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찍는 눈빛 168. 꽃잎


  꽃잎은 꽃송이에 달린 잎입니다. 풀잎은 풀줄기에 달린 잎입니다. 나뭇잎은 나뭇가지에 달린 잎입니다. 잎은 모두 세 가지가 있습니다. 꽃과 풀과 나무는 한덩어리로 있으면서도 저마다 다른 숨결을 보여줍니다.

  꽃송이를 맑고 환하게 빛내는 꽃잎은 언제까지나 매달리지 않습니다. 꽃가루받이를 마치고 꽃이 저물어 열매를 맺도록 북돋울 무렵에 꽃잎이 하나둘 떨어집니다. 때로는 꽃송이째 떨어집니다. 열매가 익지 않더라도 꽃송이가 통째로 떨어지기도 합니다. 한 나무에 맺히는 모든 꽃에서 모조리 열매가 열릴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꽃잎이 떨어져서 나뭇잎에 앉습니다. 꽃잎은 흙으로 돌아가서 다시 나무한테 스며들 텐데, 바람을 타고 흙으로 돌아가기 앞서 나뭇잎하고 만나서 마지막 이야기를 나눕니다.

  꽃잎은 나뭇잎한테 어떤 이야기를 속삭일까요. 나뭇잎은 꽃잎더러 어떤 꿈을 품으라고 이야기를 들려줄까요. 사진을 찍는 사람은 사진에 담는 모든 숨결한테 이야기를 겁니다. 또는, 사진에 담는 모든 숨결이 서로 주고받는 이야기를 귀여겨듣습니다. 사진을 찍는 사람은 사진 한 장으로 이야기를 엮어서 베푸는 사람이기도 하지만, 우리 둘레에서 언제나 넉넉하게 일어나고 퍼지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면서 이 숱한 이야기를 알뜰살뜰 갈무리하는 사람이기도 합니다. 꽃잎이 노래하는 소리를 들을 수 있고, 이 소리를 사진으로 담을 수 있다면, 우리는 누구나 ‘사진가’입니다. 4348.6.7.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사진책 읽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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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아이 273. 2015.6.4. 나란히 책놀이



  실컷 물놀이를 한 두 아이가 옷을 갈아입은 뒤 섬돌에 앉는다. 책순이는 도라에몽 만화책을 무릎에 얹고, 책돌이는 그림책을 무릎에 얹는다. 처마가 드리우는 그늘을 누리면서 멧새가 들려주는 노래를 한껏 들으면서 책놀이를 한다.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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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슬란 전기 3 - 만화
아라카와 히로무 지음, 다나카 요시키 원작 / 학산문화사(만화)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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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 즐겨읽기 523



노예를 부리는 권력자는 무엇을 보는가

― 아르슬란 전기 3

 다나카 요시키 글

 아라카와 히로무 그림

 김완 옮김

 학산문화사 펴냄, 2015.3.25.



  밥상에 어떤 밥을 올리든 즐겁게 노래하면서 웃고 사랑을 속삭이면 언제나 맛있고 아름다운 밥이 됩니다. 상다리가 휘도록 밥상이 가득하다고 하더라도, 즐겁게 노래하지 않거나 웃지 않거나 사랑을 속삭이지 않으면, 수저를 든 손이 홀가분하지 않을 뿐더러, 밥맛을 알기도 어렵습니다.


  앞에서 이끄는 사람이 누구이든 기쁘게 노래하면서 웃고 사랑을 나누면서 길을 걸으면 언제나 신나면서 재미나게 나들이를 누립니다. 고운 옷을 입거나 예쁜 신을 신어야 나들이가 신나지 않습니다. 이름난 곳으로 찾아가야 나들이가 멋지지 않습니다. 스스로 기쁘게 노래하지 않거나 웃지 않거나 사랑을 나누지 않는다면, 나들이는 고단하거나 따분하기 마련입니다.



“언제쯤 돼야 우리를 아자트(자유민)로 만들어 줄 거야?” “성문을 열어서 도와줬잖아!” “협조하면 굴람(노예)에서 해방시켜 준다며!” “너희를 믿고 우린 주인을 죽였던 말야! 근데 아직 아무것도 안 해 주잖아!” “얼른 땅을 줘! 돈을 줘!” “이대론 굶어 죽겠다고!” (18쪽)

“냉큼 오두막으로 돌아가! 굴람이 큰길로 다니지 말라고!” “그럴 수가. 루시타니아 군이 입성하도록 도와주면 굴람에서 해방시켜 준다고 했잖아!” “멍청한 놈들! 천한 이교도인, 그것도 노예인 너희가 영광스러운 이알다바오트 신의 사도인 우리와 같은 길을 걸을 수 있을 줄 알아? 기어오르고 앉았어! 야! 어서 돼지우리로 돌아가!” “약속이 다르잖소!” “너희는 소나 돼지하고도 약속을 하나?” (111∼112쪽)



