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받기를 기다리는 책들을 생각하며



  책을 읽고 나서 느낌글을 쓴다고 할 때에는, 사랑받기를 기다리는 책한테 새로운 숨결을 나누어 준다고 본다. 내 나름대로 어느 책 하나를 이렇게 읽었노라 하고 밝히려는 느낌글이 아니라고 본다. 책마다 다르게 흐르는 숨결을 받아들이면서 누린 기쁨을 내 나름대로 풀어놓기에 느낌글을 쓸 수 있다고 본다.


  날마다 얼마나 많은 책이 새롭게 나오는가. 이 많은 책은 얼마나 고운 손길을 타면서 태어났을까. 퍽 많은 사람이 기다리거나 바랄 만한 책도 태어나지만, 눈여겨보지 않는다면 알아채기 쉽지 않은 책도 태어난다. 어느 책이든 내 마음을 따스하게 보듬어 줄 책이 될 테고, 나는 어느 책이든 내 마음이 닿을 만한 책을 고맙게 맞이하면서 기쁘게 삭인다.


  느낌글을 쓸 적에는 ‘사랑받기를 기다리는 책’이 앞으로 한결 빛나도록 한손을 거드는 셈이라고 본다. 어느 책 하나가 나한테 다가와서 나누어 준 고운 숨결이 널리 퍼질 수 있도록 살며시 징검돌을 놓는 셈이라고 본다. 4348.5.10.해.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삶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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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놀이 2 - 바닷물에 들어가 뛰어야 제맛



  바다에서는 옷이 젖든 말든 바닷물에 들어가 첨벙첨벙 뛰어야 제맛. 놀이순이는 옷이야 젖든 말든 아랑곳하지 않는다. 무엇보다 놀이순이는 갈아입을 옷을 스스로 챙겼다. 마음껏 뛰고 물장구를 치면서 논다. 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놀이하는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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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놀이 1 - 물결 따라 후다닥



  바닷가에서 논다. 바닷물이 찰랑이는 결을 살피면서, 바닷물이 다가오면 후다닥 내뺀다. 이러다가 다시 바닷물한테 다가서고, 발목이 바닷물에 잠기도록 쳐다본다. 또 물결이 다가오면 후다닥 내뺀다. 하루 내내 이러고 놀아도 재미있겠지. 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놀이하는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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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양물감 2015-05-10 06:27   좋아요 0 | URL
이수지의 파도야 놀자 가 떠오릅니다

파란놀 2015-05-10 10:47   좋아요 1 | URL
하양물감 님도 따사로운 한낮에 아이와 함께 바다마실 누려 보셔요~~
 

시골아이 144. 바다는 모두 내 것 (15.5.7.)



  바닷가 모래밭에 선다. 아니, 바닷가 모래밭을 지나 바닷물한테 다가선다. 이 바다는 모두 내 것이다. 내가 바다하고 마주하니까 바다랑 나는 사이좋은 동무가 된다. 오직 바닷내음과 바닷소리가 퍼지고, 바닷빛이 퍼지는 이곳에서, 마음도 넋도 숨결도 생각도 바다처럼 파랗게 물들인다. 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시골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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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더지의 고민 사계절 그림책
김상근 글.그림 / 사계절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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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528



걱정만 쌓으면 기쁨이 없지

― 두더지의 고민

 김상근 글·그림

 사계절 펴냄, 2015.1.26.



  걱정을 하면 걱정이 생깁니다. 걱정 하나는 새로운 걱정으로 이어지고, 새로운 걱정은 또 다른 걱정으로 나아갑니다. 웃음은 웃음으로 이어집니다. 웃으니까 자꾸 웃고, 또 웃으며 거듭 웃어요. 고운 말은 고운 말로 이어지고, 미운 말은 미운 말로 이어집니다. 낯을 찌푸리는 사람은 낯을 찌푸릴 만한 일로 자꾸 나아가며, 맑은 낯으로 노래하는 사람은 언제 어디에서나 맑게 노래하는 길로 즐거이 나아갑니다.


