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불빛을 바라보며 글쓰기



  작은 불빛을 바라본다. 새까맣게 어두운 밤에 작은 불빛을 바라본다. 지구별까지 닿은 별빛은 얼마나 작은가. 그러나, 저 빛을 보낸 별은 지구보다 훨씬 클 수 있다. 지구에 빛과 볕과 살을 베푸는 해님은 언뜻 보기로 아기 손톱보다 작아 보이지만, 막상 크기로 대면 지구보다 훨씬 크다.


  내가 바라보는 작은 불빛은 참으로 작지만, 곰곰이 따지면 하나도 안 작다. 내 눈에 비치기로는 작되, 이 불빛에 깃든 숨결은 대단히 클 수 있다. 불빛에 깃든 숨결을 바라보지 않는다면, 나는 이 불빛을 그저 조그마한 불이요 빛으로밖에 모른다.


  아이들 눈빛을 바라본다. 아이들 말마디를 듣는다. 아이들 몸짓을 마주한다. 나는 무엇을 보고 읽으면서 느끼는가. 나는 무엇을 생각하고 헤아리면서 사랑하는가. 먼저 내 가슴에서 샘솟는 숨결을 느끼고, 내 마음에서 타오르는 불빛을 바라보아야겠다. 나를 둘러싼 수많은 작은 불빛을 함께 어깨동무하면서 앞길을 내다보아야겠다. 4348.4.28.불.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삶과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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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읽는 책 210] 착하거나 나쁘거나



  웃지 않아도 부드러운 낯빛

  웃지만 차가운 얼굴

  한 사람한테서 두 모습



  착한 사람이 나쁜 사람을 자꾸 만나서 들볶인다고 느끼지 않습니다. 나쁜 사람은 자꾸 착한 사람을 괴롭히면서 등치려 한다고 느끼지 않습니다. 착한 사람은 들볶이거나 괴로울 일이 없습니다. 들볶거나 괴롭히려고 하는 사람이 언제나 스스로 들볶이거나 괴로울 뿐입니다. 너그러우면서 곱게 흐르는 숨결로 마음을 가꾸니 착합니다. 좁다라면서 밉게 흐르는 생각으로 마음을 억누르니 스스로 궂은 길로 접어듭니다. 착한 길로 갈 수도 있고, 궂거나 나쁜 길로 갈 수도 있습니다. 누구나 두 갈래 길로 접어들 수 있습니다. 착해서 좋거나 나빠서 나쁘지 않습니다. 착하면서 고운 삶이라면 그예 아름답습니다. 4348.4.28.불.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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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무와 게로 오늘은 시장 보러 가는 날 벨 이마주 12
시마다 유카 지음, 햇살과나무꾼 옮김 / 중앙출판사(중앙미디어) / 2002년 2월
평점 :
절판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524



서로 아끼고 보살피기에 어깨동무

― 바무와 게로, 오늘은 시장 보러 가는 날

 시마다 유카 글·그림

 햇살과나무꾼 옮김

 중앙출판사 펴냄, 2001.4.30.



  들풀은 아주 조그마한 땅뙈기에서 함께 돋습니다. 풀을 캐 보면, 여러 가지 풀이 한뿌리로 섞여서 자라기 일쑤입니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올라오는 풀은 한곳에서 서로 얼크러집니다. 모든 풀은 저마다 다른 때에 꽃을 피우고 씨를 터뜨립니다.


  때때로 한 가지 풀만 잔뜩 우거지기도 하는데, 아무리 한 가지 풀만 잔뜩 우거지더라도 이 풀은 이내 수그러듭니다. 그러고는 다른 풀이 새롭게 우거진 뒤 수그러들고, 또 다른 풀이 새삼스레 우거지면서 수그러듭니다.




.. 언제나 늦잠을 자는 게로가 오늘은 좀 달라 ..  (3쪽)



  온누리에 한 가지 풀만 자란다면 매우 따분하리라 생각합니다. 그야말로 셀 수 없도록 많은 풀이 골고루 자라기에 따분하지 않으면서 재미난 삶이 되리라 느낍니다. 쌀도 먹고 보리도 먹고 귀리도 먹고 서숙도 먹듯이, 돌나물도 먹고 부추도 먹고 냉이도 먹고 고들빼기도 먹고 까마중도 먹습니다. 갯기름나물도 뜯고 유채도 뜯고 살갈퀴도 뜯으며 이 풀 저 풀 골고루 뜯습니다.


  쑥을 뜯으면 쑥내음이 번집니다. 민들레를 뜯으면 민들레내음이 퍼집니다. 새로 돋은 감잎과 모과잎과 매화잎을 톡 따면, 감잎내음과 모과잎내음과 매화잎내음이 부드럽게 흐릅니다. 여름으로 접어들면 나뭇잎이 억세어 먹기 힘들지만, 봄이 무르익은 철에는 찔레잎도 맛나고 느티잎도 먹을 만합니다. 모두 사랑스러운 풀이요 잎이며, 우리 이웃입니다.




.. 오늘은 시장 보기에 딱 좋은, 맑은 날씨 ..  (7쪽)



  시마다 유카 님이 빚은 그림책 《바무와 게로, 오늘은 시장 보러 가는 날》(중앙출판사,2001)을 읽습니다. 이 그림책은 우리 집 작은아이가 몹시 좋아합니다. 멍멍이가 자동차를 달리는 그림이 나오기에 몹시 좋아할 만하구나 싶으면서도, 멍멍이와 개구리와 여러 동무들이 신나게 어우러져서 노는 이야기가 흐르니까 참으로 좋아할 만하겠다고 느낍니다.



