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마다 꿈꾸는 천재 고양이 부츠 베틀북 그림책 28
기타무라 사토시 글 그림, 조병준 옮김 / 베틀북 / 2002년 8월
평점 :
품절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520



생각하고 꿈꿀 때에

― 날마다 꿈꾸는 천재 고양이 부츠

 기타무라 사토시 글·그림

 조병준 옮김

 베틀북 펴냄, 2002.8.15.



  마당이 빗물로 흠뻑 젖었는데 작은아이가 마당에서 뒤로 걸으며 놀다가 엉덩방아를 찧으면서 바지를 적십니다. 엊저녁에 새로 갈아입힌 잠옷 바지이니, 얼른 해가 나서 옷을 말려 주지 않으면 오늘 저녁에는 잠옷 바지를 입을 수 없습니다. 폭삭 젖은 옷을 마당에 널면서 하늘을 올려다봅니다. 이제 비가 그치고 해가 나려나. 아니면 해가 안 나고 찌뿌둥한 하늘이 이어지려나.


  가만히 보니 작은아이는 잠옷을 적셨기 때문에 놀이옷으로 갈아입습니다. 잠옷을 적시지 않았다면 낮까지 내내 잠옷으로 지냈으리라 느낍니다. 아이들은 잠옷과 놀이옷을 딱히 가르지 않습니다. 잘 때에 갈아입으라 하니 갈아입고 놀 때에 갈아입으라 하니 갈아입습니다. 아이들은 나이가 차츰 들면서 ‘한창 바깥에서 뛰놀면 옷과 몸에 모래와 흙이 잔뜩 묻으’니 잠옷으로 갈아입어야 하는구나 하고 천천히 알아차립니다.



.. “말도 안 돼. 다들 쿨쿨 자는데 내 자리만 없다니. 내 자리를 다시 찾아야겠어.” ..  (5∼6쪽)




  기타무라 사토시 님이 빚은 그림책 《날마다 꿈꾸는 천재 고양이 부츠》(베틀북,2002)를 읽습니다. 만화 얼거리로 빚은 그림책입니다. 어느 모로 보면 ‘큼직한 만화책’이라 할 수 있습니다. 큼직한 판짜임으로 만화처럼 보여주는 그림책이기에, 한쪽씩 따로 보면 이야기가 흐르는 얼거리를 쪽마다 살필 수 있고, 작은 칸마다 한 가지 몸짓과 모습을 담으면서 새롭게 나아가는 줄거리를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러면, 《날마다 꿈꾸는 천재 고양이 부츠》에는 어떤 이야기를 담았을까요? 크게 살피면 모두 세 가지 이야기입니다. 첫 이야기에서는, 느긋하게 해바라기를 하면서 담벼락에서 낮잠을 자고 싶은데 ‘내(부츠) 자리’만 없는 고양이가 꾀를 내어 다른 고양이가 담벼락에서 사라지도록 합니다. 다음 이야기는, 물에 빠진 고양이(부츠)가 오리 아주머니한테서 헤엄치기를 배우고 날갯짓하기까지 배우려고 합니다. 마지막 이야기는, 낮잠만 자면서 따분한 고양이들이 저마다 솜씨자랑을 하면서 노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 “당신이 날 구했나요? 날 살렸어요?” “신경 쓰지 마.” “난 당신을 잡으려 했는데.” “됐어, 됐다니까.” “이렇게 친절할 수가!” “친절? 바보잣이었어!” “내 자신이 부끄러워요.” “놀고 있네. 그만 갈 거야.” “가지 마세요, 아저씨.” “아줌마야!” ..  (14쪽)




  고양이는 생각합니다. 고양이는 걸음 소리를 내지 않고 걸으면서 생각합니다. 어디로 가는지 생각하고, 무엇을 하는지 생각합니다. 이러다가도 졸음이 쏟아져서 햇볕이 잘 드는 곳에 옹크리고 앉아서 낮잠을 잡니다. 그런데, 아무리 낮잠을 자더라도 누군가 저를 빤히 지켜보는 줄 느끼면서 번쩍 눈을 뜨기도 하고, 번쩍 눈을 뜨다가도 다시 끔뻑끔뻑 졸면서 낮잠에 빠져듭니다.


  우리 시골집에 깃들어 지내는 들고양이를 곰곰이 떠올립니다. 우리 집 들고양이도 소리 없이 걸어다니지만, 돌울타리를 잘못 건드려서 자꾸 돌을 떨어뜨립니다. 밭자락에 떨어진 돌을 다시 주워서 쌓고 또 쌓아도, 이 녀석들이 자꾸 떨어뜨립니다.


