 등을 지는 정치꾼이 보여주는 모습은 늘 ‘제 밥그릇’에 얽매인 몸짓이다. 밥그릇을 붙잡으려 하지 말고, 밥을 일구면 모두 아름다울 수 있을 텐데, 다들 밥그릇만 붙잡으려 한다. 4348.4.19.해.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한 줄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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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층이 승부를 가른다- 2017 대선, 박원순 vs 반기문
고성국.지승호 지음 / 철수와영희 / 2015년 4월
8,500원 → 7,650원(10%할인) / 마일리지 420원(5% 적립)
*지금 주문하면 "4월 29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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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날고 싶었던 따오기
이모토 요코 지음, 고향옥 옮김 / 달리 / 2007년 12월
평점 :
절판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519



‘자유’ 잃는 새한테 기쁨이 있을까

― 하늘을 날고 싶었던 따오기

 이모토 요코 글·그림

 고향옥 옮김

 달리 펴냄, 2007.12.31.



  올해에도 어김없이 제비가 우리 집 처마 밑으로 돌아왔습니다. 올해에는 사월 첫머리에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우리 마을이나 이웃 여러 마을을 살피면, 해마다 돌아오는 제비 숫자가 크게 줄어듭니다. 세 해 앞서는 커다랗게 무리지은 제비를 볼 수 있었지만 두 해 앞서는 작은 무리가 되었고, 지난해에는 몇 마리가 안 되었습니다. 올해에는 우리 마을 제비를 고작 너덧 마리만 봅니다. 보름 남짓 살펴보아도 우리 마을 제비 숫자는 너덧 마리를 넘어서지 못합니다. 이러다가 이듬해에는 우리 집에조차 제비가 못 돌아오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머잖아 이 고장에도 제비가 뚝 끊어질 수 있겠구나 싶습니다.



.. 옛날에는 전국 방방곡곡에 따오기가 살았습니다. 하지만 따오기는 아름다운 날개를 탐내는 사람들에게 잇따라 붙잡히고, 논에 뿌려진 농약 때문에 자꾸자꾸 죽어갔습니다 ..  (2쪽)




  곰곰이 돌아보면, 이 고장에서 꾀꼬리를 못 본 지 제법 되었습니다. 멧자락 밑에 있는 마을이건만, 꾀꼬리 노랫소리를 못 듣습니다. 소쩍새 노랫소리를 듣기도 쉽지 않습니다. 이 새들이 한국에서 모두 사라지지는 않았을 테지만, 아주 깊은 멧골마을에서 겨우 목숨줄을 잇는구나 싶습니다. 사람들은 도시를 차츰 넓히면서 들과 숲을 잡아먹고, 새와 숲짐승은 보금자리를 자꾸 빼앗기면서 목숨을 잃거나 이 나라를 떠나는구나 싶어요.


  그런데, 도시가 커지더라도 제비가 살 터가 아주 사라지지는 않습니다. 새는 도시에서도 얼마든지 둥지를 틀면서 살 수 있거든요. 다만, 둥지는 도시에서도 틀 수 있지만, 먹이를 얻을 들이나 숲은 꼭 있어야 합니다. 제비를 비롯한 모든 새는 들과 숲에서 벌레와 풀열매를 먹이로 삼습니다. 새는 사람처럼 가게에 가서 가공식품을 사다 먹을 수 없고, 빵집에 가서 빵을 사다 먹지 못합니다. ‘벌레가 있는’ 들과 숲이 있어야 하고, ‘풀열매와 나무열매가 있는’ 들과 숲이 있어야 합니다.



