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놀이 2 - 바닷물 그리웠어



  다섯 살로 접어든 산들보라는 이제 혼자 바닷물을 누릴 수 있다. 네 살이던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혼자서는 바닷물 가까이 다가서려 하지 않았으나, 다섯 살인 올해에는 아무도 부르지 않고 혼자 기운차게 바닷물 찰랑이는 곳까지 달려간다. 너 언제 어느새 그렇게 멀리 달려갔니? 그래, 괜찮아, 마음껏 놀렴. 다 좋아.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놀이하는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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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윤재 2015-05-22 14:22   좋아요 0 | URL
외출할때마다 온 식구 기다리게 하면서 장난감을 신중하게 고르는 아이를 혼내곤 했었는데, 나름 장난감과 좋은걸 같이 하고 싶은 마음이었네요. 모자란 부모는 이제야 깨닫습니다.

파란놀 2015-05-22 15:14   좋아요 0 | URL
어느 아이든 다 같은 마음이리라 느껴요.
처음에는 어느 어버이이든 모를 수 있기에
나무랄 수 있지만,
(저도 그랬습니다)
아이는 나무람도 다 잊어요.
그러니, 장난감을 `하나`만 챙기자고 하면
아이도 그 말을 받아들이고
가장 아끼고 싶은 한 가지를 즐겁게 챙기리라 생각해요~
 

고흥집 82. 달린다 (2014.5.15.)



  달린다. 바람을 가르며 달린다. 앞만 보고 달린다. 싱그러운 오월볕을 쬐면서 달린다. 발바닥으로 이 땅을 느끼면서 달린다. 걸리적거리는 것이 없는 곳을 마음껏 달린다. 아이는 뛰고 달리면서 자란다. 아이일 적에 아이답고 뛰놀 수 있을 적에 비로소 사랑스러운 어른으로 자란다. 나는 어릴 적에 자동차 때문에 깜짝깜짝 놀라면서 달리기를 멈추어야 했으나, 우리 아이들은 우리 집에서 언제 어디에서나 실컷 달리면서 온몸을 골고루 가꿀 수 있기를 빈다.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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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레이] 워터 호스
제이 러셀 감독, 에밀리 왓슨 외 출연 / 소니픽쳐스 / 2008년 5월
평점 :
품절


워터호스
The Water Horse : Legend Of The Deep, 2007


  ‘켈트’라는 삶을 이루는 사람들은 ‘워터호스’라고 하는 ‘물님’ 또는 ‘바닷님’을 보기 몹시 힘들다. 그렇지만, 켈트 겨레는 워터호스라고 하는 님(물님·바닷님)을 거룩하게 모시면서 고이 여긴다. 늘 바다를 옆에 끼면서 삶을 잇는 사람들은 바다를 너른 품으로 받아들이려고 한다. 한국에서 한겨레라고 하는 이름으로 살아온 사람은 ‘미르’라고 하는 물님이나 하느님을 보기 매우 어렵다. 그러나, 한겨레는 예부터 미르라고 하는 님을 거룩하게 받들면서 고이 여긴다. 다만, 오늘날 같은 물질문명 사회에서는 미르를 그리려는 사람도 거의 없을 뿐 아니라, 도깨비라든지 지킴이를 살피려는 사람도 거의 없다고 느낀다.

  워터호스를 본 사람하고 보지 못한 사람은 서로 말을 섞기 힘들다. ‘괴물’이 아닌 ‘물님’을 본 사람하고 보지 못한 사람은 서로 마음이 다르기 마련이다. 가만히 보면, 눈부시게 쏟아지는 밤별을 본 사람하고 보지 못한 사람은 여러모로 다르다. 짙푸른 풀내음이 가득한 숲바람을 쐬는 사람하고 쐰 적 없는 사람도 여러모로 다르다.

  전쟁이 얼마나 부질없는지 온몸으로 겪은 사람이랑, 전쟁터에서 장교나 지휘관 노릇을 하면서 노닥거리는 사람이 있으면, 둘은 또 얼마나 다를까. 전쟁터에서 목숨을 거의 잃을 뻔하다가 살아난 사람하고, 전쟁영웅이 되려는 바보짓을 하려는 사람이 있으면, 둘은 또 얼마나 다르겠는가.