  다나카 요시키 님이 쓴 이야기에 아라카와 히로무 님이 그림을 입힌 《아르슬란 전기》(학산문화사,2015) 셋째 권을 읽으면서 생각합니다. 《아르슬란 전기》는 ‘파르스 왕국’과 ‘루시타니아’가 벌이는 싸움을 그립니다. 루시타니아는 파르스 왕국을 뒤집어엎었고, 파르스 왕국 왕태자는 엎어진 나라를 다시 일으켜세우려고 합니다. 오랫동안 전쟁을 벌이면서 노예를 거느리고 나라를 지킨 파르스 왕국이었지만, 루시타니아는 꼼꼼하게 계획을 짜서 무너뜨렸습니다. 파르스 왕국에서 푸대접을 받던 노예를 부추겨서 파르스 왕국이 스스로 무너지도록 꾀했습니다.


  루시타니아는 노예를 부추길 적에, 파르스 왕국이 무너지면 노예를 풀어 주겠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막상 파르스 왕국이 무너진 뒤 루시타니아는 노예를 풀어 주지 않습니다. 그저 이웃나라를 무너뜨리려는 속셈일 뿐이었고, 이웃나라를 무너뜨리면서 문화도 삶도 사회도 모두 박살을 내려는 생각일 뿐입니다.



“제가 칼란이고 최대한 빨리 전하를 잡아야만 한다면, 우선 어딘가 적당한 마을을 습격해 불을 지를 겁니다.” “마을에 불을?” “그 다음에는 몇 가지 방법이 있지요. 마을을 불태우고, 주민들을 죽이고, 그걸 포고해 전하를 협박하는 것이 우선 한 가지 방법. 전하께서 출두하지 않는 한, 잇달아 마을을 습격해 죄 없는 사람들을 죽이는 겁니다.” (21쪽)

“칼란과 부하들의 죽음을 조문하는 노래를 바쳐 주지 않겠나? 엑바타나에 가족이 있는 자도 있을걸세. 그런데도 배신에 가담해야 할 이유가 있었을걸세.” (101쪽)



  파르스 왕국 왕태자인 아르슬란은 이제 어린 사람으로만 지낼 수 없습니다. 하루 빨리 온누리를 깊이 살펴야 하고, 널리 헤아려야 합니다. 아버지한테서 나라살림을 물려받아서 지켜야 하는 일이 아니라, 스스로 어떤 사람으로 일어서서 생각(정책)을 펴야 하는가를 깨달아야 합니다. 끊이지 않는 전쟁을 마주하면서 철이 들어야 합니다. 죽이고 죽는 싸움터에서 살아남으며 슬기를 키워야 합니다.


  왕태자 아르슬란은 노예를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스스로 생각해야 합니다. 노예는 어떤 사람인가를 스스로 알아차려야 합니다. 왕태자도 여느 마을사람도 이웃나라 사람도 저마다 아름다운 목숨인 줄 알아차려야 합니다. 전쟁을 끝내는 길을 생각해야 하고, 전쟁을 끝낸 뒤에 어떠한 길로 가야 하는가를 생각해야 합니다.


  나라를 이끄는 사람이 할 일은 뚜렷합니다. 나라를 잘 이끌어야 합니다. 나라를 멋지게 이끌거나 재미나게 이끌려 하지 말고 잘 이끌어야 합니다. 한 나라를 이루는 모든 사람이 아름답게 어우러질 길을 살펴서 정책을 꾀해야 합니다. 한 나라를 이루는 모든 사람이 서로 아끼면서 어깨동무할 길을 헤아려서 정책을 펼쳐야 합니다.



“아무리 이교도 책이라고는 하지만 이렇게나 귀중한 서적을 연구도 하지 않고 불속에 던져도 되겠습니까? 불태운다 하더라도 충분한 시간을 들여 가치를 판단한 다음에 태우는 것이.” “신성모독자 같으니! 이 세상에 책이란 이알다바오트 성전 하나면 충분하다. 악마가 쓰게 한 책은 멸해야만 한다.” “하오나, 의학서까지도 태운다는 건.” (121쪽)

“자네는 다이람의 영주였으면서도 굴람을 해방하고 영지까지 반납했잖나.” “나야 괴짜니까. 게다가 굴람을 해방한다고 그걸로 끝나는 게 아닐세. 그 다음에 더 힘들거든. 탁상공론만 가지고는 안 돼.” (133쪽)



  나라이든 사회이든 겨레이든 계급이 있어야 할 까닭이 없습니다. 사람한테는 높거나 낮은 계급이 있을 수 없습니다. 신분도 따로 있을 수 없습니다. 지위도 따로 있을 수 없습니다. 계급이나 신분이나 지위는 어떠한 꿈이나 사랑을 이루어 주지 않습니다. 계급이나 신분이나 지위로는 평등이나 자유나 평화로 나아가지 못합니다.