  그런데, 고양이 몸짓을 가만히 보면 여느 들짐승하고 좀 다릅니다. 새하고도 좀 다릅니다. 사람 곁에서 살려고 하는 들짐승은 거의 없기 마련이지만, 들고양이만큼은 사람 둘레에서 먹이를 찾으려고 합니다. 빗자루를 들고 쫓아도 어느새 슬금슬금 처마 밑으로 찾아듭니다. 아이들이 마당에서 놀아도 풀밭에서 꾸벅꾸벅 졸 뿐입니다. 이 고양이는 아무 생각이 없이 졸거나 낮잠을 자지는 않을 테지요.



.. “심심해 죽겠네.” “자는 것도 지겨워.” “재미난 일 없을까?” “짜릿하고 신나는 일.” “좋은 생각이 있어. 흉내내기 놀이 하자.” “하하, 또 레오 생각이로군.” ..  (19쪽)




  《날마다 꿈꾸는 천재 고양이 부츠》에 나오는 고양이 부츠가 참말 ‘천재’인지 아닌지는 알 길이 없습니다. 다만, 고양이 부츠는 ‘생각’합니다. 무엇을 하려는지 생각합니다. 꾀를 내고, 즐겁게 보낼 하루를 생각합니다. 여느 고양이와 다른 길을 생각하고, 스스로 기쁘게 놀거리를 생각합니다.


  그러고 보면, 스스로 생각할 줄 아는 사람이 똑똑합니다. 놀이를 스스로 찾고, 일을 스스로 찾는 사람이 슬기롭습니다. 남이 어떤 일을 시키기에 일을 하는 사람은 슬기롭지 않습니다. 남이 하자고 하는 놀이를 마냥 따르기만 하는 사람은 똑똑하지 않습니다.



.. “죽었어?” “아냐, 물을 좀 먹은 것뿐이야.” “봐, 아직도 꼬리가 움직여.” “알았다! 스프링쿨러야!” “분수대 아닐까?” “부츠, 정말 멋진 연기야!” “부츠는 천재야.” ..  (25쪽)




  즐겁게 걸어갈 길을 생각하면 아름다운 길이 찬찬히 보이리라 느껴요. 내 삶은 언제나 내가 스스로 생각하면서 가꿉니다. 내 사랑은 늘 내가 스스로 헤아리면서 북돋웁니다.


  기쁘게 어우러질 사랑을 꿈꾸면 아름다운 삶을 환하게 보겠지요. 꿈꾸는 대로 길을 걷고, 꿈꾸는 대로 사랑을 찾으며, 꿈꾸는 대로 하루를 엽니다. 꿈을 꾸지 않으면 내가 걸어갈 길을 스스로 찾지 못합니다. 꿈을 꾸지 않을 때에는 내가 가꾸고 싶은 삶이나 사랑을 알 수 없습니다.


  생각한 대로 나아가고, 꿈을 꾸는 대로 거듭납니다. 그러니, 생각하는 고양이가 똑똑하고, 꿈꾸는 사람이 슬기롭겠지요. 4348.4.20.달.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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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들레씨 맺힌다



  일찍 꽃이 터진 아이는 일찍 씨앗을 맺는다. 느즈막하게 꽃이 터지는 아이는 꽃씨로 동글동글 올라온 아이 옆에서 한들거리며 햇볕을 쬔다. 흰민들레가 꽃이 피면서 나란히 씨가 맺는 포근한 봄날이다. 흰민들레꽃을 이웃에 나누어 주려고 봉투에 씨앗을 담는다. 4348.4.20.달.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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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아이 94. 2015.4.11. 가락지 꽃이야



  대문 앞 논둑에서 돋은 자운영을 본 꽃순이가 “아버지, 이 꽃, 반지 만드는 꽃이야!” 하고 외친다. 그래, 지난봄에 이 꽃송이를 길게 꺾어서 가락지를 엮었지. 꽃대가 가늘고 길게 오르는 고운 아이들을 톡톡 끊어서 손가락마다 가락지를 엮으며 논단다. 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꽃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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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구나무서기 놀이 1 - 두 발은 벽에 대고



  혼자서는 아무리 용을 써도 물구나무서기가 안 되는데, 발을 벽에 대고 올리면 되는 줄 문득 깨닫는다. 놀이돌이야, 너 머리 좋네. 어디 버틸 수 있을 때까지 힘껏 버티어 보렴. 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놀이하는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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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량한 말 바로잡기

 (1676) 시작 75


그렇게 43일간의 기도를 이어가던 어느 날 몸이 아프기 시작했다 … 다음날 아침, 나는 샤워와 빨래, 식사를 마친 뒤 걷기 시작했다. 수없이 반복해 온 질문이 내 안에서 다시 시작되었다

