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아이 142. 큰돌에 드러누워서 (15.5.1.)



  바닷가로 마실을 와서 논다. 그냥 뛰어다니기만 해도 신이 난다. 한 시간 남짓 돌밭을 뛰어다니면서 놀던 아이들이 힘들다면서 이제 쉬어야겠단다. 시골순이가 “아, 나는 돌에 누워야지.” 하고 말한다. 그래, 좋아, 돌에 누워서 쉬렴. 딱 네 몸에 맞는 큰돌이로구나. 나무가 그늘을 드리우고 바람이 살랑살랑 알맞게 시원하네. 참으로 싱그러운 봄날이야. 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시골순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유리가면 2
스즈에 미우치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0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만화책 즐겨읽기 507



처음에 마음이 있다

― 유리가면 2

 미우치 스즈에 글·그림

 해외단행본팀 옮김

 대원씨아이 펴냄, 2010.4.30.



  자전거를 달린다고 즐거운 마음이 되지 않습니다. 두 다리로 걷는다고 즐거운 마음이 되지 않습니다. 자가용을 타거나 버스를 탄다고 즐거운 마음이 되지 않습니다. 내가 스스로 즐거운 마음일 때에 즐겁습니다. 내 마음이 즐겁지 않다면, 둘레에서 나한테 온갖 선물을 베풀어도 하나도 안 즐겁습니다.


  내 마음이 괴롭다면, 어떤 일을 해도 괴롭기 마련입니다. 내 마음이 어둡다면, 주머니에 돈이 가득 들었어도 괴롭기 마련이에요. 삶은 늘 마음에 따라 흐릅니다. 삶은 언제나 마음에 따라 바뀝니다. 삶은 노상 마음결처럼 피거나 지면서 움직입니다.



- “목구멍으로 소리를 내면 안 돼! 단전으로 소리를 내는 거다!” (7쪽)

- “지금 그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과거와의 단절. 돌아갈 곳이 없는 것! 산에 대한 두려움을 알기 시작했을 때 뒤를 돌아보고 그곳에 따뜻한 집의 불빛이 보인다면 어떡하겠나. 되돌아갈 길이 없다는 것을 안다면 이를 악물고서 올라가겠지.” (12쪽)




  미우치 스즈에 님 만화책 《유리가면》(대원씨아이,2010) 둘째 권을 곰곰이 읽습니다. 《유리가면》 둘째 권에서 ‘마야’는 연극과 연기에 천천히 눈을 뜹니다. 이제껏 연극을 마냥 좋아하기만 했으나, 이제부터 연극에 온마음을 담는 길을 걷습니다. 그동안 연극을 즐겁게 구경했다면, 앞으로는 연극을 기쁘게 선보이는 길을 걸어요. 이리하여 언제나 배웁니다. 모든 가르침을 척척 받아들입니다. 아주 늦게 연극길을 걸은 마야라고 할 테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새로우면서 재미있습니다.



- ‘같은 말이지만 의미가 틀려. 말의 음정, 그리고 악센트가 틀려. 아주 작은 차이인데도 전혀 다른 의미가 된다. 모, 몰랐어. 지금까지 단어 같은 걸 너무나 무관심하게 썼구나.’ (27쪽)

- ‘모두, 모두들 날 응원하고 있어. 이런 일은 태어나서 처음이야. 어렸을 적부터 언제나 아무것도 못해서 엄마한테도 무시당해 왔는데.’ (57쪽)

- ‘엄마, 나 연기가 좋아! 나도 할 수 있는 뭔가가 있을 것 같아.’ (66쪽)





  사람들이 주고받는 말에 ‘똑같은 말’은 없습니다. 아 다르고 어 다르다 합니다. 소리값이 같아도 말뜻이 다르기 마련입니다. 소리값이랑 말뜻이 같더라도 말느낌이 다르기 마련이에요. 말을 하는 자리에 따라서 이야기가 달라지고, 말을 하는 사람에 따라서 생각이 바뀝니다.