  군대나 전쟁무기가 있기 때문에 평화롭지 않다. 이쪽 나라도 저쪽 나라도 모두 군대나 전쟁무기가 아니라 ‘사랑’하고 ‘꿈’이 있어야 평화롭다. 나라를 지키는 힘은 사랑하고 꿈이다. 총이나 칼이나 탱크가 나라를 지켜 주지 않는다. 총이나 칼이나 탱크는 서로 윽박지르는 멍청한 몸짓을 보여줄 뿐이다.

  우리가 서로 동무나 이웃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겠는가? 내가 너한테 총을 겨누는데, 네가 나랑 동무가 될까? 네가 나한테 칼을 휘두르는데, 내가 너랑 이웃이 될까? 웃기지도 않는 소리이다. 아무렴, 그렇다. ‘사람’과 ‘워터호스’는 어떻게 서로 동무나 이웃이 될 수 있을까? 마음으로 아끼고 생각으로 그리면서 함께 짓는 사랑을 헤아릴 때에 두 넋은 비로소 동무나 이웃이 된다.

  영화 〈워터호스〉를 보면 합성화면이라든지 그래픽이 이모저모 어설프기는 하다. 아무래도 이런 대목을 조금 더 살피지 못해서 아쉽다고 여길 수 있다. 그러나, 영화는 첨단장비로 빼어난 솜씨를 보여주어야 하지는 않다. 이야기를 들려주어야 영화이다. 이야기가 없는 책은 책이 아니요, 이야기가 없는 영화는 영화가 아니다. 영화 〈워터호스〉에서는 전쟁이 얼마나 바보스럽고 멍텅구리와 같은 짓인가를 넌지시 보여주면서, 두 넋(사람과 워터호스라는 님)이 동무로 지내려면 어떤 마음이 되어야 하는가를 차분히 알려준다. 아름다운 삶을 꿈꾸는 사람만이 아름다운 삶으로 나아갈 수 있다. 4348.5.22.쇠.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영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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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피 한 바가지 작은아이



  새벽 다섯 시 반 무렵 작은아이가 부시시 일어나더니 “콧물 나.” 하면서 부엌에 가서 마른천으로 코를 닦는단다. 그런데 “콧물이 자꾸 나와.” 하고 말한다. 콧물이 자꾸 나오다니? 어슴푸레한 새벽에 작은아이 몸짓을 살피고 얼굴을 보니, 얼굴이 뻘겋다. 저런. 코피로구나. 개수대 쪽으로 오도록 해서 낯을 씻긴다. 코피를 닦는다. 코피가 안 멈춘다. 어느 만큼 핏자국을 씻은 뒤 자리에 누인다. 휴지를 돌돌 말아서 코를 막는다. 왼손으로는 큰아이 이마를 쓸어넘기면서 오른손으로는 작은아이 가슴을 토닥인 뒤 이마를 쓸어넘긴다. “자, 자, 푹 자고 나서 일어나면 다시 튼튼하지. 코피쯤은 다 괜찮아.” 아무래도 어제 무척 많이 걸으면서 바깥마실을 다닌 듯하다. 게다가 어제뿐 아니라 그제도 그끄제도 잇달아 꽤 많이 걸어다녔다. 다섯 살 작은아이 몸으로는 많이 힘들었겠구나 싶다. 작은아이는 오늘 다섯째 돌을 맞이했는데, 다섯째 돌날 새벽부터 코피바람이네. 그래도 아침이 되니 코피는 다 멎는다. 코피로 얼룩진 이불과 깔개와 베개를 모두 새로 빨래한다. 코피가 묻은 옷도 빨래한다. 볕이 좋아 코피 자국은 말끔히 사라진다. 작은아이는 오늘 낮잠을 거르면서 참으로 씩씩하게 논다. 멋지네. 한 살 더 먹은 만큼 말도 많이 늘고 기운도 더 붙는구나. 4348.5.21.나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아버지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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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노래 76. 내 몸은



내 몸은

햇볕을 쬐며 노랗게 따뜻하고

바람을 쐬며 파랗게 흐르고

흙을 밟으며 까무잡잡 기운차고

풀을 먹으며 푸르게 빛나고

열매를 훑으며 빨갛게 익어

빗물을 받으며 밝게 웃어요.

내 마음은

내 몸과 함께

자라요.



2015.4.6.달.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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