  어떤 마음이 되느냐에 따라 삶이 달라집니다. 홀가분한 마음이 될 수 있다면 홀가분한 삶으로 나아갑니다. 걱정이 가득한 마음이 된다면 걱정을 가득 쌓은 삶으로 나아갑니다. 남이 나를 괴롭히기 때문에 걱정스러운 삶이 되지 않습니다. 남이 나를 보살피거나 돕기 때문에 홀가분한 삶이 되지 않습니다.


  나무는 언제 어디에서나 나무입니다. 풀과 꽃은 언제 어디에서나 풀과 꽃입니다. 전쟁통이어도 시골지기는 씨앗을 심고 나락을 갈무리합니다. 전쟁통이건 말건 겨울눈은 새봄에 깨어나며, 풀은 씩씩하게 돋고 꽃은 곱게 피어납니다. 시골지기가 마음을 쓸 곳은 씨앗과 흙입니다. 나무와 풀과 꽃이 마음을 쓰는 자리는 해님과 바람과 빗물입니다.




.. 두더쥐는 그제야 머리 위로 눈이 수북이 쌓인 걸 알았어. 그리고 그 눈으로 작은 눈덩이를 만들었지. 할머니가 해 준 말이 문득 생각났거든 ..  (7쪽)



  아이들은 즐겁게 노는 하루를 생각합니다. 동무가 있건 없건 즐겁게 노는 하루를 꿈꾸고 바랍니다. 아이들이 즐겁게 노는 까닭은 아이들 마음이 즐거움으로 가득하기 때문입니다. 장난감이 있거나 놀이기구가 있기 때문에 아이들이 놀지 않아요. 아침에 번쩍 하고 눈을 뜬 뒤 ‘오늘은 또 뭘 하고 놀까?’ 하고 생각하니까, 날마다 새로우면서 씩씩하게 놀 수 있어요.


  이와 달리 아이들이 아침에 게슴츠레하게 눈을 뜨면서 ‘오늘도 지겹게 학교에 가야 하나?’ 하고 생각하면, 일어나기도 싫고 아침을 먹기도 싫으며 학교에 가는 길도 지겹습니다. 지겹다고 여기는 마음이 바로 지겨운 하루로 이어집니다.


  김상근 님이 빚은 그림책 《두더지의 고민》(사계절,2015)을 아이들과 읽습니다. 아이들은 이 그림책을 재미나게 들여다봅니다. 귀엽게 생긴 두더쥐를 귀엽게 바라보고, 겨울눈을 굴려서 뭉치는 몸짓을 웃으면서 들여다봅니다. 눈뭉치가 차츰 커지면서 여러 들짐승이 눈뭉치에 섞이는 모습도 까르르 웃으면서 들여다봅니다.




.. “겨울 내내 친구가 없으면 어쩌지?” 어디선가 피리 소리가 들려왔어. 하지만 두더쥐는 아무 소리도 듣지 못하고 그만 ..  (13쪽)



  그림책에 나오는 두더쥐는 할머니가 들려준 말을 떠올리면서 눈을 굴립니다. 마음속에 맺히는 걱정을 털어내고 싶어서 눈을 굴립니다. 이런 걱정과 저런 근심을 내려놓고 차분한 마음이 되고 싶어서 눈을 굴려요. 반가운 동무를 사귀어서 기쁘게 어울려 놀고 싶다는 꿈을 꾸면서 눈을 굴립니다.


  두더쥐는 좀 엉뚱한 짓을 했달 수 있습니다. 게다가 한겨울 두더쥐라니 더더욱 엉뚱합니다. 더군다나 땅밑에서만 사는 두더쥐는 땅위로 나오면 눈이 부셔서 다니지 못할 텐데, 어쨌거나 눈을 굴려요.


  그림책에서는 이 모든 얼거리가 대수롭지 않습니다. 그림책이니까요. 두더쥐도 얼마든지 하늘을 날면서 놀도록 이야기꽃을 피울 수 있는 그림책입니다. 아무튼, 그림책에 나오는 두더쥐는 눈뭉치를 굴리면서 여러 들짐승을 눈덩이에 파묻히게 했고, 두더쥐답게 눈을 씩씩하게 파헤치면서 들짐승을 모두 눈덩이에서 꺼내 줍니다. 이러고 나서 모두 사이좋은 동무가 되고, 여러 들짐승은 저마다 새롭게 눈뭉치를 굴리면서 아침해를 바라보고 새 놀이를 즐깁니다.