  말 한 마디는 천 냥 빚이 될 수 있으면서, 말 한 마디로 천 냥 빚을 갚습니다. 말 한 마디로 사랑을 심을 수 있으면, 말 한 마디로 사랑을 깰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천 냥 빚도 되면서 천 냥 빚을 갚는 말은 ‘아무것’이 아니면서 ‘모든 것’입니다. 우리 삶에서 말 한 마디는 아주 대수롭지 않을 수 있으면서 대단히 거룩할 수 있습니다. 밥 한 그릇은 하찮을 수 있을 뿐 아니라, 대단할 수 있어요.



- ‘기막힌 무대 의상이야. 잠옷에 띠라니. 하지만, 얼마나 행복한 듯 웃고 있었던가, 그 소녀는. 집을 나와서 고생도 많을 텐데. 어째서 그렇게 행복해 보이는 웃음을 짓는 거지?’ (100쪽)

- ‘이상한 일이지. 이러고 있노라면 모든 것을 잊게 되고 마음이 차분해져. 내 서툰 연기도, 베스의 역할에 대한 것도. 지금까지 너무 안간힘을 쓰고 있었던 게 아닐까?’ (130쪽)




  마음을 읽기에 이야기가 됩니다. 마음을 읽기에 연극을 하고 영화를 찍습니다. 마음을 읽기에 책과 글이 태어나고, 마음을 읽으니까 사회와 정치가 이루어집니다.


  마음을 읽지 못한다면 아무것도 하지 못합니다. 마음을 읽지 못하면서 하는 일이란, 기계가 굴러가는 얼거리라고 할 만합니다. 사람이 살면서 하는 일이란 마음으로 하는 일이요, 마음으로 나누는 꿈이며, 마음으로 짓는 노래입니다.


  만화책 《유리가면》은 바로 이 대목을 늘 짚습니다. 연극을 잘 하는 사람은 솜씨나 재주가 뛰어나기만 하지 않습니다. 마음을 느끼고 읽어서 가슴에 담을 수 있기에 연극을 할 수 있습니다. 네 마음을 내 마음으로 삼아서 움직일 수 있으니 연극이 됩니다. 네 마음이 흐르는 결을 살펴서 어깨동무를 할 수 있으니 연극이 아름답게 피어납니다.



- ‘그래, 처음에 마음이 있고, 말과 움직임이 있다! 처음에 마음이 있고!’ (131쪽)

- “마야, 아파 본 적이 없는 사람은 그 괴로움을 모르는 거야. 그건 당연한 거야, 마야. 많은 연기자들은 아픈 사람을 보고 거기서 배우는 것뿐이야.” (161쪽)




  처음에 마음이 있습니다. 마음이 있기에 몸짓이 생깁니다. 마음이 있기에 생각을 담을 수 있습니다. 마음이 있기에 생각을 이곳에 담아서 삶을 짓습니다. 마음이 없다면 생각을 담지 못합니다. 흐르거나 떠도는 생각을 담는 그릇이요 밭이라고 할 마음이 있기에, 우리는 저마다 새롭거나 재미나거나 기쁘거나 멋지거나 아름다운 생각을 여기에 담아서 날마다 환하게 웃거나 노래할 수 있습니다.


  처음에 마음이 있습니다. 마음이 있기에 이야기가 생깁니다. 마음이 있기에 생각을 담아서 차근차근 엮고 짜서 삶이 드러나면, 언제나 아기자기하면서 새로운 이야기가 태어납니다.


  마음이 없으면 아무것도 없습니다. 마음이 없으면 사람이 없습니다. 마음이 없으면 그야말로 어느 것도 나타나지 않습니다. 마음이 있기에 모든 것이 하나둘 피어나고, 마음이 있기에 날마다 아침이 밝습니다.