《신지아-나는 자유로운 영혼이다》(샨티,2014) 32, 221쪽


 몸이 아프기 시작했다

→ 몸이 아파 왔다

→ 몸이 아팠다

→ 몸이 차츰 아팠다

 걷기 시작했다

→ 걷기로 했다

→ 걸었다

→ 천천히 걸었다

 질문이 다시 시작되었다

→ 궁금함이 다시 나왔다

→ 궁금함이 다시 터져나왔다

→ 생각이 다시 샘솟았다

 …



  아프지 않던 몸이 아플 적에는 “몸이 아프다”고 말합니다. 이때에는 “몸이 아파 온다”처럼 적을 수도 있습니다. 꾸밈말을 넣어서 “몸이 차츰 아프다”라든지 “어쩐지 몸이 아프다”라 할 수 있고, “몸이 조금씩 아프다”라든지 “몸이 슬슬 아프다”라 할 수 있습니다.


  어떤 일을 할 적에는 이 일을 ‘한다’고 말하면 됩니다. ‘시작’이라는 한자말은 군더더기입니다. 궁금한 말이나 질문이 다시 나온다고 할 적에도 ‘시작’은 군더더기입니다. ‘다시’라는 말마디를 적은 만큼, “다시 나온다”나 “다시 터져나온다”처럼 적으면 돼요. 4348.4.20.달.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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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마흔사흘에 걸친 기도를 이어거단 어느 날 몸이 아팠다 … 다음날 아침, 나는 씻고 빨래하고 밥을 먹은 뒤 걸었다. 수없이 되물었던 말이 내 안에서 다시 나왔다


“43일간(四十三日間)의 기도”는 “마흔사흘에 걸친 기도”나 “마흔사흘 동안 기도”로 손보고, “샤워(shower)와 빨래, 식사(食事)를 마친 뒤”는 “씻고 빨래하고 밥을 먹은 뒤”로 손봅니다. “반복(反復)해 온 질문(質問)이”는 “되풀이해서 물은 말이”나 “되물은 말이”로 손질합니다.


..



 알량한 말 바로잡기

 (1678) 시작 76


차례에 적힌 대로 이야기를 시작하자. 개똥벌레가 첫째지? 개똥벌레가 뽐내며 나서자 하얀이 눈이 반짝 빛나기 시작했어

《김향이-나는 책이야》(푸른숲,2001) 37쪽


 이야기를 시작하자

→ 이야기를 하자

→ 이야기를 꺼내자

→ 이야기를 들려주자

 눈이 빛나기 시작했어

→ 눈이 빛났어

→ 눈이 천천히 빛났어

 …



  이야기를 하거나 말을 할 때에는 언제나 그냥 ‘합니’다. 이야기를 하면서 굳이 ‘시작’하지 않아요. 책을 읽든 노래를 부르든 그냥 책을 읽고 노래를 부릅니다. “책을 읽기 ‘시작’”하지 않고,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지 않습니다.


  눈이 빛난다고 할 적에도, “눈이 빛났어”처럼 적으면 됩니다. 또는 “눈이 천천히 빛났어”나 “눈이 차츰 빛났어”처럼 적습니다. “눈이 가만히 빛났어”나 “눈이 살며시 빛났어”처럼 적어도 잘 어울립니다. 4348.4.20.달.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여기에 적힌 대로 이야기를 하자. 개똥벌레가 첫째지? 개똥벌레가 뽐내며 나서자 하얀이 눈이 반짝 빛났어


‘차례(次例)’는 한국말로 ‘벼리’로 손질할 수 있으나, 그대로 두어도 됩니다. 이 대목에서는 ‘여기’로 손질해도 잘 어울립니다.


..



 알량한 말 바로잡기

 (1679) 시작 77


1961년에 베틀린 장벽을 쌓기 시작했을 때, 내가 가서 찍었던 사진의 후속편이었다

《레몽 드파르동/정진국 옮김-방랑》(포토넷,2015) 171쪽


 장벽을 쌓기 시작했을 때

→ 담벼락을 쌓을 때

→ 담을 처음 쌓을 때

→ 담을 쌓으려 할 때

 …



  어떤 일을 처음 할 적에는 ‘처음’이라는 낱말을 넣습니다. 담벼락을 처음 쌓고, 사진도 처음 찍습니다. 때로는 ‘처음’이라는 낱말조차 없이 “담벼락을 쌓을 때”와 같이 쓰면 돼요. 4348.4.20.달.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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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1년에 베를린 담벼락을 쌓을 때, 내가 가서 찍었던 사진 뒷이야기이다


‘장벽(障壁)’은 ‘담벼락’이나 ‘가림담’이나 ‘담’으로 손질하고, “사진의 후속편(後續編)이다”는 “사진 뒷이야기이다”나 “사진 뒤에 이어 찍은 이야기이다”로 손질합니다.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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