.. 마지막으로 모두들 아주아주 좋아하는 골동품 가게에서 마음에 드는 물건을 하나씩 사고 돌아가자 ..  (25쪽)




  《바무와 게로, 오늘은 시장 보러 가는 날》은 책이름 그대로 바무와 게로라는 두 아이가 맑은 날에 저자마실을 다녀오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두 아이는 숲이 우거지고 들이 푸른 곳에서 조용히 지냅니다. 두 아이는 자동차를 달려 읍내를 다녀오는 듯합니다. 들바람을 마시고 숲내음을 맡으면서 저자마실을 가요.


  집에서는 집에서대로 놀고, 읍내에서는 읍내에서대로 놉니다. 집에서는 들과 하늘과 나무와 풀과 꽃과 온갖 벌레와 새를 마주하면서 놀 테고, 읍내에서는 재미난 것을 살피고 여러 가게를 두리번거리면서 놉니다. 모든 것이 새롭고, 어느 곳에서나 즐겁습니다.


  그러고 보니, 아이들은 어떤 것이든 모두 소꿉으로 삼습니다. 돌멩이도 소꿉이 되고, 조개껍데기고 소꿉이 됩니다. 비닐조각조차 소꿉이 되며, 플라스틱조각이나 나무토막도 소꿉이 됩니다. 맨손으로도 놀며, 마당에서뿐 아니라 길거리에서도 놀아요. 골목에서도 놀고, 바다에서든 들에서든 마음껏 뛰어다니면서 놉니다.



.. 이튿날 아침, 게로는 일찍 일어났어. 그리고 새로 산 프라이팬으로 ..  (31쪽)





  서로 아낄 줄 알기에 동무입니다. 서로 보살필 줄 알기에 한집에서 삽니다. 서로 사랑하니 어깨동무를 합니다. 서로 기대고 빙그레 웃으니 너나들이로 지냅니다.


  놀이동무는 일동무입니다. 일동무는 노래동무입니다. 노래동무는 웃음동무이고, 웃음동무는 삶동무입니다. 한집에서 함께 사는 동무이면서, 한마을에서 함께 사는 동무이고, 한나라에서 함께 사는 동무인 한편, 한별, 곧 지구별에서 함께 어깨동무하는 동무입니다.


  서로 아끼면서 반기니 함께 놀 수 있습니다. 서로 보살피면서 빙그레 웃으니 놀이가 기쁩니다. 서로 사랑하면서 살림을 함께 가꾸니 날마다 아름다운 이야기가 피어납니다.


  새로운 아침에 새로운 놀이를 가만히 그립니다. 오늘 하루도 우리 집 아이들이 서로 아끼고 보살피면서 놀겠다고 생각합니다. 나도 아이들을 아끼고 보살피면서 함께 놀 생각입니다. 4348.4.28.불.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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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선물



  해질녘이 되어 마당에 나가서 빨래를 걷는다. 지는 볕이 곱고 따스하다. 문득 우체통이 궁금하다. 아까 빨래를 널다가 우체국 오토바이 소리를 들었다. 오늘 뭔가 왔는가 싶어 대문 밖으로 나가서 살피니 책이 한 권 있다. 창원에서 온 소포이다. 누가 어떤 책을 보냈는가 하고 봉투를 뜯으니, 표성배 님이 얼마 앞서 새로 선보인 시집이다.


  이 시집은 새로 나온 지 며칠쯤 되었을까. 표성배 님은 따끈따끈한 시집을 어떤 마음으로 보내 주셨을까. 표성배 님을 뵌 일은 없고, 지난해에 이녁 시집 가운데 《기찬 날》을 읽은 느낌을 글로 쓴 적이 있다. 내 책상맡에는 이녁 시집 《저 겨울산 너머에는》이 아직 덩그러니 놓였다. 이 시집을 다 읽고도 아직 느낌글을 갈무리해 놓지 못했다.


  《은근히 즐거운》이라는 이름이 붙은 새로운 시집을 살살 쓰다듬는다. 푸르스름한 옷을 입은 시집을 곧 읽을 수 있구나. 선물받은 시집을 품에 안고 아이들하고 논다. 이제 곧 저녁밥 지을 때로구나. 4348.4.27.달.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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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5-04-27 18:49   좋아요 0 | URL
저도 이 시집 선물 받아, 살살 쓰담았습니다~~
함께살기님의 즐거운 느낌글을 기다립니다~~*^^*

파란놀 2015-04-28 05:34   좋아요 0 | URL
오오, 멋진 선물이 사뿐사뿐 가뿐가뿐 파란 봄하늘을 가로질렀군요.
봄내음을 맡으면서 밥을 짓는 틈틈이
천천히 읽습니다~
 

작은 꽃송이 바라보는 마음



  돌나물 잎보다 작은 꽃송이를 바라본다. 돌나물 잎보다 작은 꽃은 많다. 꽃마리꽃도 꽃다지꽃도 돌나물 잎보다 작다. 별꽃도 봄까지꽃도 돌나물 잎보다 작다. 그런데, 돌나물 잎도 다른 꽃송이보다 작지. 민들레 꽃송이는 돌나물 잎보다 크다.


  통통하게 올라오는 돌나물을 훑다가, 돌나물 둘레에서 조그맣게 터지는 노란 꽃송이를 한참 바라본다. 이 조그마한 꽃송이가 이 자리에서 피어나 내 눈에 뜨이는 까닭을 헤아린다. 이 작은 꽃송이를 따사롭게 바라보면서 사랑할 때에, 내 마음에 작은 씨앗이 살며시 스며들겠지. 4348.4.27.달.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삶과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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