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름벼리가 배웅 가는 길



  어른들은 아이를 바라보며 곧잘 ‘어른스럽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면 ‘어른스럽다’는 무엇을 가리킬까? 나이만 어른이라는 뜻이 아니라 ‘철이 들었다’는 뜻이리라. 철이 들고 셈이 들며 슬기가 들었다는 뜻이리라. 보름 즈음 배움마실을 다녀오는 어머니를 배웅하려고 빗길을 나서는 사름벼리 모습(2015.5.11.)을 가만히 지켜본다.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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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름벼리는 어디에서나 그림순이



  집으로 가는 버스를 기다린다. 사름벼리는 걸상을 책상으로 삼아 쪼그려앉는다. 그러고 나서 꽃을 먼저 그린 뒤, 글을 쓴다. 집으로 가는 이야기를 쓴다. 네 마음이 그림과 글에 고이 드러나는구나.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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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들보라는 자동차가 있어서 좋아


  누나는 그림판에 꽂혀서 그림놀이를 한다. 산들보라는 자동차에 온마음을 담아서 기쁘게 논다. 김밥집에 있는 거울에 제 모습과 자동차를 함께 비추면서 하하하 웃는다.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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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그림 읽기

2015.5.20. 큰아이―작은 그림판



  사름벼리가 ‘작은 그림판’을 하나 얻는다. 문방구에 들른 사름벼리는 “나도 뭐 하나 고를래.” 하면서 이모저모 살피더니 그림판을 손에 쥐었다. 그림판 값은 천 원. 그림판이 이렇게 값이 싼가? 작은 그림판을 손에 넣은 사름벼리는 김밥집에서 그림그리기에 폭 빠진다. 천천히 손을 놀린다. 그림이 부드럽게 흐른다.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그림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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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자전거 삶노래 2015.5.15.

 : 우리가 선 곳



자동차가 거의 안 다니는 시골길이니 큰길로 다녀도 나쁘지 않다. 그러나 자동차가 거의 안 다니는 시골길인 터라, 어쩌다가 지나가는 자동차가 대단히 거칠다. 길에 다른 자동차가 없으니, 웬만한 자동차는 무시무시하게 내달리기 일쑤이다. 곧은길이건 굽이길이건 빠르기를 줄이지 않고 달리면서 건너편 찻길로 넘어가는 자동차가 아주 많다. 자전거를 길섶에 붙여서 달리다가도 큰길로 접어든 뒤 이런 자동차를 만나면 갑갑하다. 이들은 길섶에 붙어서 달리는 자전거를 살피지 않기 일쑤이고, 길섶을 걷는 사람도 살피지 않기 마련이다.


시골길을 달릴 적에 되도록 큰길로 나오지 않는다. 시골마을이지만, 큰길에는 나무도 없고 길섶도 좁으니, 자전거를 달리거나 걷는 즐거움을 누리기 어렵다. 요즈음 관광지마다 ‘걷는 길’을 새로 마련한다면서 애쓰는데, ‘걸을 만한 길’은 길그림에 금을 죽 그어서 이곳은 문화이고 저곳은 예술이고 그곳은 벽그림이고 꾸미기에 생기지 않는다. 꽃내음과 풀내음이 흐르면서 나무그늘이 있는 데가 걸을 만한 길이다. 걷다가 풀숲에 앉아서 다리를 쉬면서 풀벌레 노랫소리를 듣고 나뭇잎이 살랑거리는 소리에 귀를 기울일 수 있는 데가 걸을 만한 길이다.


논둑길로 에돌아서 면소재지를 다녀온다. 마을과 면소재지를 잇는 자리는 큰길이다. 논둑길 가운데 아스팔트를 깐 곳도 있다. 이런 곳을 지날 때면 쓸쓸하구나 하는 느낌이 드는데, 오늘은 때죽나무에 핀 고운 꽃을 보고, 논둑 한쪽에서 노랑괴불주머니꽃을 잔뜩 본다. 꽃내음이 물씬 퍼지는 곳에서 자전거를 한동안 세운다. 오월에 흐드러지는 꽃내음을 넉넉히 들이마신다. 나무가 자라는 곳이 늘어날 수 있기를 빈다. 우리가 서는 곳이 나무가 우거지는 자리가 되고, 우리가 사는 곳이 나무내음과 나무노래로 넘실거리는 보금자리가 되기를 꿈꾼다.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시골에서 자전거와 함께 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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