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실 가기 앞서 햇볕을 보고



  바다로 마실을 간다. 자전거에 두 아이를 태워서 마실을 가려 한다. 다만, 마실을 가기 앞서 빨래를 마저 한다. 옷가지가 보송보송 이 고운 볕에 잘 마르기를 빌면서 빨래를 한다. 마실길을 신나게 다녀오는 동안 빨래가 다 마르면 아주 신날 테지. 빨래를 마친 뒤 큰아이가 일손을 거든다. 옷걸이를 챙겨 주고, 함께 마당에 널어 준다. 4348.5.7.나무.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빨래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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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엉이는 부끄럼쟁이 (오장환) 실천문학사 펴냄, 2014.9.15.



  1918년에 태어나서 문학 한길을 걷다가 한국전쟁 언저리에 하늘나라로 떠났다는 오장환 님이 있다. 이분이 쓴 동시를 남녘에서 2006년이 되어서야 비로소 선보일 수 있었고, 2014년에 새옷을 입혀 다시 펴냈다고 한다. 그러니까, 일제강점기에 한국 어린이를 헤아리면서 쓴 동시가 아주 뒤늦게 책으로 나온 셈이다. 《부엉이는 부끄럼쟁이》를 차근차근 읽으면서 생각한다. 이 동시집이 남북 분단 때문에 아주 늦게 남녘에서 나왔는데, 분단이라는 굴레에 사로잡히지 말고 일찌감치 남녘에서도 나올 수 있었으면 남녘 어린이문학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궁금하다. 북녘에서도 남녘 어린이문학을 마음껏 펴내어 남북녘 어린이가 아름답고 사랑스러우면서 살가운 이야기꽃을 누릴 수 있었으면, 남북녘 어린이는 어떤 마음으로 자랄 만했을까 궁금하다. 아이들이 입시나 학원이나 시험이 아닌, 삶을 밝히는 노래인 이야기(시이든 동화이든 소설이든 수필이든)를 마음껏 누리도록 해야 하리라 느낀다. 요즈음 아이들이 받아들이기 어려울 만한 시골 이야기라든지 예전 문화 이야기가 섞인 동시를 읽으면서, 권태응 님 동시집도 오장환 님 동시집도 너무 늦게 책으로 나와서 아쉽구나 하고 다시금 생각한다. 4348.5.7.나무.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한 줄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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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엉이는 부끄럼쟁이
오장환 지음, 도종환 엮음, 곽명주 그림 / 실천문학사 / 2014년 9월
10,000원 → 9,000원(10%할인) / 마일리지 500원(5% 적립)
2015년 05월 07일에 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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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순이 64. 얼음과자 먹으면서 (2015.4.26.)



  겨우내 얼음과자를 노래하던 아이들한테 드디어 얼음과자를 한 번 사 주기로 한다. 자전거순이는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자전거에 앉아서 먹겠노라 외친다. 그래, 그러면 그렇게 해 보렴. 뉘엿뉘엿 기우는 햇살을 바라보면서 집으로 천천히 돌아간다. 자전거순이는 한손으로 자전거 손잡이를 잡고, 다른 한손으로 얼음과자 손잡이를 쥔다. 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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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마을 탱자꽃



  우리 도서관 탱자나무가 뽑혀서 죽었다. 마을 멧기슭 탱자나무 가지를 하나 잘라서 우리 집 뒤꼍에 옮겨심었는데 누가 뽑아 갔다. 이리하여 올해에는 ‘우리 탱자나무에서 피는 탱자꽃’을 볼 수 없다. 그래도 이웃마을 탱자꽃을 만날 수 있다. 바람개비처럼 하얗게 팔랑거리는 탱자꽃은 더없이 곱다. 탱자나무 가시가 따갑다고 하지만, 탱자꽃이 피고 탱자알이 맺는 동안 얼마나 고우면서 맑은 냄새가 퍼지는지 모른다. 탱자나무를 울타리로 삼으면 가시가 촘촘하니 들고양이나 다른 들짐승이 섣불리 다가오지 못하기도 하고, 우리가 집을 비운다 하더라도 가시울타리를 함부로 넘어올 수 없기도 하다. 게다가 이런 가시 돋힌 나무에서 베풀어 주는 풀내음과 꽃내음이 몹시 향긋하니, 온 집안에 고운 바람이 퍼진다. 그리고, 이 고운 바람은 우리 집뿐 아니라 이웃집에도 퍼진다. 시멘트블록으로 울타리를 쌓지 말고, 탱자나무를 심어서 건사한다면 무척 예쁘리라 느낀다. 4348.5.7.나무.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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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자전거 삶노래 2015.5.5.

 : 똑똑한 자전거순이



자전거를 몰고 나들이를 가려고 하면 두 아이가 다 알아채고는 바지런히 마당을 치우랴 대문을 열랴, 그리고 자전거가 나가면 대문을 닫으랴 부산하다. 대문 걸쇠는 위와 아래에 있다. 아래쪽은 으레 작은아이가 열고, 위쪽은 으레 아버지가 열지만, 때때로 큰아이가 연다. 어느 때에는 걸상을 받치고 손을 쪽 뻗어서 여는데, 오늘은 빗자루를 써서 톡 하고 밀어서 연다. 머리 좋네. 그렇게 하면 네 팔이 길어지는 셈이지.


도서관에 들러서 짐을 옮긴다. 다 읽은 책을 도서관에 옮기고, 이제 작아서 더 못 입는 아이들 옷을 도서관에 둔다. 아이들한테 작은 옷을 다른 이웃한테 주지는 못한다. 두 아이가 워낙 돌려입으며 해지고 낡았기 때문이다. 낡고 작은 옷은 나중에 어디엔가 쓸 일이 있겠지.


봄볕을 받으며 자전거를 달린다. 들길을 아주 천천히 달린다. 자전거순이가 샛자전거에 앉아 묻는다. “왜 이렇게 천천히 가?” “응, 고운 볕을 듬뿍 받으려고 천천히 가지.” 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시골에서 자전거와 함께 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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