.. 긴타로 아저씨는 날마다 똑같은 시간에, 똑같은 옷을 입고 논으로 나갔습니다. 검은 모자, 검은 잠바, 검은 바지, 검은 장화. 비 오는 날에도, 바람 부는 날에도 날이 밝기 전부터 날이 저물 때까지 긴타로 아저씨는 따오기를 따라 걸었습니다. 그러자 따오기도 점차 긴타로 아저씨가 다가가도 도망치지 않게 되었습니다 ..  (7쪽)




  이모토 요코 님이 빚은 그림책 《하늘을 날고 싶었던 따오기》(달리,2007)를 읽습니다. 일본에서는 마지막 따오기가 숨을 거두었다고 합니다. 한국에서는 따오기가 몇 마리나 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이웃나라 중국에서 따오기 알을 한국에 선물하기도 한다니까, 한국에서도 따오기는 씨가 말랐거나 몇 마리 없구나 싶습니다.


  그림책 《하늘을 날고 싶었던 따오기》를 보면, 첫머리에 농약 이야기가 나옵니다. 일본에서도 시골 논밭에 농약을 자꾸 쓰면서 따오기가 하루아침에 크게 줄었다고 해요.


  미국에서 레이첼 카슨 님이 “고요한 봄” 이야기를 쓰면서 ‘디디티’가 들과 숲을 죽인다고 밝힌 적 있어요. 농약도 디디티도 항생제도 비료도, 참말 들과 숲을 죽입니다. 온갖 풀을 다 죽이고, 갖가지 벌레를 다 죽이며, 수많은 새와 숲짐승을 죽입니다. 그렇지만 사람들은 농약을 줄이거나 없애려 하지 않습니다. 농약을 쳐서 키운 남새와 곡식이라면, 이 남새와 곡식에도 농약이 깃들기 마련이라서 사람이 스스로 농약을 먹는 셈인데, 참말 농약을 자꾸자꾸 쓰기만 합니다.



.. “어이쿠, 귀엽기도 하지!” 긴타로 아저씨는 따오기가 사랑스러워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보호 센터에서는 날마다 따오기를 잡아 오라고 재촉합니다 ..  (12쪽)




  요즈음은 초·중·고등학교 급식에서 ‘일반 쌀’은 거의 안 씁니다. 학교급식에서 쓰는 쌀은 ‘농약을 친 일반 쌀’이 아니라 ‘농약을 안 친 쌀’이거나 ‘농약을 아주 적게 친 쌀’이거나 ‘자연농으로 키운 쌀’이기 마련입니다. 아이들한테 아무 쌀이나 함부로 먹여서는 안 되는 줄 교사와 어버이가 모두 알거든요.


  그렇지만 시골에서 농약 씀씀이는 줄지 않습니다. 가게에는 ‘농약 친 쌀’과 ‘농약 안 친 쌀’이 나란히 놓이고, 더 많은 사람들은 ‘농약 친 쌀’을 더 값싸게 장만합니다.


  도시에 사는 이웃이 ‘농약 친 쌀’을 사다 먹지 않으려 한다면, 시골에 사는 흙지기도 ‘농약을 쳐서 쌀을 거두려’고 하지 않습니다. 나라에서 ‘농약 친 쌀’은 사들이지 않기로 한다면, 시골에 사는 흙지기는 ‘농약을 안 쓰는 흙일’을 생각하면서 이러한 길로 저절로 가기 마련입니다. ‘무농약 자연농 쌀’만 나라에서 사들이면서 ‘수매값’을 올려 주면, 시골지기는 누구나 이 흐름으로 갈밖에 없어요. 그리고, 이러한 흐름으로 나아가야 비로소 제비도 살고 숲짐승도 살 수 있어요.