  마음이 아픈 이웃을 생각하고, 마음이 홀가분한 이웃을 헤아립니다. 마음이 들뜬 이웃과 마실을 다니고, 마음이 차분한 동무와 오늘 이곳에서 손을 마주 잡습니다. 4348.5.1.쇠.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시골에서 만화읽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쓰레기는 썩지 않는다



  바닷가에 서서 쓰레기를 바라본다. 그러나, 처음부터 쓰레기를 볼 생각은 아니었다. 바닷물이 그리 안 맑다고 느껴서 왜 그러한가 하고 생각하다 보니, 바닷가 곳곳에 널브러진 쓰레기가 보인다. 그렇다고 해서 ‘다도해 해상 국립공원’이기도 한 이 바다가 쓰레기밭이라는 소리는 아니다. 다만, 이곳저곳에서 떠밀려서 쌓인 쓰레기가 여기저기에 있다. 눈을 가만히 돌리면 정갈하거나 깨끗한 모습만 볼 수 있고, 그냥 아무 데나 쳐다보다 보면 곳곳에서 쓰레기가 발에 걸린다. 햇볕과 바닷물에 삭거나 바랜 이 쓰레기는 흙으로 돌아가거나 모래가 될 수 있을까? 쓰레기가 ‘깨끗한 흙’이나 ‘정갈한 모래’로 돌아가려면 앞으로 몇 해쯤, 그러니까 몇 천 해나 몇 만 해쯤 흘러야 할까? 4348.5.1.쇠.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삶과 책읽기)


댓글(2)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yureka01 2015-05-01 15:55   좋아요 0 | URL
우리가 발 딛고 있는 땅.
쓰레기를 버리면 쓰레기장.
꽃씨를 뿌리고 가꾸면 꽃밭....
내편하자고 버린 것들.
남 좋게 보이려고 꽃씨를 뿌린 것들...
배려의 선택이었지요.....

내 죽어 뭍힐 곳이 쓰레기장이라면
좋아할 사람 아무도 없을텐데...
버리는 사람들은 영원히 사나 봅니다....

파란놀 2015-05-01 16:14   좋아요 1 | URL
저희 식구가 사는 고흥은 바닷가가 모두 `다도해 해상 국립공원`이었는데 몇 해 앞서 슬금슬금 몇 군데를 몰래 해제하더니, 그곳에 `광주 청소년수련원` 공사를 지난해 끝무렵부터 강행했어요.

그렇더라구요...

도시에서는 모를 이야기가 시골에서는 그야말로... 참... 그렇게 있어요...
 

봄바다를 보러 다녀오다



  아침에 이불 두 채와 담요 두 채와 아기 이불 두 채를 빨았다. 햇볕에 잘 마르도록 마당에 널고서 자전거를 몰았다. 어디로 갈까? 바다로 가지. 큰아이가 샛자전거에 앉아 묻는다. “아버지, 어디 가요?” “응, ‘다바’.” “네? 아, ‘바다’잖아. 왜 ‘다바’라고 해? 바다 가는구나!”


  마음껏 들어갈 만한 바닷가를 찾기는 만만하지 않다. 마음껏 들어갈 만한 바닷가를 찾으려면, 바닷가 한쪽을 넓게 우리 땅으로 장만해야 하리라 느낀다. 왜 그런가 하면, 한국에서는 바닷가마다 촘촘하게 양식장이 있거나 그물이 있거나 군부대가 있다. 사람들이 호젓하거나 느긋하게 찾아갈 만한 바닷가를 찾기 매우 어렵다. 조금 괜찮다 싶은 바닷가라면 관광지로 바뀐다.


  관광지가 아닌 보금자리로 바다와 숲과 골짜기를 누릴 수 있을 때에 삶이 아름답겠지. 바다와 숲과 골짜기에 둘러싸인 곳에 보금자리를 지어야, 삶을 사랑스레 가꿀 만하겠지. 올해 첫 바다마실을 하고 나서 깊이 생각에 잠긴다. 4348.5.1.쇠.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아버지 육아일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아이 그림 읽기

2015.4.30. 큰아이―칠판 그림



  작은 칠판에 분필로 그림을 그리고 글씨를 쓴다. 아이들한테 불러 주는 자장노래 한 가락을 또박또박 옮겨적기도 한다. 한 번 슥슥 그리고 나서 아버지한테 보여준다. “자, 보셔요? 사진 찍을래요? 그러면, 사진 찍고 지울게요.” 사진으로 찍지 않아도 네 숨결과 손길은 내 마음으로 스며든다. 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그림순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