  즐겁게 노래하면서 웃으려면 계급이 없어야 합니다. 기쁘게 춤추면서 이야기꽃을 피우려면 신분이 없어야 합니다. 아름답게 어우러지면서 사랑을 속삭이려면 지위가 없어야 합니다. 만화책 《아르슬란 전기》에 나오는 아르슬란 왕태자는 이를 어느 만큼 알아차리거나 깨달을까요. 어린 왕태자는 이를 언제쯤 알아차리거나 깨달을까요. 이를 알아차리거나 깨달은 뒤에는 어떤 길을 어떻게 갈 만할까요.



“아군을 늘리려면 전하께서 장래에 그렇게 하시겠다는 뜻을 파르스 백성들에게 널리 알리십시오. 왕위의 정통성은 혈통이 아니라 올바른 정치가 보장해 주는 것이니까요.” ‘굉장히 에둘러 말하는걸. 나는 좀더 직접적인 책략을.’ “외람되오나 왕이란 무릇 책략이나 무용을 뽐내서는 안 됩니다. 그것은 신하 된 자의 역할이지요.” (180∼181쪽)

“정복이 끝나면 루시타니아인은 파르스 문화를 근절하려 들 겁니다. 파르스어 사용을 금지하고 파르스 이름도 루시타니아 풍으로 바꾸고, 파르스 신화의 신들을 모시는 전당을 파괴해 이알다바오트 신의 전당을 곳곳에 세우겠지요.” “그게 사실인가?” “야만인이란 그런 법입니다. 타인에게도 소중한 것이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하지요.” (182쪽)



  노예를 부리는 권력자는 사람을 사람으로 바라보지 않습니다. 노예를 억누르거나 짓밟으면서 부리는 권력자는 사람을 사람으로 아끼지 않습니다. 참다운 자유와 평등과 평화를 바라는 사람이라면, 즐겁게 어깨를 겯는 길을 생각합니다.


  오늘날 지구별에는 노예 제도를 두는 사회는 없다고 할 만합니다. 오늘날 한국에는 노예라는 계급이나 신분이나 지위인 사람은 없다고 할 만합니다. 그러나 한국 사회에서 푸대접을 받는 사람이 무척 많습니다. 이주노동자도 비정규직도 푸대접을 받습니다. 돈이 없거나 이름값이 낮다거나 힘이 여린 사람도 으레 푸대접을 받습니다. 졸업장이라고 하는 학력에 따라 일삯이 달라지기도 하고, 어떤 졸업장이냐에 따라서 계급이나 신분이나 지위가 달라지기도 합니다. ‘노예’라고 하는 이름은 안 쓸 뿐, 마치 노예와 같다고 할 만한 사회 얼거리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서로 아름다운 이웃이 될 수 있을까요? 서로 사랑스러운 동무로 사귈 수 있을까요? 너와 내가 즐겁게 돕고 도움을 받으면서 삶과 살림을 알뜰살뜰 가꿀 수 있을까요? 한국 사회에서 가난이 사라지고 기쁜 나눔이 드넓게 펼쳐질 수 있을까요? 만화책 《아르슬란 전기》 넷째 권을 기다립니다. 4348.6.6.흙.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시골에서 만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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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나게 자전거를 달리자



  오랜만에 넷이 함께 자전거를 타고 나들이를 가기로 한다. 이제 짐을 거의 다 꾸렸다. 차근차근 신나게 가자. 기운내어 씩씩하게 돌아다니자. 볕도 쬐고 바람도 마시자. 낮을 지나고 저녁이 될 무렵 고운 마음이 되어 집으로 돌아오자. 4348.6.6.흙.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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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테우 (권철) 눈빛 펴냄, 2015.5.23.



  바다를 바라보면서 가꾼 삶이 있다. 작은 사람들은 작게 마을을 이루어 바다를 너른 가슴으로 안으며 살았다. 이러한 삶은 오래도록 아름다운 사랑이 되어 서로 아끼고 돕는 두레가 되었다. 작은 사람들을 밟고 서려는 큰 사람이 나타나면서 작은 마을이 바뀐다. 스스로 ‘큰 사람’이라 여기는 이들은 작은 마을을 허물거나 흔들면서 ‘큰 마을’을 이루려 하고, 큰 마을에서 ‘큰돈’이 될 만한 일거리를 꾸민다. 큰돈을 들여 더 많은 큰돈을 이루려는 큰 사람은 작은 사람들이 가꾸는 살림을 아랑곳하지 않기 마련이고, 작은 사람들은 차츰 설 자리를 잃으면서 조용히 떠난다. 사진가 권철 님이 제주섬 해녀를 담은 사진책 《이호테우》는 바로 작은 마을에서 작은 사람으로서 작은 사랑을 일군 발자국이 무엇인가 하는 대목을 조용히 보여준다. 4348.6.6.흙.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한 줄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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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테우
권철 지음 / 눈빛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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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6월 06일에 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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