.. “와아, 밖이다!” 눈덩이 밖으로 모두 쑤욱! 그리고 저 너머에도 쑤욱! 그건 아침 해였고 ..  (33쪽)



  동무가 없다면서 걱정하던 두더쥐한테 드디어 동무가 생깁니다. 아주 마땅한 일인데, 걱정만 하고 아무것도 안 하면 동무가 생길 수 없습니다. 동무를 바란다면 동무를 만날 만한 곳으로 가야 할 테지요.


  더 생각해 본다면, 들짐승만 동무가 되지 않습니다. 풀과 꽃과 나무도 동무가 됩니다. 바람과 해님과 빗물도 동무가 됩니다. 흙알갱이도 동무가 되고, 지렁이도 동무가 되지요. 다만, 지렁이는 두더쥐한테 맛난 밥이 되겠지만요.


  아이들과 그림책을 찬찬히 읽으면서 몇 군데 글월을 손질해 봅니다. 나는 어버이로서 아이들이 한국말을 옳고 바르게 배울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니까요.

  



 머리 위로 눈이 수북이 쌓인 걸 알았어

→ 머리에 눈이 수북이 쌓인 줄 알았어

 작은 눈덩이를 만들었지

→ 작은 눈덩이를 굴렸지

 눈덩이는 점점 커졌고

→ 눈덩이는 차츰 커졌고

 피리 연주를 들려줄 친구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 피리를 불어 줄 동무를 기다렸는데

 두더쥐는 더 이상 혼자가 아니었어

→ 두더쥐는 더는 혼자가 아니었어

 행복한 고민에 빠졌어

→ 즐거운 생각에 빠졌어

→ 기쁜 생각이 가득했어



  눈은 ‘머리에’ 쌓입니다. 그릇은 ‘밥상에’ 올립니다. 책은 ‘책상에’ 놓습니다. “책에 냄비 올리지 마” 하고 말해야 옳습니다. “쌓인 줄”이라고 ‘줄’을 넣어야 할 자리에 ‘것(걸)’을 넣는 말투는 옳지 않습니다. 그리고, 눈덩이는 ‘굴린다’고 하지, ‘만든다’고 하지 않습니다. 눈사람도 “눈을 굴려서” 눈사람이 되게 합니다. 그림책에서도 눈을 굴리는 모습만 나오니 “눈덩이를 만들다”로 적으면 틀립니다. 눈덩이를 만든다고 한다면, 눈을 손에 쥐어서 척척 붙여서 덩이가 지도록 해야 ‘만들다’입니다.


  일본 한자말 ‘점점(漸漸)’은 ‘자꾸’로 손질하고, “피리 연주(演奏)를 들려줄”은 겹말이니 “피리를 불어 줄”로 손질합니다. 한자말 ‘연주’는 “노래를 들려주는 일”을 뜻합니다. “기다리고 있었는데”는 현재진행형 말투이니 “기다렸는데”로 손보고, “더 이상(以上)”은 “더는”으로 손봅니다. ‘행복(幸福)’은 ‘기쁨’을 뜻하고 ‘고민(苦悶)’은 ‘걱정’을 뜻합니다. 그러니 “행복한 고민”은 “기쁜 걱정”을 가리키는 셈인데, ‘걱정’은 괴롭거나 애가 타는 마음을 가리켜요. “기뻐서 괴롭다”고도 할 만하지만, 이야기 흐름을 살피거나 이 그림책을 읽을 아이들을 헤아린다면 “즐거운 생각”이나 “기쁜 생각”으로 고쳐써야 알맞습니다.


  한 가지를 더 돌아본다면, 책이름도 “두더쥐의 고민”이 아니라 “걱정 많은 두더쥐”라든지 “걱정꾸러기 두더쥐”라든지 “걱정쟁이 두더쥐”로 새롭게 붙일 만합니다. 한국말에서는 ‘-의’를 함부로 붙여서 이름을 짓지 않습니다. 다른 책도 아닌 어린이책인 만큼, 책이름과 몸글에 넣는 말마디는 더 깊고 넓게 마음을 기울여서 바라보고 다룰 수 있기를 빕니다. 4348.5.9.흙.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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