.. ‘내가 붙잡으면 따오기는 영영 하늘을 날 수 없겠지.’ 하고 생각하며 긴타로 아저씨는 말했습니다. “붙잡아서 보호하면 따오기의 목숨은 살릴 수 있지만, 자유를 빼앗는 게…….” “자유라고요? 목숨이 붙어 있어야 자유도 있는 법이에요!” 보호 센터 사람은 딱 잘라 대답했습니다 ..  (16쪽)




  그림책 《하늘을 날고 싶었던 따오기》를 더 들여다봅니다. ‘마지막 따오기’를 놓고, 긴타로라는 아저씨와 ‘따오기 보호 센터’ 공무원하고 실랑이가 있었다고 합니다. 시골에서 따오기를 돌보던 아저씨는 따오기가 홀가분하게 하늘을 날면서 지내기를 바랐고, ‘따오기 보호 센터’ 공무원은 ‘개체수 급감에 따라 격리 보호’를 해야 한다고 말했답니다. 따오기는 ‘따오기 보호 센터’ 공무원 뜻에 따라 ‘자유’를 잃고 ‘목숨만 지키는’ 길로 가야 했다고 합니다. 따오기는 좁은 우리에 갇힌 채 서른 몇 해를 ‘한 번도 날아오르지 못한’ 채 살아야 했고, 마지막에 한 번 날아오르다가 ‘좁은 우리’ 벽에 머리를 크게 부딪히고 죽었다고 합니다.


  따오기는 끝내 죽습니다. 들과 숲을 홀가분하게 날아다니면서 살았어도 목숨을 다해서 죽거나 농약을 마시고 죽었겠지요. ‘보호 센터’에서 주는 먹이를 받아먹고 살았어도 그예 죽습니다.


  삶은 무엇일까요. 우리는 삶을 어떻게 누려야 할까요. 자유가 없이 산다면, 자유는 없이 목숨만 이어야 한다면, 자유는 빼앗긴 채 좁은 우리에 갇혀서 먹이만 받아먹어야 한다면, 우리 삶은 무엇일까요. 100억 원이나 1000억 원을 줄 테니 ‘감옥에서 서른 해나 마흔 해를 살다가 죽어야 한다’고 한다면, 100억 원이나 1000억 원이라는 돈은 어떤 뜻이나 값이나 보람이 될까 궁금합니다.


  한국에서 제비가 마음껏 하늘을 날아다니면서 처마 밑에 둥지를 틀고 알을 즐겁게 낳아 키운 뒤, 다시 기쁘게 바다를 가로질러서 따뜻한 나라로 갈 수 있기를 빕니다. 이 나라 아이와 어른 모두 제비를 반가이 맞이하면서 노래할 수 있기를 꿈꿉니다. 4348.4.19.해.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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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요정 2015-04-19 10:59   좋아요 0 | URL
참 마음이 먹먹해집니다. 새들의 마리수가 중요하다면 그네들이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지, 잡아다가 `보호`라는 이름 아래 감금하는 건 참... 도시에도 길짐승들이 많은데 사람들은 그들과 함께 사는 게 아니라 사람들만 살아야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ㅜㅜ

파란놀 2015-04-19 11:17   좋아요 0 | URL
곰곰이 보면 볼수록
`자연보호`와 `환경보호`라는 이름이
자칫 허울로만 흐르겠구나 싶어요.

우리는 `보호`하려 하지 말고
`함께 살려`고 해야 할 텐데 말이에요...
 

아이 글 읽기
2015.1.2. 큰아이―여빵 문으로


  두 아이가 집에서 논다. 날이 추우니 집에서 노는데, 글순이가 작은 종이에 뭔가를 잔뜩 적었다. “여빵 문으로 나가고 들어오지 마시오. 자는 방 문으로 드러오고 나가야 함. 벼리가.” 같은 글을 적어서 긴 작대기에 붙이고, 빈병에 이었다. 문앞에 이렇게 척 세워 놓았다. 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글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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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5-04-19 09:16   좋아요 0 | URL
하하, 옆방 말이군요 ^^
아빠가 평소에 하시는 말씀이었나봐요.

파란놀 2015-04-19 09:27   좋아요 0 | URL
요새는 `소리나는 대로` 적지 않고
조금씩 가리는데,
아무튼, 어른들이 늘 쓰는 말을
아이들이 고스란히 받아들여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